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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그림예술, “공감각”의 창조성에 대하여
글쓴이 김은정
작성일 2020-08-03 10:23:17
발달장애인의 그림예술, “공감각”의 창조성에 대하여
김은정
최근, 발달장애가 있는 예술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예술이란 또 하나의 가공이라 말할 수 있는데, 타인의 재료에 노력을 가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입니다. 미술은 물론이고 악기연주나 작곡 등의 음악, 몸을 움직여 표현하는 무용이나 연극 역시 가공의 작업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가공의 작업인 예술을 마르탱은 ‘지성의 표현’이라 했고 산티야나는 ‘기쁨’, 베르그송은 ‘통찰’, 프로이트는 ‘욕구’ ‘무의식’, 톨스토이는 ‘정서’, 듀이는 ‘경험의 표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다양한 예술의 정의를 통해 공통되는 것은, 예술이란! 과학적인 수치상의 계산이 아니라 ‘인간의 주관적인 내부의식’이라는 것, 인간의 감성으로 표현되는 ‘특수한 의식’이라는 공통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흠, 인간의 주관적인 내부의 특수한 의식이라... 그것이 예술이라...
그렇다면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만큼 최적화된 인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 견해로는 ‘내면적 의식이 무한하게 발달된 사람’이 발달장애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무한하게 발달된 사람이 발달장애인이라니, 말장난같이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의학적으로 발달장애란 뇌의 신경 전달 체계의 발달미숙이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여기에서의 ‘미숙’은 ‘결핍’이나 ‘결여’만의 의미는 결코 아니라고 과감히 단언하고 싶습니다. 외부 감각의 정보를 입력하고 저장해서 출력하는 ‘속도’가 늦는 것이지 사회적 기술 습득이나 자조생활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감성의 특수한 의식이라는 예술로서의 해석으로는 우리와는 ‘다른 감각’에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다른 조건’을 가진 발달장애인의 신경 전달 체계의 ‘다름’은 예술적인 최적의 재능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언어적 정보처리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과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여러 정보를 의도적인 의식 없이 자동적으로 동시에 처리하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정보들을 순차적으로 처리수용하기 때문에 그 처리과정이 다소 지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집중주의력이라는 신경망이 발달하게 되는데, 이 때 그림 그리는 화가의 중요한 재능 중의 하나인 ‘공감각(어떤 감각에 자극이 주어졌을 때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감각간의 전이현상)’이라 불리는 색청(시각, 청각, 촉각 등의 자극이 색감으로 감지되는 감각유추)’이라는 감각현상이 증폭된다고 합니다.
그림의 주제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 표현이 작품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엉뚱함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일상 속의 사물과 시간들이 색감으로 입력 저장된 ‘다른’ 신경 전달 체계를 가진 그들, 발달장애화가의 공감각이 발동된 것은 아닐까요?
언젠가 발달장애 청년 화가, 이규재 작가의 작품 설명으로 흥미로운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해가 진 저녁, 귀가 길에 본 아파트 창문마다 켜진 거실 불빛을 그린 작품인데 제목이 <아파트 불빛은 다 다르다> 입니다. 작품 설명에 집집마다 냄새도 다르고, 사는 사람도 다르고, 그래서 집마다 불빛 색깔이 다르다는 내용이었지요.
그 당시는 그림 속 창문들 색깔이 제각각 달리 채색되어 있는 이 독특한 표현은 상상일까? 추상일까? 라는 단순한 의문이 들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의 생각은 우리와 ‘다른 신경 전달 체계’가 색감으로 감지된 공감각의 색청일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공감각의 색청이 천재적 재능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고 또한, 그림 활동을 하는 발달장애화가들이 모두 공감각적인 색청을 지녔다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신경망 발달로 ‘다른 감각과 다른 조건의 다른 가능성’이 그림으로 발현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저는 이 다름의 의미를 발달장애인은 계산되고 의도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공감각의 색청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자생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현대미술은 고전적인 정형화된 그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해야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한 예술가가 된다고 합니다. 성공한 예술가라는 표현은 화폐로 매겨지는 뉘앙스도 있지만 그것보다 많은 사람들과 느낌과 생각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런 의미로 발달장애화가들이 그림에서 보여주는 자발성, 성실성이야말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휴면브랜드를 품고 있는 성공한 예술가가 아닐까요?
개인의 창작물로서 언어만큼이나 섬세한 대화가 가능하게 된 발달장애화가들의 휴먼브랜드는 이젠 장애 극복의 눈물겨운 인간승리가 아닌 개인이 가진 적성이자 특기로서 예술적 가치를 빛낼 것입니다.
행여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동그라미만 그리고 있다고 걱정 가득한 눈길을 주고 있지는 않으세요? 병원에서 진단 내린 발달장애라는 프레임으로만 그 모습을 본다면 영락없는 집착적 행동이고 과한 자기몰입의 모습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사자 개인의 개성으로 무엇인가 그리는 행위를 즐기는 취향이나 적성으로 먼저 생각하고 바라본다면, 그 반복되는 동그라미 그림이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그 무수한 동그라미는 시간과 함께 세모, 네모로 확장될 것은 분명하니까요.
이 시대의 잘 그린 그림이란, 다년간 교육과 함께 길러진 미적공식이 집약된 공식대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이 주는 진정성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그림입니다.
그러니 같은 모양만 반복해서 그린다고, 무슨 그림이 저러냐고, 매번 똑같은 색만 고른다고 무심코 지나치지 마세요. 그 사람만이 볼 수 있고 그릴 수 있는 감각의 활약,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인간으로서 고유한 본질과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객관적 실재인 한 ‘개인의 다양성’은 끝없는 창조의 세계로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네버엔딩스토리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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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은정
발달장애화가 이규재 작가의 어머니. 이규재 작가는 판타지한 주제를 강하고 거친 남성적 터치로 표현하는 화풍으로 알려져 있다. 어머니 김은정씨는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며 그림으로 표현한 아들의 마음을 글로 써서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발달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현재 발달장애미술가 단체 <아르브뤼코리아> 대표이다.
*에이블뉴스 - 김은정의 ‘그들의 예술처럼’
*한국장애인예술협회 E美지 – 변화하다. 아트프렌즈
*휴먼에이드매거진 –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