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크라시입니다. 아직 얼리액세스 중이죠. 갈 길이 한참 멉니다.
저는 소개글도 연대기처럼 쓰는 스타일이지만, 찍어놓은 스크린샷이 없어서 그냥 소개만 하겠습니다.
원래 백종원이 극찬하는 식당은,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칭찬해줄 시간도 없는 그런 식당이잖아요?
저도 플레이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스크린샷 찍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플레이어로 선택한 줄리앙 레테? 입니다. 이름을 보니 프랑스계인가봅니다. Lete는 뭐라고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10만 달러 현찰 들고 시작해서 9년만에 총자산 8380만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미국에서 50번째로 부자입니다.
이 게임의 목표는 미국 최고 부자가 되든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명사가 되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소득재산신고서를 살펴봅시다. 자산의 절대다수(7800만 달러)가 '레테 운송회사'의 지분 52.47%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위에 있는 자잘한 기업 주식들은, 게임 처음 시작했을 때 배당율 높은 대기업 몇 개 사뒀다가 남은 거스름돈입니다.
텍사스 기업들을 봅시다. 레테 운송회사는 텍사스에서 4번째로 기업가치가 큰 대기업입니다.
원래 캘리포니아에서 게임을 시작했는데, 거기 기업들을 보니까 가장 싼 기업도 너무 크더라구요.
만만해보이는 텍사스로 이주해서, 경매에 나온 수집품을 싼 값에 사서 비싼 값에 되팔거나,
배당율 높은 우량기업 주식을 싼 값에 사서 배당 받아먹다가 비싼 값에 팔거나 해서 돈을 천천히 불리다가,
어느 정도 모였다 싶어서 포스터 브라더스(Foster Brothers)라는 가장 작은 운송회사의 지분 51%를 샀습니다.
처음 샀을 때에는 시장점유율이 텍사스 운송사업 전체의 1%도 안되는 영세기업이었을 겁니다.
그때 기업가치가 대충 200만 달러대였을 건데... 회사명 바꾸고 9년을 굴려서 여섯 배로 키웠습니다.
사업 확장 속도에 비해 주가가 많이 오르질 못해서인지, 아직도 베어러블 운송회사보다 저평가되어 있네요.
이 회사의 사업개요를 찬찬히 뜯어봅시다. 직원은 846명, 시장점유율 21.2%입니다.
저기 표기된 시장점유율은 텍사스 기준이 아니라 미합중국 기준입니다. 그러니까 미국 운송시장의 20%인 거죠.
이 게임은 아직 증권거래소 기능이 실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주식을 사려면 기존 주주와 직접 협상을 해야 합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에게는 경제와 외교 스탯이 있고, 트레잇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낭비벽이 있는 캐릭터는 호구입니다. 값을 싸게 후려칠 수 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노릴 만합니다.
하지만 모든 캐릭터들은, 어느 정도의 영향력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만나주지도 않죠.
주주가 되면 여러 가지 안건들을 총회나 이사회에 제안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보유지분이 50%가 넘는 과점주주라면, 그딴 귀찮은 과정은 생략됩니다.
가장 재밌는 기능이 '보조금 신청'과 '정부 계약'인데... 이건 좀 있다가 설명하도록 하죠.
기업은 이렇게 굴러갑니다. 매출이 생기고, 매출원가가 나가고, 영업이익이 남으면, 세금을 떼고, 순이익이 남죠.
그 순이익에서 주주들에게 배당이 나가고, 남는 돈이 회사에 재투자되는 구조입니다.
모든 주주들은,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영역에 투자할 것을 요구합니다. 총 12가지가 있는데...
보통은 영업이나 품질을 연구해서 판매가격을 올리거나, 동기부여나 기계화나 고용에 투자해서 생산성을 올리거나...
뭐 대충 그런 걸 하면 이익이 늘어납니다. AI는 그런 걸 모르니까 엉뚱한 데에 투자를 하고, 기업이 성장을 못하죠.
이 의사결정 역시 주주들의 지분율만큼 반영되므로, 50%를 초과하면 너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무조건 투자됩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 있는 노동자 고용, 임금, 근로조건(?), 연구, 배당율 뭐 그런 것들은,
50% 지분을 초과해서 과점주주가 되어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일단 과점주주가 되면 회사명부터 바꾸고(??), 배당율을 50% 이하까지 낮추고, 영혼까지 끌어서 고용을 팍팍 하고,
매 분기마다 뭘 연구해야 수익이 극대화되는지 확인하고, 나머지는 뭐 적당히 중간만 하면 쉽게 성장합니다.
원래 배당율 85%였던 걸 50%까지 낮췄다가, 지금은 더 성장시킬 생각이 없어서 75%로 올렸습니다.
텍사스 운송시장의 66.4%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자입니다.
재정, 기업가치, 현금흐름의 그래프가 모두 회색인데, 다른 기업을 흡수합병해서 수치가 초기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포스터 브라더스의 경영권을 처음 인수한 이후로... 한 3개쯤 흡수합병한 것 같습니다.
미국 지도입니다. 현재 구현된 건 8개 주밖에 없습니다. 나중에는 세계시장까지 구현한다는데... 그거 빅토리아3죠?
처음 시작할 때에는, 근거리에 이웃 주들이 많은 오하이오 근처에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하이오의 클리블랜드는 석유왕 록펠러가 처음 경영을 시작한 도시이기도 하죠.
텍사스를 살펴봅시다. 뭐 복잡한 수치들이 많은데... 플레이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건, 공공건물을 기부해서 영향력을 올릴 수 있다는 거죠. 카네기 대학교처럼 말입니다.
주 정부에는 주지사, 재무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이 있습니다.
여성참정권도 없던 1870년대에 왜 여성정치인들이 이렇게 많이 보이는지는 묻지 마세요. 채신유행임미다.
그래도 로딩화면 일러스트에는 백인 남성들밖에 안보이더라구요. 개발자 최후의 양심인 모양입니다.
암튼 간에, 녹색 배경은 그 사람과 친구 먹었다는 소리고, 파란색 배경은 약점을 쥐어서 조종하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미국 최대 운송기업 경영자가 주지사, 재무장관, 경찰청장과 친구이고, 검찰총장을 조종합니다. 정경유착 스멜~.
재무장관을 움직여서 보조금을 빨아먹고, 주지사를 움직여서 정부와의 계약을 타내 기업을 성장시킵니다.
경찰청장을 움직여서 경쟁자의 뒷조사를 하고, 가짜 증거를 심습니다.
그렇게 캐낸 약점을 검찰총장에게 넘기면, 검찰이 뚝딱뚝딱해서 구속영장 청구하고 법정에 세우게 되죠.
보너스로, 경찰청장이 뒤에 있으면, 노동자들의 파업 시도를 공권력을 동원해서 조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와! 러들로 학살!
명사들과 친해지려면, 그에 맞는 영향력을 가져야겠죠. 영향력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수집품을 모으는 겁니다.
술&담배 카테고리는 꽤 싸지만... 요트나 부동산류는 정말 더럽게 비쌉니다. 미술품은 아마 더 비싸겠죠.
돈 없는 초반에는 경매에 나온 수집품을 시장가격보다 싸게 사서, 수집가에게 시장가격에 되파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되팔렘은 선진 금융기술입니다. 종잣돈 모으는 데에는 최고입니다.
그리고 이런 '전문가'들도 있죠. 남의 기업 자산을 폭★파하거나, 기레기를 고용해서 평판을 조절하고,
사립탐정을 고용해서 남의 비밀을 캐내거나, 추기경을 고용해서 독실한 인물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거나,
심지어 히트맨을 고용할 수도 있습니다. 무려 70%의 확률로 관짝 댄스를 춥니다.
경찰청장이나 사립탐정을 통해 약점을 얻어낸 사람들 명단입니다. 텍사스 검찰총장은 방금 보셨고...
텍사스 주지사는 처음엔 관짝 댄스를 시도했는데 실패했고,
경찰청장 통해서 약점을 천천히 모아다가 법정에 세워서 사회적으로 죽여버리려 했는데,
그냥 안되겠다 싶어서, 주식 좀 사다 바치고, 돈도 좀 빌려주고, 선거 지원 유세도 해주고 해서 내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주지사는 믿음직한 자기 친구가 설마 자신의 사생활 레포트를 갖고 있을 줄은 몰랐을 겁니다...
리베라라는 사람은 레테 운송회사의 투자자 중 1명이었을 텐데, 주주총회에서 대립 좀 했다고 라이벌 선언을 하더군요.
그러든가 말든가 잊어버리고 있었는데(그런 라이벌들은 많으니까), 뒷조사를 해서 협박하는 치졸한 수를 쓰더랍니다.
레테 운송회사의 주식을 약간 넘기라고 요구하던데... 불량배로 역으로 협박했는데 실패해서 매스컴을 타버렸습니다.
영향력이 꽤 많이 깎였죠. 빡쳐서 히트맨을 고용했는데 암살에는 실패하고...
대신 사립탐정 통해서 약점을 캐다가 조종하는 중입니다. 아마 더 대들지는 못하겠죠.
히트맨이 실패하는 얘기만 계속 하는 것 같은데, 암살 성공 확률은 70% 맞습니다.
신원불명의 습격자에게 흉탄을 맞고 숨져버린, 이름이 기억 안 나는 흑인 여성 한 명도 저승에서 증언해줄 겁니다 ㅇㅇ
그래서 이런저런 목표들을 달성하면, 그에 따라 경험치를 얻게 됩니다.
가령 남의 약점을 3번 캐내면 경험치를 하나 주는 식입니다.
경험치를 한 번 모을 때마다, 위의 스킬들 중 하나를 레벨업할 수 있습니다.
스킬들 각각에도 좋은 효과가 붙어있고, 스킬들을 연구하다보면 경제, 외교, 정치 등도 레벨업합니다.
경제 스탯이 높으면 가격을 싸게 부를 수 있고, 외교 스탯이 높으면 협상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뭐 그런 겁니다.
실현되지 못한 기능이 너무 많지만, 그걸 감안해도 개인적으로는 꽤 취향에 맞는 게임이었습니다.
다만 몇 가지 단점이 있는데, 우선 종잣돈 모으는 단계가 약간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영 화면만 띄우면 굉장히 무겁습니다. 최적화가 거의 안되어있는 느낌이에요.
얼리액세스이기 때문에, 컨텐츠라곤 주식 구입 협상(확률놀이), 친목질... 뭐 그 정도밖에 없습니다.
사업 확장도, 그냥 가진 예산 다 털어서 고용 확대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너무 쉽죠.
시장의 수요가 사실상 무한에 가까워서... 치킨 게임 뭐 그런 것도 없고, 그냥 확장하면 확장됩니다.
수평선 끝까지 뻗어있는 블루오션을 나 혼자서 다 집어삼키는 시원시원함은 느껴지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도금시대'의 초호황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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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완성되면 상당히 재밌겠네요.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캐피탈리즘 2랑 비슷한 게임인가요
캐피탈리즘은 직접 플레이해본 적이 없기도 하고, 이 게임은 아직 알파버전이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경영 쪽 컨텐츠는 정말 빈약하기 짝이 없고, 앞으로도 캐피탈리즘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캐피탈리즘이 진짜 '기업경영인'의 입장에 충실하다면, 플루토크라시는 '자산운용', 특히 '패밀리오피스'로서의 방향성에 가깝습니다.
와! 자낳괴 시뮬레이터!
지금 게임을 산다면 플루토크라시가 나을까요? 캐피탈리즘이 나을까요?
캐피탈리즘을 해본 적이 없어서 으으음... 캐피탈리즘은 진입장벽이 좀 있지 않던가요?
이건 미완성 단계라서, 그냥 캐피탈리즘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 게임의 방향성이 달라요.
캐피탈리즘은 분명 명작이지만 끼워팔기나 하지 지금 자체 할인을 안 하니까..
굉장한 게임이네요ㄷ
근데 1870년대에 흑인 여성 고위 공직자라니... 고오증은 어디로 간 겁니까!
사실 고증대로면 뭐 사립탐정 고용해다가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담그어(뭐 한몸 희생해서 저 산의 푸른 나무가 되게 해준다던지 대서양이나 태평양의 물고기 사료로 만든다던지) 버리는것도 구현되어야...(핑커톤 전미탐정사무소가 자주 저지른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