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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늬우스!
이번 편이 마지막이라는 거~!
위험한 유혹
# 21.
김정규가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몇 페이지 분량의 서류가 들려있었다. 그가 그것을 혁에게 건넸다.
"이사님께서 지시하신 일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혁은 김비서가 건넨 서류를 훑어보았다.
김비서가 말했다.
"회장님께서 개인적으로 관리하고 자주 사용하시는 계좌는 하나 뿐이었습니다. 혹시 몰라 금액까지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사모님에 관한 건......"
김비서 말을 꺼내길 머뭇거렸다.
혁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미 짐작 가는 바가 있으니 상관하지 마세요. 얘기 계속하세요."
"예."
"......"
"제가 알아본 바론, 사모님께서는 지난 4월부터 몇몇 임원과 간부들로부터 승진을 미끼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들 그렇게 큰 액수라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그 중 한 인물이 최근까지 거액의 돈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혁이 물었다.
"그게 누구입니까?"
"최중대 전무입니다."
"그리고요?"
"그리고 최전무도 뇌물을 받았더군요. 사모님께 들어간 돈 일부가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모님께서 지난해부터 1년여 동안 받은 돈으로 매회 2천 만원 이상의 판돈을 걸고 매주 1∼2회 포커 등 상습도박을 벌여왔으며, 차명 계좌에서 도박자금으로 인출된 금액만도 1년여 동안 4억원에 달하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혹 최전무와의 사이에 파악된 다른 건 없습니까?"
"그게...... 실은 두 분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소문은 간간이 들렸습니다.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었지만, 꾸준히 돈을 입금한 것을 보면 그리 틀린 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김비서님도 최중대 전무가 승진을 미끼로 돈을 상납했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제 생각으론......"
"계속하세요."
"두 분께서 처음부터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씩 이뤄지는 연회와 접대에서 얼굴을 익혔고, 그 과정에서 두 분 중 한쪽에서 먼저 접근한 걸로 생각됩니다. 아마......"
"아마?"
"사모님 같습니다."
김비서가 말을 이었다.
"최전무와의 일이 있기 전에 다른 간부에게서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승진을 시켜줄 수 있는 힘이 있다면서, 돌려서 요구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끈을 이용해 승진이 된 사람도 있습니다."
"누구입니까?"
"이지석이라고, 기획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견제할 만큼 그리 대단한 인물은 못 됩니다. 비록 뒷구멍을 이용해 다른 사람보다 빨리 승진하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 오를 만큼의 능력은 충분하다고 사료됩니다. 동료들 사이에서 평판도 좋은 편이고요."
"내 새어머니가 먼저 접근을 했다면, 최전무로써는 아주 기막힌 기회였겠군요."
혁의 말에 김비서가 동조했다.
"아마도 그랬을 겁니다. 전 이사님께서 그만 두신다는 소문이 나돌 무렵이었기에, 사모님의 제안에 솔깃했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자리가 공석이 되고 나니, 더 믿음이 갔겠죠."
"계좌는 누구 앞으로 돼있던 가요?"
"최전무의 먼 친척들 앞으로 돼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둘 사이가 부적절하다면, 왜 지금껏 돈을 입금시켰을까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 텐데."
혁이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아마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으려던 거겠죠. 들켜도 자신들은 그저 뇌물만 주고받았던 사이라고 발뺌하려고. 서로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게 밝혀지는 것보다는 뇌물혐의만 쓰면 끝일 테니까. 그리고 어차피 차명 계좌를 추적하는 일은 힘드니까 증거도 별로 남지 않을 테고. 운 좋으면 아무런 혐의 없이 나올 수도 있을 테지. 교활하기 짝이 없군."
김비서가 향후 일에 대해 물었다.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더 이상 보고싶지 않은 인물들이니, 그만 치워야죠."
"그럼 회장님 계좌는 왜......"
"사회복지제단에 기부하세요."
"네? 하지만 그건 제 임의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회장님의 결제가 있어야......"
김비서가 난처한 입장을 표명했다.
"신문과 제단에 먼저 터뜨리세요. 계좌에 있는 돈 모두를 기부하기로 하셨다고. 빼도 박도 못하도록 선수를 치는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가지 못할 바에야,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공적으로는 회사내 부정부패를 뿌리뽑고, 거기다 곧 대단한 선행을 베푼 인물로까지 바뀔 테니, 여기저기서 칭송을 듣게 되시겠죠. 설사 노하신다해도 그땐 이미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겁니다."
*
이사실 문이 열리고 정숙이 들어섰다.
그녀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혁이 이사자리를 꿰차고 앉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대놓고 자신을 불러들이다니!
"무슨 일이야? 네 녀석이 날 다 보자고 하고."
정숙은 혁을 보며 귀찮은 투로 물었다.
"이제 이사자리에 앉았으니 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불러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보지? 그래봐야 네 녀석은 내 아들일 뿐이야. 어디서 지 애미한테 오라 가라야? 버릇없는 놈 같으니라고."
혁이 자신의 반대편을 가리켰다.
"앉으시죠."
정숙은 아니꼬운 눈초리로 혁을 쏘아보곤, 그가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아니다. 됐다. 그거 얻어먹고 뭔소릴 들으려고?"
"잘됐군요. 어차피 이게 마지막 남은 거였거든요."
그가 자신의 손에 들린 커피를 앞으로 살짝 내보였다.
단번에 정숙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혁이 말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시죠?"
정숙이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시간 없어. 빨리 얘기하고 끝내. 뭐야?"
혁은 소파 뒤로 몸을 기댔다. 편한 자세를 취한 그가 정숙을 쳐다봤다. 그 눈빛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정숙은 좀 전보다 강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시작된 신경전에 혁은 피식 웃음이 났다.
그가 말했다.
"제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무슨 헛소리야?"
정숙은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아주 오래 전에 한 여자 살았답니다. 제가 듣기론, 그 여자는 아주 닳고닳은 술집마담이었다죠?"
순간 정숙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혁은 정숙을 한번 쳐다보곤, 다시 말을 이었다.
"어느 날 그 여자에게 행운의 남자가 다가왔답니다. 그는 아주 부잣집에다 큰 규모의 회사까지 갖고 있었죠. 물론 가정도 있는 남자였죠. 아내에, 자식에. 하지만 그 여자는 그 남자가 탐이 났던 모양입니다. 정확히 말해, 그 남자보다는 그 남자가 가지고 있는 배경이 더 좋았겠죠. 잘만하면 그 배경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을 테니까."
"......"
"결국 그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을 내던져서 그를 차지했어요. 그를 차지하고 나니까 기가 막히게도 그의 부인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인가, 끽 소리도 제대로 못 해보고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죠. 아들만 홀로 남겨둔 채. 여자는 행운이 따랐죠. 그리고 그건 너무 쉬웠어요. 꽤 애를 먹일 줄 알았던 골칫거리가 알아서 없어졌으니 이젠 자신의 세상이었죠. 아주 비열하기 짝이 없는 여자 아닙니까?"
정숙이 소리쳤다.
"그만둬! 이게 지금 뭐 하는 짓거리야!"
"아직 반도 못했습니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들어보세요."
혁이 말을 이었다.
"계모는 역시 계모였던 모양입니다. 그 아들이라는 녀석이 밥은 먹는지, 잠은 자는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 어느 것 하나도 간섭하지 않았죠. 아니, 하나는 했네요. 끄떡하면 손지검을 했죠. 고작 일곱 살 밖에 먹지 않은 어린애한테. 그 여자에겐 고작 자신의 분풀이정도였을 테지만, 아무 이유도 모른 채 그 아들은 모진 매를 감내해야 했어요. 그 고통이 어땠을 것 같으세요? 아마 지옥 같았을 겁니다."
"......"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이십 년을 훌쩍 넘었던 어느 날이었어요. 다짜고짜 그 여자는 아들에게 결혼을 강요시키죠. 결혼이라는 것에 아무 뜻이 없다던 아들에게 아버지의 유산을 무기로 내세웠어요. 아들에게 그 유산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죠. 게다가 그 일로 아버지를 설득시켰던 모양이더군요. 유산은 어차피 줄 거였으니 상관없지만, 회사에서 추진 중인 사업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그러니 그 결혼은 꼭 성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회사 일까지 꿰뚫고 있다니, 아주 보통이 아니죠?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이면에는 더 대단한 이유가 있었더군요. 며느리 집에서 혼수로 해온 거액의 예단비와 값비싼 보석들이 그 이유였죠. 세상에 몇 개 없다던 대단한 보석들이 모두 자신의 손에 들어왔으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횡재했죠."
"......"
"그런데 그보다 더 기가 막힌 일이 뭔 줄 압니까?"
정숙의 낯빛이 변했다.
"회사 간부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하네요. 거기다 한 놈하고는 바람도 피웠다죠? 쯧쯧.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죠. 그 일을 아들한테 들켜버렸다는 것도. 하려면 잘 좀 하지. 안 그렇습니까?"
정숙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차명 계좌에 돈을 분산예치해서 관리해온 것만으로도 기가 찰 노릇인데, 바람까지 피웠으니 이를 어쩐다... 그래서 아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더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여자를 어떻게 요절을 내야 할까요?"
"너...... 너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 왜 그런 얘기를 나한테 하는 거냐고!"
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가 좀 전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위협적이었다. 충분히 그녀를 위협하고 날을 세우고 있었다.
"알면서 시치미 떼면 재밌습니까?"
"뭐, 뭐야?!"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렸고, 손발도 바들바들 떨리실 텐데, 오래 버틸 수 있겠습니까? 구급차라도 불러 드려야 하려나? 아니지. 구급차가 아니라 경찰을 불러야겠군."
"헛소리 집어치워! 난 아니야!"
정숙이 발악했다.
혁이 서류를 그녀 앞으로 내던졌다.
"그걸 보고도 아니라는 소리가 나올까?"
정숙은 자신 앞에 떨어진 서류를 주워 읽었다. 그녀의 눈이 사정없이 떨리고 크게 떠진 눈동자가 혁을 향했다. 그녀의 눈과 이마에 선 핏줄이 흉측해 보였다.
"아니야! 이건 음모야! 다 조작된 거라고! 네 녀석이 날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꾸민 짓이야!"
"과연 그럴까?"
"......"
"증거도 확보됐고, 증인도 있으니, 당신이 그간 벌인 일을 검찰에 넘기면 바로 기소되는 건 시간 문제고, 뇌물 및 상습도박에 잘하면 간통까지. 와, 굉장하군. 그러면 보나마나 징역형을 선고받을 텐데. 그렇게 해드릴까?"
"너! 너!"
그가 말했다.
"선택권을 드리지. 내가 이 서류를 검찰에 넘기는걸 두고 보시던가, 아니면 그간 잘도 이용해온 아버지와 내 불쌍한 어머니께 무릎꿇고 용서를 구한 다음,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여길 영원히 떠나시던가."
"......"
"감옥에 갇히는 게 소원은 아닐 테고. 그러면 후자가 더 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
"아, 다 버리고 떠나는 건 당신한테는 감옥에 갇히는 것보다 더한 일이 되려나? 그 동안 누려온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버릴 수가 있겠어? 하긴, 쉽지 않겠지. 그럼 하는 수 없군. 마음을 돌려 검찰에 연락하는 수밖에."
혁이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러자 정숙은 기겁을 하고 그를 말렸다.
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내가...... 내가 어떻게 하길 바래?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할게!"
"후자를 선택하셨군. 좋아. 역시 머리가 있으니 이해가 빠르군."
"......"
"그럼 지금 당장 당신이 걸치고 있는 폐물들과 옷가지 모두 벗어. 본래 당신 것을 제외한 그 어떤 것도 용납 안 해. 그리고 이걸 입어."
혁은 쇼핑백을 하나 내놨다. 정숙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으로 안에 든 내용물을 꺼냈다. 그 안에는 화려한 무늬의 오래된 옷이 하나 들어있었다. 정숙은 그것을 보자마자 놀란 숨을 들이마셨다. 그것은 자신이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때 입었던 옷이었다.
"이건..... 내가 버렸는데......"
"내가 다시 주워뒀지. 이런 날을 고대하면서."
"......억울해. 분해."
혁은 기가 차다는 듯 되뇌었다.
"억울해? 분해?"
"......"
"난 당신이 지껄인 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당신은 미리 유산을 상속해주려던 아버지한테 이렇게 말했어. '당신 아들은 아직 어리니까 유산 같은 건 미리 상속해봤자 아무 쓸모 없을 거예요. 어린것이 뭘 알겠어요? 그러니 그 돈은 내가 관리할게요. 이제 내가 걔 엄마예요. 당신, 나 못 믿어요?' 라고. 그런데 당신은 내게 돌아올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썼지? 사치에 도박에. 그리고 내가 모르는 다른 남자들을 만나는데 썼겠지. 아닌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왜 내가 지금껏 입 다물고 살았는지 알아?"
"......"
"당신이 없앤 돈, 그만큼의 고통을 돌려주려고. 그 돈은 내 어머니 목숨과 맞바꾼 거였어. 당신이 그렇게 함부로 써댈 돈이 아니었다고. 알아! 어차피 줄 유산이었다고? 결혼시킨 후에 주겠다고? 하! 아버진 당신의 거짓말을 믿었을 진 몰라도, 난 아냐! 나 역시 당신처럼 약았거든. 아니, 어쩜 그보다 더한 지도 모르지."
"......"
"지금껏 억울하게 살아온 사람은 따로 있는데, 당신이 억울해하면 안되지. 억울함이 쌓이고 쌓여 명대로 살지 못하고 가신 분도 있는데.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안 그래? 당신이 몰래 관리해온 돈은 이제부터 모두 내가 관리해. 내게 상속될 뻔한 유산쯤으로 치지."
"......"
"당신은 그날 왔던 차림 그대로 여길 나가는 거야. 볼품없고 한심했던 예전으로. 술집마담이었던 때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 어때? 아, 이제는 퇴기라 받아주는 곳이 없으려나? 그래도 잘 찾아보도록 해. 아니면 남자하나를 물던가. 아직 당신 머리 정도면 얼빠진 남자를 낚아챌 수도 있을 테니까."
*
"당장 내 방으로 올라와!"
권회장의 불같은 성화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분명 신문과 매체를 통해 그간의 일을 보고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실로 향했다.
김비서가 그를 맞았다.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 때문에 회장님께 꽤 시달리셨을 텐데."
"괜찮습니다. 각오한 일이었는 걸요."
김비서는 특유의 서글서글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가 노크를 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혁은 아버지가 계시는 방으로 들어섰다.
그를 향해 신문이 날아들었다. 신문은 혁의 몸을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체 무슨 일을 꾸민 게야!"
"알고 부르신 거잖아요."
혁이 신문을 주워들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자리에 앉아 석중을 쳐다봤다.
석중이 화난 음성로 그를 다그쳤다.
"며칠만 이사직을 허락해달라더니, 그 권력을 이용해서 내 회사에서 이런 일을 벌여?"
"제 개인적인 일일뿐입니다."
"개인적인 일?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들어 놓고 개인적인 일이라니! 네 놈이 벌인 짓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기나 해? 최전무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대대적으로 감사가 시작됐어! 네 놈이 애비 얼굴에 먹칠을 했단 말이야!"
"그건 비약이 심하시네요. 언론에는 아버지께서 직접 감사요청을 했다고 나왔을 텐데, 오히려 플러서 요인 아닌가요? 거기다 자선기부까지 하셨잖아요."
"그래서 지금 네 놈이 잘했다는 거냐?"
"전 회사에 관한 건 모릅니다. 그저 제 개인적인 볼일이 끝났다는 것밖에는."
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석중이 그를 불러 세웠다.
"그 여자가 찾아왔다."
"......"
"허름한 옷을 입고 나타나서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더구나. 왜 이번 사건에서 그 여자를 뺀 거냐?"
"이유 같은 거 없습니다. 그저, 끼워 넣기조차 끔찍이 싫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아버지께서 마무리 지으셔야 할 것 같아서요."
그가 걸음을 옮겼다.
다시 석중이 물었다.
"회사에 들어올 마음은 없는 게냐?"
"제가 들어오길 원하세요?"
"뭐, 이번 일을 보니 그리 못난 놈은 아닌 것 같더구나."
"그럼 기다리세요."
"뭐?"
"제가 못난 놈이 아니라는 걸 아셨으니, 제대로 된 놈이 되면 그때 찾아뵐게요. 그땐 제 실력으로 이 자리에 오를 겁니다."
*
화연은 혁의 오피스텔 앞으로 찾아갔다. 아무리 그에게 전화를 해봐도 연락이 없었다. 아직도 집에 들어가지 않은 건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온갖 나쁜 생각들이 그녀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벨을 눌렀다.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인기척이 없었다.
그가 안에 있다면 문을 열고도 남았을 텐데...... 정말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문에 기대앉았다.
밤이 깊어지고, 날이 차가워져도 화연은 일어날 줄을 몰랐다. 혹여 자신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가 다녀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문 앞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힘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그러자 정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따뜻한 목소리에 화연은 절로 눈물이 나왔다.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이 야속했다.
-지금 어디예요?
정훈의 물음에 화연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가 데리러 오겠다는 소리에 화연은 말려야 했다. 정훈을 혁이 사는 곳으로 오게 할 수는 없었다. 혹 두 사람이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집으로 가는 중이에요. 그러니 걱정 말아요."
화연은 어느새 굳어버린 다리를 힘겹게 펴고, 걸음을 옮겼다. 자꾸만 뒤돌아봐지는 시선을 옮기는 것이 힘들었다.
아파트 앞에 당도했을 때였다.
화연은 멀리 서있는 정훈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웃으며 화연을 반겼다.
"여긴 왜......"
"정말 집으로 가는 건지 확인하려고요."
"네?"
"실은 그게 아니라......"
화연은 정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말했다.
"보고싶어서요."
"......"
"갑자기 너무 보고싶어서 왔어요. 참아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는 민망한 얼굴로 웃었다.
화연은 그 얼굴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저렇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에게 마음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그게 잘되지 않아서 너무도 힘들었다. 오늘도 자신은 다른 남자를 찾아 헤맸지 않은가. 이건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정훈씨."
화연이 그를 불렀다.
그가 그녀를 바라봤다. 여전히 그 웃는 얼굴로.
"왜요?"
그의 물음에 화연은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렇게 착한 사람에게 상처를 줘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죄스럽기까지 했다. 이러면 안되는 거야, 송화연. 너 이렇게 나쁜 사람 아니었잖아. 그에게 상처 주고 넌 마음 편할 것 같아? 마음 속에서 수십만 가지의 생각들이 뒤엉켜 그녀를 혼란스럽게 했다. 힘겹게 결정을 내렸다가도 다시 흔들렸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정훈은 자신의 두 손으로 화연의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조심스레 자신의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놀란 화연의 눈이 커졌다.
입술을 뗀 정훈이 말했다.
"화연씨 입술이 너무 파랗게 질려서요."
그 순간, 화연은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정훈과 입술이 닿은 순간에도 그녀는 그를 떠올렸다. 정훈을 그로 착각했다. 이건 아니었다. 이렇게 미쳐있는데, 그를 이렇게 그리워하는데, 인정으로 정훈을 택할 수는 없었다.
화연이 말했다.
"미안해요."
정훈이 의문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여기서 그만해요."
"화연씨."
"아뇨. 내 말대로 해요. 정훈씨 좋은 사람이에요. 나 그거 너무 잘 알아요. 당신처럼 따뜻한 사람도 처음이었고, 기댈 수 있는 사람도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내가 원하는 건 그런게 아니에요."
"그게 무슨......"
"난 그를 원해요.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사람을. 정훈씨가 아니에요."
"......"
"정말 미안해요. 이렇게 일방적으로 기대놓고 모르는 척 해서."
"왜 난 아니에요?"
"당신은 그 사람이 아니니까요."
한동안 정훈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다 그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그 사람은 당신에게 돌아올 수 있어요? 돌아온대요?"
"아뇨. 그러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왜......"
"그렇다하더라도 정훈씨는 아니에요. 내 마음이 그래요. 그냥 내 마음이 그 사람이래요. 그냥 그렇대요."
"생각의 여지는 없나요?"
"미안해요."
"내가 기다리면 와 줄래요? 늦어도 괜찮아요."
"아뇨. 안 갈래요. 그러기 싫어요. 그러지마요."
"......"
"그만 돌아가요. 날 추워요."
화연은 정훈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의 시선이 등 뒤로 느껴졌지만,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다. 자신이 뒤돌아보면 그것은 그에게 더욱 미안해지는 일이었다. 그것은 동정이고 연민일 뿐이었다. 사랑을 줄 수 없는 사람에게 동정 어린 눈빛조차 주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에게 헛된 꿈만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했다. 미안하지만, 미안한 것으로 끝내야만 했다.
*
그가 돌아왔다.
꼬박 보름이 흘렀다. 그간 아무런 소식도 없던 혁이 돌아오자, 수경은 그제야 살 것 같단 모습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에 있었는지, 왜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 왜 오피스텔은 주인이 바뀐 것인지.
온갖 상상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그 어떤 것도 물을 수가 없었다. 그저 그가 돌아왔다는 그 사실하나에 안도할 뿐이었다.
혹 그 여자에게 다시 간 것은 아닐까,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 아이를 가진 것도 잊을 정도로 자신의 몸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제 와서야 그것이 얼마나 큰 죄인가를 깨달았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천만 다행이었다. 그를 뺏기지 않아서, 아이에게 아빠를 보여줄 수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이라는 틀이 다시 만들어졌기에 그에게 궁금했던 것들은 뒤로 미룰 수 있었다.
수경이 그의 옷을 받아들며 물었다.
"식사는 했어요?"
"생각 없어."
"생각 없어도, 조금이라도 먹어요. 그 동안 뭘 먹기는 했어요? 전보다 더 마른 것 같아요. 내가 금방 저녁 차려줄게요."
"귀찮게 그럴 필요 없어."
"그래도......"
혁이 수경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요?"
"잠깐 앉아봐."
혁은 의자에 앉은 수경을 보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수경이 그를 올려다봤다.
"이게 뭐예요?"
"열어봐."
수경은 서류 봉투를 열고 그 안에 든 것을 꺼냈다. 그녀의 두 눈에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서, 라는 글귀가 들어왔다.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혁을 쳐다봤다.
"이게 뭐예요?"
"우리 여기서 끝내자."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끝내자뇨? 뭘요?"
"아이는 당신이 키워줘. 양육비같은 건 걱정하지마. 내가 당신한테 이러는거 너무 무책임한 짓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지금 정리하는 게 서로에게 더 나을 거란 판단이 섰어. 아이 때문에 억지로 사는 것보다는 서로 자유롭게 살면서 아이에게 충실하는게 더 좋을 것 같아."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돼. 아무 연락 없이 지내다 갑자기 들어와서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당신 그 여자랑 헤어졌다고 했잖아요. 그거 다 거짓말이었어요?"
"아니. 사실이야. 그 여자랑 이 문제는 상관없어. 당신과 내 문제야. 우리 문제라고."
"내가 그렇게 싫었나요? 이렇게 다짜고짜 이혼서류를 내밀 만큼? 그렇게 끔찍했어요, 내가?"
"그런 거 아니야."
"그럼요? 이유가 뭐예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뭐라고요?"
"처음엔 그딴게 무슨 소용이겠냐, 했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왜 지금은 아닌지 물어봐도 돼요?"
수경의 얼굴을 바라보던 혁은 미안함에 고개를 돌렸다.
"내가 알아버린 것 같아."
"......뭐, 뭘요?"
"사랑이라는 거."
수경은 혁이 나간 후, 한동안 머릿속이 멍했다.
그이가 무슨 소리를 한 거지?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사랑을 알아버렸다고? 그래서 나한테 이혼을 하자는 거야? 내가...... 자신의 사랑이 아니라서? 고작 그 이유때문에?
그녀의 마음에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곧 천둥 번개가 치고 매서운 비바람이 몰아닥쳤다. 이렇게 무서운 태풍은 난생 처음이었다. 몸이 바람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안 되는데...... 이렇게 무너지면 안 되는데...... 아무리 외치고 몸을 지탱시키려해도 그녀의 몸은 끊어진 연줄 마냥 바람에 속절없이 휩쓸렸다.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조용히 읊조렸다.
"아가. 어쩜 좋니. 엄마는 너무 어렵고 무섭단다. 내려야하는 결정이 어떤 건지 이미 알고 있어서 더 힘이 드나봐. 이제 아빠를 보내드려야 할 것 같아. 미안하다, 아가야."
*
핸드폰 벨이 울렸다.
화연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발신표시제한.
걸음이 절로 멈춰졌다. 혹시 그 사람일까?
화연은 숨을 한차례 몰아쉬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나야.
혁이었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람. 너무도 야속한 사람. 그였다.
"무슨 일이야."
-......
"전화 한 걸 보니까 음성 들었나보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잘 들어. 집에 들어갔으면 이제 당신 가족하고 행복하게 살아. 다신 나 귀찮게 하지 말라고. 알아들어?"
-......
"내가 할 말은 이것 뿐이야. 당신도 할 말 없음, 그냥 끊어."
-......화연아.
화연은 전화를 끊으려다 마지막 말에 행동을 멈췄다. 급히 핸드폰을 다시 귓가에 가져다댔다. 그러나 이미 전화는 끊긴 후였다.
그가 분명 나를 불렀는데, 너무도 다정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었는데...... 환청이었을까?
끊어진 전화를 보며, 허탈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잘못 들었겠지. 그래. 잘못 들은 거야."
긴 한숨을 내뱉었다.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전화에 더욱 가슴이 쓸쓸해졌다. 그의 생사를 알게 돼서 기뻤던 것도 잠시 뿐이었다. 왜 이토록 떼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뭐가 이리도 질긴 거야?
씁쓸한 마음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송화연."
순간 화연은 멈칫했지만, 다시 환청을 들은 거라 생각하고 한 발자국 걸음을 옮겼다.
"송화연."
또 다시 뚜렷한 음성이 들려왔다.
화연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돌아 본 순간, 모든 것이 꿈일 것만 같아서. 그가 눈앞에 없을 것만 같아서.
"속지마. 이건 꿈이야. 환청이야. 속지 말자."
화연은 눈을 감고 연신 그 말을 입 밖으로 되뇌었다. 그러길 몇 차례, 또 다시 그녀의 이름이 들려왔다. 화연은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희미하던 초점이 또렷하게 맞춰졌다. 그리고 그가 보였다. 자신을 부르고 있는 그가 보였다. 화연은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세차게 눈을 비볐다. 그래도 그가 보였다. 사라지지 않았다. 꿈이 아니었다. 환청도, 환각도 아니었다.
"정말 당신 맞니?"
"맞아."
"날 부른 것도 당신 맞아?"
"그래. 것도 맞아."
"날 부른 게 정말 당신이라고?"
"그래."
그녀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 그럼 방금 전에 전화한 것도......"
"그래. 여기에서 했어."
그녀가 물었다.
"왜 왔어?"
"보고싶어서."
"뭐?"
"보고싶었다."
"거짓말. 당신은 여기 있으면 안돼. 당신 자리는......"
"왜 안 되는데?"
"알잖아."
그가 말했다.
"헤어졌어, 오늘."
"뭐?"
"이혼했어."
화연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정말이니?"
"그래."
"어떻게 그렇게 쉽게...... 아이는......"
"그쪽에서 키우기로 했어. 미국으로 들어갈 거래. 여기서는 아무래도 좀 힘들 테니까."
그 후로 화연은 말이 없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가 어떤 심정일지 너무도 잘 알기에, 감히 그 앞에서 위로의 말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자신의 가족, 돈. 그 모든 것을 버리기가 어려웠을 텐데. 바보 같은 사람. 그냥 편히 살지. 편히 살면서 조금씩 갚아주지. 난 가끔씩 잊혀진 기억처럼 한번씩만 떠올려주면 되는데. 그렇게 잊어줘도 되는데. 참 바보 같은 사람이다, 당신.
화연이 말했다.
"왜 왔니?"
혁이 말했다.
"발길이 여기로 닿았어. 나도 모르게."
"그럼 가는 길은 알아?"
그가 슬픈 얼굴로 물었다.
"내가 돌아가길 바라니?"
"......"
"돌아가줘?"
화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진정으로 그가 돌아가길 바라니?
혁이 화연을 향해 천천히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곤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웃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입술을 열었다.
"화연아."
화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송화연이 아닌 화연이라고. 그가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한번만 말해줄래?"
혁이 다시 입을 모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화연아."
"다시 한번만."
"화연아."
화연은 벅차 오르는 감정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감격의 눈물이 그녀의 얼굴을 적셨다. 화연은 그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달렸다. 그의 품을 향해서.
나는 그에게 달려간다.
그는 환한 웃음으로 두 팔 벌려 나를 기다리고, 나는 나를 기다리고 서 있는 그에게로 달려간다. 새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이 나를 그에게로 인도하고, 그는 나를 있는 힘껏 따뜻하게 안아줄 것이다. 그의 품에 안기는 순간, 나는 마치 처음부터 아무 것도 알지 못했던 사람마냥 퍼뜩 깨달을 것이다. 그를 아주 깊이 사랑하고 있었음을.
설사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라 해도 좋다. 이제 내가 그에게 달려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그를 마음껏 사랑해줄 수 있는 가슴이 열렸고, 그를 향해 미친 듯이 뛰고 있는 내 심장이 있다. 고통스러워도 좋다. 그 고통이 환희에 찬 고통이라면 더없이 좋다. 인내할 수 있는 용기가 나를 그 고통 안에 살게 할 것이다.
그가 나를 향해 웃고 있는 모습이,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가 나를 기다려줄 거라는 강한 빛줄기 같은 믿음이 지금도 나를 헤어나올 수 없는 벅찬 환희 속에 몰아 넣는다.
나는 지금 그에게로 달려간다.
사람들은 재벌가의 사람과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그 사랑은 너무도 뻔한 결말을 안고 있다고. 그래서 시작은 곧 끝을 알리는 종소리라고.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우리는 아직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끝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우리의 끝은 곧 시작이고, 그 시작은 지금부터다, 라고.
우리는 이렇게 다시 시작한다.
그 끝을 위해,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해.
그렇게 사랑할 것이고, 그렇게 지켜갈 것이고, 그렇게 죽을 것이다.
당당하고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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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올리다 다 날아가서 다시 올립니다.
허리아프다...ㅠㅠ
갑작스레 완결을 내서 놀라셨죠?
원래는 좀 더 일찍 끝내려고 했는데, 스무편을 넘어버렸네요.
이렇게 허무하고 유치하고 어이없게 끝을 맺게 돼서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뒷심이 없다보니 꼭 후반부는 흐지부지되더라구요.
그래도 님들 기분 생각해서 해피엔딩으로 끝은 냈는데~~
어케 이걸로 안되겠수??
오타도 많고 줄거리도 산으로 갔다 바다로 갔다 했지만,
끝까지 읽어주시고 애정 보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말씀드립니다!
항상 힘내라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항상 행복하시고,
가정내 두루 평안하시고,
애인있으신 분들은 배는 아프지만, 애정 듬뿍 쌓으시고,
하시는 모든 일들이 술술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송구스러운 마음 감출 길 없는 여우는,
여기서 고만 물러갑니다.
나중에 더 성숙한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음 좋겠네요.
다시 한번 이렇게 완결 내게 된 점, 사과드리고,
지금까지 읽고 또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이렇게끝나다니..이제무슨소설을보면서살아야할지..쨌든해피엔딩이라다행
ㅎㅎㅎ그러게요. 이렇게 끝나고 말았네요. 제 글이 아니더라도 다른 작가님들의 뛰어난 글들이 많으니 님께서 다른 소설을 보면서 살아야할 이유가 또 생기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그래도 혁이가 화연이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줬으면 더 나았을 텐데 ㅜ.ㅜ 그래도 화연이랑 이루어져서 너무 다행이에요^^
혁이 화연의 이름을 부른게, 바로 사랑한다는 말과 같은 거랍니다. 혁에게도 화연에게도 그 말은 사랑한다는 말로 인식됐으니 걱정마세용^^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재밌어요 !!!>ㅁ<!!!
ㅎㅎㅎ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니 더 바랄게 없네요^^ 끝까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구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행복하세요^^
번외편올려주세요ㅠㅠ진짜시간가는지모르게본것같아요^^혁이랑화연이랑잘돼서기분조아용^^*정훈씨는안타깝지만좋은짝만낫으면좋겠당ㅋㅋ꼭번외편을올려주시면좋겠어요^^화연이랑혁이랑알콩달콩사는좋은모습으로용~!아무튼완결내셔셔축하해요^^이때까지수고하셨어용^^최고로꼬릿말마니쓴것같아용ㅋㅋ그만큼재미있었다는뜻이에용^^************
ㅎㅎㅎ감사합니다! 일케 좋아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그런데 안타깝게도 번외편은 없을 것 같네요. 제가 번외를 쓸만큼의 능력이 못 되나봐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나중에 더 좋은 글을 들고 나올테니, 그때 다시 뵈요^^ 최고로 긴 꼬릿말 남겨주셔서 감사하구요, 재밌게 봐주셔서 또 감사하구요, 제가 님께 감사하는 마음 만큼 행복하세요^^
참.......먼가가 많이 와닿앗던 소설이었는데..이렇게 끝나고 나니까 괜히 제가 더 뿌듯하다는;ㅋㅋ 일편부터 지금까지 모두 리플을 달지는 못햇지만 모두 다 보앗답니다 흐흐 그런부분에대해서는 죄송해요; 소설책으로 나왓으면 좋겟어요 ㅜㅜ 너무 좋아 ><ㅋㅋ
죄송이라니요~~가당치 않은 말씀입니다! 이렇게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 죄송이라는 말은 오히려 이렇게 끝내버린 제가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책으로 나온다면야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제가 응모하지 않을 생각이기에 나오지 않을 것 같네요. 아마 나온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글이 나왔을 때가 아닐까 싶어요^^ 끝까지 성원보내주셔서 감사하구요, 행복하세요^^
아 너무재밋어요ㅠㅠ 간간히 울기도하고요...^^ㅎㅎ 앞으로도 재밋는 소설 써주세여~~~ 책 내셔도 될 것 같은데요?^^
제가 님의 눈물까지 뺏다니..도저히 믿기지 않는거 있죠?ㅋㅋㅋ 너무 늦게 답글 달아드려서 죄송하구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뭐 너무 오래 끄는것 보다는 나아요. 서로 진실한 사랑을 택하여서 다행이네요 ^ ^ 다음 연재작도 기대하겠습니다 !
네.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돼서 저 또한 기쁘답니다^^ 언제 글을 또 쓰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더 열심히 써서 보답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뭐 한번도 글은 안올렸지만. 글올리고 싶은 소설이 처음인데요. 앞으로도 열심히 글 써주세요






읽어주신 것만도 감사한 걸요^^ 이렇게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까지 읽어주시는 분이 계실 줄은 몰랐거든요ㅎㅎㅎ 감사하구요, 더 열심히 노력해서 돌아오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번외는없나요?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