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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
코르셋을 점점 더 벗어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헤어, 화장,패션 등등 머피소 시절부터 몇 달에 걸쳐 차근차근 벗어가면서 '코르셋 비용'이 점점 줄어들었고 수중에 남는 돈이 생겼다. 읽고 싶던 책을 잔뜩 사고 좋아 하는 식당에 가는 횟수가 늘었고 TV 다시보기 유료결제 하는 횟수가 늘었다. 그 사소한 여유들을 만끽하다 내 코르셋비용을 계산해 봤는데 어떤 생각이 들어 좀 길고 지루한 글을 쓰게 되었다. 중간 중간 패스하더라도 끝까지 읽어줬으면 한다.
거두절미하고, 나의 코르셋 지출 내역을 적겠다. 웜련들도 여기에 추가 항목 정도만 간단히 넣어서 계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글이 길면 이 부분은 패스해도 될 듯 하다.
스킵한 코르셋들은 헤어부문, 화장부문, 패션부문 위주로 적겠다. 난 손톱이 약해 네일을 하지 않았는데 네일 하던 련들은 그 비용을 추가해보고 피부과나 에스테틱 다녔던 련들도 추가해 봐라. 렌즈 끼는 련들은 렌즈 비용도 포함해라. 성형이나 뭐.. 외에도 알아서 ㅇㅇ
스킵한 것들의 비용 (직접 쓰던 제품) :
인터넷 최저가로 적겠다. 세일할 때 산 것도 있지만 백화점 가서 제 값 다 주고 산 것들도 많기 때문에 그게 그거 일듯 해서 치밀한 계산까지는 안하기로. 귀찮음. 백원 단위 이하로는 빼버리겠음. 6달치 기준으로 적었다. 어차피 기초도 색조도 피부 덜 나빠지라고 다 못써도 6개월에 한 번은 새로 샀고 더 빨리 소모한 것들도 있으므로.
색조 부문(현재는 전혀 하지 않음)
프라이머 3만원 + 쿠션 2만7천원 + 하이라이터 3만2천원 +쉐딩스틱 1만2천원 + 파우더팩트 5만원 + 섀도우 네 개 5만6천원 + 아이브로우 4만5천원 + 아이라이너 1WOMA+마스카라 9천원 + 컨실러 2만8천원 + 립 10만원(10만원 어치만 샀다고 치고....) + 클렌징밤 1만4천원 + 클렌징폼 6천원 + 립앤아이리무버 6천원
= 429,000
기초부문. (현재는 9800원짜리 스킨 쓰고 있고 가끔 건조하면 로션 조금 바른다.)
스킨 4만8천원 + 크림 4만2천원 + 오일 2만5천원 + 필링 1만9천원 + 모공팩 1만1천원 + 마스크팩 8만9천원 + 슬리핑팩 4만1천원 + 아이크림 3만5천원
= 310,000
헤어부문 (머리가 길었는데 짧게 쳐서 최저가 4500원짜리 샴푸만 쓰는 중)
파마 17만원 + 샴푸,린스 1만8천원 + 트리트먼트 2만원 +헤어오일 6만5천원
= 273,000
옷,잡화부문
지금은 편한 레깅스나 직업상 입어야 할 바지에 티셔츠 +아우터만 걸치고 신발은 운동화만 신고 있다. 예의 차려야 할 곳에 갈 때 신을 점잖은 굽 낮은단화는 구비해 놓음. 난 직업상 옷이 소모품인지라 코르셋과 상관없이 자주 사는 편이다. 그래도 모임용 코르셋st 옷과 신발, 액세서리를 안 사게 되어 두 달에 10만원은 덜 쓰는 듯하다. 6달치로 계산하면 = 30만원
여기다 가방 값. 명품백 사는 련들은 더 더해라. 난 20만원만 더하겠다.
6달치로 적었으니 계산하면,
(429,000 + 310,000 + 273,000 + 300,000 + 200,000) * 2 = 3,024,000
코르셋 바짝 조이는 연령대를 20세~ 60세로 잡았을 때2015년 기준으로 여성 인구수는 대략 1480만명.
300만원을 곱하면 14,800,000 * 3,000,000 = 4440000000
44조 맞노? 나련 다섯 번 읽었다. 내 눈을 못 믿겠다.
난 저 금액을 보는 순간 난 납득해 버렸다. 나라에서 여자들에게 코르셋을 입히고 후려친 이유를 말이다. 코르셋이 한국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인 것도. 우리가, 여자들이, 코르셋을 입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기업이 사라질까?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걸까? 그리고 어째서 우리는 시장을 돌리는 주 고객층이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할까. 이유는 하나다. 우리는 주축이 아니라 재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다. 탄광의 석탄을 캐면서 탄광의 고통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 고마운 탄광이라며 기념비를 세워주는 사람은 없다. 석탄이 바닥난 탄광은 결국 버려진다.
분명히 44조보다 훨씬 많을 거다. 난 다섯 배 까지도 본다.남자들이랑 다르게 여자들은 비누 대신 바디워시를 써야 하고 향긋한 바디로션을 발라야 하고 항상 향기 나도록 향수와 코롱을 뿌린다. 추우면 따뜻하고 간편한 목도리 대신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백화점표 캐시미어 머플러를 둘러야 한다. 때 안타고 따뜻한 아웃도어 패딩이나 점퍼 대신 관리비도 많이 들어가는 울 코트와 가디건을 입어야 한다. 따뜻하고 편한 방한화 대신 금방 망가지고 불편하지만 예쁜 가죽부츠를 신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초과소비 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을 것이다. 난 20~60세만 계산했지만 이런 식의 과잉소비는 영유아기 시절을 제외한 온 일생동안 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은 별로 많지 않다.그러나 필수품만 팔아선 돈을 많이 벌 수 없다. 부자가 될 수 없다. 경제가 발전하지 않는다. ‘돈’에 대한 욕구와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살고 싶은 욕구와 과학의 발달이 맞물려 생활 보조품들이 나왔다. 냉장고나 세탁기, 식기세척기, 가스레인지, 컴퓨터, 스마트폰 등등 말이다. 이런 것들은 우리의 삶을 편안하고 윤택하게 해준다. 하지만 코르셋은 다르다. 코르셋은 내 삶을 고달프게 하고 내 멘탈을 망가트린다. 우리는 왜 코르셋을 입을까? 왜 저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일까?
혹시 내가 멍청해서, 바보라서 코르셋을 입었던 것일까?내가 정말 저게 힘든 줄 몰라서, 내가 힘든지 안 힘든지 조차 판단할 줄 몰라서, 심지어 즐겁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던 걸까?
난 고양이를 키운다. 난 내 고양이를 사랑해서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고양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고양이답게’ 키우려고 노력했다. 난 고양이의 발톱을 제거하는 수술이 비인도적이라는 것을 안다. 성대수술이 나쁘다는 걸 안다. 고양이의 털을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밀어버리는 행위가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을 안다. 고양이의 수염을 제거하면 굉장히 불편해지며 그런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할 짓이라는 걸 안다. 고양이를 염색 하는 행위도 순전히 사람만을 위한 일이며 고양이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난 그런 일들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지탄했다.
그러나 난 그 일들을 내게 행했다. 난 자학하고 있었다.저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나를 학대하고 있었다. 모르지 않았다. 난 그 행동들이 나에게 해를 끼치고 불편만을 초래한다는 걸 판단할 줄 알았다. 구두를 신다 발에 물집이 잡혀 아파할 때는 운동화가 신고 싶었다. 화장독이 올라 피부가 뒤집어질 때는 민낯으로 다니고 싶었다. 짧은 치마에 스타킹만 신어 달달 떨 땐 기모가 두둑이 들어간 바지를 입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 브래지어를 벗고 편함을 느꼈다.난 모르지 않았다. 무엇이 편하고 행복한지 잘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난 그럴 수가 없었다. 내 몸이 편해지면 비아냥대는 소리를 들었다. 학대하지 않으면 나를 깎아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무섭고 겁이 났다.
그래서 나는 코르셋이라는 갑옷을 입었다. 갑옷은 무겁고 딱딱해 온 몸에 물집이 잡혔지만 안전했다. 갑옷을 입지 않으면 나는 누구나 막대해도 되는 존재가 됐고 반항조차 용인되지 않았다. 공격당하고 싶어서 갑옷을 입지 않은 거라며 되려 욕을 했다. 나도 당했다. 내 친구도 당했고 내 동생도 당했다. 그 공격은 나이 먹은 여자도, 돈이 많은 여자도, 권력을 가진 여자도 피해갈 수 없었다. 무서웠다. 그래서 입었다. 나를 정말로 괴롭히는 것은 코르셋을 입지 않았을 때의 멸시어린 눈길과 깎아내리는 말이었지 코르셋이 아니었다. 코르셋은 내 방어수단일 뿐이었다. 견고한 코르셋은 나를 안전하게 했다. 난 날 지켜주는 이 갑옷을 너무 사랑한다고, 너무 멋진 갑옷이라고 자랑했다. 멋진 갑옷을 입은 모습을 뽐냈다. 각종 카페에 가입해서 더 멋지고 튼튼한 갑옷을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경쟁했다.
난 내가 코르셋을 입었던 것이 부끄럽지 않다. 코르셋은 나를 공격하는 악의 무리로부터 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흔적이다.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 쳤기에 코르셋을 벗을 수 있었다. 날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나를 갑옷으로 가두는 법이 아니라 내가 강해지는 법을 택할 수 있었다. 난 더 강해질 것이다. 코르셋이 단 한 순간도 필요하지 않도록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첫댓글 아름다움에 투자하는 것을 코르셋이라고 부르는거 싫어. 난 내가 예쁜게 좋단말야.
글에서 싸잡은건 맞지만 자기만족이면 코르셋은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근데 그 아름다움의 기준은 누가 만들었을까? 생각해보면 또 다르지만
외모 권력을 잡기 위해 코르셋 입는구 맞음. 외모 권력을 왜 못잃을까? 세상은 냄저들 위주로 돌아가고 냄져들이 인정하는 여자가 되려면 외모 권력을 잡아야 하기 때문임.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닌거같지? 미안한데 맞음. 사회학 공부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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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은 진짜 코르셋 맞는 것 같다.. 나는 무인도에 떨어지면 예쁘게 세팅하고 나뭇잎을 바꿔 배치하는식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겠지만 화장할 것 같지는 않거든.. 화장은 코르셋이 맞았네.. 그래도 화장에 따라 변하는 내 모습 보면 재밌긴해 나는 쉽게 질리는 편이라 그런가 하루하루 새로운 화장하고 다녀서..
여성이 아름다워지라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화장이 코르셋이라 생각될수는 있지만 화장한 여성은 코르셋을 입었다라는 명제는 동의하기 힘듬. 화장 안 한 여성은 코르셋을 벗었다.도 마찬가지고. 화장을 하는 여성이 코르셋에 의해 조여지고 있다면 남자들이 질색하는 스모키나 레인부츠나 호피무늬 자켓이 유행하는 일은 없었을걸.
코르셋이라는 말자체를 싫어하는사람많더라 여시에 ㅋㅋㅋ 왜구냥인정을못해??
공감하고 싶은데 공감이 안되서 그냥나감...
외모꾸미는데는 원래 돈을 거의 안써서..화장도 한달에 서너번하고ㅋㅋㅋㅋ
코르셋비용 줄여서 돈모아야지 하고 들어왔다가 그냥나감.
나도 지금 화장한 상태지만 내가 코르셋 쓰고있는거 인정해..
화장은코르셋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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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이가장눈에잘보이고 심하니까 화장하는게 주로 나오는거라고생각해
그냥 코르셋임을 인정하면 되지 왜 못하는거지 코르셋 썻다는게 나쁘다는게 아니잖아 나도 진심 풀메하고 골반뽕하고 가발까지 붙이고 나가면서도 내가 코르셋에 갖혀 사는구나 느껴짐 글고 시발 남자들은 존나 편하게 살겠다 존나부럽ㅡㅡ
화장 긴머리 다코르셋임 나혼자무인도떨어졌을때도 화장하고 치장할지 생각해보면 답나옴
나는 예쁜게 자기 만족 안되더라 그래서 외모 코르셋 금방 버렸어
예쁘려고 운동하고 다이어트 하는거 보다 집에서 뒹굴면서 먹고싶은거 먹고싶을때 먹는게 더 만족 스러워
모공 줄이려고 하루종일 좋은 화장품 찾아보고 여드름 하나 가리려고 파데랑 컨실러 찾아보는거 보다 그 시간에 잠 한숨 더 자고 넓은 모공 벌건 여드름 신경 안쓰고 다니는게 더 만족스럽고
외모관리로 절약한 시간, 돈을 내 취미나 커리어에 쓰는게 더 만족스럽더라
화장하고 다니는게 예의라는 말 존나 극혐이야
나 화장하고 긴가발 써 나 코르셋쓴거 맞고 인정함 이런글 좋아 그래도 하루만 이러고 나머지 날은 썬크림만 자르고 머리도 안감음 조금씩 놓고있어 왜 놓냐고? 웜이 나보고 흉자놈이라해서 놓는거 아니얔ㅋㅋ 누가 나보고 뭐라해서 억지로 놓는게 아니라 웜덕분에 깨달았고 지금 많이 편해지고 생각도 달라짐 나 콜셋쓴거 맞고 앞으로 줄여나가겠지만 필요할땐 쓸거야 솔직히 하지만 절대 남들 씌우는 말하지 않을 거고 나도 자유로워지는 방향으로 갈꺼야 무조건 기분나빠하지마 솔직히 이거 여자들 욕하자고 쓴글 아니야 여자들 도와주자고 쓴글이지
그리고 다른근 존나 명문인데 그것도 가져오면 좋겠다
자기만족이라는 사람들은 더 위험한거라고 자기 스스로가 본인을 대상화하는 거라고 더 자각하기 힘든거라는 글 있었는데 존나 대갈빡 깨지는 기분이었음
나 솔직히 남들 안보여줘도 화장하고 예쁜 내 얼굴 거울로 존나 보고 만족하고 그랬음 근데 그게 자기 만족이 아니었음
내가 내스스로를 대상화하고 인형취급하고 있었던거임
지금은 화장한 얼굴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보임 내 얼굴이 씨디같아보이더라.. 나 화장 존나 연하게하는 편인데도
그냥 안한 얼굴이 자연스럽고 편해보이고
그 권력과 자유로움 편함을 이제 아니까 절대 이전과는 다름
나 숏컷이고 일주일씩 머리 안감
일주일씩 머리 안감고 그래 그래도 친구 만나고 남자들 아직 만나고 만날때는 화장하고 긴머리 가발까지 씀 난 이거 코르셋 인정함
그리고 필요하면 다 이용할거임
내가 더 편하고 잘살기 위해서 뭐든 다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eHf/1674032 이거맞지!?
이게 약간 코르셋과 개성의 차이가 약간애매한데 둘의 공통점은 어쨌든간에 내가 남들에게 이렇게 보이고싶다 인거같음. 근데 여성스러운 꾸밈도 개성의 범주에들어가냐 코르셋의 범주에 들어가냐는걸 판단하는건 결국 자기몫이지만 사회에서 여성에게 추구하고 강요하는 미가 결국 나에게 영향을 준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봐야하는거같음
나 우울증 정말 심해서 자살시도 할 때가 최고로 잘 꾸미고 다녔었어ㅋ 그 때는 몰랐지 지금은 화장하면서 파데도 까먹고 로션바르고 색조 얹어도 뭐 괜찮네 하고 그냥 출근하는데 당시에는 돈도 없는데 쪼개고 시간들이고 괴로운데 왜 괴로운지 모르고 12센티 스틸레토만 신고 다녔는데 하면서 괴롭다면 안해도 돼 누가 욕해도 하지마 그 기운으로 나에게 잘해 그게 좋더라 물론 지금도 우울한데 예전보다는 몸도 통장도 편함ㅠㅜㅋㅋㅋ
아 이글 지우지 말아주라..나한테 필요한 글이다 ㄹㅇ 꾸미는거랑 돈에 쪼달리고 진짜 개스트레스
와...
근데 진짜 일생에서 젤 우울한 나날들이 진짜 열씸히 꾸미고 다녔던듯
날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남한테 책잡힐까봐??약간 그런 피해의식이었음
와 진짜 소름돋는다...고맙다 좋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