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장진나 노무법인 현율 대표공인노무사
최근 마트노조 이마트 지부는 600억원대 임금체불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55조 2항에 따라 회사가 공휴일에 근로한 직원들에게 다른 근무일에 휴일을 부여하고 휴일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해야 하는데, 서면합의를 했던 근로자대표가 잘못 선출됐다는 것이다. 지부는 회사가 권한 없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했으니, 서면합의는 무효이고, 회사는 전 직원에게 3년분의 휴일가산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대표제의 현주소
근로자대표는 이마트 사건과 같은 휴일대체뿐만 아니라, 유연근로시간제, 보상휴가제, 유급휴가대체와 같이 근로시간, 휴게, 휴일, 휴가, 퇴직금, 산업안전 등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해 근로자들을 대신해 사용자와 협의, 합의, 동의 등을 하는 주체로서 노동관계법 전반에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고, 최근에는 노동조합의 조직률 하락으로, 노동조합을 대신할 새로운 근로자이익대표자로서 점차 그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현행 노동관계법에 근로자대표 정의 규정조차 명확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경영상 해고에 관한 규정이고, 제24조 3항은 경영상 해고 전 해고회피방법이나 대상자 선정 등과 관련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대표와 협의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협의주체로서 근로자대표는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이외 근로자대표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전무하다.
우리 회사 근로자대표 문제없나?
근로자대표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해도 1998년 근로기준법이 사용자에게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선출해 협의 절차를 진행하도록 규정한 이유는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사용자의 간섭 없이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할 수 있는 자를 선임(또는 선출)해,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협의, 합의 등을 진행하고,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근로조건 결정이나 불이익 변경을 제한하기 위한 것임이 명백하다.
그러나, 최근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사업장마다 유연근로시간제, 보상휴가제, 연차대체제 등을 도입하면서, 근로자대표 선출에 대한 고민으로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지명한 자나 사용자를 위해 행위하는 자까지 근로자대표가 되기도 했다.
또 일부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대표에 대해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다보니 고용노동부의 지침이나 해석에 의존했던 사례도 적지 않았는데, 고용노동부가 과거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에게 근로자대표의 지위를 인정했던 것을 2015년부터 근로자위원도 유연근로시간제 도입 등을 위해 근로자 과반수를 위해 행위 할 수 있는 근로자대표로서의 권한을 다시 위임 받아야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입장을 변경했음에도 사업장 내에서는 과거와 같이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에게 근로자대표의 지위가 있다고 봐 유연근로시간제 등 도입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과의 서면합의를 추진하기도 했다.
많은 경우는 아닐 것이나 적법하게 근로자대표로 선출된 자라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회유나 협박 등으로 근로자를 위한 이익 대표자로서의 실질적 활동을 하지 못하거나, 제한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근로자들은 자신의 근로조건을 대신 결정해 줄 대표를 선출하고, 근로자대표로 선출된 사람은 근로자 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위 함이 대의제 또는 대표제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 근로자 집단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거나, 부여 받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대표자가 근로기준법상 서면합의 등 권한을 갖는 근로자대표가 될 수 없음도 당연하다. 결국 사용자로부터 지목, 지명을 받은 근로자대표들이나 사용자의 지배, 개입상태에 있는 근로자 대표와 체결한 서면합의를 포함한 법률행위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
위의 사례들을 보건데, 잘못 선출된 근로자대표가 사용자와 서면합의 체결한 것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경우가 비단 이마트의 경우뿐이겠는가. 또 이마트와 같은 대기업,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만 문제가 있는 것인가. 영세 사업장일수록 연차휴가를 공휴일로 대체하면서 유급휴가 대체에 대한 서면합의를 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기업의 규모, 노조 유무를 떠나 근로자대표 문제는 어느 사업장에서든 업종이나 시기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노사간 첨예한 법률 다툼과 분쟁으로 번질 사안이라 하겠다.
근로자대표 문제. 어떠한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까?
근로자대표 선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 근로자대표가 행한 법률행위가 무효임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런데,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 등 권한을 행사하는 사안은 근로시간, 휴게, 휴일, 휴가 등과 같은 중요 근로조건이고,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 등으로 원칙적으로 적용되던 법률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들이 많다.
예컨대, 사용자는 공휴일 등 소정 근로일이었던 날에 휴무를 부여했어도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 제60조의 연차휴가를 별도로 부여해야 하고, 미사용 휴가에 대해서는 보상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따라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요건으로 사용자는 공휴일 등을 연차휴가로 대체하고, 그 범위내에서 근로기준법 제60조의 연차휴가 부여의무를 면제받게 된다. 이마트 사례와 같이 공휴일을 법정휴일로 적용받는 사업장에서 사용자는 공휴일 근무자에게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나, 근로기준법 제55조 2항에 따라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근무일로 휴일을 부여하고 휴일가산수당 지급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이 근로자대표 서면합의 등으로 사용자는 법정수당과 같은 임금채권에 대한 민사상 면책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은 제60조에 따라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연차휴가를 부여하지 않을 경우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벌칙 제110조 제1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나,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따라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 근로자들의 청구가 아닌 사용자가 정하는 휴무일로 연차휴가를 대체하면서 벌칙 규정도 적용받지 않게 되는 형사상 면책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자대표 선정 등에 문제가 있는 경우 사용자는 임금체불과 같은 민사상 책임, 노동관계법 위반의 형사상 책임 등의 책임이 고스란히 발생된다.
나아가 새로운 근로자대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노사 간, 노노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어떠한 이슈보다 사업장 내 강력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입법불비 상태의 근로자대표제는 근로자대표제와 관련된 노동관계법 규정들을 형식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고용노동부는 2007년 근로자대표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 놓았으나, 벌써 10년도 넘은 지침이고, 사업장 근로감독에서도 단순히 서면합의서가 존재하는지 여부만을 확인할 뿐, 실제 근로자대표가 적법하게 선출돼,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에서 서면합의 등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는 않는다.
근로자대표제에 관한 입법공백을 메우고자, 대통력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19년 하반기부터 근로자대표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합의안이 제출될 경우 입법추진이 이뤄지겠으나, 입법추진으로 인해 근로자대표 문제에 대한 사업장 내 이슈는 더욱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의 근로자대표 문제, 다시 한 번 되짚고 노사 간 신뢰훼손이나 분쟁 발생의 여지가 없을지 고민해보면서 적극적인 대비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