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체험활동
지난 주초 봄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이 적시더니 온 누리 봄기운이 꿈틀댄다. 춘분이 다가오자 반송공원 북사면 밭둑 매화와 산수유꽃은 절정을 이루었다. 사림동 주택 정원 목련은 꽃잎이 저물고 공원 언덕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려한다. 삼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문학 동아리에서 정기 모임이 있었지만 나갈 형편이 못 되었다. 집행부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고향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른 아침 마산 합성동으로 나갔다. 울산에 사는 작은조카와 그곳에서 접선해 남해고속도를 달려 의령으로 향했다. 큰형님 내외가 고향을 지키지만 이제 기력이 부쳐 농사일이 버겁다. 벼농사 외에 마늘과 양파와 고추와 콩을 심는다. 대봉감농사도 주말이면 조카들이 와서 많이 거들어야 한다. 진주에 사는 큰조카는 고향집에 먼저 와 있어 마당에는 종손자들이 활기차게 뛰놀고 있었다.
나는 고향집 주변 밭둑을 둘러보았다. 칠순 형님이 짓고 있는 봄철 농사 모습이었다. 비닐하우스 안엔 고추모종이 자라고 있었다. 가지치기를 끝낸 대봉감나무 그루터기에는 두엄을 내어놓았다. 동네 어귀 양파와 재실 뒤 마늘은 엊그제 내린 봄비에 잎줄기가 파릇했다. 잎줄기가 싱싱하면 알뿌리는 절로 굵어지는 법이다. 나무에서 뻗친 가지가 무성하면 뿌리가 깊게 내리는 이치와 같다.
이번 고향 걸음은 지난겨울 잘라 놓은 참나무 토막에 표고버섯 종균을 심기 위해서다. 큰조카가 거들면 일이 수월했겠으나 도청에서 산림담당이라 봄철 산불예방 비상근무로 창원으로 가야했다. 대신 작은조카가 불려와 땀을 좀 흘리게 되었다. 참나무는 고향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언덕에 자라던 것을 큰조카가 잘라두었다. 고향집에서 표고버섯 재배는 처음 시도해 보는 작목이었다.
표고버섯 농사는 수확물을 시장에 내다팔 목적이 아니고 텃밭 채소처럼 집안에서 소비할 정도라 생각한다. 시골에서는 조금만 발품 팔고 땀 흘리면 친환경 식자재가 쉽게 마련된다. 고향 형수님은 봄날이면 고사리나 취나물을 산에 올라 뜯어와 풋나물은 물론 묵나물로도 겨울까지 먹고 있다. 그런데 근래 건강이 많이 기울어 명절이나 기제사면 이런 산나물들도 구경하기 쉽지 않을 듯했다.
나는 집안 재실에서 작업장까지 전선을 끌고 갔다. 큰조카는 작은조카에게 전동드릴로 참나무 토막 구멍을 내는 방법을 전수 시키고 제 볼 일 보러 갔다. 형님과 작은조카는 부자간에 참나무 토막에 구멍을 내면 나는 그 구멍에 표고버섯 종균을 심었다. 그런데 전동드릴에 과부하가 걸리니 작동이 잘 되질 않았다. 읍내 공구 대여점으로 가서 전동드릴을 빌려와 썼더니 작업 능률이 올랐다.
아침나절엔 전동드릴이 말썽을 부려 예상만큼 표고버섯 종균을 심지 못했다. 일에 가속도가 붙을 즈음 점심상이 차려졌다. 형수와 질부가 차린 점심상에 식구들이 둘러앉았다. 형수가 들녘에서 캔 쑥국과 달래 된장국에서 진한 봄 향기를 맡았다. 텃밭에서 뽑은 쪽파로 전을 부치고 유채는 겉절이를 했다. 평소 같으면 나는 반주를 한 잔 할 법했다만 안과 진료를 다니는 중이라 자제했다.
점심 식후 다시 표고버섯 작업장으로 갔다. 전동드릴로 구멍 뚫는 일이 오전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었다. 내가 구멍에다 버섯 종균을 끼우는 일이 바쁠 정도였다. 그런데 전동드릴에 또 과부하가 걸려 작업을 멈추어야했다. 아직 남은 참나무 토막이 제법 되었지만 읍내로 가 공구를 다시 손질해 써야 했다. 남은 일은 형님과 작은조카한테 맡겨놓고 나는 해가 저물기 전 창원으로 복귀했다.
겨울에 잘라둔 참나무 토막은 두어 달 지나면서 수분이 어느 정도 말라 있었다. 그 나무토막에 지그재그로 일정 간격과 깊이로 구멍을 내어 표고버섯 종균을 심었다. 표고 종균을 심은 참나무 토막을 그늘진 곳에 우물 정(井)자로 쌓아두면 버섯 움이 튼다. 이 참나무 토막을 가을이 오기 전 지지대에 세워두면 표고버섯이 나올 것이다. 앞으로 삼사 년 봄가을이면 표고버섯을 좀 구경하려나. 1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