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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미용실로 들어간 은서에게 직원이 말했다.
“언니. 원장님께서 찾으세요."
“무슨 일 있었어?”
“또 언니 스카우트 때문에 오신 것 같아요.”
“그래?”
은서가 원장실 문을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 자주 오던 박실장님과 처음 보는 여자가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엔터테인먼트 정미호대표님. 그리고 같은 곳에서 근무하시는 박실장님은 알지?”
“네.. 아..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오늘 이렇게 연락도 없이 찾아온 이유는.. 윤은서씨를 저희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어서요.”
은서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조금 숙였다가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일이 종종 있었지만 그녀는 거절을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하는 일이 좋아요.”
“공개채용이니까 한 번 와 봐요.”
대표라는 사람은 서류와 명함을 은서앞에 내려놓고 원장님께 인사를 하고 나가고 박실장님이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내일 꼭 보자..” 라고 말하고 원장실을 나갔다. 은서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원장님을 바라보았다.
“한 번.. 가 봐.”
“원장님도.. 저를 그렇게 보내고 싶으세요? 그 쪽 일은 별로..”
“그 사람 누님이야.”
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원장님을 바라보았다.
“너도 박실장 통해서 들은 게 있겠지만.. 소문에 의하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간 그 사람은.. 예전보다 더 까칠해졌다나봐. 담당 코디가 울면서 그만 둔 게 이번이 5번째래..”
은서가 말도 안 된다는 듯 피식 웃었다.
“머리아파 죽겠다고 지금까지 말했는 걸? 선 자리는 엄청 쏟아져 들어오는데 안 보겠다고 화를 내서는 할머님, 부모님은 물론 일 외에 누나도 안 보고, 자신의 집에 찾아오지도 못하게 하나봐.”
“원장님..”
“혹시 알아? 두 사람.. 그 때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엇갈렸는지도. 아직 사랑하잖아. 그렇지? 그럼.. 한 번 부딪쳐 봐. 평생 그렇게 살 거야? 도망치면서? 다녀 와..”
은서가 고민하듯 고개를 숙이며 숨을 내쉬었다.
그날 저녁 은서는 재인의 집으로 찾아가서 아가를 품에 안았다.
“혜리야~. 아.. 우리 공주님 냄새 너~무 좋다~.”
“너도 얼른 결혼해서 낳아.”
은서는 조용히 혜리를 바라보았다. 재인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어떻게 할 건데?”
“모르겠어..”
“아저씨가 그렇게 한 이유는 알겠는데 그 후에 찾아오지 않았던 건.. 이해가 안 돼. 하긴.. 7년 만에 만난 선생님에 비하냐? 그래도 아저씨는 2년 만에 만났잖아.”
은서가 피식 웃었다.
“해 봐. 혹시 알아? 너의 장점을 부각시키면 질투로 활활 타오를지.”
은서가 인상을 찡그리며 재인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반대를 하셨다.
“미쳤어? 네가 거길 왜 들어가니? 나이도 적지 않으면서.. 조용히 있다가 선 보고 결혼이나 하라니까.”
“엄마는.. 마음에도 없는 남자랑 결혼해서 살면 내가 행복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 너도 알잖아. 그 때 네가 얼마나 힘들었어?”
은서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빠를 바라보자 아빠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왜..”
“아빠.. 저 다시 나가 살면 안 돼요?”
“안 돼! 말이 되는 소릴 해!”
아빠대신 엄마가 큰소리로 화를 내셨다.
“그럼 가슴 수술이나 시켜 주시던지요!”
“유전이야. 외할머니 가슴도 지금 연세가 드셔서 그렇지 젊으셨을 때는 한 가슴 하셨었어. 나도 마찬가지고.”
“아무리 그래도 내가 제일 큰 것 같은데?”
“요즘은 다들 잘 먹으니까 그런가.. 너는 나 보다도 조금 더 큰 것 같더라만..”
은서가 엄마를 흘기듯 바라보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건 할 거예요.”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자 엄마가 따라 가려고 일어섰다. 아빠가 엄마의 손을 잡으셨다.
“앉아. 그만 화 내고..”
“당신은.. 걱정 안 되세요?”
“돼. 하나밖에 없는 딸이 걱정이 안 되겠어? 하지만 내 딸이.. 하고 싶다는 건 해 주고 싶어.”
“못 살아..”
“뭘 못 살아. 잘만 살면서..”
엄마가 웃으시는 아빠를 흘기듯 바라보셨다.
“형. 새로 코디 뽑았대요. 일단은 박실장님 아래에서 신인 가수 코디로 3개월 수습하고 나면 형 코디로 올 것 같아요.”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인호가 인상을 조금 찡그리며 매니저 기준을 바라보았다. 원래 준혁과 다시 하려고 했는데 준혁은 가게일이 더 좋다고 해서 가끔 함께 있어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쯧.. 나 혼자서 해도 된다니까 그러네.. 누군데? 만나는 봤어?”
“네. 조금 전에 대표님 방에서 나오는 걸 봤는데요. 귀여워요. 제 타입인 것 같아요.”
인호가 피식 웃었다.
“냄새는.. 향수 들이붓는 타입 아니야?”
“음.. 수수해 보였어요.”
“하아.. 알았다.”
인호가 일어나자 기준이 문을 열며 말했다.
“어디로 가십니까?”
“준혁이한테 가자.”
“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이 열리자 박실장과 은서가 서 있었다. 문이 닫히려고 하자 기준이 열림버튼을 눌렀다.
“안 타십니까?”
박실장이 인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인호가 안에 올라 몸을 돌렸다.
“새로 저희 직원이 된 윤은서씨에요. 인사 하세요. 여긴 저희 소속 배우 정인호씨.”
인호가 몸을 조금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서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윤은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돌렸다. 문이 열리자 인호가 내리자 기준이 난감한 표정으로
그녀들에게 인사를 하고 내렸다. 문이 닫히는 사이로 은서가 시선을 들어 인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자 박실장이 말했다.
“하여간 성질은.. 너무 신경쓰지 마.”
“네. 괜찮아요.”
“저러니 코디들이 버티겠어? 조금만 이상한 냄새가 나도 나가라고 했었다니까? 우리한테 무슨 냄새가 난다고 인상을 쓰기
는..”
은서가 피식 웃었다.
차를 몰며 룸미러로 기준이 인호를 바라보았다.
“첫 인사부터 그러면 어떻게 해요? 형은 참.. 얼마나 무안하겠어요? 그렇게 싫어요? 뭐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건데요?”
“너.”
“네, 형.”
“입 좀 다물면 안 되냐? 머리 아파. 조용히 가자.”
“네.”
인호가 눈을 감고 한 숨을 내쉬었다.
준혁이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이 나와?”
“그럼 화낼 이유 있어? 은서씨도 널 다시 만나고 싶으니까 대표님 제의 받아들인 거 아니겠어? 잘 해 봐.”
“하아..”
“도망치는 이유가 뭐야?”
인호가 고개를 숙이자 준혁이 손을 들어 인호의 어깨를 잡았다.
“최선을 다해 용서를 빌고, 있는 힘껏 사랑해 줘. 그럼 네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까?”
“모르겠다..”
인호가 한 숨을 내쉬었다.
박실장님을 도와 신인 남자 가수의 코디로 3개월을 보낸 은서는 잠이 모자라고 너무 피곤했다.
“그렇게 힘들어?”
오랜만의 휴일로 은서가 재인을 찾아왔다.
“응. 아저씨 얼굴은 몇 번 못 봤어. 그것도 지나가면서 몇 번..”
“아는 척은 해 주시고?”
은서가 고개를 저었다.
“인상 잔뜩 찡그리고, 말도 안 하고.. 인사도 안 받아 주시고.. 이젠 내가 싫어지신 것 같아.”
“너의 장점을 부각시키라니까 그러네. 이제 보이는데 시각적인 것에도 신경을 써야지. 아저씨 화보 촬영하러 해외 간다고 하지 않았어?”
“응. 그렇게 했는데도 안 쳐다보시면 어떻게 해? 그럼 너무.. 기가 죽을 것 같아..”
“나랑 쇼핑 좀 하자.”
“응?”
“이번 여행에서 기회를 잘 잡아서 널.. 던져.”
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재인을 바라보다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여행가방을 들고 인천공항에서 내렸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니 박실장이 웃으며 그녀를 맞아주셨다.
“기분은 어때?”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일이라는 실감은 안 들고 여행가는 것 같아서 설레요.”
“나도 그래~. 왜냐하면.. 우리를 괴롭힐 그 자식은 우리보다 늦게 출발할 거거든. 스케줄이 늦어져서.”
“아..”
은서가 시선을 내리자 박실장이 어깨로 그녀의 어깨를 슬쩍 밀었다.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좀 쉬자고.”
“네..”
은서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화보촬영을 위해 그들은 환상의 섬으로 출발했다.
은서의 입이 벌어졌다. 태어나 처음 보는 오묘한 색의 바다를 바라보는 은서의 가슴이 감동으로 벅차올랐다.
“그렇게 좋아?”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코타키나발루에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박실장님을 바라보았다.
“사실은 나도 그래. 바빠서 웨딩촬영을 못했거든. 대표님이 하루 시간을 더 주셨어.”
“아.. 그래요? 언니.. 웨딩화보 촬영 헤어, 메이크업은 저한테 맡기세요. 저.. 웨딩쪽은 진짜 자신 있거든요.”
“그럴 생각이었어. 잘 부탁한다.”
“네.”
은서는 오랜만에 기운이 솟는 것 같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하거든? 지난 3개월 동안 신인 쫓아다니느라 수고했어.”
“네..”
박실장이 웃으며 은서를 바라보았다.
준혁이 미소를 지으며 은서를 바라보자 인호가 인상을 찡그리며 선글라스 너머로 준혁을 바라보았다.
“뭐하냐? 나 피곤해. 저녁 회의 전까지 좀 자고 싶다고..”
인호가 준혁이 바라보고 있는 곳을 바라보던 인호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거냐? 왜 은서가 여기 있어?”
준혁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인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이번 여행에서 드디어 잘 해 보려고 이번에 같이 오게 네가 부탁한 거 아니었어?”
“무슨 소리야~.”
그가 핸드폰을 꺼내 누나한테 전화를 걸었다.
“뭐야.. 왜 저 녀석이 여기 있는 거냐고!”
<누구.. 윤은서씨? 정직원 됐어. 이제부터는 박실장 도와서 네 코디로 일하게 되었는데? 네 코디로 함께 간 거야. 뭐가 문젠
데?>
“난 코디 필요 없다니까? 도대체 왜 뽑은 건데?”
<시끄러워. 실력 좋은 직원들이 죄다 네.. 하아.. 지독한 독설과 까칠함에 울면서 그만 두게 만들어서
채용할 직원이 없었다고. 소문도 쫙 나서 공개 채용했는데 은서씨 한 명 왔더라.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지난 3개월간은 우리 신인 가수 코디 메이크업해주면서 고생 좀 했어.
앞으로는 박실장님이 뒤에서 서포트 해 주고 네 담당으로 있게 될 거야. 성격도 좋은 것 같고,
실력도.. 좋더라.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발.. 참아주라.. 촬영 잘 하고 와.>
누나가 전화를 끊자 인호는 턱에 힘을 주었다.
“이 기회에 너도 잘 해 봐. 바로 옆에 있는데도 왜 용기를 못 내냐?”
인호가 한 숨을 내쉬며 몸을 돌려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인사 안 해?”
“피곤해..”
“알았다~.”
준혁이 짐을 들고 오는 매니저 기준을 바라보았다.
“얼른 안 와?”
“가요~.”
준혁이 피식 웃고는 인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 기준이 걸음을 옮겼다.
“으이구.. 일찍도 왔네..”
박실장이 뒤를 돌아보자 은서도 뒤를 돌아 숙소로 들어가는 준혁과 인호의 모습이 보였다. 은서가 소리 없이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박실장에게 물었다.
“오늘은 뭐 해야 해요?”
“이따 내가 화보촬영 담당자랑 상의할 거야. 너도 같이 있으면서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아두면 좋겠지?”
“네.”
“그 때까지는 너도 짐 풀고 좀 쉬어.”
“저.. 수영해도 돼요?”
“벌써?”
“안 되겠죠..?”
“해라.. 그렇게 좋니?”
“네.”
은서가 셔츠를 풀자 박실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에 수영복 입고 왔어?”
“헤~.”
“못 말린다..”
박실장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좋아. 나도 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올 테니까 기다려.”
“네~.”
박실장이 숙소로 향하는 것을 본 은서는 떨리는 손으로 옷을 벗어서 야자나무 아래에 내려놓았다.
남색 수영팬티 위에 같은 색 반바지를 입고 위에는 과감한 붉은색 딸기 패턴이 들어간 비키니였다.
재인과 실랑이 끝에 결정한 수영복이었다. 그녀는 마른 침을 삼키며 제발 얼굴에 지금 두려운 마음과
두근거리는 마음이 표시가 나지 않길 바랬다. 허리를 숙여 바닥에 놓인 작은 가방에서 선크림을 꺼내 바르기 시작했다.
“우와~. 몸매 장난 아니네.. 볼륨이 없는 줄 알았는데.. 비율이 좋은데?”
“그치? 얼굴은 아이처럼 생겨서 저런 몸매가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네.. 웬만한 여배우들 보다 나은 것 같은데?”
숙소 앞을 지나가는 남자들의 말과 웃음소리에 준혁이 인상을 찡그렸다. 인호는 벌써 창가에 서서 은서가 날씬한 배에 선크림을 바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형님들은 수영 안 하십니까?”
기준이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우린 여기에서 쉴 거야. 넌 가고 싶으면 갔다 와.”
준혁의 말에 기준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기준이 나가자 준혁이 피식 웃으며 인호를 바라보다 몸을 돌려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인호가 문을 열고 밖으로 성큼성큼 나갔다. 인호가 빠르게 다가가 허리를 구부리고 다리에
선크림을 바르고 있는 은서의 팔을 잡아 바로 세웠다.
“뭐하는 거야?”
그가 입을 조금 벌리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녀가 그리운 그의 얼굴과 목소리 자신을 잡고 있는 팔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선크림 바르고 있는데요..”
“여기에 와서 남자 하나 꼬시려고 하나? 눈 다 버리겠으니까 좀 가리지?”
그녀가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말대로 누군가 하나 넘어올 것 같긴 하네요.”
그녀는 그들을 지나쳐 가는 남자들의 시선에 고개를 조금 돌리며 말했다.
“여긴 왜 들어왔어? 너한테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안 어울릴 건 뭐래요? 제가 배우를 한 대요, 아니면 가수를 한 대요? 저요. 제법 실력 괜찮거든요?”
“설마.. 나 때문에 들어온 건가?”
“웃겨.. 저를 버린 남자 기다릴 정도로 저 남자 안 궁해요. 그런 걱정이라면 하지 마세요. 그럼...
선글라스 쓰셨으니까 잘 안 보이지 않아요? 눈이 더 버릴 것 같으면 눈을 감고 계시던지..
아저씨가 아무리 뭐라고 하셔도 전 오늘 꼭 저 바다에 들어갈 거니까..”
은서가 환한 미소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가 슬픈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박실장이 가까이 오자 인호가 표정을 숨겼다.
“오셨네요?”
인호는 대답대신 입고 있던 푸른 색 반팔 셔츠를 벗어 은서의 얼굴에 던진 후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저 인간이 뭐래?”
“눈 이상해질 것 같다고 좀 가리라고 하시네요.”
“웃겨~. 몸매 끝내주는 구만.. 자기 이거 자연산이야?”
“네..”
은서가 수줍게 미소를 짓자 박실장이 부러운 듯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은서가 그의 옷을 걸쳐 입자 박실장이 피식 웃었다.
“하긴.. 그렇게 입어야 편하게 놀 수 있겠다. 안 그러면 자기한테 일부러 넘어지는 짐승들을 신경쓰느라 놀지 못할 거야.”
“네..”
은서는 고개를 돌려 흰색 민소매 티를 입고 걸어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아직 그의 체온과 향기가 남아있는 셔츠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들어가 볼까?”
박실장이 먼저 걸음을 옮기자 은서는 그의 셔츠를 조금 들어 그의 향기를 들이마신 후 박실장의 뒤를 따라 갔다. 잠시 후 그녀들이 물에서 노는 것을 본 사람들이 들어와 함께 물놀이를 했다.
인호가 의자에 앉아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은서를 바라보고 있자 준혁이 옆에 의자를 끌어와 앉으며 그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그렇게 걱정되면 너도 들어가서 옆에 있던지.. 다른 녀석들이 만지지 못하게.”
인호가 피식 웃으며 음료수를 마셨다.
“좋아? 그냥 보기만 해도 좋으냐고..”
“그래.. 좋아..”
준혁이 인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바보같은 놈..”
“너한테 듣고 싶지 않다.”
준혁이 키득거리면서 웃는데 인호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 남자직원이 은서를 번쩍 들어 바다에 던지는 것을 보자 그는 몸을 돌려 숨을 내쉬었다. 손을 들어 목덜미를 문질렀다.
“가라니까?”
“하아.. 내 명에 못 살겠다..”
“난 오늘 들어가봐야 하는데.. 어쩌려고 그러냐?”
준혁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하자 인호가 신음소리를 냈다.
내일 촬영에 대한 회의가 끝나고 저녁을 먹으며 은서는 옆에 앉은 기준이 껍질을 벗긴 새우를 그녀의 접시에 내려놓자 미소를 지으며 “고맙습니다.” 라고 말했다. 소스를 찍어 입에 넣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은서씨는 뭐든지 잘 먹는 것 같아요.”
“가리는 게 별로 없어요.”
“씩씩해서 보기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녀가 웃으며 말하자 기준도 미소를 지었다.
“아까 뵈었던 분은 안 보이시네요.”
“아.. 준혁이 형이요? 일이 있어서 우리나라로 들어가셨어요.”
“아..”
“그 형은 여자 있어요.”
“네?”
“오래 전부터 사귀는 여자 있다고요. 그 형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닌데.. 정말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아.. 그럼 다행이고요.”
“네?”
“아니에요. 하하하..”
은서는 피식 웃었다. 다른 자리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인호가 조금 먹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먹지..”
촬영감독과 화보담당자들이 아쉬운 듯 그를 바라보았지만 인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에게 대답했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가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섰다.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은서가 기준에게 말하자 기준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하지만 인호가 그의 옆을 지나가며 불렀다.
“기준아.”
인호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레스토랑을 나가자 기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형. 잠깐만요. 금방 다녀올게요.”
“네.”
기준이 나가고 나서 그녀는 식욕을 잃고 아이스티를 손에 들고 벌컥벌컥 마셨다.
“왜 부르셨어요?”
인호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요? 뭐 필요하세요?”
“너. 네가 필요해.”
“네?”
“지금부터 내 옆에 있어. 알았어?”
“저녁 다 안 먹었는데요.”
“가자.”
인호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자 기준이 눈을 감으며 화를 참는 표정을 지었다.
“안 오지.”
“가요~.”
기준이 몸을 돌려 인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여러 여자 스텝들이 사용하는 숙소에서 박실장이 욕실에서 나오자 은서도 욕실로 들어갔다.
“오.. 욕실도 예쁘다..”
은서는 욕조에 들어가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박실장은 결혼할 남자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은서는 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말렸다. 낮에 물놀이를 너무 해서 그런지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드라이어기를 거실에 원래 있던 자리에 놓고 박실장을 바라보았다.
“먼저 자도 돼요?”
“졸리지?”
“네.”
“열심히 놀더라니. 내일부터는 힘들어질거야. 먼저 들어가서 자.”
“실장님은요?”
“나도 자야지.”
두 사람이 잘 수 있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새로운 하루가 밝았다. 은서는 지난 2일 동안 촬영 스텝들과 박실장을 따라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생각보다 화보촬영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컷이 나올때까지 쉴새없이 포즈를 취하고,
옷을 갈아입고, 바닥이든 물 속이든 그 어디든 누우라면 눕고 엎드리라면 엎드려야했다.
아직 촬영이 남아 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은서는 우산을 들고 기준은 커다란 타올을 들고
인호에게 갔다. 힘들어보였지만 인호는 그냥 가만히 서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키가 작은 은서가
까치발을 들고 팔을 쭉 펴야 인호의 머리가 우산에 닿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자
인호가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와 함께 우산을 쓰지 않고 빗속에 서서 우산을
받치고 있었다. 빗물에 눈이 떠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다시 비틀거리지 않으려고 힘을 주고 우산을 들고 있었다.
“촬영 접어야 하지 않나?”
인호가 기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물어보고 올게요.”
기준이 빗속으로 걸어가자 인호가 우산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은서의 얼굴에 비가 떨어지지 않게 했다.
그제야 팔을 들어 얼굴을 물기를 닦던 은서가 티셔츠를 아랫단을 비틀어 짜고 티셔츠를 들어
얼굴을 닦으려고 하자 인호가 손을 들어 그녀의 팔을 잡았다. 작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리듯
그녀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장난해? 배랑 가슴이랑 다 보여주려고?”
인호가 그녀의 손을 놓고 타월을 어깨에서 끌어내 그녀의 머리에 던지듯 올려주자 그녀가 타올로 얼굴을 닦으며 조그맣게 말했다.
“고마워요.”
“비맞은 강아지같아서 꼴보기 싫어서 그래.”
은서가 고개를 숙였다가 체온이 떨어지는지 조금 몸을 떠는 인호의 몸에 타올을 다시 둘러주었다.
“추워요? 따뜻한 거라도 갖고 올게요.”
은서가 다시 빗속으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 그녀의 손에 따뜻한 커피가 들려있었다. 왼손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게 막고 다시 우산 안으로 들어와 그에게 내밀었다.
“우산 없어?”
“있지만 이게 더 움직이기 빨라요. 다들 그렇게 하는 걸요.”
“그럼 우비라도 입던지.”
“그럴게요. 이거 마셔요.”
그녀가 건넨 커피를 마시자 그는 몸이 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너는.”
“전 나중에요.”
촬영 진행자가 다가와 인호에게 말했다.
“바다에서 촬영 진행할게요.”
“비가 이렇게 오는데 촬영을 한다구요?”
은서가 놀라 진행자에게 물었다.
“오히려 좋은 컷이 나올 것 같다고 해서요.”
“위험하지 않나..?”
은서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인호를 바라보았다.
“오늘 마지막 촬영입니까?”
“네.”
“그럼 합시다.”
“바로 스텐바이 하실게요.”
진행자가 가자 인호가 커피를 단숨에 마시고 타올을 벗었다.
“하지.. 마요..”
은서가 그가 건네는 타올을 받으며 타올 아래로 차가워진 그의 손을 잡으며 그에게 말했다.
“하지 마요..”
“스케줄이라는 게 있어. 장면만 바뀌었을 뿐이야. 비가 계속 온다면 어차피 내일 또 비 맞으며 촬영해야해. 오늘 하고 내일 상황을 보는 편이 나아.”
“하지만..”
“기준이한테 저녁에 따뜻한 물 좀 욕조에 받아놓으라고 해.”
“네.”
그가 그녀에게 잡힌 손을 빼고 우산을 그녀에게 내밀고 진행자들을 따라 빗속을 걸어갔다. 그리고 촬영이 진행되었다. 은서는 몸을 돌려 기준을 찾았다.
빗속에서 촬영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눈을 제대로 뜨고 찍기 위해 그는 눈에 힘을 주었다.
점점 힘들고 지쳐갔다. 사진사도 마음에 드는 것을 얻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었다. 인호가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사진사 뒤에 빗속에 서서 그를 바라보는 은서가 보였다.
두 손을 모으고 힘겹게 눈을 뜨고 그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턱이
가볍게 떨리고 눈과 코가 붉어진 것을 보니 아마 울고 있는 듯 보였다. 기준이 씌워주는 우산 아래
있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미 젖은 모습이 영락없이 강아지같았다. 인호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가슴이 아프고 그녀를 너무 갖고 싶었다.
“컷! 촬영 마칩니다. 인호씨 수고하셨어요.”
인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진감독을 바라보았다.
“네?”
“마지막 컷이 좋았어요. 숙소 들어가서 봐야겠지만 수고했어요.”
그가 몸을 돌려 걸어가고 은서와 기준이 달려왔다. 은서가 그의 몸에 타올을 둘러주고 기준이 우산을 들었다.
“형 욕조에 물 받아놨어요. 얼른 들어가요.”
은서는 그의 몸이 가볍게 떨리자 옆에서 그를 안았다. 자신의 온기가 그에게 전달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우비..”
“네?”
“우비를 입던지, 우산을 쓰던지.. 뭐하는 거야.”
“얼른 가요. 난 괜찮아요.”
세 사람은 뛰어 그의 숙소로 들어갔다. 욕조에 그대로 들어가자 그가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냈다. 박실장이 갈아입을 옷을 가져와 욕실 선반에 놓았다.
“혹시 모르니까 구급약 가져올게.”
“네.”
은서가 욕조 바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의 눈이 고통스럽게 커졌다. 그의 눈에 핏줄이 터져 붉어져 있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물었지만 이내 울음이 터져나왔다.
“하지 말자니까..”
그녀가 손을 들어 그를 품에 안았다. 따뜻한 물을 손으로 떠서 그의 목과 머리, 어깨에 부었다.
그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그를 살폈다.
“어디 아파요? 어지럽고, 춥고 그래요? 안 따뜻해져요?”
“떠나..”
“네?”
“떠나라고.. 나는 여전히 너와 어울리지 않아.”
“아저씨..”
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 은서가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툭.. 떨어졌다.
“괜찮아요?”
기준이 욕실 입구에서 물어오자 은서가 일어나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네..”
기준이 두 사람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겨 인호를 바라보았다.
“형 괜찮아요?”
“그래.. 조금 이따 나갈거야.”
“네.”
은서에게 고개를 돌린 기준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은서씨가 놀랐구나.. 처음 겪는 일이라 많이 놀랐죠?”
기준이 손을 들어 은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자 인서가 입을 열었다.
“기준아.”
기준이 손을 내리고 인호를 바라보았다.
“네, 형.”
“수건.”
“벌써요? 좀 더 있다가.”
“수건.”
“네.”
기준이 몸을 돌려 커다란 수건을 꺼냈다.
“옷 벗을 거야. 나가.”
인호가 은서를 바라보지 않고 은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욕실을 나왔다. 등 뒤로 문이 닫히자 은서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괜찮아?”
박실장이 그녀를 살피며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약 갖고 오셨어요?”
“응. 넌 괜찮아?”
“이렇게 힘들게 촬영하는 지 몰랐어요. 그냥.. 해외에 놀러가는 건 줄 알았는데..”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 수고했어. 가서 너도 좀 씻어.”
“네.”
은서가 그의 숙소를 나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욕실을 나온 인호를 박실장이 살폈다.
“괜찮아요?”
인호가 인상을 찡그리며 박실장에게 말했다.
“우비나 우산 여분 없어?”
“언제 그런 거 신경 써 줬다고..”
“대표한테 당장 말해서 너희들 것도 챙겨.”
박실장이 피식 웃었다.
“누워요. 이불 더 갖고 왔어요.”
인호가 침대에 눕자 기준이 이불을 몇 개 더 올려 덮어주었다.
“이게 해열제. 혹시 반대로 열이 오를지도 모르니까. 폐렴같은 것도 올지 모르니까 기침하면서 열이 오르면 바로 연락해서
병원으로 가야 해.”
“네, 누나.”
박실장이 기준에게 말하고 숙소를 나왔다. 기준이 침대에서 떨고 있는 인호를 바라보았다.
“따뜻한 물 드릴까요?”
“응.”
기준이 몸을 돌렸다.
욕실에서 나온 은서가 박실장을 바라보았다.
“욕실 비었어요. 실장님도 씻으세요. 오늘 수고 많이 하셨어요.”
“은서씨.”
“네?”
박실장이 은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혹시 전화 오면 받아 줘.”
“네.”
박실장이 욕실로 들어가자 은서는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았다.
촬영팀은 사진작가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보고 있었다.
“이거 괜찮은데요?”
“그렇지?”
“선생님은 어떠세요?”
“난 이거 보다 나중에 촬영한 거 있잖아.”
다들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내일은 촬영이 힘들 것 같아요.”
기준이 진행팀에게 가서 말했다.
“인호씨 몸이 그렇게 안 좋아요?”
“몸도 몸이지만 눈에 실핏줄이 다 터져서.. 이거 우리 대표님이 아시면 정말 화를 엄청 내실 겁니다. 내일은 쉬어요. 그 다음도 인호 형 몸 상태 봐서 촬영 진행하도록 할게요.”
“그래요.”
기준이 몸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은서는 잠을 못자고 새벽까지 뒤척이고 있었다. 그녀의 핸드폰 진동이 울리자 그녀가 전화를 갖고 방을 나와 테라스에서 받았다.
“여보세요?”
<은서씨, 지금 인호 형 숙소로 와주면 안돼요?>
“왜요? 많이 아파요?”
은서는 우산을 들었지만 뛰어가느라 비에 젖었다. 숙소 앞에 도착하자 기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마른 수건을 내밀었다. 수건을 받아든 은서는 인호가 누워있는 방으로 갔다.
“열이 올라서 약을 먹이려는데 먹지 않고 자꾸 은서씨만 찾아요. 그렇게 있는 짜증, 없는 짜증부리더니 아플때까지 은서씨를 괴롭히고 싶은가봐요.”
“약이랑 물은..”
기준이 그녀에게 약과 물이 담긴 쟁반을 가져다주었다. 은서가 쟁반을 받아들고 기준에게 미소를 지었다.
“좀 쉬세요. 제가할게요.”
“괜찮겠어요?”
“네. 말 안 들으면 한 대 패 줄 거예요.”
기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은서가 인호에게 다가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손을 들어 그의 이마에 올렸다. 몇 도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열이 있긴 했다. 다행히 병원에 갈 만큼 높은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녀가 약을 집어 그의 머리에 조금 더 가까이 올라가 앉았다.
“아저씨.. 약 먹고 자요. 아저씨..”
인호가 고개를 조금 돌려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서야..”
“네, 저예요. 약 먹고 자요.”
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감쌌다.
“미안해.. 내가.. 미안하다..”
핏줄이 터져 붉어진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은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열이 오른 그는 아마도
예전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이제 만났으니까.. 다 괜찮아.”
“그래요.. 괜찮아요. 그러니까 약 먹고 자요.”
그녀가 그의 목 뒤로 손을 넣어 그의 상체를 조금 들어올린 후 입에 약을 넣어주었다. 컵을 대주자 그가 물을 삼켰다.
“여기에 있어. 어디 가지 말고..”
“네. 다시 일어날때까지 여기 있을게요. 푹 자요.”
“응.”
그가 그녀의 손을 가져가 자신의 입에 대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녀의 가슴이 무너지듯 아파왔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눈을 스르륵 감았다. 그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바뀌자 그녀는 그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들어 눈물을 훔쳤다.
“아저씨.. 사랑해요...”
은서가 고개를 숙이며 울음을 삼켰다.
얼음이 거의 녹아가는 커다란 그릇에 그의 체온으로 뜨거워진 수건을 담갔다. 그리고 수건을 비틀어
물기를 제거하고 그의 이마에 올렸다. 은서는 그가 인상을 찡그리지도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고 얌전한 아이처럼 잠자고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전보다 더 날카로워진
턱선을 바라보았다. 더 남자다워진 것 같았다. 그리고 더 멋있어 진 것 같기도 했다.
수염이 올라오자 그의 턱과 코 윗부분이 푸르스름해졌다. 그녀는 체온계를 가져와 그의 체온을 쟀다.
다행히 열이 내렸다.
‘만약 눈을 떴을 때 내가 있는 편이 좋을까? 제정신이 들면 다시 나에게 화를 내겠지..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녀는 그가 눈을 뜰 때까지 옆에 있기로 결심했다.
은서는 바닥에 앉아 커다란 타올을 몸에 두르고 침대에 기대어 깜박 잠이 들었다. 인호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떴다. 공기 중에 은서의 향기가 나자 인호는 눈을 감고 손을 들어 이마를 만졌다.
젖은 수건이 만져지자 그가 인상을 찡그렸다. 수건을 집어들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작게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은서의 모습이 보였다. 턱에 힘을 주고 있던 인호가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커다란 수건을 덮고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은서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런 모습으로 자는 구나..”
그가 행복한 듯, 슬픈 듯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고 한 숨을 내쉬었다.
“형.”
기준이 들어와 부르자 인호가 손가락을 들었다.
“쉿. 땀에 옷이 젖었어. 갈아입을 옷 좀.”
“네.”
기준이 몸을 돌려 나가자 인호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기운이 없자 그가 숨을 깊게 내쉬었다.
은서를 안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주었다.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히자 인호는 떨리는 손을 꽉 쥐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방을 나온 인호가 기준에게 받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저 녀석이 여기에 있어.”
“기억 안나요? 형이 약도 안 먹고 은서씨만 불렀잖아요. 아프면서도 그렇게 괴롭히고 싶었어요? 도대체 은서씨가 왜 그렇게 싫은 거예요?”
“시끄러워. 오늘 일정은?”
“형 거울 안 봤죠? 눈을 봐요. 촬영할 수 있나. 오늘은 쉬어요. 비도 아직 안 그쳤어요.”
그가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바라보았다. 핏줄이 터져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춥거나 어지럽거나 하지 않아요?”
“기운이 없어. 뭐 좀 먹자.”
“죽 끓이라고 말해뒀어요. 가서 갖고 올게요.”
기준이 숙소를 나가자 인호가 세수를 했다.
은서가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난 은서가 천천히 일어나 방을 나왔다. 거실 소파에 편하게 누워있는 인호가 선글라스를 쓰고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뭐 좀 먹을래요?”
기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아요?”
“마음대로 와서 한 행동이 전혀 고맙지 않아. 가서 쉬어. 오늘은 촬영이 없다니까.”
다시 그로 돌아와 있었다.
‘괜찮은가보다..’
은서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럼 쉬세요. 기준씨도.. 쉬세요.” 라고 말하고 숙소를 나왔다. 우산을 쓰고 그녀의 숙소로 돌아온 은서는 침대에 털썩 누워 잠들었다.
인호의 건강이 호전되자 선글라스를 쓰고 촬영이 진행되었다. 은서는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덥죠. 이거 마셔요.”
기준이 그녀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은서가 미소를 지으며 음료수를 받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인호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오늘은 야성적인 느낌인데요? 좋아요..”
사진작가가 칭찬을 했지만 그는 전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비가 그치자 따뜻한 햇살에 다들 옷차림이 가벼워졌다.
은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붉은 반바지에 흰색 루즈핏 민소매 셔츠였다. 단추가 세가 풀려있고
안에 입은 티셔츠가 보였다. 기준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자 인호의 기분은 더욱 고약해져갔다.
몇몇 남자직원들이 그녀의 날씬한 허리와 허벅지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침을 삼키는 이유는
탐스러운 그녀의 가슴 때문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서는 누구에게나 미소로 대했다.
그의 기분이 좋을 리가 전혀 없었다.
“마지막은 선글라스 벗고 한 번만 갈게요.”
“저기.”
기준이 그들에게 말하려고 하자 인호가 인상을 찡그리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벗자
은서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기준이 그녀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이자 은서가 고개를 숙이며 피식 웃자 그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만들어졌다. 기준을 죽일 듯 바라보고 있는데 컷 소리가 들렸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촬영 마치겠습니다.”
기준이 양산을 들고, 은서가 부채를 들고 다가오자 인호가 선글라스를 썼다. 은서가 그에게 부채질을 해주자 그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형~. 기다려요. 형~. 이따 봐요, 은서씨.”
“네.”
은서가 피식 웃었다. 그가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촬영이 끝났다. 오늘밤은 쉬고 내일 오전에 박실장님의 웨딩촬영을 하고 나면 오후에 이곳을 나간다.
박실장님은 가까운 미래의 신랑이 도착하자 따로 숙소를 잡았다. 내일 그녀는 이곳을 떠난다.
아름다운 곳에서 마지막 잠을 자려고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어디 가려고?”
짐을 챙겨 애인에게 가려던 박실장님이 나가려는 은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산책 좀 하고 올게요.”
“위험하게.. 같이 가.”
“같이는.. 얼른 가세요. 기다리고 계시겠네.. 멀리 안 가요. 금방 다녀올게요.”
“그래도 위험한데.. 그럼 밖으로 나가지 말고 여기 수영장 있더라. 다들 뒷풀이로 가까운 식당으로 갔을 테니까 사람 없을 거야. 거기 한 번 가봐.”
“네.”
“조심해서 다녀와.”
“네.”
은서가 밖으로 나오며 그에게 받은 셔츠를 입었다. 셔츠 깃을 들어 그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수영장을 찾은 그녀의 입이 떡 벌어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여 수영장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그대로 담은 수영장위로 별이 빛나고 있었다.
“예쁘다..”
그녀는 수영장 가에 앉아 발을 담갔다. 정말 사람들이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발을 물속에서 움직였다. 고개를 들자 앉은 자리에서 해안가가 보였다.
“잡지나 인터넷에서 보던 사진보다 훨씬 좋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굽혀 손을 물에 담갔다.
“수영장 사람들 못 오게 했어?”
“네. 지금부터 2시간은 사용금지입니다.”
“다녀올 테니까 먼저 자.”
“그래도 되요?”
기준이 웃으면서 말하자 인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디 가지 말고 자라고.”
“네. 다녀오세요.”
그가 웃옷을 벗고 비치 트렁크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낮에 물놀이 하라니까.. 늦은 시간에 뭐하는 건지.. 그럼 먹을 거 갖고 은서씨한테 한 번 가 볼까?”
기준이 미소를 지었다.
팔을 움직이며 몸을 풀며 맨발로 걸음을 걸어 수영장으로 향한 인호는 누군가 발로 물장구를 치고 있는 것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 자식.. 어디에 정신이 팔려서 일도 제대로 못하고.. 쯧..”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돌리다가 멈추었다. 은서가 천천히 일어나자 반바지 아래로 물방울들이
흘러내렸다. 그가 준 셔츠를 벗자 푸른색 가로 줄무늬 민소매 티셔츠가 보였다. 그녀가 팔을 움직이며
몸을 푸는 것을 바라보며 그의 턱에 힘을 들어갔다. 인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은서가 쪼그려 앉아
수영장 물에 손을 담가 가슴을 적셨다. 그리고 들어가려고 몸을 일으키는 중심을 잃고 수영장으로 빠졌다.
그녀가 허우적거리자 그가 물에 뛰어 들어가 그녀를 안아들었다. 그녀가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얼굴의 물기를 털어냈다. 그녀가 사래에 들려 콜록이며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 아저씨..”
“여기는 지금 내 전용인데.”
“죄송해요. 몰랐어요. 뒤풀이 가신 줄 알았거든요.”
그녀가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내려고 하자 그가 그녀를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아저씨..”
“나 때문에 들어온 게 아니야?”
“....”
“그럼 나한테 이러지 마.”
“아저씨..”
그가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풀고 그녀를 안전하게 수영장 가에 올려 앉혀 주었다. 그가 몸을 돌리려고 하자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아저씨.. 이제 저는 싫어요? 정말.. 잊었어요?”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지 못하고 턱에 힘을 주었다. 천천히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서야..”
“그래요?”
그녀가 손을 뻗어 떨리는 손끝으로 그의 볼에 대자 그가 조금 움찔했다.
“투덜투덜.. 언제까지 그럴 거예요? 정말 내가 싫어요?”
그녀가 투정을 부리는 듯 말은 하지만 붉어진 눈으로 숨 죽이며 말하자 그가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다른 남자들한테 미소 좀 지어줬다고 질투하기는..”
“뭐?”
“다른 남자들이 나를 힐끔거리니까 아까 그렇게 질투한 거 아닌가?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더구만.. 정말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밀어내 봐요.”
그녀가 천천히 그의 얼굴을 당겨 그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자 그가 턱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귀여운 혀가 그의 입술을 핥자 그가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감고 그녀의 등을 감싸 올렸다.
그의 벌어진 입으로 그녀의 혀가 들어가 예전에 그가 해 준 방법으로 그에게 키스를 해 주었다.
그가 입술을 떼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어디에서 배웠어?”
“뭐.. 좋은 스승님이 계시긴 하셨었죠.”
“나는 나이가 많아.”
“그 때도 알고 있었어요.”
“난 어딜 가나 파파라치들이 따라다녀. 널.. 보호해 줄 수 없을지도 몰라.”
“그 때 일은 절대로.. 아저씨 탓이 아니에요. 미워해 본 적도, 원망해 본 적도 없어요.”
그가 그녀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러는 아저씨는요? 이젠 제대로 보이시잖아요. 전 예쁘지도 않고.. 키도 안 크고..”
“놓지 않을 거야. 이번에 네가 나에게서 도망가지 않는다면.. 절대로.. 놓지 않을 거라고..”
그녀가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럼 꽉 안아주세요..”
그가 눈을 감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마셨다.
“하아~. 그리웠어.. 네 향기, 네 목소리.. 모두 다..”
“나도.. 아저씨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은서야.. 미안했다..”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맞춤을 했다.
수영장에서 나온 그들이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 오늘 혼자 자는데..”
은서가 수줍게 말하자 그가 피식 웃었다.
“내일 아침에 어떻게 사람을 얼굴 보려고? ”
“아..”
“나도 헤어지기 싫어. 일단.. 들어가서 보자.”
“네.. 내일 아침에 가세요?”
“응. 스케줄이 있어서..”
“저도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혼자서도 잘 해. 걱정하지 말고.. 쉬다가 와.”
“네..”
그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아쉬운 듯 입맞춤을 하고 그녀의 볼을 쓰다듬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잘 자.”
“네.. 아저씨도.. 잘 자요.”
그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자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두 손으로 붉어진 볼을 감싸고 입을 막고 비명을 질렀다.
숙소로 들어간 인호를 기준이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았다.
“형.. 어디 갔다 오셨어요?”
“왜.”
“은서씨랑 와인 한 잔 하려고 갔는데 없더라구요. 그래서 형이랑 한잔 하려고 수영장으로 가니까 형도 없던데요?”
“혼자 마셔. 대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니까 너무 마시지는 말고. 나 먼저 잔다.”
“네..”
그가 들어가자 기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좋은 일이 있나?”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누운 인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다음 날,
오전에 이미 그가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웠지만 남들 눈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이해하기로 했다. 그리고 박실장님의 웨딩촬영이 들어갔다. 은서는 오랜만에 자신이
잘하는 일을 했다. 그녀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치고 드레스를 입자 사람들의 탄성이 터졌다.
“나중에 나도 은서씨한테 부탁해야겠다~.”
“그러게.. 민희씨가 저렇게 미인인줄 몰랐네.”
“항상 맨 얼굴로 다니니까 그렇지.”
“그런가? 신랑도 입이 벌어진 것 봐..”
“민희씨~. 여기 온 김에 신혼여행까지 하고 가지?”
“우리가 방 잡아 줄게~.”
짓궂은 사람들의 놀림에도 박실장은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은서도 행복해하는 박실장님과 그의 신랑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
었다.
‘아.. 아저씨 보고 싶다..’
그녀가 조금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오랜 비행으로 피곤한 몸으로 공항에 도착한 은서는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집에 어떻게 가려고?”
“택시 타고요.”
“태워줄게. 같이 가자.”
박실장님과 그녀의 애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내일은 잘 쉬시고 모레 뵐게요.”
“그래. 수고했어~. 조심해서 가.”
“네..”
택시를 잡으려고 밖으로 나온 은서옆으로 차가 한 대 멈추었다. 빵빵거리는 소리에 몸을 돌리자 창문이 열리고 준혁이 미소를 지었다.
“어..”
“타요.”
“네?”
“타라고요. 짐은 뒷좌석에 싣고..”
“네..”
그녀가 뒷좌석문을 열고 짐을 싣고 조수석에 올랐다.
“어떻게 오셨어요?”
“인호랑 다시 만나요?”
은서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네..”
“오늘은 안 들여보내고 싶어하는데.. 지금이라도 싫으면 집으로 가요. 집으로 데려다 줄게요.”
은서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생각이에요? 저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결정하라고 하시는 건가요?”
준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조금 숙였다. 그녀가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엄마. 저에요. 저 오늘 못 들어가요. 다 큰 딸 뭘 걱정하세요.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내일 봬요.”
그녀가 전화를 끊고 전원을 껐다.
“결심.. 했어요?”
“네. 아저씨한테 데려다 주세요.”
그가 미소를 지으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첫댓글 잘되서좋아요 더달달했음~~~~~
크.. 죄송해요.. 아마도 곧 순수한 걸도 완결되고 다음 소설 올릴거라.. 그래도 끝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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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진~~짜 로맨스 소설 같은 맛..*^^*
감사합니당.. 좋아해주시니 저도 기분이 마구 업되네요.. 내일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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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준혁군..... 내려서 짐을 받아줬어야지!!!
급 실망했음 ㅜㅡㅜㅋ
잘 읽었어요 :)
ㅋㅋ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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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 바뀌었네요. . ^^;
결국 이렇게 되었네요.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