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 중고 장비를 매매하는 기업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난해 3,000만 달러가 넘는 수출 실적을 거뒀다. 김정웅 대표는 “외국 기업에 직접 수출하는 이외에 3국 간 거래 물량도 만만찮다”며 “반도체 중고 장비 딜러 시장에서는 4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가격 결정이 경쟁력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 중고 장비를 매매하는 전문기업이다. 전 세계를 합쳐 3,000억 원이 넘는 반도체 중고 장비 딜러 시장에서는 4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에 판매한 수출 실적만 3,000만 달러가 넘는다. 3국 간 거래를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김 대표의 얘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GE캐피털, 맥쿼리, 스미토모상사 등 외국 대기업들이 선점해온 시장이었지만 서플러스글로벌이 뛰어들면서 ‘반도체 중고 장비 생태계’가 바뀌었다. “중고 장비 시장은 굉장히 세분화돼 있고 시스템을 갖추기 힘든 산업이에요. 저희 회사는 창업 이후 15년간 마케팅, 전략기획, 고객관리, 해외지사 운영 등에서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갖추는 데 노력해왔어요. 이런 노력 끝에 4년 전에 세계 선두를 차지했고, 현재는 후발주자나 경쟁사들이 쉽게 쫓아올 수 없도록 시스템이 구축돼 있습니다.” 고객관리 시스템의 경우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만 6만 명이 넘는다. 고객들의 니즈에 따라 단순 판매 이외에도 수리나 개조를 하는 등 다양한 고객 만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전시장 한쪽 편에 리퍼비셔 룸을 따로 만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플러스글로벌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은 신속 정확한 의사 결정도 한몫했다. 중고 장비 특성상 세계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장비 가격이 수시로 변하다 보니 어느 시점에 장비를 사고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스템화를 통한 경쟁력 차별화
서플러스글로벌이 처음부터 잘나갔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1990년 코오롱상사에 입사해 외국계 업체와 대기업을 거쳐 충남 통상진흥관을 맡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것은 무역이었다. www의 전신 격인 텔넷을 접하면서 그는 인터넷이 무역업계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외영업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해외영업과 인터넷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으로 판단한 그는 인터넷 무역을 파고들었다. 아마존에서 관련 책자를 구입해 공부하는 등의 노력 끝에 인터넷 무역 전문가가 됐다.
“인터넷 열풍이 부는데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30대 중반이었던 제가 서울대, 연세대, KAIST 등의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50대의 나이 지긋한 CEO들에게 강의했던 게 기억나네요.”
직접 인터넷 사업에 나서기로 마음먹고 23억 원이라는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기세 좋게 B2B 전자상거래를 시작했지만 현실은 이론과 달랐다. 불과 2년 만에 사업은 좌초 직전이 됐고, 직원들 대부분이 회사를 떠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B2B 거래의 경우는 무엇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가 필요합니다. 가령 베어링 몇 개가 제때에 도착하지 않으면 공장이 멈추게 돼요. 또한 거래를 위해서는 분야별로 상당한 전문지식이 필요한데 온갖 중고제품을 취급하다 보니 그게 어려웠습니다.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B2B에서 장터만 크게 벌여놓았으니 잘 될 리가 있나요.”
영어 이름 부르고 사장실 따로 없어
김 대표의 영어 이름은 브루스다. 회사 동료들끼리는 물론 김 대표에게도 직접 브루스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사장님, 상무님 하다 보면 벌써 머리가 굳어요. 이름을 아예 영어로 부르다 보면 의사소통이 훨씬 쉬워집니다.” 대표이사실도 따로 없다. 일반 직원 책상 옆에 김 대표의 책상을 놓고 일을 한다. 책상에는 업무 관련 자료와 모니터 세 대가 전부다. 한때는 모니터 네 대를 갖다놨지만 ‘버벅거려서’ 세 대로 줄였다. 직원들에게 지시할 일이 있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얘기하면 그만이다. 서플러스글로벌은 ‘한국 회사를 통틀어 가장 글로벌한 회사 중의 하나’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직원들끼리도 영어로 회의를 할 때가 많다. 미국, 대만, 중국 법인 등과 일주일에 한 번 화상회의를 하는 것은 물론 회의실 이름도 상하이, 싱가포르,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법인이 위치한 국가의 주요 도시 이름을 붙였다. 사무실은 ‘의사 결정을 하는 공장’이라는 의미로 ‘디시전 메이킹 팩토리(Decision Making Factory)’, 사무실 입구에 위치한 카페는 ‘하와이’, 수면실은 ‘타이티’로 부른다. 도체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투명하지만 서플러스글로벌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모리보다 비메모리 장비가 더 많은 데다 사물인터넷 시장의 성장으로 앞으로 3년 이상 중고 장비 시장이 활황을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중고 장비 가격이 지난해 20~30% 올랐고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더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