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노래
위상진
김규화 선생이 날아갔다 저기 저 가뭇한 곳으로
터진 발가락 오므리며 가벼워진 몸으로
정지 버튼을 눌러버린 눈물은 흘러내리지 않았지
새가 긋고 간 발자국을 품은 채
한 모금 한 모금 안으로 감아 넣던 새의 울음
낮은음으로 밀려 나오는
영정 속 만져지지 않는 미소, 손을 뻗어보지만
당신의 멍은 해독 불가로 나오겠지요
자박자박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처럼
뼈대만 걸어가던 긴 그림자
혹여 문 선생이 이제, 그만 내 곁으로 오라고 하셨는지
염증처럼 낫지 않던 속내 다 보여드리고
소리 내 울어도 보시지요
백색 종이에 가루약으로 접히던 분골粉骨
흙을 덮을 때 우리의 배경은 눈꺼풀을 닫고
기억과 후회의 동공은 열리고
시든 장미 꽃잎을 떼다가 문득 어깨 너머
메시지처럼 내려앉는 햇살, 삼우제 지났을 텐데
시문학 갈피 갈피마다 구불거리는 핏줄
일렁거리는 619권 푸르디푸른 후생의 숨결
앙상한 슬픔의 페이지는 빚으로 남았는데
비어있는 우리의, 나의 저녁은 허기가 지는데
선생님, 우리 수다 떨어요
그래, 그래 수다가 명약이야
맛없는 밥은 문장 밖에서 딱딱해지고
카살스의 새의 노래는 현을 떨며 날아오르는데
*카살스의 첼로 곡 ‘새의 노래 ’ 시 제목으로 차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