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由本不受堯天
只臥箕山山頂月
[보련각판 이희익선생님 선림구집]
巢父見牛飮淸水
上流洗耳見許由
任務天子碍拘束
都放下不如無事
소부(巢父)가 소를 끌고 맑은 물을 먹이려 하다
상류에서 귀를 씻는 허유(許由)를 보았네
임금을 맡겨서 힘쓰게 하매 구속됨에 거리낌 있으니
모두 놓아 버리고 일없음만 같지 못하네
[각현 전홍걸]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제위를 넘겨주기 전이었다. 후임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탄생했다. 허유(許由)와 소부(巢父)의 이야기다. 소부는 소보라고도 읽는다. 어느 날 허유는 요임금이 자신에게 양위하겠다는 말을 하자 기산(箕山)의 영수(潁水) 근처로 가서 은둔해버렸다. 요임금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허유를 찾아가 구주(九州)의 장(長)이라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황제 자리도 거절한 사람이 더 낮은 자리를 수락하는 것은 모양새가 빠지는 법이다. 허유는 다시 거절하고는 자신의 귀를 영수에서 씻었다. 그때 마침 소부가 송아지에게 물을 먹이려고 영수에 도착했다가 귀를 씻고 있는 허유를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허유가 이렇게 대답했다. “요임금이 찾아와서 구주를 맡아 달라고 하기에 내 귀가 더러워지지 않았을까 하고 씻는 중이오.” 그 말을 들은 소부가 한마디 했다. “은둔한다고 하면서 사람이 찾을 수 없는 심산유곡에 숨지 않은 것은 여전히 명예를 구하는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니오?” 역시 소부가 허유보다 한 수 위였다. 말을 마친 소부는 “더러운 말을 듣고 더러워진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자신의 송아지에게 먹일 수 없다”고 하면서 소를 끌고 상류로 올라가 버렸다. 이때부터 소부와 허유는 고결한 품격을 지닌 선비의 대명사로 쓰이게 되었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