Aug 11, 2024 연중 제19주일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믿을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러고 나서 엘리야는 싸리나무 아래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때 천사가 나타나 그를 흔들면서, ‘일어나 먹어라.’ 하고 말하였다.”
Panis Angelicus, 천사의 빵/음식.
오늘 엘리야는 잠자다가 천사가 주는 음식을 먹었다고 합니다. 이 열왕기 얘기를 듣고 믿지 않는 많은 사람은 ‘자다가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라고 할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당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도 사람들은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떻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저 사람’이고 하늘에서 내려온 분이 아니며, ‘저 사람’이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은 더더욱 아닙니다. 결국 믿음의 문제입니다.
엘리야가 먹은 빵은 진짜 천사의 빵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이 준 빵인데 엘리야가 잠결에 또는 꿈결에 천사의 빵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여러 번 말씀드린 바 있듯이 저는 요즘 기적 체험을 많이 합니다. 물론 옛날에는 그것들을 하나도 기적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지요. 그러다가 대북 사업을 하면서 몇 차례 하느님께서 해주신 일이라는 체험을 했지요.
그 첫 번째가, 이것도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이지만, ‘금목걸이 기적’입니다. 평양에 종합 복지관을 세우기 위해 자선 음악회를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그즈음 북한에서 미사일을 팡팡 쏴 음악회 표가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저의 속은 타들어 가고 만나는 사람마다 표를 사줄 사람인지 아닌지 그런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성체조배 중에 그런 가련한 수도자인 저 자신을 보게 되었고, 음악회를 하느님 뜻에 맡기기로 그래서 더는 그런 음악회 걱정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날 저녁 저희 형제가 그 ‘금목걸이’를 가져온 것입니다. 어떤 자매님이 자기가 누군지 알리지도 않고 그 ‘금목걸이’를 제게 전해달라고 하고 가셨다는 것인데 그 ‘금목걸이’는 결혼 패물이랍니다.
그분이 그 귀한 것을 봉헌하신 것이 그리고 하필 그날 봉헌하신 것이 순전히 우연이요 그저 그분의 선의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이 하느님께서 그분을 제게 보내신 것이라고 믿었고, 그때 이후 그런 경험이 점점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그렇게 믿었습니다.
이것을 돌아보는 지금의 저는 이런 묵상을 합니다. 하느님께서 그분을 보내주신 기적과 은총보다 그것을 기적이라고 믿게 해주신 기적과 은총이 더 크다고. 다르게 얘기하면 그 ‘금목걸이’를 주신 것보다 믿음을 주신 것이 더 큰 은총이라고.
주님께서도 오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 ‘그들은 모두 하느님께 가르침을 받을 것이다.’라고 예언서들에 기록되어 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하늘의 빵을 아무리 보내주시고 당신의 아드님을 하늘의 빵으로 보내주셔도 그것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하늘의 빵이 아니라, 자기가 애써서 얻은 빵이거나 선의의 인간이 준 빵입니다.
그러니 하늘의 빵도 주시고 믿음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믿는다면서 하느님께서 이렇게 해 주심을 믿지 않거나 그런 체험을 하지 못한 신자들이 꽤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개신교 신자들과 비교해 그 믿음이 약합니다. 개신교 신자들은 자기들의 수입이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믿기에 그 십일조를 봉헌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헌합니다.
그런데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재물보다도 성체를 주신 은총이 더 큽니다. 금목걸이보다 믿음을 주신 것이 더 큰 은총인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알고 믿는 사람은 프란치스코처럼 감탄에 감탄을 더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감탄합니다. “우주의 주인이시며 하느님이시고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이 이토록 겸손하시어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하찮은 빵의 형상 안에 당신을 숨기시다니!
형제들이여, 하느님의 겸손을 보십시오. 그리고 그분 앞에 여러분의 마음을 쏟으십시오. 그분이 여러분을 높여 주시도록 여러분도 겸손해지십시오 그러므로 여러분에게 당신 자신 전부를 바치시는 분께서 여러분 전부를 받으실 수 있도록 여러분의 것 그 아무것도 여러분에게 남겨 두지 마십시오.”
당신의 사랑하는 아드님을 저희에게 하늘의 빵으로 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것을 믿을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 더 감사합니다!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님/프란치스코 작은 형제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