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란 절대 직선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그저 가만 있고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늙어갈 뿐인 것 같다. 혹은 곡선으로 마구 휘돌아 흐르거나...
지난 20일 밤, 서울 양재동의 한 녹음실에서 <쎄시봉 콘서트>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며 든 생각이다.
지난해 가을, 젊은이들이 주 시청자인 MBC TV 예능프로 <놀러와>에 할아버지들이 등장해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조영남씨를 중심으로 과거 60~70년대를 풍미한 '쎄시봉'이란 공연장에서 활동하던 송창식·윤형주·김세환 등 평균연령 66세의 영감들이 등장해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이나 자유당 시절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아무 준비도, 연습도 없이 통기타 반주만으로 부른 노래 몇곡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동을 자아냈다.
그 감동의 시작과 비결은 ‘우정’이다.
음악을 사랑하고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공통점 외에 정말 너무 다른 20대 청년들이 모여서 통기타 문화를 창출했고 그후로도 각자 다른 길을 걸으면서 환갑.진갑이 넘도록 우정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지공선사(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어르신)가 된 맏형 조영남씨가 뒤늦게 라디오 MC를 맡아 고군분투하는 것을 도와주자며 조씨가 진행하는 <지금은 라디오시대> 특집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를 들려줬다. 그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자 당연히 TV에서도 섭외가 왔다.
조영남씨는 특유의 눙치는 말투로 “60세 넘은 할아버지들이 통기타 들고 나오면 왠지 노숙자처럼 보일 것 같기도 했는데, 그래도 라디오에서 성공했으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했지. 근데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반향이 오는 거야”라고 놀라워 했다.
그리고 이 할아버지들이, 열여덟살 아이유나 아이돌 그룹을 누르고 다시 올 설날 특집에 콘서트 프로그램으로 2일 동안이나 황금대 시간을 당당히 차지해 맹연습중이다.(본방송은 1월 31일, 2월1일)
연습장에서 만난 이들은 도무지 60대 중반의 중후함이나 어르신다운 풍모는 없었다. 한복 두루마기를 개량한 옷차림의 송창식씨가 커다란 기타를 들고 나타나자 조영남씨는 “야, 누가 널 뮤지션으로 보겠니? 기타 훔쳐가는 노숙자로 보지”라며 농을 시작했다.
그러자 송씨는 “형, 왜 그래. 내가 이래도 가수왕이었는데.. 형은 가수왕은 커녕 음악 프로에서 1등도 못해봤잖아”라고 받아쳤다.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상대방과 처음 만났던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간다. 칠순 할머니도 중학교 동창생을 만나면 열다섯 소녀로 돌아가 “어머어머, 계집애 하나도 안 변했다, 얘”라고 여중생처럼 호들갑을 떨고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하얀 옷깃의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되어 수줍은 미소가 입가에 감돈다. 이들도 함께 만나면 스무살로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듯한 모습을 보였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등 5명이 다 모였다.
스무살 풋풋한 청년들이 이젠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빠지고, 주름살도 완연한 노인이 되었지만 이들은 청년의 원형질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다들 젊음의 비결들이 있었다.
큰형격인 조영남씨는 지난해 경미한 뇌경색을 앓긴 했지만 다시 건강을 회복했다. 이틀전에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재미교포 초청 음악회에 무박 2일이란 경이적인 일정으로 참석했다가 돌아와서 다시 밤늦도록 연습에 몰두했다. 67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물론 항상 젊은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과 어울려 영화나 연극 등 문화생활도 즐기고 고가에 팔리는 화투 그림도 열심히 그리고 <이상은 이상 이상이다>란 시인 이상 평전을 쓸만큼 필력도 대단하다. 그의 젊음의 비결은 감탄사다. 그는 매순간, 아주 사소한 일에도 “야! 대단하다” “옳지, 그렇구나” 등의 감탄사를 연발한다. 감탄사는 감성이 녹슬지않게, 정신을 젊게 유지하는 최고의 윤활제다.
송창식씨는 16년전부터 기 운동을 하고 있다. 스스로 1만일동안 매일 일정한 시간에 빠짐없이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한 후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단다. 아침 6시에 잠들어 오후 3, 4시에 일어나는 독특한 생활에다가 이 운동때문에 아무리 높은 출연료를 줘도 해외 공연을 가지 않는다. 시차 때문에 1만일의 약속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란다.

“미국에 가는건 좋은데 미국에서 돌아오면 하루를 까먹는단 말야. 그곳에서 수요일 아침에 출발해도 여긴 목요일이니 수요일 운동을 할 수 없는 거야. 안돼, 안된다고...”
1만일이면 약 30년인데 이미 6000일은 했다고 자랑스러워 한다. 그 기운동 덕분인지 머리숱은 가장 빈약하나 피부빛깔은 제일 맑고 깨끗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이유로 1만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걸 지켜내는 힘은 또 뭘까...
윤형주씨는 이 가운데 가장 어른스럽고 자연스럽게 나이들어간다. 아름다운 미성으로 가수로서 인기도 누렸지만 회사도 운영하고 교회 장로로서 신앙심도 두텁다. 사랑의 집짓기 등 봉사활동에 열심이고 가장 조리있게 쎄시봉에 대해 설명하고, 큰형 조영남씨를 논리적으로 제압한다. 두 사람이 다투는걸 보면 만화영화 톰과 제리가 떠오른다.
김세환씨는 65세에도 귀염동이 막내 역할을 한다. 막내답게 아직도 귀여운 소년같다. 이 날도 푸드티셔츠에 체크무늬 남방, 코듀로이 바지 등 20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야구 모자를 쓰고 나타나 온갖 재롱을 부렸다. 최근엔 산악 자전거에 심취해 그에게 산악자전거를 배웠다는 연예인들이 수두룩하다. 자신의 허벅지가 원조 꿀벅지라고 자랑한다.

사실 이 모임이 유지되는데는 이장희씨가 큰 역할을 했다. 서로 바빠서, 혹은 너무 친숙해서 굳이 따로 만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사이인데 미국에 살던 이장희씨가 귀국해서 “나 왔수, 모입시다”라고 연락하면 다들 만사 제쳐두고 나타났다. 이들 외에도 이상벽씨, 김민기씨 등등이 모인단다. 요즘은 울릉도에서 더덕 농사도 하고 울릉도산 채소 사랑에 빠져 있는 그가 “나 며칠후에 서울가요. 만납시다”라고 전화하면 또 다 모인다. 언젠가 이장희씨에게 왜 울릉도를 선택했냐고 물으니 울릉도의 자연 경관도 경관이지만 “울릉도는 쉽게 나를 찾아오기 힘든 곳이라서요”라고 했다. 만나는 결정권은 자신이 갖겠다는 뜻일게다.
이 다섯 남자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난 나만의 추억여행을 했다.
처음에 TV에서 조영남씨가 딜라일라를 부르는 모습을 봤을 때의 충격!!(앗, 저런 얼굴이 어떨게... 아니 저런 목소리를 한국 사람이 어떻게...)
당시엔 너무나 섹시하고 감미로왔던 이장희 DJ의 목소리에 푹 빠져들어 듣던 라디오 ‘0시의 다이얼’과 영화 <별들의 고향>의 주제곡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들으며 시험 공부를 하던 여학생 시절,.
트윈 폴리오의 <하얀손수건><웨딩케익>의 레코드판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들으며 짝사랑하던 남학생에게 쓰고 찢었던 연애편지들.
송창식씨의 ‘상아의 노래’ 등 주옥같은 노래와 가삿말에 절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내 청춘의 나날.

그리고 수시로 날 구박하고 큰 소리로 야단치던 친오빠들과 달리 마냥 착하게 생기고 예쁜 노래만 부르는 김세환씨가 내 친오빠였으면 좋겠다는 몽상을 하던 시절...
아, 요즘 세대엔 절대 듣기 어려운 화음이 있는 이들의 노래를 눈감고 들으면 나 역시 개울물에 세수한듯 말간 피부를 가진 소녀의 감성이 남아 있는데, 다시 눈떠 거울을 보면 이들과 더불어 늙어가는 아줌마라는게 나의 현실이다.
그런데 너무나 희망적인 소식이 있다. 쎄시봉 친구들이 TV에 소개된 후, 그들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팬들이 너무나 많아 전국각지는 물론 해외에서도 초청이 줄을 잇는단다. 매일 라디오 방송에 바쁜 조영남씨를 제외한 송창식·윤형주·김세환씨에 사회자인 이상벽씨가 더해져 <쎄시봉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올 5월까지 15군데 정도의 전국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단다. 각 매체의 인터뷰 요청은 물론 개인별로 온갖 행사 요청이 들어오고 광고 제의도 많이 들어온단다. 세상에, 지하철 공짜로 타고 춘천에서 닭갈비나 드실 어르신들이 아이돌 그룹보다 더 인기가 많고 더 공연요청이 많다니.
5분 간격으로 태어난 쌍동이 사이에도 세대 차이를 느끼고, 빛의 속도보다 빨리 모든 것이 변하는 요즘, 이 쎄시봉 할아버지들의 맹활약 비결은 뭘까. 아마도 40년간 이들이 유지해온 우정이 너무 귀하고 아름답고, 또 힙합과 발라드 등 온갖 장르의 음악이 등장했어도 탁월한 목소리에 멋진 화음을 이루는 이들의 노래가 여전히 매력적이고. 또 이들의 노래 노래들이 우리 각자의 삶에 추억으로 아로새겨졌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의 전성기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결코 청춘의 시기만은 아니다. 이들처럼 60대 중후반에도 밀려드는 스케줄 정리에 고민하고, 다시 예전의 영화를 되살릴 화양연화의 시기가 올 수 있다. 게으르게 살거나 자신을 포기한 이들에겐 결코 오지 않는 순간이다. 매일매일 부지런히 자신의 삶을 가꾸었기에 다시 찾은 찬란한 순간이다. 그리고 사랑도, 우정도, 우리의 삶도 길과 같아서 자주 걸어가고 교감을 나눠야 탄탄해진다는 것을 이 쎄시봉 친구들을 통해 배웠다.
아, 내게도 이런 대기만성의 순간이 오도록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친구들에게 전화도 자주 해야지...
지난해 가을, 젊은이들이 주 시청자인 MBC TV 예능프로 <놀러와>에 할아버지들이 등장해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조영남씨를 중심으로 과거 60~70년대를 풍미한 '쎄시봉'이란 공연장에서 활동하던 송창식·윤형주·김세환 등 평균연령 66세의 영감들이 등장해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이나 자유당 시절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아무 준비도, 연습도 없이 통기타 반주만으로 부른 노래 몇곡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동을 자아냈다.
직찍이어요~.
음악을 사랑하고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공통점 외에 정말 너무 다른 20대 청년들이 모여서 통기타 문화를 창출했고 그후로도 각자 다른 길을 걸으면서 환갑.진갑이 넘도록 우정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지공선사(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어르신)가 된 맏형 조영남씨가 뒤늦게 라디오 MC를 맡아 고군분투하는 것을 도와주자며 조씨가 진행하는 <지금은 라디오시대> 특집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를 들려줬다. 그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자 당연히 TV에서도 섭외가 왔다.
조영남씨는 특유의 눙치는 말투로 “60세 넘은 할아버지들이 통기타 들고 나오면 왠지 노숙자처럼 보일 것 같기도 했는데, 그래도 라디오에서 성공했으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했지. 근데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반향이 오는 거야”라고 놀라워 했다.
그리고 이 할아버지들이, 열여덟살 아이유나 아이돌 그룹을 누르고 다시 올 설날 특집에 콘서트 프로그램으로 2일 동안이나 황금대 시간을 당당히 차지해 맹연습중이다.(본방송은 1월 31일, 2월1일)
연습장에서 만난 이들은 도무지 60대 중반의 중후함이나 어르신다운 풍모는 없었다. 한복 두루마기를 개량한 옷차림의 송창식씨가 커다란 기타를 들고 나타나자 조영남씨는 “야, 누가 널 뮤지션으로 보겠니? 기타 훔쳐가는 노숙자로 보지”라며 농을 시작했다.
그러자 송씨는 “형, 왜 그래. 내가 이래도 가수왕이었는데.. 형은 가수왕은 커녕 음악 프로에서 1등도 못해봤잖아”라고 받아쳤다.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상대방과 처음 만났던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간다. 칠순 할머니도 중학교 동창생을 만나면 열다섯 소녀로 돌아가 “어머어머, 계집애 하나도 안 변했다, 얘”라고 여중생처럼 호들갑을 떨고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하얀 옷깃의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되어 수줍은 미소가 입가에 감돈다. 이들도 함께 만나면 스무살로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듯한 모습을 보였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등 5명이 다 모였다.
스무살 풋풋한 청년들이 이젠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빠지고, 주름살도 완연한 노인이 되었지만 이들은 청년의 원형질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다들 젊음의 비결들이 있었다.
큰형격인 조영남씨는 지난해 경미한 뇌경색을 앓긴 했지만 다시 건강을 회복했다. 이틀전에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재미교포 초청 음악회에 무박 2일이란 경이적인 일정으로 참석했다가 돌아와서 다시 밤늦도록 연습에 몰두했다. 67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물론 항상 젊은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과 어울려 영화나 연극 등 문화생활도 즐기고 고가에 팔리는 화투 그림도 열심히 그리고 <이상은 이상 이상이다>란 시인 이상 평전을 쓸만큼 필력도 대단하다. 그의 젊음의 비결은 감탄사다. 그는 매순간, 아주 사소한 일에도 “야! 대단하다” “옳지, 그렇구나” 등의 감탄사를 연발한다. 감탄사는 감성이 녹슬지않게, 정신을 젊게 유지하는 최고의 윤활제다.
송창식씨는 16년전부터 기 운동을 하고 있다. 스스로 1만일동안 매일 일정한 시간에 빠짐없이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한 후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단다. 아침 6시에 잠들어 오후 3, 4시에 일어나는 독특한 생활에다가 이 운동때문에 아무리 높은 출연료를 줘도 해외 공연을 가지 않는다. 시차 때문에 1만일의 약속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란다.
“미국에 가는건 좋은데 미국에서 돌아오면 하루를 까먹는단 말야. 그곳에서 수요일 아침에 출발해도 여긴 목요일이니 수요일 운동을 할 수 없는 거야. 안돼, 안된다고...”
1만일이면 약 30년인데 이미 6000일은 했다고 자랑스러워 한다. 그 기운동 덕분인지 머리숱은 가장 빈약하나 피부빛깔은 제일 맑고 깨끗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이유로 1만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걸 지켜내는 힘은 또 뭘까...
윤형주씨는 이 가운데 가장 어른스럽고 자연스럽게 나이들어간다. 아름다운 미성으로 가수로서 인기도 누렸지만 회사도 운영하고 교회 장로로서 신앙심도 두텁다. 사랑의 집짓기 등 봉사활동에 열심이고 가장 조리있게 쎄시봉에 대해 설명하고, 큰형 조영남씨를 논리적으로 제압한다. 두 사람이 다투는걸 보면 만화영화 톰과 제리가 떠오른다.
김세환씨는 65세에도 귀염동이 막내 역할을 한다. 막내답게 아직도 귀여운 소년같다. 이 날도 푸드티셔츠에 체크무늬 남방, 코듀로이 바지 등 20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야구 모자를 쓰고 나타나 온갖 재롱을 부렸다. 최근엔 산악 자전거에 심취해 그에게 산악자전거를 배웠다는 연예인들이 수두룩하다. 자신의 허벅지가 원조 꿀벅지라고 자랑한다.
사실 이 모임이 유지되는데는 이장희씨가 큰 역할을 했다. 서로 바빠서, 혹은 너무 친숙해서 굳이 따로 만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사이인데 미국에 살던 이장희씨가 귀국해서 “나 왔수, 모입시다”라고 연락하면 다들 만사 제쳐두고 나타났다. 이들 외에도 이상벽씨, 김민기씨 등등이 모인단다. 요즘은 울릉도에서 더덕 농사도 하고 울릉도산 채소 사랑에 빠져 있는 그가 “나 며칠후에 서울가요. 만납시다”라고 전화하면 또 다 모인다. 언젠가 이장희씨에게 왜 울릉도를 선택했냐고 물으니 울릉도의 자연 경관도 경관이지만 “울릉도는 쉽게 나를 찾아오기 힘든 곳이라서요”라고 했다. 만나는 결정권은 자신이 갖겠다는 뜻일게다.
이 다섯 남자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난 나만의 추억여행을 했다.
처음에 TV에서 조영남씨가 딜라일라를 부르는 모습을 봤을 때의 충격!!(앗, 저런 얼굴이 어떨게... 아니 저런 목소리를 한국 사람이 어떻게...)
당시엔 너무나 섹시하고 감미로왔던 이장희 DJ의 목소리에 푹 빠져들어 듣던 라디오 ‘0시의 다이얼’과 영화 <별들의 고향>의 주제곡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들으며 시험 공부를 하던 여학생 시절,.
트윈 폴리오의 <하얀손수건><웨딩케익>의 레코드판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들으며 짝사랑하던 남학생에게 쓰고 찢었던 연애편지들.
송창식씨의 ‘상아의 노래’ 등 주옥같은 노래와 가삿말에 절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내 청춘의 나날.
그리고 수시로 날 구박하고 큰 소리로 야단치던 친오빠들과 달리 마냥 착하게 생기고 예쁜 노래만 부르는 김세환씨가 내 친오빠였으면 좋겠다는 몽상을 하던 시절...
아, 요즘 세대엔 절대 듣기 어려운 화음이 있는 이들의 노래를 눈감고 들으면 나 역시 개울물에 세수한듯 말간 피부를 가진 소녀의 감성이 남아 있는데, 다시 눈떠 거울을 보면 이들과 더불어 늙어가는 아줌마라는게 나의 현실이다.
그런데 너무나 희망적인 소식이 있다. 쎄시봉 친구들이 TV에 소개된 후, 그들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팬들이 너무나 많아 전국각지는 물론 해외에서도 초청이 줄을 잇는단다. 매일 라디오 방송에 바쁜 조영남씨를 제외한 송창식·윤형주·김세환씨에 사회자인 이상벽씨가 더해져 <쎄시봉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올 5월까지 15군데 정도의 전국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단다. 각 매체의 인터뷰 요청은 물론 개인별로 온갖 행사 요청이 들어오고 광고 제의도 많이 들어온단다. 세상에, 지하철 공짜로 타고 춘천에서 닭갈비나 드실 어르신들이 아이돌 그룹보다 더 인기가 많고 더 공연요청이 많다니.
5분 간격으로 태어난 쌍동이 사이에도 세대 차이를 느끼고, 빛의 속도보다 빨리 모든 것이 변하는 요즘, 이 쎄시봉 할아버지들의 맹활약 비결은 뭘까. 아마도 40년간 이들이 유지해온 우정이 너무 귀하고 아름답고, 또 힙합과 발라드 등 온갖 장르의 음악이 등장했어도 탁월한 목소리에 멋진 화음을 이루는 이들의 노래가 여전히 매력적이고. 또 이들의 노래 노래들이 우리 각자의 삶에 추억으로 아로새겨졌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의 전성기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결코 청춘의 시기만은 아니다. 이들처럼 60대 중후반에도 밀려드는 스케줄 정리에 고민하고, 다시 예전의 영화를 되살릴 화양연화의 시기가 올 수 있다. 게으르게 살거나 자신을 포기한 이들에겐 결코 오지 않는 순간이다. 매일매일 부지런히 자신의 삶을 가꾸었기에 다시 찾은 찬란한 순간이다. 그리고 사랑도, 우정도, 우리의 삶도 길과 같아서 자주 걸어가고 교감을 나눠야 탄탄해진다는 것을 이 쎄시봉 친구들을 통해 배웠다.
아, 내게도 이런 대기만성의 순간이 오도록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친구들에게 전화도 자주 해야지...
첫댓글 그들은 진정 우리들의 아이돌입니다...송창식 대머리가 우습네요...ㅎㅎ
외국에서 살면 요사이는 인터넷으로 어렵잖게 한국 방송을
접할 수 있지만 몇 년 전까지 만해도 한국의 방송을 보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명절 특집 방송이나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가요무대 같은 프로그램 녹화
비데오를 한국 비데오 가게에서 빌려보곤 했지요. 그것도
당일은 볼 수 없고 그 다음날 대한항공 승무원 편으로 원본
판이 오면 복사를 수천장 만들어서 빌려주었지요
비데오 가게도 장사가 잘 되었지요 쇠주도 운좋게 한병 같이
구입한 날에는 온 집안이 노래방이 되지요 요사이는 비데오
가게가 장사가 잘 안된다니 세월이 많이 변하였습니다
오늘이 주말이니 잘 감상하겠습니다. 감사+++
설연휴에 세시봉 콘서트 재방송하나 하고 MBC및 MBC관련 케이블 채널 편성표를 열심히 찿았는데 다시 보여 주지않아 아쉬웠는데 오늘 마침 경북중고 대전동문회 들렸더니 56회 후배가 올린 동영상이 올라와 있어 반가워서 후배에게 부탁해서 맥암회 홈페이지에도 수고스럽지만 올려 달라고 했더니 올려 놓았네요.
특히 해외에 있는 동기들이 많이 좋아 할것 같아서.
조금전에 51회 동기회 홈페이지에 오래간만에 들려보니 곡강정 선생도 같은것을 이미 올려 놓았네요.
선후배,친구사이의 남자들의 우정을 느낄수 있어 좋았고 옛날에 우리 놀던 생각이 나서 더욱 더 새삼스럽네요.
학교 다닐때 생각하면서 향수에 젖어 보세요.
놀부 전동욱님 우리카페 정회원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좋은 자료 있으면 올려주시면 고맙겠고요
이 쪽 자료도 일단 퍼가시는 것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단, 음악, 유머, 사진 등 지재권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라고
본 맥암 카페와 같이 회원 외에는 접근이 완전 폐쇄된 사이트가 아니면
게시 안하시는게 좋겠고, 폐쇄 사이트라도 내용에 따라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웃음이 보약"에 있는 게시물에는 실명이나 회원 닉네임이 자주 등장하니
웬만하면 퍼가시지 말고 그냥 들어와서 보시면 감사하겟습니다.
위의 귀한 영상 올려주신 놀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전동욱동문,맥암카페 정회원 등록을 환영합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자료 많이 올려주길 기대합니다.
과분한 말씀..조용하게 지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