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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35 - 진실의 그늘 (上)
1. S# 병실 복도.
마주보는 태희와 선우.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자매.
태희 :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본다. 그저 보면)
선우 : (본다. 창백하고 아픈 미소로) 언니이..
태희 : (울컥..!)
선우 : (다시 한 번) 언니이.. (글썽..)
태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뛰어가 그대로 선우를 끌어안는다)
선우 : (왈칵.. 쏟아지는 눈물..) 언니..!!
태희 : 너 정말 윤희 맞니? 니가 정말 윤희야?
선우 : 이제야.. 기억이 났어. 아빠 얼굴두.. 태희 언니 얼굴두.. 그리구 우리가 같이 살던 집두.. 이제 서야 전부 기억이 났어.
태희 : (말이 안 나온다. 그저 미칠 듯이 가슴이 미어진다. 힘껏 부둥켜안으며)
선우 : 보고 싶었어. 너무나 보고 싶었어 언니..
태희 : (흐느낌..) 어떡해.. 우리 어떡하니.. (가슴이 미어터진다) 너한테 미안해서 나 어떡해 윤희야..! (흐느낀다)
뒤에서 바라보는 재혁과 철웅. 그 두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십육 년 만에 재회를 하는 두 자매.. 엉엉.. 흐느껴 울며 끌어안은 두 사람..
만난 감격에, 헤어진 세월에, 그리고.. 엇갈린 운명에 울고 또 울고..
선우, 복받침으로 흐느껴 울다가 점점 호흡이 가빠온다.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일시 정지..창백해지는 표정..
그러더니 그대로 힘없이 주저 앉는 선우.
태희, 부축하면서 같이 주저앉는다. 놀라서.
태희 : 윤희야! 윤희야아!!!
철웅 : ! (본다)
재혁 : ! (보면)
선우 : (호흡이 안 된다. 겨우 숨을 내쉬며) 가지마.. 언니.. (다시 헉.. 숨을 들이쉬며) 이젠 언니하구 안 헤어질 거야..
내 손.. 놓지 마. 내 손.. 놓지 마 언니..
태희 : 아무데도 안가. 아무데도 안 갈 거야 윤희야. 다신 너하구 안 떨어질 거야.
선우 : (본다. 태희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대로 힘없이 의식을 잃어간다)
태희 : 윤희야아아!!! (놀라서 바라보는 시선에서)
2. S# 병실 안.
철웅에 의해 침대에 뉩혀지는 선우,
의사와 간호사들 선우의 바이탈을 체크하고, 호흡을 돕는 호스를 코에 연결하고, 링거 병을 걸어 선우 손등에 붙이고,
약물을 링거호스에 주사하는 등등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태희 : 제 동생 어떻게 된 거예요? 제 동생 괜찮은 거죠? 괜찮다구 말씀해주세요. 네?
의사 : 쇼크 상탭니다. 지금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니 나가주시죠.
태희 : (선우 쪽을 돌아본다)
철웅 : (긴장해서 선우 쪽을 보면)
움직이는 간호사들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는 선우.
태희, 눈물이 터질 것 같다. 손으로 입을 막으며 글썽이는 눈으로 쳐다보면.
재혁 : 태희야. 그만 나가자.
태희 : 싫어. 동생 옆에 있을 거야. 이젠 안 떨어진 걸야. 이거 놔..
재혁 : 지금 니가 이러는 건 선우 씨한테 도움이 안 돼!
태희 : (멈칫..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재혁을 본다)
재혁 : 나가있자. 나가 있자구.
태희 : (글썽이는 눈물.. 선우를 본다)
의사와 간호사들, 선우 상태를 계속 체크중이다. 바라보는 태희의 시선에서.
3. S# 복도.
의자에 앉아 몸을 구부린 채 두 손을 모아 기도하듯 이마에 대고 있는 태희.
그 옆에 앉아있는 재혁, 그런 태희를 걱정스럽게 본다.
한쪽에 서서 그 두 사람을 바라보는 철웅, 다시 병실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세 사람 모두에게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이윽코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의사와 간호사들.
철웅, 재혁, 그들을 본다. 태희도 고개를 들어 보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태희 : 선생님.. 제 동생은요?
의사 : 염려 안하셔도 됩니다. 많이 안정됐습니다.
재혁 : (안도한다)
철웅 : (한숨 돌리는 표정)
태희 : 지금 잠깐.. 들어가 봐도 될까요?
의사 : 환자는 지금 절대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상태니까..각별히 조심해주셔야 합니다.
태희 : (병실 쪽을 돌아본다. 시선에서)
4. S# 병실.
링거 병으로 톡.. 톡.. 떨어지는 약물. 그 너머로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는 선우.
그 앞으로 다가서는 태희와 재혁. 선우를 내려다본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이다.
손으로 선우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다가 멈칫..환자복 사이로 나온 반지 목걸이가 태희 눈에 들어온다.
태희 그 반지를 들어 본다. 순간 글썽... 하는 눈물.. 그러면서 다시 선우를 본다.
태희 : 다.. 내 잘못이야. 그 때 손을 놓는 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혼자 남겨두는 게 아니었는데..
재혁 : (태희를 보면)
태희 :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이렇게 가까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두 못 알아봤다니..
내가 이러고도 언니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 내가 정말.. 언니 자격 있는 사람이야? (복받친다)
재혁 : ...
태희 : 내 동생인줄도 모르구 나는..모질게 대하구 상처 받을 말을 하구.. 회사까지 그만두게 했어.
(감정에 복받쳐서 겨우) 생각할 수룩... 기가 막히구 억장이 무너져 재혁아.
재혁 : (가슴 아프다. 말없이 태희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면)
태희 : 이제 나 어떡하니? 내 동생 깨나면 무슨 말부터 하지? 나.. 무슨 말부터 해야 하는 거니? 어?
재혁 : (나즉히 한숨.. 시선 돌려 선우를 본다)
말없이 누워있는 선우의 얼굴에서.
5. S# 병실 복도.
한쪽에 조금은 기운 없는 듯 앉아 있는 철웅. 그 옆으로 나오는 재혁의 모습.
재혁, 철웅과 간격을 두고 나란히 앉는다.
철웅 : (본다. 겨우) 선우는..
재혁 : 아직 의식이 없어요. 태희가 둘이 있고 싶다 그래서..
철웅 : 그렇군요. (다시 시선 앞으로 돌린다)
재혁 : (역시 할 말이 없다)
철웅 : (간격을 두고) 근데.. 정말 사실입니까. 선우가 제하그룹 둘째 손녀딸이라는 게.. (보며) 정말루 확실한 겁니까?
재혁 : 그래요. 확실해요.
철웅 : 그럼 이제 선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원래 있던 자기 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겁니까?
재혁 : 아마 그렇게 되겠죠.
철웅 : ... (말이 막힌다. 천천히 반대쪽으로 시선 돌린다)
재혁 : (역시 무표정하게 앉아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서로 할 말을 잃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6. S# 병실 안.
선우를 바라보는 태희, 안타까움, 아픔, 연민과 후회로 그저 말없이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위로.
어린태희E : 윤희야아!!!
Flash-back> 1부 51씬.
윤희 : 언니이!!!
너무나 반갑게 달려가 태희를 꼭 끌어안는다.
태희 : 어떻게 된 거야 너? 아빠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어? 대체 읍내엔 뭐 하러 혼자 나간거니?
그러다 길이라두 잃어버리면 어쩔려구 그랬어? 어?
윤희 : (고개 들어 보며 눈물 반 웃음 반으로 씩 웃더니) 진짜루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 오줌까지 쌀뻔했어, 나.
태희 : 바보.
Flash-back> 2부 13씬.
윤희 : 싫어요. 우린 아무데두 안갈 거야. 여기가 우리 집이예요!
(태희 보며) 그렇지 언니? 여기가 우리 집이지? 우리 아무데도 안갈 거지? 그치?
태희 : (담담하게) 조용히 해.
윤희 : 언닌 고아원 같은 데 가구 싶어? 그런데서 살구 싶냐구?
태희 : 가만 있으래두!
윤희 : (보면)
Flash-back> 2부 25씬.
태희 : 비켜요. 안 비키면 소리 지를 거예요?
깡통 : 칵! 그냥! (하면서 위협적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는데)
퍽! 소리와 함께. 깡통, 거의 숨이 막히는 표정으로 급소를 쥐며 천천히 쭈그려 앉는다.
윤희 :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우리 언니한테 까불지 마! 너!
<현재>
글썽하며 선우를 바라보는 태희의 모습에서.
선우E : 왜 사람 말을 믿지 않는 거예요?
Flash-back> 12부 13씬.
태희 : (? 돌아보면)
선우 : 어떻게 된 일인지 앞뒤 상황도 잘 모르시잖아요. 한쪽말만 듣구 무조건 의심부터 하는 건 너무 불공평해요.
태희 : 윤희는 내 동생이예요. 언니가 동생을 믿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선우 : (멈칫.. 보면)
태희 : (그대로 차갑게 돌아서서 간다)
Flash-back> 14부 28씬.
유리창을 뽀득뽀득 닦고 있는 선우의 모습.
Flash-back> 30부 58씬.
공원에서 어지러운 선우, 재혁의 팔에 기대서 있는다.
프레임-인 되는 태희, 노려보며.
태희 : 너희 두 사람 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선우 : (보며 핏기 없는 얼굴로) 언니..
Flash-back> 31부 25씬.
태희 : 언니라고 부르지 말아요, 이선우 씨!
선우 : (멈칫.. 보면)
태희 : 나는 이 회사 대표이사예요. 이선우 씨는 말단 직원이구. 알아들어요?
현재>
점점 더 가슴 아픈 태희 얼굴 위로..
태희E : 본인이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착각하지 말아요. 나한테 이선우 씬 아무것도 아니예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람이라 구요. (33부 30씬)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오는 태희. 꼭 잡은 손을 얼굴에 대며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그 때 짐짓.. 눈을 뜨는 선우. 잠시 둘러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선우의 손을 꼭 잡은 채 기도하듯 이마를 대고 있는 태희..
선우 : (본다. 가만히 본다가) 언니..
태희 : (멈칫.. 얼른 고개를 들고 선우를 본다. 얼른 눈물을 닦아내며) 깼니?
선우 : (엷은 미소..)
태희 :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선우 : (본다. 보더니) 꿈을 꾼 줄 알았어. 언닐 만난 게 꿈인 줄 알구..
태희 : (보면)
선우 : 정말 언니지? 태희 언니 맞는 거지? 나하구 같이 정선에서 살았던.. 내 진짜 언니 맞는 거지? 그렇지?
태희 : (싸..해오는 아픔) 그래, 언니 맞아. 꿈 아니야. 우리.. 다시 만난 거 맞아.
선우 : 다행이다..
태희 : (목이 메인다. 겨우) 대체 너 어디 갔었던 거니? 언니가 그 자리에 꼼짝 말구 있으랬잖아.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
선우 : 언닐 따라갔었어. 언닐 놓칠까봐 무서워서..그래서 무작정 따라가다가.. 그러다가.. (말을 못 잇다가)
미안해 언니. 그냥 언니 말 듣구 그 자리에서 기다릴걸. 그랬더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헤어지지 않아두 됐을 텐데..
태희 : 됐어.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까.. 만났으니까 된 거야..
선우 : (떨어지는 눈물)
태희 : 고맙다 윤희야. 언니 없이 혼자서 이렇게.. (미어진다) 이렇게 잘 커 줘서. 우리 윤희.. 그 동안 고생 많았지?
선우 : (아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태희 : 미안해. 널 몰라 보구 그 동안 차갑게 굴었던 거..용서해 줘. (보며) 언니.. 용서해줄 수 있지?
선우 : (복받치는 눈물) 나..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 이렇게 다시 만난 것만 해두 너무너무 감사하구,
태희 언니가 내 진짜 언니라는 게 말도 못할 만큼 행복해.
태희, 다시 울음이 폭발한다. 겨우 누르며 꼭 잡은 선우의 손을 얼굴에 댄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
선우, 다른 손을 뻗어 태희의 눈물을 닦아준다. 두 자매의 모습 길게..
7. S# 회장실.
벌컥! 안으로 문을 밀고 들어서는 승희. 비어있는 회장실을 둘러본다.
그 뒤로 급히 따라 들어오는 진실장.
진실장 : 윤희양 무슨 일이십니까? 네?
승희 : 우리 언니 어딨어요?
진실장 : 잠깐 출타하셨는데요.
승희 : 어디 갔는데요? 어디 갔는지 말해요. 빨리 말하라니까요!
진실장 : 아까 장팀장이 와서 잠깐 얘길 나누는 거 같더니 금방 두 분이 같이 나가셨습니다.
승희 : ! (멍하니 본다. 보다가) 둘이.. 같이 나갔다 구요? 그게.. 그게 언제예요?
진실장 : 한 한 두 시간쯤 된 거 같은데..행선지도 안 알리고 급히 나가셨습니다. 대표이사님두 그렇구 장팀장도 그렇구..
둘 다 표정이 아주 심각해보였습니다. (보며) 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는 겁니까, 윤희 양.
승희 : (본다. 보더니) 됐어요. 그만 나가보세요.
진실장 : 차라도 좀 들여보낼까요?
승희 : 됐다니까요! 됐어요. 그만 나가 보시라 구요! (신경질적)
진실장 : (본다. 조금은 이상하다는 듯 본 뒤 밖으로 나가면)
소파에 털썩 앉는 승희. 두려움과 절망으로 천천히 침몰하는 기분.
승희 : 어쩌지.. 이제 어쩌면 좋지?
그러면서도 부들부들 자기도 모르게 떨려오는 몸.. 가여울 정도로 덜덜 떠는 승희의 모습에서.
8. S# 병실 복도.
선우의 병실에서 나오는 태희. 철웅과 재혁, 동시에 돌아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재혁 : 선우 씬?
태희 : 다시 잠들었어. (그러더니 철웅을 향해 짐짓 웃음) 그 동안 제 동생을 보살펴 주셨다 구요. 고마워요.
철웅 씨한테 번번히 많은 신세를 지네요.
철웅 : 신세라고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선우하구 전.. 그런 사이가 아니니까요.
태희 : (미소) 이제 서야 나타난 언니가.. 주제넘은 말을 한건가요?
철웅 :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은 아니 구요.
태희 : 어쨌든 감사한건 감사한 거예요.
철웅 : (보면)
태희 : 잠깐 집에 좀 다녀오려 구요. 진짜 동생을 찾았단 얘길 집에다두 알려야 할 거 같구.. 또 해결해야할 일도 좀 있구요.
재혁 : (그 말에 태희를 본다)
태희 :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동생이 깨나면 곧 돌아올 거라구 전해주세요.
철웅 : 네.
태희, 일별하고 돌아선다. 재혁 태희 뒤를 따라 가면
철웅, 두 사람을 본다. 보다가 선우의 병실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9. S# 선우의 병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철웅, 잠이 든 선우 앞으로 다가서서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보다가.
철웅 : 야. 이선우.. 이젠 행복하니? 친언니를 찾아서.. 기분 좋아?
선우 : ...
철웅 : (잠시 간격을 두고 보다가 망설이듯) 사실은 말야.. (반지를 꺼내들고는) 나 오늘 너한테 청혼할라 그랬거든..
근데.. 지금은 안 되겠지..?
선우 : ...
철웅 : 안되겠지...? (쓸쓸한 시선.. 바라보는데서)
10. S# 달리는 차 안. (N)
옆에 기운 없이 앉아 있는 태희,
운전하고 있는 재혁, 돌아보다가 다시 앞을 보면.
재혁 : 이젠 어쩔 거니?
태희 : (간격을 두고 힘없이) ...뭘?
재혁 : 너하구 나.. 그리구 선우 씨.
태희 : (멈칫...)
재혁 : 선우 씨가 니 친동생이라는 걸 안 이상 너하구 나.. (하는데)
태희 : 그만해.
재혁 : (말을 멈추고 시선 주면)
태희 : 지금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럴 기운도 없구.. 여력도 없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떻게 하면 동생을 살릴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지금까지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을지..
그것만 생각할래. 지금은 그것만 생각해도 너무 벅차. (그러더니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본다)
재혁 : (본다. 보다가 다시 앞을 바라본다. 시선에서)
11. S# 평창동 집 앞. (N)
프레임-인 되는 승희, 대문 앞에 서서 잠시 망설이다가 올려다본다. 시선에서.
12. S# 평창동 집 부엌. (N)
더덕을 무치고 있는 예산댁, 그 옆에 서서 괜히 손으로 집어먹어가며.
오산댁 : 아이구 싱거. 이렇게 싱거운 걸 밥 반찬이라구.. (하더니 옆에 있는 소금을 손으로 집어 턱 뿌려 넣는다)
예산댁 : 뭐하시는 거예요?
오산댁 : (손으로 버물버물 해가며) 자고로 음식이라는 것은요 짭짜름하니, 밥하구 먹었을 때 간간해야 이게 제 맛인 거예요.
뭘 알지두 못하면서. (하더니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으며) 아이구 맛 난다.. 이래야 제 맛이지.
(하면서 손가락을 쪽쪽 빨면)
예산댁 : 이 양반이 증말..이 댁 분들은 짠 거라면 질색 팔색 하시는 분들이세요. 조금만 간이 쎄두 젓가락두 안 대신다구요.
오산댁 : 예에? (그 말에 보더니) 아니 그래두 이 정도로는 간이 베야..
예산댁 : 그렇잖아두 태희 양이 요즘 통 기운 없어 보여 더덕무침이나 좀 해볼까 했는데 세상에 이걸 이렇게 망쳐놔서 어쩐대..
(속상해서) 자꾸 이렇게 사고 치실 거면 나가 계세요. 나가 계시는 게 도와주는 거네요.
오산댁 : 뭘 그런 거 가지구 승질까지 내구 그러세요? 안 먹는다 그럼 우리가 먹으면 되지. 안 그래요?
예산댁 : (상대하기도 싫다. 속상해서) 이걸 어째 이걸.. (보면)
오산댁 : (본다. 눈을 흘기며 입만 움직여 궁시렁궁시렁 거리는데)
E.벨소리.
오산댁 : (? 돌아보면)
서준E : 제가 나가요 아줌마.
13. S# 평창동 집 거실. (N)
서준, 문을 열어주면 황급히 뛰어 들어오는 승희,
오산댁, 주방에서 나오며 보더니 반갑게.
오산댁 : 아이구.. 윤희 양 왔네? 그렇잖아두 저녁 다 되 가던 참인데. 배고프지? 언능 가서 씻구 내려와 응? (하는데)
승희 : 태희 언니는요?
오산댁 : 응? (하는데)
현자 : (소파에 앉아) 회사에 있는 니 언닐 왜 여기서 찾아? 퇴근할려면 시간 한참 남았잖아.
승희 : 태희 언니한테 무슨 전화 온 것두 없었어요?
서준 : 글쎄. 나두 방금 전에 들어와서.. (현자 보며) 엄마, 태희 누나한테 전화 온 거 없었어요?
현자 : 아니 없었다.
승희 : 정말 아무 연락 없었어요, 고모?
현자 : 없었어. (보며) 왜? 무슨 기다리는 연락이라두 있니?
승희 : 아, 아뇨.. 아니예요. 연락 없었으면.. 됐어요. (불안한 시선으로 오산댁을 한번 본 뒤 이층으로 올라간다)
현자 : (? 본다)
서준 : (본다)
오산댁 :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서 올려다보면)
14. S# 승희의 방. (N)
들어서는 승희, 천천히 방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온다.
초조하고 불안한 시선으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한쪽에서 가방을 꺼내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옷가지며 값나가는 폐물들을 전부다 가방 안에 집어넣는다. 반은 미친 사람처럼 정신없이 챙기고 또 챙기고..
그 때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오산댁, 승희의 모습을 보더니.
오산댁 : 야! 승희야. 너 왜 그래? (하고 들어오다가 정신없이 짐을 싸는 승희를 본다) 너 어디 가니? 왜 갑자기 짐을 싸구 그래?
승희 : 엄마두 빨리 아랫 채 내려가서 가방 싸.
오산댁 : 뭐? 왜? 어디 가는데?
승희 : 글쎄 빨리 내려가서 가방부터 싸라니까..!
오산댁 : 얘가 근데. 이유를 알아야 가방을 싸든지 말든지 하지. 무슨 일이야 대체 이게?
승희 : (보며) 들켰어.
오산댁 : 뭘 들켜?
승희 : 다.. 들켜 버렸다구. 내가 가짜라는 것두.. 선우가 진짜라는 것두 태희 언니가 다 알아버렸단 말야.
장재혁 그 인간이 언니한테 다 말해 버렸다구.
오산댁 : (숨을 들이키며 놀란다) 머..머..머.. 머야? 어머나 세상에 이를 어째.. 이젠 다 죽었네.. 꼼짝없이 우리 모녀 다 죽었어.
승희 : 조용히 해 엄마! 아직 이 집 식구들은 모른단 말야.
오산댁 : 으응? 몰라 아직?
승희 : 일단 이 집에서 도망부터 치는 거야.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겨서. 알았지?
오산댁 : 세상에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라니.. 어?
승희 : 시간 없어 엄마. 빨리 서둘러. 조금 있음 태희 언니 들이 닥칠 거구.. 그럼 그 땐 우린 정말 꼼짝없이 끝장이야. 알아?
오산댁 : 끝짱? (순간 번쩍 정신이 든다. 시선에서)
15. S# 아랫채 방. N
뛰어 들어오는 오산댁, 일단 가방을 꺼내놓고 왔다갔다. 그러나 정신이 없어 뭐부터 싸야할지 모르겠다.
그저 허둥지둥 방안을 왔다 갔다 하다가 걸려서 넘어진다.
오산댁 : 아야야야..! (가방에 부딪힌 발가락 붙잡고 데굴데굴 구르면)
16. S# 승희의 방. N
가져갈 수 있는 거는 뭐든지 다 가방에 집어넣은 승희, 트렁크 뚜껑을 닫는다. 너무 많아 잘 닫혀 지지도 않는 상태.
승희, 옷이 가방 밖으로 삐져나온 것도 상관없이 가방을 꾹 눌러 닫는다. 모습에서.
17. S# 평창동 집앞. N
도착하는 재혁의 차. 말없이 내려서는 태희.
재혁, 같이 차에서 내리는데.
태희 : (돌아보며) 됐어. 넌 그만 돌아가.
재혁 : (보면)
태희 : 집안일이야. 너한테까지 추한 모습 들춰 보이고 싶지 않아. 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
재혁 : 혼자.. 괜찮겠어?
태희 : 혼자 아니야. 고모두 있구 서준이두 있구.. 괜찮아. 넌 돌아 가두 돼.
재혁 : 그래. 그럼. (그러면서 다시 차에 올라타려는데)
태희 : 재혁아.
재혁 : (? 보면)
태희 : 오늘 고마웠어.
재혁 : (본다. 보더니 짐짓 웃음 차에 올라탄다)
출발하는 재혁의 차.
태희, 멀어지는 차를 본다. 보다가 집 쪽을 돌아본다. 일순 엄한 시선에서.
18. S# 이층거실. N
밖으로 나오는 승희, 무거운 가방을 끙끙거리며 질질 끌고 계단으로 내려간다.
19. S# 평창동 거실. N
무거운 가방을 끌고 나타나는 승희, 현자와 서준 ?해서 올려다보면
승희, 두 손으로 무거운 가방을 끌어내리다가 그만 탁! 걸린다. 있는 힘껏 가방을 당기다가 그만 놓치고 마는..
그러면서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는 가방.. 그 바람에 가방 안에 있던 옷이며 핸드백이며 악세사리들이 바닥에 산산히 흩어진다.
현자 : 얘! 이게 다 뭐니? 어?
서준 : (무슨 일인가, 같이 의아한 얼굴로 보면)
승희, 얼른 허둥지둥 뛰어내려와 흩어진 옷들이며 물건들을 가방에 도로 주워 담는다.
현자 : 얘가 근데. 너 왜 이래? 뭐하는 거냐구!
승희, 대답 없이 허겁지겁 미친 듯 물건을 담아 뚜겅을 닫는데.
그 때 그 앞으로 프레임- 인 되는 태희의 발.
순간 승희, 놀라서 헉!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들면 너무나 냉정하고 엄한 시선으로 내려 보는 태희.
현자, 서준 ?해서 보면.
승희 : 어.. 언니..
태희 : (아무 말 없이 본다)
승희 : (덜덜 떨려오는 몸.. 자기도 모르게 시선 피하면)
태희 : 일어나. (무서울 정도로 싸늘한 저음)
승희 : 네?
태희 : 너한테 물어볼 말이 있어. 일어나.
승희 : (본다. 식은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보면)
태희 : 너. 엄마 반지 어쨌니?
승희 : (떨리는 시선으로 태희를 본다) 마.. 말씀 드렸잖아요.. 잃어 버렸다구.. (하는데)
태희 : 다시 한 번 물을게. 너.. 엄마 반지 어쨌니?
현자/서준 : (의아하게 태희와 승희를 보는 가운데)
승희 : (점점 덜덜덜 떨려오는 몸. 태희를 본다) 잃어.. (덜덜 떨면서도 끝까지) 잃어버렸는데..(요.. 하기도 전에)
태희 : (그대로 짝! 승희의 뺨을 날린다)
승희 : !!
현자 : 태희야!! (놀라서 벌떡 일어나 본다)
서준 : 누나! (얼른 두 사람 쪽으로 다가서려는데)
태희 : 서준이 넌 거깄어. 나서지 마.
서준 : (멈칫.. 보면)
태희 : (다시 승희 보며) 엄마반지 어쨌는지 말해 보라니까 어서! 왜..? 말못하겠니? 내가 대신 말해볼까?
승희 : (흩어진 머리카락사이로 태희를 보면)
태희 : 나.. 지금 방금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야. 거기서 이선우를 만났어. 그 애가 엄마 반지를 목에 걸구 있드라.
현자 : 그게.. 무슨 말이야? 이선우라니?
서준 : 누나..
현자 : 답답해죽겠다. 대체 무슨 일인거야 너희들! 속 시원히 좀 얘기 해봐 어서!
태희 : 고모, 그리구 서준아 잘 들어. 지금 내 앞에 있는 동생은 가짜야.
윤희 반지를 훔쳐내서 나하구 할아버지..그리고 우리 식구 모두를 감쪽같이 속인 가짜라구.
현자 : 뭐, 뭐어? 가짜? 그게 무슨 말이야?
태희 : 진짜는 따로 있어요, 고모. (승희를 노려보며) 지금 내 앞에 있는 가짜가 우리 집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는 동안,
내 진짜 동생은 백혈병에 걸려서 혼자 외롭게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다 구요.
승희 : (덜덜 떨려온다. 절망적으로 시선 떨구면)
현자 : 세상에.. 어머어머 세상에. (기가 막혀 힘없이 소파에 주저앉는다)
서준 : (역시 기가 막혀 쳐다보면)
태희 : 너..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가 있니? 내 진짜 동생이 옆에 살아있는 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나한테 그런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 니가.. 그러구두 사람이니?
승희 : 언니..
태희 : (버럭) 닥쳐! 내가 왜 니 언니야!
승희 : (멈칫..)
태희 : 내 동생이 겪은 고통과 아픔을 생각하면 널 두 번 죽여두 시원치 않아.
승희 : ...! (두 눈 가득 고이는 눈물.. 보면)
태희 : 어떻게.. 넌 내 동생이 죽어가는 데두 끝까지 모른 척 할 수가 있었니? 너란 애는 양심두 가책두 없는 거니?
내가 얼마나 동생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지.. 선우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뻔히 다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뻔뻔스럽게 가짜행세를 계속 할 수가 있었어?
넌.. (미어지고 폭폭해서) 넌.. 우리 자매가 불쌍하지두 않았니? 불쌍하지도 않았어!
승희 : 언니.. 나는 그런 게 아니라..
태희 : 나가! 내 집에서 당장 나가!
승희 : (본다. 보다가 그대로 태희 앞에 무릎 꿇고 앉으며) 잘못했어요. 제가.. 죽을죄를 졌어요. 용서해주세요.
이게 다 할아버지가 시키신 일 이예요.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정말 이예요!
태희 : (멈칫..)
서준 :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돌아가신 분이라구 지금 할아버지한테 모든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거야 뭐야?
승희 : 정말 이예요. 정말루 할아버지가 입 다물라 그랬어요. 나는.. 이렇게까지 할 마음 없었다 구요. 정말 이예요.
(흐느낌으로 태희 올려다보면)
태희 : 할아버지가 왜!
승희 : 태희 언닐 위해서요!
태희 : 뭐?
승희 : 태희 언닐 위해서 그랬어요. 언니가 더 이상 동생을 찾아 시간낭비하게 할 수 없다 구요.
그러니까 저더러 죽을 때까지 입 다물구 윤희로 지내라 구요. 평생.. 언니한테 충성하라 구요.. (흐느낌..)
전 정말루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이예요. 정말 이예요..
태희 : 할아버지한테 선우가 내 진짜 동생이라는 얘길 했었니?
승희 : (멈칫..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올려다보면)
태희 : 물론 안했겠지. 그 사실을 알았다면 할아버지도 너한테 가짜행세 따윈 시키지 않았을 거야.
승희 : 언니이...
태희 : 넌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진실을 말한 적이 없었어. 이 순간에도 넌 위기만 모면할려구 계속해서 거짓말만 하구 있어!
승희 : (절망적으로 보면)
태희 :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히 말하지 그랬니. 그 댓가로 돈을 달라 그랬음 얼마라두 줬을 거야.
내 재산 전부라두 너한테 줬을 거야.
승희 : (무너진다. 흐느낌..)
태희 : (무섭게 노려보더니) 지금은 무엇보다두 선우 살리는 게 먼저니까..이렇게 조용히 보내주는걸 감사하게 생각해.
만에 하나.. 선우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그 땐 나두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승희 : ! (멈칫.. 다시 올려다보면)
태희 : 당장 내 집에서 나가. 그리구 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꽁꽁 숨어살아.
평생 두려움 속에서 벌벌 떨면서..비참하고 고통스럽게 그렇게 한번 너두 살아봐.
선우가 잘못되지 않길 두 손 모아기도하면서. 알았어? (그러더니 차갑게 돌아서서 그대로 이층으로 올라간다)
일순 그대로 바닥에 무너지듯 엎드리며 으아아아아!!!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리는 승희.
현자, 기막히고 어이없이 쳐다본다. 서준, 조금은 연민으로 승희를 내려다보면.
20. S# 태희의 방. N
프레임-인 되는 태희, 기운 없이 한쪽에 앉는다. 아랫 층에서 승희의 울부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태희, 말없이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너무 지치고 힘든 표정..
그러면서 아빠의 사진을 쳐다본다. 글썽해지는 시선에서.
21. S# 평창동 거실. N
엎드린 채 흐느끼는 승희.
현자 : 세상에 이게 다 무슨 일이라니..아우.. 아우머리야.. (하더니) 아줌마! 시원한 물 좀 가져와요!
서준 : (승희를 조금은 안 된 듯 보며) 일어나라. 그만하구 일어나라구.
승희 : (서럽게 계속 흐흑... 눈물을 터뜨리자)
현자 : 조용히 하지 못해! 여기가 어디라구 재수 없이 여자애가 울음소릴 내구 그래 너!
승희 : (그 말에 울음소리가 멈칫.. 한다)
현자 : 세상에 머리에 젖 비린내두 안 가신게 어떻게 겁두 없이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러 어떻게!
누가 들어두 기함해서 고꾸라질 일이지 이게..
서준 : (현자를 보면)
현자 : 마음 같아선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끝장을 봐야 속이 후련하겠다면, 내가 집안 체면 땜에 그렇게 못해 내가.
이런 끔찍한 일이 세상에 알려져서 구설에 오를까봐 그렇게 못한 다구. 알어? (하다가) 아우.. 아우.. (손으로 가슴을 치면)
예산댁 : (그 때 시원한 물을 앞으로 가져온다)
현자 : (그 물을 단숨에 벌컥벌컥 마시더니 탁 내려놓으며) 아줌마. 저 애 당장 이 집에서 내쫒아요.
일 초두 더 이 집에 못 있게 해요. 저 기집애한테 속은걸 생각하면.. 어우..
서준 : 그만 일어나. 언제까지 그러구 있을 거니?
승희 : (고개 숙인 채 그대로 앉아 있는다)
서준 : (본다. 보다가 안 되겠는지 승희를 잡아주려는데)
탁! 서준의 팔을 뿌리치는 승희. 서준, 멈칫.. 본다. 현자도 기가 막혀 보면.
승희,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더니 그대로 무서운 표정으로 나간다.
서준과 현자 어이없이 본다. 시선에서.
22. S# 정원. N
승희, 완전히 굳어진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그 때 가방을 들고 낑낑거리며 저쪽에서 나타나는 오산댁, 승희가 밖으로 나가는 걸 본다.
오산댁 : 얘! 승희야! 승희야아!!! 같이 가자! 어? (따라가는데 가방이 무겁다)
그 때 윗 채에서 바가지 들고 나타나는 예산댁.
오산댁, 예산댁과 시선 마주치자 짐짓.. 이내 겸연쩍은 미소..
예산댁 무섭게 오산댁을 노려본다. 노려보더니 소금을 오산댁하게 확! 뿌려버린다.
오산댁 : 아이구! 이게 뭐야! (퉤퉤 입으로 들어간 소금을 뱉으며) 소금 아냐? 아이구 짜라 아이구!
예산댁 : (한 번 더 촥! 뿌려버리는데서)
23. S# 평창동 대문 앞. N
가방을 들고 쫒겨 나오는 오산댁, 그 뒤로 쫒아 나와 계속 소금을 뿌려대는 예산댁.
오산댁 : 아이구! 그만 좀 해요! 그만 좀!!!
예산댁 : (본다. 보더니 아예 바가지 안에 있는 소금을 통째로 다 쏟아버린다)
오산댁 : 근데 이 놈에 여편네가! (하면서 홱 째려보면)
예산댁 : 하늘이 무섭지두 않아요?
오산댁 : (그 말에 멈칫.. 보면)
예산댁 : 나쁜 사람들 같으니라구. (무서운 얼굴로 보더니 그대로 쿵! 문 닫고 들어가 버린다)
오산댁 : (머리며 옷이며 잔뜩 뒤집어 쓴 채 씩씩거리며 보더니) 아이구 미치구 환장하구 팔짝 뛰겠네.
마른하늘에 날벼락두 유분수지. 대체 내가 이 나이에 이게 무슨 망신 살이야 이게.. (하면서 소금을 툭툭 털어내다가)
승희 이 나쁜 기집애.. 대체 애미 혼자 남겨 두구 어딜 가버린 거야? 갈 데두 없는데 나 혼자 어쩌라구.
아이구 속상해 증말.. (속상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돌아본다. 시선에서)
24. S# 거리. (밤)
힘없이 걸어오는 승희, 툭.. 툭..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혀도 넋을 잃은 채 걸어온다.
반쯤 넋이 나간 사람처럼 걷다가 한쪽에 있는 가로등을 붙잡고 잠시 선다.
밀려오는 서러움.. 입술을 꼭 물며 울음을 참는다. 한쪽에 쪼그리고 주저앉아 흐흐흑! 울음을 터뜨린다. 모습에서.
25. S# 병실 안. (밤)
침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선우. 철웅, 그 침대 옆에 나란히 앉아 같이 창밖을 본다.
선우 : (간격) 내가.. 무사히 퇴원할 수 있을까.
철웅 : (? 본다)
선우 : 이제는 이렇게 겨우 몇 분 앉아있는 것두 힘이 들어. 하루하루 몸이 나빠지는 게.. 내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야.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리게 되면 어쩌지?
철웅 : 야아..
선우 : 잠이 드는 게 무서워. 잠들었다가 다시는 못 깨어 날까봐 겁이 나.
이제 겨우 내 가족을 찾았는데..이제 겨우 내가 누군지 기억하게 됐는데.. 이대로 죽어버리면 어쩌지?
철웅 : 별소릴 다한다. 걱정 마. 너 괜찮아질 거야. 건강해져서.. 오랫동안 니 가족들하구 살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안심해.
선우 : (그 말에 철웅을 보며) 철웅아 나아.. 정말 살고 싶어. 나 있지.. 너무너무 살고 싶어졌어.. (가득 고이는 눈물.. 미어진다)
철웅 : (본다. 가슴 아파 바라보며)
선우 : (말없이 기대며 흐느낀다. 서러움에서)
26. S# 병실 앞.
병실 문 앞에 서 있는 태희, 반쯤 열린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불빛 앞에 서서 가슴 아픈 동생의 말을 다 들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갑자기.
철웅E : 선우야!
일순 태희, 멈칫 고개 들어 병실 쪽을 본다. 시선에서.
27. S# 선우의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태희.
태희 : 윤희야!
티슈로 코를 막고 있는 선우..이미 시트 한쪽이 흥건이 코피로 젖어있다.
철웅, 선우의 코피를 막아주며 한쪽에 눕히고 있다.
태희 : 윤희야! 윤희야 왜 이래 너? 어?
선우 : 괜찮아 언니.. 이러고 있음 괜찮아져..
태희 : 가서 의사 불러올게. 잠깐만 있어. (하고 돌아서려는데)
선우 : (덥썩 태희의 손을 잡는다)
태희 : (멈칫.. 돌아보면)
선우 : 괜찮아 언니.. 가지말구.. 그냥 옆에 있어줘.
철웅 : (선우를 본다)
태희 : (바라본다. 글썽해지는 눈물..) 하지만 너..
선우 : 괜찮아. 언니가 옆에 있음.. 금방 멎을 거야.
태희 : (본다. 보다가 천천히 앉으며 선우의 손을 꼭 잡아준다)
선우 : (어지러운 듯 조용히 눈을 감는다)
두 자매의 모습을 바라보는 철웅, 자기가 들어설 틈이 없다는 걸 알고 조용히 돌아서서 나간다.
28. S# 병실앞.
병실 앞으로 나오는 철웅, 문을 닫고 한쪽 벽에 잠시 기대선다. 씁쓸한 느낌..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시선 돌리는데서.
29. S# 박귀중의 병실 안. (밤)
기운 없이 안으로 들어오는 철웅.
짐짓 눈을 뜨고 철웅을 보는 박귀중. 알아보는 눈빛..
철웅 : 좀 어떠세요?
박귀중 : 어어.. (괜찮다. 고개를 짐짓 끄덕여 보인다)
철웅 : (간격을 두고) 선우가.. 가족을 찾았어요, 아버지.
박귀중 : (멈칫.. 철웅을 본다)
철웅 : 아버지 알고 계셨어요? 선우가 제하그룹 둘째 손녀딸이라는 거.. 아버지두 알고 계셨어요?
박귀중 : (본다)
철웅 : (박귀중 보며) 알고.. 계셨어요?
박귀중, 아들을 보다가 천천히 시선 돌린다. 아들이 받았을 충격에 가슴이 아픈 듯..
철웅, 그런 박귀중을 본다. 시선에서.
30. S# 병실 복도. (밤)
물통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던 연웅, 멈칫하는 표정으로 한발 물러선다. 뭐? 선우언니가.. 제하그룹 둘째 손녀딸?
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연웅, 천천히 한쪽으로 돌아선다.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수탁.
수탁 : 어? 연웅 씨. 여기 계셨네요?
연웅 : (표정 없이 수탁을 본다. 보다가 한쪽으로 기운 없이 걸어간다)
수탁 : (? 본다. 시선에서)
31. S# 병원 야외 일각. (밤)
수탁 : 네? 뭐라 구요? 선우 씨가 제하그룹 둘째 손녀딸이요?
연웅 : 그렇대. (그러면서 한숨)
수탁 : 그럼 뭡니까. 그 동안 승희 씨가 모두를 깜빡 속이구 선우 양 대신 가짜 행세를 했다 그 말입니까?
이야.. 진짜루 무서운 여자네 그 여자. 뒤늦게 라두 밝혀졌으니 다행이네요. 안 그렇습니까, 연웅 씨?
연웅 : (길게 한숨..)
수탁 : (? 본다) 근데.. 왜 자꾸 그렇게 한숨을 내쉽니까? 선우양은 친 가족을 찾았구 승희 씨는 이제 응징을 받을 텐데요.
잘된 일 아닙니까?
연웅 : 선우 언니한텐 잘된 일이지만..우리 철웅 오빨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
수탁 : 왜요? 이제 잘만 하면 우리 철웅 형님, 제하그룹 둘째 손녀사위가 될지도 모르는데요.
연웅 : (딱하다는 듯 보며) 그 집이 어떤 집안인데?
수탁 : 네?
연웅 : 운전기사 딸이라구 날 얼마나 무시하는 줄이나 알어? 거기다 대구 선우언니 남자친구가 우리 철웅 오빤 거 알아봐.
그 땐 아마 우리 집 한국 땅에 발도 못 붙이게 할 걸?
수탁 : 아니 운전기사 딸이라구 왜 연웅 씰 무시합니까?
연웅 : 운전기사 딸한테 자기 아들 내줄 수 없다 그거지.
수탁 : (멀뚱히 본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다가) 연웅 씨! 그럼 연웅 씨랑 그 날라니 사장 자식이랑.. (하는데)
연웅 : 그래. 우리 철웅 오빨 위해서라면 내가 포기할 수도 있어. 까짓 거 못할 것두 없지.
사랑두 중요하지만.. 나한테 하나뿐인 오빠잖아.
수탁 : 사.. 사랑이요?
연웅 :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하고 많은 집 다 놔 두구 선우 언니는 왜 하필 그런 집안에서 태어난 거냐구.
수탁 : 연웅 씨야 말루 너무한 거 아닙니까? 어떻게 나를 두구 그런 자식하구.. (하는데)
연웅 : 이제 겨우 선우언니랑 잘 되가나 했는데, 정말 산 넘어 산이네 우리 오빠.
수탁 : 저 역시 갈수록 태산입니다 연웅 씨.
연웅/수탁 : (동시에 땅이 꺼져라 한숨에서)
32. S# 병실복도. (밤)
혼자 앉아 있는 철웅,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쓸쓸히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fade-out.
33. S# 재혁의 오피스텔.
테이블위에 놓여지는 커피 잔. 재혁, 태희 앞에 잔을 놔준 뒤 한쪽에 앉는다.
태희, 온통 다른 생각에 잠김 채 말없이 커피를 든다. 그러다 마시지 않고 잠시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들어 재혁을 본다.
재혁 : (역시 시선 커피 잔에 준 채 말없이 젓고 있다)
태희 : (본다. 보더니 커피 잔 도로 내려놓으며 어색하게) 오늘 골수 검사 받기로 했어. 병원 가다가 니 생각이 나서..
또 동생을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두 해야 겠구. (보며) 너 아니었으면 나.. 어쩌면 끝까지 내 동생도 못 알아볼 뻔했어.
재혁 : (보면)
다시 시선 떨구는 태희, 사실 다른 말을 하려고 왔는데 말이 되어 나오질 않는다.
태희, 다시 커피 잔을 잡는다. 그러자.
재혁 :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니?
태희 : (그 말에 커피 잔 들다 말고 멈칫.. 시선 찻잔에 고정)
재혁 : 떠나줄까? 역시 그러는 편이 너하구 선우 씨한테 좋겠지?
태희 : ...
재혁 : 선우 씨가 니 동생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줄곧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너희 자매를 위해서 내가 떠나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구.
태희 : (그제야 고개 들어 재혁을 보면)
재혁 : 난 괜찮아. 그렇잖아두 너 동생일루 걱정되는 일 많을 텐데 내 문제까지 고민하구 마음 쓸 필요 없어.
나는 그냥.. 니가 해달라는 대로 해줄 테니까. (보며) 니가 떠나 달라면 떠나줄 거야.
태희 : (본다. 글썽해지는 눈물.. 이 남자 때문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 너는.. 내가 너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두
왜 이렇게 나한테 관대한 거니? 나한테.. 질리지두 않았니?
재혁 : 내가 널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태희 : (보면)
재혁 : 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야. 널 속였구, 널 이용했구.. 니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봤어.
(감정을 누르고 보며) 니가 떠나달라면 언제든 떠나줄 거야. 그러니까 말해.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나는 니가 하라는 대로 해줄 거야.
태희 : (본다)
재혁 : (보면)
태희 :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누른다. 시선 피하며) 우선은 윤희가 다 나을 때까지 시간을 좀 갖자 우리.
시간을 가지면서 너하구 나..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 볼게. 그 때까지는 니가 있어주면 좋겠어.
재혁 : (보면)
태희 : 지금 당장은 아이콘 팩 출시한 지두 얼마 안 됐구.. 나 역시 동생 때문에 당분간 회사 일에 전념하기 어려울 거 같애.
그 동안 니가 나 대신.. 회사 일을 좀 맡아주면 좋겠어. (보며) 그렇게 해줄 수 있겠니?
재혁 : (본다. 보더니 간격을 두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러자.
태희 : 고맙다. (억지로라도 웃어 보이려는데 잘 안 된다) 그럼 나.. 그만 가볼게. (시선 두지 않은 채 곧바로 일어서서 나간다)
재혁 : (본다. 시선에서)
34. S# 검사실.
서준과 태희, 팔에서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한쪽에 누워있는 태희, 표정 없이 천장을 응시하고 있다. 그 위로.
의사E : 형제라고 해도 골수가 맞을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태희E : 만에 하나.. 제 골수가 제 동생하고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35. S# 진료실.
의사와 마주앉아 있는 태희.
의사 : 그 땐.. 골수가 맞는 다른 사람을 또 찾아봐야죠.
태희 : 같은 골수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은 어느 정돈가요?
의사 : 우리나라 같은 경우..골수 기증자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서 좀 어렵습니다.
물론 저희들이야 끝가지 맞는 골수를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만.. 이선우 씨의 경우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요.
그게 가장 문젭니다.
태희 : (본다. 시선에서)
36. S# 병실 복도.
진료실에서 나오는 태희, 터벅터벅.. 기운 없이 걸어온다.
멍한 표정으로 쭉 걸어오다가 어느 순간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드는 모습에서.
37. S# 선우의 병실. (밤)
누워있는 선우, 바싹 타들어간 입술. 식은땀을 흘리며 많이 괴로운 모습..
그러다 일순 눈을 뜬다. 뭔가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본다. 보면.
태희 : 왜 그래? 또 몸이 많이 안 좋니?
선우 : (본다. 보더니) 나쁜 꿈을 꿨어..
태희 : 나쁜 꿈?
선우 : (기운 없이) 내가 죽는 꿈.. 아프기 시작하면서 가끔 그런 꿈을 꿔.
태희 : (보면)
선우 : 미안해 언니. 이렇게 만나자마자 언니한테 걱정만 끼치구..나.. 정말 나쁜 동생이지?
태희 : (고개를 가로젓더니) 걱정하지 마. 내일이면 골수검사 결과가 나올 거니까..
골수 검사 결과 나오는 거 봐서 곧바로 수술날짜 잡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선우 : (그 말에 본다. 보더니) 언니..만에 하나.. 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두 너무 실망하지 마.
태희 : (멈칫.. 보면)
선우 : 나두 알아. 아무리 자매라 그래두 골수가 일치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거..
태희 : 윤희야..
선우 : 걱정하지 마 언니. 난 괜찮아. 이렇게 언닐 만난 것만 해두 난 행복해 나.. 결과가 안 좋게 나와두 실망하지 않을 거야.
내 가족이 누군지 기억할 수 있게 됐구..또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언니 얼굴을 보고 떠날 수 있게 됐잖아.
태희 : 떠나긴 어딜 떠난다구 그래? 너 자꾸 그렇게 맘 약한 소리 하면 증말 언니가 혼내준다? 어?
선우 : (시선 떨구면)
태희 : 지금은 다른 거 생각하지 마. 니가 낫는 것만 생각해. 알았지? 알았지 윤희야?
선우 : (희미하게 웃는다. 고개를 끄덕이면)
태희 : (손을 잡아준다)
선우 : (다시 기운 없는 듯 눈을 감으면)
태희 : (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지는 심정으로 본다. 시선에서)
38. S# 달리는 차 안. (D)
운전하는 오한영과 그 옆에 재혁.
재혁 : 뭐 하나만 물어도 될까?
오한영 : 말씀하십쇼.
재혁 : 자넨.. 자네 힘으로 해결 안 되는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하나?
오한영 : 불가항력의 상황을 말씀 하시는 겁니까?
재혁 : 그래.
오한영 : 그럴 땐 기도를 합니다.
재혁 : (? 돌아보면)
오한영 : 뭐 꼭 하나님한테 소원을 빈다기 보다는..제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서죠.
제가 이렇게 냉정을 유지하는 것도 어쩌면 기도의 힘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릅니다.
재혁 : 신이 내 기도도 들어주실까? 나 같은 사람의 기도도.. 과연 들어주실까?
오한영 : (그 말에 본다. 시선에서)
재혁 :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의사E :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39. S# 진료실.
태희와 재혁, 긴장한 표정으로 본다. 둘 다 꼬박 밤을 샌 듯 조금은 초췌하고 긴장한 표정이다.
태희 : 어떻게.. 됐나요, 선생님? 골수 검사 결과가..
의사 : (검사결과 카드를 들여다보며 잠시 뜸을 들인다)
재혁 : 두 사람 골수가.. 선우 씨하고 맞지 않는 겁니까?
의사 : (본다. 보더니) 사촌동생분과 언니 두 분의 골수를 검사한 결과.. 언니분의 골수가 이식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태희 : !! (순간 아찔..해져서 재혁의 손을 꼭 잡는다)
재혁 : 정말입니까? 그러면.. 이제 수술할 수 있는 겁니까?
태희 : 언제 할 수 있나요 선생님.. 언제요?
의사 : 아무리 빨리 한다 해도 이삼 주 뒤나 가능할겁니다. 앞으로 이삼 주 동안 선우 양은 무균실에 격리될 겁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몸 안에 있는 병든 골수를 없애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그 과정이 끝나는 대로 언니분의 새 골수를 이식받게 될 겁니다.
재혁 : 그럼.. 살아날 수 있는 겁니까?
태희 : 살아나는 거죠? 그런 거죠 선생님?
의사 : 골수 이식 후 2,3주가 고빕니다. 2,3주 만 잘 넘기면 살아날 가망이 높게 되죠.
물론 부작용과 재발위험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어쨌든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태희 : (재혁을 본다)
재혁 : (다분히 희망적으로 본다. 보면)
40. S# 선우의 병실 복도.
걸어오는 철웅, 선우의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텅 비어있다. 간호사만이 빈 병실을 정돈 중.
철웅 : 저기요.. 여기 있던 이선우라는 환자..어디루 갔습니까?
간호사 : 오늘부터 항암치료를 받게 되서 무균실로 옮겼는데요.
철웅 : 항암치료요? 그럼..
간호사 : 네. 언니분의 골수가 환자분하고 맞는다던데요. (웃어주면)
철웅 : (일순 환한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돌아본다. 시선에서)
41. S# 무균실.
무균실안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기운 없이 깊이 잠이 들어있는 선우의 모습.
그 옆으로 무균복을 입고 프레임-인 되는 재혁, 선우를 바라본다. 울컥 치미는 아픔으로 잠시 바라보더니.
재혁 : 선우 씨.. 힘내요.
선우 : ...
재혁 :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요. 이렇게 아파 누워있는 모습.. 선우 씨답지 않아요.
그러니까 어서 털구 일어나라 구요. 알았어요?
선우 : ...
재혁, 비닐 막을 통해 난 작은 구멍으로 손을 넣어 선우의 손을 꼭 잡는다.
그 때 그 뒤로 들어서던 태희, 멈칫.. 잠들어있는 선우의 손을 잡고 있는 재혁을 본다.
잠시 그렇게 바라보던 태희,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42. S# 무균실 앞.
밖으로 나오는 태희, 조용히 무균 모자를 벗으며 멍하니 서 있는데
그 때 그 앞으로 뛰어오는 철웅, 태희를 못 알아보고 지나칠 뻔하다가 다시 되돌아온다.
태희 : (멈칫.. 고개 들어 본다. 보다가 알아보고) 철웅 씨.. 그렇잖아두 연락할 려구 했었는데..
철웅 : 골수가 맞는다면서요? 그럼 이제 선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살아날 수 있는 겁니까? 예?
태희 : 수술 경과가 좋으면요.
철웅 : 선우.. 지금 안에 있습니까? 잠깐 들어가서 봐도 될까요? (하는데)
태희 : 지금은 좀 곤란해요. 나중에 다시 오는 게 좋겠어요.
철웅 : 네? (멈칫.. 보더니) 왜요? 선우가 또 몸이 많이 안 좋은 겁니까?
태희 : 그런 건 아니구..
철웅 : 아니면요? 왜 들어가면 안 되는 겁니까?
태희 : (망설이며 보는데)
그 때 안에서 나오는 재혁, 무균 모자를 벗으면서 돌아서다가 멈칫..
바라보던 철웅, 일순 표정 굳어서 재혁을 본다.
재혁 역시 철웅과 태희 두 사람을 보고 조금은 당황하는 눈빛..
철웅 : (본다. 잠시 멍하니 보다가 시선 돌리며) 알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는 게 좋겠네요. (그러더니 그대로 돌아선다. 가면)
태희 : ...
재혁 : 언제 왔니?
태희 : 좀 전에.. (보며) 동생은 만나봤니?
재혁 : 어어.
태희 : 만나봤음 됐어. 수술할 때까진 당분간 찾아오지 않는 게 좋겠다. 집에서도 가끔 왔다 갔다 할 텐데..
괜히 고모 눈에라도 띄면.. 또 시끄러워질 거야.
재혁 : ...
태희 : 배웅 못해줘서 미안하다. 잘 가. (그러더니 끝내 시선 안 마주친 채 무균 모자를 쓰고 안으로 들어간다)
재혁 : ... (나즉히 한숨.. 시선에서)
43. S# 포장마차. (밤)
소주를 따는 철웅. 단숨에 마신다.
수탁 : 형. 괜찮으십니까?
철웅 : 뭐가?
수탁 : 요즘 들어 선우 양 병실에두 잘 안 찾아가시는 거 같구.. 기분두 영 안 좋으신 거 같아서요.
철웅 : 그런 거 없어.
수탁 : 저는.. 이러다 철웅이 형이 상처 입게 될까봐 그게 걱정입니다. 선우 양 가족이 제하그룹 집안이라면서요?
그렇게 어마무지하고 높고 대단한 사람들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 하찮고 우습게 여기잖습니까, 왜.
철웅 : 됐다 그만해라.
수탁 : (? 보면)
철웅 : 선우가 가족을 찾았어. 그렇게 그리워하던 언닐 찾았구, 골수까지 맞아떨어져서 수술까지 하게 됐어.
다행히 집안까지 잘 살아줘서 수술비니 치료비니 걱정 하나두 안하게 됐잖냐. 그거야 말루 기뻐하구 축하해줄 일이지.
수탁 : 형..
철웅 : 난 괜찮아. 선우가 살아날 수만 있으면 그걸루 된 거지 뭐. 선우만 살아나면 난 더 이상 바라는 거 없다.
(그러더니 뭔가 괴로운 듯 쭉 마시더니) 따러라.
수탁 : (본다. 보다가 따르면)
철웅 : (다시 쭉 들이키는데서)
사내1 : (포장마차 포장 뒤로 은밀히 지켜보고 있다. 씩 웃으며 슬며시 잭나이프를 펼친다)
44. S# 술집 앞. (밤)
철웅 힘없이 걸어오는데 한쪽에서 우르르 남자손님들과 술집아가씨들이 쏟아져 나온다.
“2차 가자! 2차 내가 쏜다!” 까르르 웃으며 남자들한테 한데 엉켜있는 술집여자들.
철웅, 그런 여자들과 취객들을 조금은 한심하게 흘끗 본다. 보다가 멈칫.. 아는 얼굴을 발견한 듯 본다. 보면.
짙은 화장에 요란한 악세사리, 노출이 심한 의상까지 입은 채 손님들한테서 팁을 받고 있는 승희.
승희, 기분 좋게 취객의 볼에 쪽! 뽀뽀하면 취객 역시 기분 좋게 승희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 준다.
철웅, 멍하니 본다.
승희, 담배 불을 붙여 취객의 입에 물려주고 팔짱을 끼며.
승희 : 사장님. 2차는 어디루 갈까? 응?
취객 : 니가 가구 싶은 데루 가자. 가자구 2차!
승희 : (씩 웃으며) 2차는 좀 더 비싼 거 알지?
취객 : 까짓 거 비싸 봤자지. 가자구!
승희 : 까깃 거 기분이다. 가자!
좋아서 취객과 같이 비틀거리며 걸어온다.
철웅,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승희를 본다. 시선으로 승희를 보는 철웅, 보면.
승희, 잔뜩 술에 취해 취객과 엉겨 붙어 비틀비틀.. 철웅 옆으로 지나쳐간다.
철웅 : (지나쳐가는 승희를 본다. 보다가 불쑥) 우승희!
승희 : ? (걸음을 멈추고 반쯤 풀린 시선으로 본다) 누구야? 응?
하면서 승희, 눈을 게슴츠레 뜨고 본다. 순간 멈칫..
철웅이란 걸 알아본 순간 번쩍 정신이 들면서 두 눈이 커지는 승희, 놀란다.
철웅, 변해버린 승희의 모습에 기가 막힌 듯 본다. 보면.
승희, 얼른 옆에 있던 취객에게서 팔짱을 풀어버린다. 어쩔 줄 모르는 시선..
당황하며 그대로 얼른 고개를 돌려버리는데서 스틸.
<35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