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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언어, 침묵 ⁃ 침묵의 세계
이 책에 대해서는 논평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직접 읽어주시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ㅡ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은 침묵에 관해 알고 있고, 마찬가지로 침묵은 말에 관하여 알고 있다.
침묵은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고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침묵은 능동적인 것이고 독자적인 완전한 세계이다
침묵은 오늘날 아무런 "효용성도 없는" 유일한 현상이다 침묵은 다만 존재할 뿐 아무런 다른 목적도 가지고 있지 않다. 침묵은 이용할 수가 없다.
침묵은 "비생산적"이다 그 때문에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오늘날의 모든 소음은 다만 침묵의 드넓은 등에 붙은 벌레들의 울음소리에 불과한 것 같다.
말은 침묵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말을 통해서 진리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침묵 속에도 역시 진리 가 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은 침묵의 경우에는 말의 경우만큼 특징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침묵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은 다만 그 침묵이 존 재 일반의 질서 속에 있는 진리에 참여하는 한에서이 다. 침묵 속에서 진리는 수동적이다. 진리는 침묵 속에 서는 잠들어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말 속에서 진리는 깨어 있고, 말 속에서 진리와 허위에 대한 능동적인 결단이 내려진다
말을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짧다. 그것은 다만 침묵 속의 한 틈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말은 진리를 통해서 비로소 그 지속성을 얻게 되고, 진리를 통해서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가 된다. 그리고 진리를 통해서 말에 지속성이 생기는 까닭에 말은 소멸하지 않는다. 말이 생겨서 나왔던 침묵은 이제 진리를 둘러싸고 있는 신비로 변하게 된다.
- [침묵, 말 그리고 진리],, 35쪽
언어에 관해, 예전의 언어는 정적이었으며 말뚝과도 같았다. 언어의 건축은 수직적이었다. 말 들이 차례로 수직으로, 기둥 모양으로 박혀 문장 을 이루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문장은 동적 인 것으로 변해버렸다. 언어의 건축술이 바뀌었다 (p.65)
동물에 관해, 개는 오늘날에도 천지 창조가 시작 될 때 짓던 것처럼 짓는다. 개들의 울부짖음이 절망적인 것은 그 때문이다. .. 새들의 목소리는 다 른 동물들만큼 절망적이지는 않다. 마치 새들은 장 난으로, 자신들의 노랫소리를 공처럼 침묵을 향해 서 던졌다가 그 노랫소리가 침묵의 표면으로부터 다시 떨어질 때, 날면서 그것을 낚아채는 것처럼 보인다.(p.127)
조형 예술에 관해, 그리스의 조각상들은 침묵이 담긴 그릇과 같다. 그리스 조각상들 속에 깃든 침묵은 부드럽고 밝은 침묵이다. 그 상이 침묵을 다스리는 주인이다. 그에 반해서 이집트의 조각상들은 완전히 침묵에 예속되어 있다. 이집트의 조각상들은 침묵의 포로들이다.(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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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진정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침묵이 이니라 말이다, 말은 침묵에 대해서 우월권을 가지고 있다 · 언어의 인상학적인 모습은 이렇다. 언어는 침묵의 표면을 뚫고 나은 용암 덩어리들과도 같다.. 비다의 부피가 육지의 부피보다 더 큰 것처럼, 침묵의 부피가 언어의 부피보다 더 크다. 그러나 육지가 바다보다 더 큰 존재의 힘을 가지고 있듯이, 바다보다 더 큰 존재성을 가지고 있듯이, 언어는 침묵보다 더 강하다. 언어는 어떤 더 센 졸라의 강도를 지닌 것이다.(32쪽)
침묵은 말에 끼는 자연이며 휴식이며 황야이다. 말은 침묵에게서 활기를 얻고 말 자신으로 안주해서 생긴 황폐를 침묵으로 정화시킨다. 침묵 속에서 말은 숨을 죽이고 자신을 다시금 원초성으로 가득 채운다. (42쪽) ·
침묵 속에는 치유력과 우호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것, 지하적인 것, 무시무시한 것, 적의에 찬 것, 침묵의 지하로부터 불쑥 튀어나올 수 있는 것, , 저승적인 것. 마성적인 것도 있다. "무한한 우주의 영원한 침묵은 내 영혼 속에 전율을 불러일으킨다.(파스칼)" (55 쪽) · 고뇌와 침묵 또한 서로에게 속해 있다 침묵의 실제 의 광대함 속에서 고뇌는 평정을 찾고 그 광대한 속에서 단순한 고뇌의 격정은 사라진다. 그러면서도 고뇌 그 자체는 더욱 뚜렷하게 고뇌로 나타난다.(81쪽)
(책) 침묵의 세계
막스 피카르트 지음
최승자 옮김
출판사 서평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언어 침묵,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을 인지하는 길을 안내하는 단 한 권의 책
침묵 속에 잠긴 사람들의 모습 속에 무엇이 존재할까. 그 침묵 속에 존재하는 그것은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의 저자 막스 피카르트에게 침묵은 수동적이고 말하기를 멈추는 행위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말의 포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이다. 또한 침묵은 말이 끝나기 때문에 시작되는 것이 아닌 말과는 다른 하나의 독자적인 현상인 것이다. 그에게 침묵은 인간의 근본 구조에 속한다. 그러한 침묵의 세계를 그려보려는 시도가 바로 이 책이다. 침묵에 대해서 말로 설명한다는 시도 자체가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침묵의 저 깊은 곳에 자리하는 의미를 찾아 음미하면서 그 속에 숨겨졌던 침묵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 추천사 ]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건축가 승효상, 소설가 박범신의 추천 도서
「침묵의 세계」를 읽고 있으면 사계절과 언어와 자아와 신화와 사랑, 예술과 희망, 너와 나의 몸짓이나 자연과 사물들이 침묵을 바탕으로 삼지 않을 때 얼마나 상하는가를 느끼게 한다. 아니 세상의 만물이 침묵을 바탕삼아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흡수하는가를 알게 한다. 실리와 유용의 저편에 있는 침묵이 사실은 가장 먼 데까지 퍼져나간 가장 성숙한 존재의 대지라는 걸. _소설가 신경숙
현대인에게는 돌아가야 할 고향이 없다. 아니, 있다. 지리적 고향은 없을지라도 더 크고 더 깊고 그윽한 고향이 있다. 침묵이라는 신성한 고향. 막스 피카르는 ‘침묵의 세계’(최승자 옮김·까치)를 통해 도시의 번잡함 안에서 침묵이라는 고향으로의 귀향을 꿈꾼다. 그 꿈꾸기는 행복한 꿈꾸기는 아니다. 그러나 치열하고 근원적인 꿈꾸기. 대한민국이라는 진실이 실종된 사회, 거짓이 진실의 탈을 쓰고 나대는 사회에서 그 꿈꾸기는 더욱 애절하게 느껴진다. ……깊은 침묵이 우리 안에 있다. 다만, 이 생은 너무 번잡하여 우리가 그것을 잊고 있을 뿐. 돌아갈 침묵이 있으므로 우리는 불행 안에서 생의 번잡함을 견딘다. 꾹꾹 견딘다. _시인 김정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