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달리 가을이 깊어간다.
이룬 것 없이 시절이 쉬 지날까봐 두렵다. 서둘러보지만 만사가 촘촘한 그물로 연결된지라 의욕한다고 그리 되는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생각도 생각으로만 끝날 때가 많다. 날마다 아쉬움만 내뱉을 뿐, 진전이 없다.
세상 일이 그리 쉬울라고? 그렇다고 두고 볼 수만은 더더욱 아니 것 같다.
다잡기로 한다.
백두대간 제 3구간 종주. 성삼재에서 여원재까지이다. 성삼재는 구례군에 위치한 지리산 능선 종주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고, 여원재는 남원시 이백면과 운봉읍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24번 국도가 지나는 고개로서 2차선으로 포장된 도로이다.
이 구간에는 작은고리봉, 묘봉치, 만복대, 정령치, 큰고리봉, 덕운봉, 수정봉, 각일봉, 입망치, 여원재 등의 높고 낮은 산과 잿등 그리고 수많은 무명봉이 있다. 또 이 구간은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고도차가 그리 크지 않고 전반적으로 완만한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렇게 큰 힘 들이지 않고도 넘을 수가 있다.
특별하게 위험한 지역은 없으나, 큰고리봉 정상에서 고기리마을에 이르는 능선은 지리산 반달곰 활동지역이어서 그 지역을 통과하는 동안 내내 약간의 불안함은 안고 가야 할 것이다. 큰고리봉에서 내려서는 초입에 관리공단 측에서 설치한 ‘반달곰 활동지역이니 당장 되돌아가시오’라고 적힌 위협성 플래카드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구간 내내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조금도 없다. 다만 고기리에서 노치마을을 찾아 갈 때는 평지나 도로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순간 망설일 수는 있는데, 이때 지역주민에게 한번만 묻는 수고를 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등로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구간 능선을 따라 걷는 동안은 내내 우측 방향에 의젓하게 자리잡은 천왕봉, 반야봉 등의 지리산 주요 봉우리들을 감상하면서 갈 수가 있고, 또 유유히 산골을 파고드는 그 유명한 지리산 운해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 3구간만의 보너스다.
또 이번 종주를 통해서 발견한 새로운 사실은, 대간 길 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걸 알았다. 고기리에서 만난 선유민박 주인의 길 안내가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었고, 도로 작업 중인 인부 또한 귀찮아하지 않고 그들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애쓴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다른 지역 주민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심지어 작업 중이던 도치마을 88세 노인은 길을 묻는 나에게 일부러 작업을 중단하고 시간을 내어 홍시까지 줘가면서 길 안내는 물론 마을 안을 통과하는 백두대간 길에 대한 세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설명해 주셨다. 이 모두는 백두대간 상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의 발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날은 날씨 또한 대간 종주에 최상의 날이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전형적인 가을날, 그런 날이었다.
종주자들에게 꼭 필요한 교통편도 많이 개선되었음을 알 수 가 있었다. 하루를 풀로 걷고자 하는 종주자들의 간절한 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지리산을 찾아갈 수 있는 교통편을 그렇게 촘촘하게 연결해 놓았다.
서울에서 밤 열차(또는 버스)를 타면 새벽에 구례에 도착하고, 바로 성삼재로 올라가는 버스와 연결되어 성삼재에는 새벽 4시 30분쯤이면 도착이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덕분에 이번 종주를 통해 구례 땅을 벗어나 남원까지 올라갈 수가 있었다.
오고가는 교통편은 산행기록 맨 뒤에, 또 산행기록 중간 중간에 자세하게 부기하였음을 알려드리며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후기를 올린다.
* 10.12일 용산에서 22:45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구례구역에는 다음날 새벽 03:04분에 도착. 역사 앞에 대기 중인 구례여객 버스를 타고 구례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03:50분에 출발하여 성삼재에는 04:25분에 도착. 혼자이고 어둠이 너무 심해 화장실에서 추위를 피할 겸 대기하고 있다가 05:55분부터 종주 시작
첫댓글 혼자 종주 하시나요?
진짜 산꾼은 혼자간다는데
독도법 유의하시고 즐산 완주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혼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