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편으로 무수히 쪼개어지듯 채색된 캔버스 위에
낡은 두 벌의 옷이 마치 수의처럼 걸려있고
그리고 오른쪽,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옷 위에는
뱀의 껍질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황금양털의 영웅 이아손은 적국의 딸 메데아와 사랑에 빠졌다.
메데아는 이아손과 사랑의 도주를 했고...
이때 메데아의 남동생이 그들과 동행했다.
이들이 사력을 다해 질주하는데... 메데아의 아버지가 말을 달려 그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들을 거의 따라잡게 되었을 때....
최후의 방법으로. 메데아는.
친 남동생의 목을 베어 그 머리를 던졌다.
아들의 목이 굴러떨어지는 것을 본 아버지는. 차마 더이상 말을 달릴 수 없었다.
그렇게 메데아는 이아손과 함께 도주에 성공했고
그들은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날 메데아는 이아손의 배신을 알게 된다.
그녀에 대한 기만을. 자신은 더이상 이아손의 사랑의 대상이 되지 못하며
이아손은 다른 여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친동생의 목을 바치기까지 사랑했던 이아손.
이제 광기에 미친 메데아는 이아손을 향해 궁극의 복수를 시작한다.
남편의 눈 앞에서... 자신과 그가 부부로서 낳았던 자식들을 하나 하나 무참히 살해하기 시작한다.
유태인의 의상을 연상시키는 두 벌의 헤어지고 낡은 의상은
끝을 알 수 없는 인간 역사의 그 길고 긴 영겁의 회귀를 떠올리게 했고
오른쪽. 여성의 옷 한가운데 늘어져있는 뱀껍질은
알 수 없는 기괴함에 몸을 떨게 했다.
이 작품은 아주 크고 검은 기념비처럼 내 앞에 서 있었고
나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도슨트가 안내했듯이
이 작품은 인간의 역사 속을 끈질기게 관통하여 내려오는 죄,
그 강박증적인 죄의식을 표상하고 있었다.
독일인들이 저지른 역사상 유래없는 대학살극. 홀로코스트.
그리고 멀고먼 고대. 배신과 기만에 치를 떨며 친자식들을 자신의 두 손으로 살해했던 여인. 메데아.
인간 영혼의 중심에 박혀
영원히 인간의 존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유령과 같은. 원죄를.
독일의 대표적 현대작가 안셀름 키퍼(Anselm Kiefer)의 작품, "Jason and Medea".
Zoltan Kodaly(1882~1967)
Sonata For Unaccompanied Cello,Op.8
Janos Starker, violoncello
안셀름 키퍼
80년대에 전세계적인 추세로 휘몰아쳤던 신구상회화의 대표적인 작가인 안셀름 키퍼는 표현적인 필치를 사용하여 회화를 복귀시켰을 뿐만 아니라 금기시되었던 특정 역사와 신화를 미술작품의 주제로 불러낸 인물이다.
풍경의 형식으로 제시된 그의 작품은 회화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설치, 조각, 행위 등으로 확산되며 이때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시간의 무게를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금속이나 지푸라기, 깃털, 말린 꽃등의 유기체적인 재료들을 사용하였다.
그의 작품은 역사적 지명이나 다양한 인용문들을 첨가하여 작품에 대해 시각적인 관찰로부터 개념적인 사고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이해를 요구한다.
첫댓글 좋은 스크렙 감사하게 가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