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검표가 이루어지는 프로세스부터 생각을 해 보아야 합니다. 고객의 불편을 줄인다라는 도의적인 목적도 어느정도 있긴 하겠지만... 단순히 도의적 목적때문에 검표를 폐지한다는 것 자체가 곤란한 문제구요. 실제로 보면 인터넷, PDA, 무선인터넷 등 최신 IT 기술의 발달이 검표작업의 생략에 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1993년에 들어와서 전좌석 지정제 열차인 새마을호의 차내 전수검표가 공식적으로 폐지가 되었는데 그것은 일일히 검표를 하지 않아도 될 만한 기술의 발전역시 있었기 때문입니다.
승무원은 열차 발차 직전에 역에서 '좌석발매현황표' 라는 것을 인쇄하여 들고 승차합니다. 여기에는 이 표가 인쇄되기 바로 직전까지 발매된 모든 좌석의 리스트가 들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1호차 33석 : 서울-부산, 1호차 34석 서울-부산(어린이), 1호차 35석 서울-대구(장애인) 식으로 말이지요. 즉 직접 승객의 표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이 표를 통해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 승객이 표를 샀는지 안 샀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어른인데 어린이표를 사지는 않았는지 체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승무원이 이 표를 들고 다니면서 객실을 순회하다가, '표가 팔리지 않은 자리인데 사람이 앉아있다.' 또는 '앉아있는 사람은 아무리 봐도 어른인데 어린이표가 팔려있다' 라는 이례사항이 발생하면 그 사람만 골라내서 표 확인을 하게 되지요. 사실 이 경우에도 (1) 승객끼리 자리를 바꿔앉은 경우, (2) 좌석발매현황표를 인쇄하고 난 후. 즉 발차직전에 급하게 표를 산 사람 인 경우가 태반이긴 하겠습니다만. '부정승차'일 가능성은 훨씬 짙습니다. ^^
특히 최신의 IT 기술 발전이란 놀라운 것이어서, 종이에 인쇄하던 좌석발매현황표가 PDA(개인휴대정보단말기)로 대체가 되었습니다. 이 덕택에 좌석발매현황표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검표대상의 수가 더욱 줄어들고 정확해졌으며. 차내에서 PDA를 사용해 직접 승차권을 인쇄하는 것까지 가능해졌습니다.
즉 대체로 봤을 때 지정석에 잘 맞춰 앉아있기만 한다면 검표를 받을 일은 없습니다. 가끔 기동검표를 시행한다고 해도 지정석에는 크게 해당이 안 되는 문제이구요. 사실 '기동검표' 라는 뱃지 단 사람들이 입석승객들을 붙잡고 다니며 검표하는 것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좌석에 앉아있을때 '기동검표'를 받은 기억은 없습니다. ^^
그러나 '자유석'과 '입석'에 대해서는 이러한 기술을 적용할 수 없는것이 문제입니다. 유럽, 일본 등 해외 철도선진국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자유석에 대해서는 우리의 KTX와 마찬가지로 '전수 검표'를 실시합니다.
다만 우리와의 조금 차이점이라면, 전수 검표로 인한 승객 불만을 (없앨수는 없지만) 좀더 줄이기 위해 몇가지 추가적인 노력이나 운영기술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나라. 특히 일본의 지정석특급열차 좌석에는 '승차권홀더' 라는 것이 채용되어 있습니다. 승객에 자리에 앉으면서 이 홀더에 승차권을 끼워 놓으면 승무원이 거기 끼워진 승차권을 직접 가서 보고 확인하는 방식이지요. 승차권만 제대로 꽂혀 있다면 자는 사람 깨워서 승차권 내놓으라고 할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물론 승차권 꽂는걸 깜빡한 사람은 제꺽 깨워서 검표 들어갑니다. ^^
(아마도 돈이 썩어 넘치는?) JR히가시니혼(동일본) 애들은 한술 더떠 RFID 전자승차권을 사용한 전자검표시스템까지 도입하고 있습니다. 각 좌석마다 설치된 RFID 단말기(버스에 붙은 교통카드 단말기가 수십 석의 좌석에 몽땅 다 달려있다고 생각하시면 쉬워요)에 승차권을 갖다대면 표에 저장된 승차구간을 인식하여 표를 산 구간동안 녹색불이 켜집니다. 승차구간이 끝나면 불이 꺼지구요. 승무원은 단지 '녹색불이 켜지지 않은 자리' 만 검사하면 되니 승차권을 일일히 읽어야 하는 큰 수고가 덜어집니다. ( = 적은 승무원으로 보다 많은 좌석 검표가능 = 인건비 절감 )
하여튼 결론은, 무대책이든 돈을 처 바르든 자유석에 대해서는 전세계 어느 나라나 전수검표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며 딱히 우리나라 KTX나 그 승무원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사례를 보면 승무원은 우리나라의 열악한(?) 검표환경 하에서도 자는 승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
또다른 반대의 결론은...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이를 잘 모르는 승객들은 각종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라는 공리의 재 확인이겠지요. 그런 불만제기가 외국에서는 없다면, 그들이 '승차권홀더' 라든가, 모든 좌석에 RFID단말기를 장착한다던가 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승객(고객)의 불만이 있기 때문에 개선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대체로 맞겠습니다.
첨언하면, 개인적으로는 자유석의 5%운임 할인에는 그러한 불편을 감수하는 부분까지 감안이 되어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