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바닥 수필>
쪼다더마는 .....
권다품(영철)
아파트에 정신적으로 약간 결함이 있는, 나이가 약 18~9세 되어 보이는 아이가 있다.
어떡하다 그렇게 됐는지 안타까울 정도로 인물이 좋다.
그 아이는 아파트를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한다.
자기를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더 큰 소리로 "아저씨 안녕하세요?" 또는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어디 가세요?" 하면서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런데, 경비 아저씨들 중에는 가끔 그 아이와 다투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그 아이가 정신이 정상이 아니다 보니, 경비실에 들어서 냉장고 문을 열고 요쿠루트나 우유 등 자잘한 마실 것들을 경비 아저씨 허락없이 내 마신다.
그래서 경비 아저씨들은 혹시 뭐 중요한 것들이라도 손을 대고 없어질까 싶어서, 일을 하러 나가거나 조금 멀리가얄 때는 경비실 문을 잠그고 나가곤 한다.
그러나 경비실 주위에서 잠시 일을 할 때는 일일이 문을 잠그지 않는다.
그럴 때, 혹시 그 아이가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경비실이 비어있으면, 마치 자기 집 냉정고 열듯이 문을 열고는 요쿠르트나 우유 등을 가지고 간다.
많이도 안 가지고 간다.
하나씩만 가지고 간다.
보통, 경비 아저씨들은 일을 하다가 그 아이가 경비실에 들어가는 걸 보면 "야, 왜 아무도 없는데 마음대로 들어가노?" 하면서 뛰어오고, 그 친구는 "미안합니다~. " 하면서 도망을 간다.
한 번은 내가 청소등의 일을 다 하고 경비실에서 잠시 쉬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어떤 구절을 읽다가 내 경험이 생각나서 수필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큰소리로 "아저씨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들어온다.
"니 잘 왔다.이리 와서 앉아라. 아저씨가 우유 하나 주께."
우유 하나랑 밀감 두 개를 줬더니 큰소리로 "아저씨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는 몇 번이나 뒤돌아 보면서 인사를 하면서 간다.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증세가 훨씬 덜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 얘기를 경비 반장이라는 사람에게 했더니 그 사람이 자기 경험을 말해준다.
"그런 거 그렇게 줘 볼실 하면 자꾸 온대이. 그런 애는 애초에 소리 질러서 겁을 줘가꼬 쫓아뿌야 돼."
"그래도 애가 불쌍하다 아입니까? 정신이 좀 그래서 그렇지 애가 참 맑더마는. 그라고, 애가 내어 먹으면 얼마나 내어 먹겠어요. 제 정신이 아인데 참 안 됐더마는 ...."
"아이라. 그래만 생각하마 안 돼. 그런 애들은 한 번 그래 해주마 자꾸 오게 돼 있어. 전에 한 번은 내 초소에도 들어와서 냉장고 문을 딱 열어서 마실 거를 가지고 나오다가 내한테 딱 걸린 기라. 내가 소리를 질렀더니, 이.새끼가 무슨 말인지 막 소리 소리 지르면서 도망을 가더라고. 그냥 놔뚜마 안 되겠다 싶어서 쫓아가서 맥살을 딱 잡았지. 저거 엄마한테 소리를 좀 질렀지. 그랬더니 저거 엄마가 사과를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가 엄마한테 '왜 이런 애를 수용시설에 안 보내느냐? 이런 애는 다른 사람들한테 자꾸 피해를 보인다고 신고를 하면 바로 잡아가게 돼있어요. 자꾸 이러면 전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했더니, 애 엄마가 '미안하다.' 면서 '뭐 없어졌습니까? 없어진 거는 다 사드리겠습니다.' 하면서 애 엄마가 사다 주기는 사다 주더마는, 그런 애를 왜 그렇게 두는 지 몰라? 그런 애는 전화 한 통이면 바로 잡아가뿐다꼬. 내가 그렇게 딱 겁을 주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내 초소에는 절대 안 온다꼬."
나는 속으로 참 인정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싶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 사람 말이 맞을 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 얼굴이 한 번 더 쳐다 보였다.
그걸 잘 처리했다고 자랑할 일은 아닌 듯 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에게 정내미가 떨어졌다.
마음을 줄 사람이 아니구나 싶었다.
남자가 어떻게 조 따위로 쪼잔스러울 수가 있을까?
며칠 뒤에 그 사람에게 또 어떤 말을 들었다.
"부모하고 자식 빼놓고는 사기 못 쳐먹는 사람이 바보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안 그래도 싫었는데, 완전 정내미가 떨어져 버렸다.
'이 무식한 인간아, 너는 그릇이 따~악 니 말만큼이네! 너같은 인간은 마음에서 지워야 겠구나!'
그 말을 들은 이후부터는 뭘 나눠먹기도 싫었다.
딸 둘이 있는데 딸들과도 떨어져서 혼자 원룸에서 지낸다 싶어서 안 됐다 싶었는데, 그 때부터 그런 생각이 싹 없어져 버렸다.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났다.
"왕대 밭에 왕대 나고, 쓸대 밭에 쓸때 난다."
그 집겹도록 들어서 정말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많이 들었던 그 말이 정말 너무 맞다 싶다.
그 사람은 어떤 집안, 어떤 어른들 밑에서 컸길래, 인품이 조만큼밖에 안 될까?
내가 시골 깡촌이지만, 그런 말씀을 해주시던 어른들이 계시는 우리 문중에서 나고 자랄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다.
그 사람과 같은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마음에서는 지우고있었는데, 결국 어떤 일 땜에 그 사람과의 관계를 완전히 끝내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다 싶다.
내 성격에는 그런 사람과 같이 근무한다는 것도 정말 큰 스트레스였다.
어이, 나는 당신 그 말을 통해서 당신 수준을 완전히 알겠고, 당신 집안 어른들의 수준을 알겠더라고.
그라고, 당신 말하는 수준 보니까, 할 말, 못 할 말 구분도 못 하는 완전 쪼다더마는 ....
2026년 1월 31일 오후 3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