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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서를 헷갈려 하셔서 수정해요!
1번 공효진, 2번 김선아
나는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갖고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했어.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지만 열정을 무기로 열심히 도전했고
취업을 준비한 지 1년 만에 원하던 회사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어.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를 병행하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그 덕분에 돈을 조금 모을 수 있었고
때마침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이 룸메이트를 찾는 글을 올렸어.
그리 크지는 않지만 회사와 가까운 곳이라
나는 선뜻 이사를 결정했고 이삿날이 됐어.
이사라고 해봤자 캐리어 두개가 다여서 나는 택시를 타고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어.
룸메이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게 마음에 걸려.
나쁜 사람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문 앞에 도착했고 나는 초인종을 눌러.
"잠깐만요!"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후다닥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려.
"안녕하세요, 연락드렸던-"
내가 밝게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들어 여자를 봐.
그런데
나를 본 여자가 놀라.
그리고 나도 여자를 보고는 당황해.
"선배?"
여자는 같은 학교 선배였어.
털털하고 다정한 선배는 모든 사람에게 잘했지만
나한테는 더 특별했어.
선배는 나를 향한 특별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나 또한 선배를 좋아했어.
하지만 그때 내게는 온전히 감정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어.
내가 마주한 현실이 녹록지 않았거든.
선배가 좋아질수록 함께 있고 싶어져
수업을 빠지고 아르바이트를 늦는 일이 잦아졌고
어느 순간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얼마나 힘들게 꿈을 향해 가고 있는데
여기서 머뭇거릴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
결국 나는 선배의 고백을 거절했어.
그 후 선배의 졸업식 때 스치듯 인사를 한 걸 끝으로
우린 서로 연락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선배를 다시 만나게 되니
나는 복잡한 마음이 들어.
나와 선배는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나는 캐리어에 있는 짐들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해.
그러면서 선배의 고백을 거절했던 날이 떠올라.
나는 일부러 냉정했고 그런 나마저도 이해한다며
선배는 힘겹게 돌아섰어.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선배를 보내놓고도 잊을 수가 없어서
졸업 후 연락을 해볼까 했지만 차마 용기가 안 났어.
그렇게 선배를 마음에 묻어만 뒀는데
이렇게 만나게 된 거야.
다시 선배를 만나서 반갑고 설레지만
미안한 마음이 앞서 선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해.
그때
"정리 중이니?"
문밖에서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얼른 문을 열어.
다시 선배를 마주하며 역시 어색하고 긴장돼.
그런 날 가만 보던 선배가 먼저 말을 건네.
"3년 만이라서 좀 어색하지."
선배의 말에 내가 고개만 끄덕여.
미안함에 제대로 얼굴을 들지 못하는 나야.
"너는 어떨지 모르겠다 지금."
선배의 뜻 모를 말에 내가 선배를 올려다봐.
그런 날 선배가 다정하게 봐.
"나는 좋아,
이렇게 널 다시 볼 수 있어서.
보고 싶었거든."
선배의 말에 내 눈에 눈물이 고여.
내가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도
나를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선배에게 고맙고 미안해.
그렇게 어색하고 복잡했던 첫날이 무색할 만큼
선배와 나는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해.
아직 정식 입사가 한 달쯤 남은 나는
출근하는 선배를 위해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해.
아침잠이 많은 선배는 늦을까 봐 거의 뛰다시피
주방으로 와서 내가 만든 샌드위치를 양손에 들어.
"나 이러다가 늦겠다.
오늘도 땡큐!"
선배는 내 어깨를 살짝 감싸고
부랴부랴 현관 쪽으로 가.
나는 그런 선배가 귀여워.
그때 선배가 갑자기 멈추더니 돌아서.
"뭐 잊은 거 있어요?"
내가 물어.
"앞치마 잘 어울려,
아침부터 예쁘다."
선배의 칭찬에 살짝 민망하면서도
활짝 웃는 선배를 보며
예전 생각도 나 마음이 떨려와.
하지만 선배의 이런 말과 행동이
순수하게 후배로서인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함부로 넘겨짚기가 조심스러워.
한편 선배는
회사에 출근해서 바쁘게 일하다가도
문득 내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
고백을 거절당한 후
나를 잊기 위해 노력했던 날들도 떠올라.
그때의 내게 얼마나 꿈이 간절했는지
선배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
그랬기에 나를 더 붙잡지 못했어.
잊고 예전처럼 지내려고 애를 썼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선배의 마음은 깊었고
마음을 접을 수도 내가 지워지지도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
하지만 거절당한 상처는 분명 있었고
차마 다시 용기를 낼 수가 없었던 거야.
내가 오고 나서부터는
선배는 퇴근을 하면 곧장 집으로 왔어.
선배는 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게
며칠이 지나도 꿈만 같아.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즐거웠나 싶으면서
선배는 참 오랜만에 마음이 들뜨고 행복해.
하지만 선배 역시 내 마음을 확실히 알지 못해
최대한 선을 지키며 한 달이 거의 다 지나갔어.
이제 다음 주면 첫 출근인 날 위해
입사 전 긴장을 풀라는 의미로
선배는 함께 1박 2일 여행을 제안했어.
오랜만에 푸른 자연을 보며
나도 선배도 마음이 한결 편해져.
선배와 나란히 가로수가 펼쳐진 길 사이를 걸어.
그때
"출근하면 아무래도 바쁠 거야,
몸도 마음도.
지금처럼 같이 있을 시간도
줄어들겠지."
선배가 담담히 말을 해.
나는 천천히 걸으며 선배의 말을 들어.
"그래서 그전에 확실히 해두려고."
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 선배를 보고만 있는데.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니가 좋아."
선배의 고백에 놀란 내가 걸음을 멈춰.
선배도 날 따라 멈추고 나를 봐.
"내가 선배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는 선배의 고백에 기쁜 것도 잠시
그렇게 상처를 준 나를 계속 마음에 담고 있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그런 나를 선배가 따뜻하게 봐.
"넌 냉정했지, 난 힘들었고.
근데 그런다고 마음이 변하지는 않더라.
내가 널 너무 좋아하는거지.
그러니까 그만 미안해 하고
이번엔 내 손 잡아줄래?"
선배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어.
나는 그동안 혼자 마음고생한 나 자신이 바보 같아.
기쁜 마음으로 선배의 손을 꼭 잡아.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고 쉬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얘기들을 나눠.
그리고 밤이 돼서 함께 바다로 나왔어.
아무도 없이 고요한 밤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걸어.
그런 내 모습을 선배가 사랑스럽게 봐.
나 또한 맑게 웃는 선배를 보며
마음이 먹먹해지고 행복해.
그렇게 어렵게 나와 선배는 마음을 확인했어.
여행에서 돌아와서 드디어 나는 출근을 하기 시작해.
그런데 막상 출근하기 시작하니
정말 정신이 없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야.
모르는 게 많은 신입이라 힘든 것도 있지만
같은 학교 출신을 은근히 편애하는 상사의
차별대우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예상을 했으면서도 몸도 마음도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어.
그래도 선배가 있어서 힘이 나.
선배는 나보다 먼저 퇴근해서 집안일을 해.
나는 그런 선배에게
"주말에 같이하자니까."
하며 미안한 표정으로 보면
"주말엔 데이트 해야지, 무슨.
피곤한데 얼른 들어가서 자."
선배가 내게 방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해.
나는 차마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 서서
"고마워요, 선배."
조금 애교 섞인 목소리로 고마움을 대신해.
그런 날 보며
"잘자, 내 꿈꾸고."
표현이 서툰 나에 비해 좋아하면 숨기지 못하는
선배가 새록새록 예쁘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나랑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면서도
피곤할 나를 생각해서 얼른 들여보내는 선배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어.
이렇게 선배의 응원과 배려를 받으며
나는 회사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해.
그런데 어느 날
우리 디자인팀 총 관리 이사로 있던 상사가
그만두게 됐다는 얘기를 들어.
안 그래도 나를 차별하고 무시했던 상사라
나는 솔직히 잘 됐다는 생각을 해.
그리고 일주일 후
비어있던 자리를 대신 할 새로운 상사의 출근 날이 됐어.
어떤 사람이 올까 다들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어.
드디어 상사가 등장해.
"나는 철저히 능력이 우선인 사람이에요.
프로는 능력으로 말하니까.
학벌 집안 스펙 기타 등등으로
대충 뭉개고 싶은 사람은 지금 나가고.
아니라면,
최선을 다해서 살아남길 바래요."
여자가 말을 마치고 돌아서 방으로 들어가.
웃음기 하나 없이 잘 부탁한다는 상투적인 말도
하지 않는 여자를 보니 보통이 아니겠단 생각이 들어.
하지만 능력이 우선이고 다른 조건은 보지 않는다는
여자의 말에 왠지 안심이 돼.
그렇게 여자의 밑에서 일을 하기 시작해.
예상대로 여자는 확실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야.
알고 보니 여자는 유명 명품 브랜드 수석 디자이너로 있다가
우리 회사로 스카웃이 된 거였어.
그런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대단해.
어떤 일에도 침착하고 냉정해서
가까이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자기 일에 열정을 갖고 몰두하는 여자의 모습은
정말 멋있는 거 같아.
며칠 후
여자는 여름 신상품 디자인 선택에 있어서
직위나 경력에 상관없이 가장 좋은 시안을 채택하겠다고
말했고 나는 내가 틈틈이 작업한 시안을 모아 제출했어.
시안을 꼼꼼히 보는 여자의 표정을 살펴.
하지만 언제나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은 얼굴이라
도통 감을 잡지 못하겠어.
초조하게 여자의 평을 기다리고 있는데
"좋은데?
이 많은 걸 언제 다 그렸어?"
여자가 보일 듯 말듯 미소를 지으며 말해.
며칠 같이 일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칭찬 한마디 없었는데
나는 내 능력을 인정받는 거 같아 기뻐.
"여기서 다섯 개만 추려서
최종 수정 한번 해봐.
이틀 후에 보고 올릴 때
같이 프리젠테이션 하게."
여자의 말에 나는 놀라.
"이렇게 바로 결정해도 괜찮은 거에요?"
나는 예상보다 일이 커질 것 같아
갑자기 당황스러워.
"결정은 위에서 하겠지.
확실한 건 이 디자인들은 내가 최근에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는 거야.
그러니까 긴장할 거 없어.
나도 옆에 있을거고."
나는 여자의 말에 마음이 뭉클해져.
디자이너라는 꿈을 꾸며 힘들게 여기까지 왔지만
막상 회사에 오니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여태껏 잘했다고 위로받는 거 같아.
마음이 먹먹해져.
이틀이 지났고 드디어 프리젠테이션 날이 됐어.
입사 후 처음이라 심장이 쿵쾅쿵쾅 뛰지만
나를 믿는다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여자를 보며
차분히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해.
그런데 갑자기 부사장인 여자가 말을 끊어.
"더 들을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나와 여자가 당황해서 부사장 쪽을 봐.
부사장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며
"어쩐지 기초도 모르더라니,
별 듣도 보도 못한 학교 출신이네요?"
내 얼굴이 굳어져.
부사장의 무례한 행동에 여자는 화가 나.
"지금 여기서 학교가 왜!-"
여자가 감정이 격해져 언성을 높이는데
부사장이 지지 않고 말을 잘라.
"명문대가 괜히 명문대가 아니니까.
이번 시안 전부 수정하세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죠?"
부사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부사장의 눈치를 보느라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회의장을 빠져나가.
나는 서러움에 눈물이 고여와.
여자에게 고개만 숙이고 회의장을 뛰쳐나와.
여자는 차마 날 잡지 못하고 허탈해 있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나를 찾아 나서.
그리고 사람이 거의 없는 복도 끝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해.
여자의 마음이 아파와.
괜히 자기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하고 속상해.
그날 밤
퇴근 후 여자의 제안으로 함께 술을 마셔.
나도 여자도 낮에 일이 속 상했는지
연거푸 몇 잔을 마셨어.
나는 여자 앞이라 긴장이 되기도 하고
평소 술이 센 편이라 금방 취하지 않는데
여자는 어느새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취했어.
늘 완벽하고 차가운 여자라서 술조차 도 잘 마실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야.
여자의 취해서 흐트러진 모습이 귀엽지만
오늘 겪은 일의 충격이 좀처럼 가시지 않아.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나를 믿고 기회를 줬는데
나 때문에 여자한테 피해가 갈까 봐 걱정돼.
여자는 조금 풀린 눈으로 나를 가만히 봐.
"니 잘못이 아니야.
아직도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모르는
그 고리타분한 윗사람들과,
안하무인 회장 딸 부사장 이 문제지.
나도 좋은 학교 든든한 배경 그런 거 없어.
그런 게 있으면 편한 건 사실이야.
그런데 결국 나중에는 열정이 있고
간절한 사람이 이겨.
니가 그렇잖아."
여자의 따뜻한 말에 마음이 녹아.
"오늘은 내가 미안해."
여자가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술을 당해내지 못하고 취해서 잠이 든 거야.
나는 그런 여자에게 고마워 잠시 바라보다
여자를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택시를 타고 여자의 집으로 향해.
여자의 집에 도착해서 거실 소파에 여자를 눕혀.
그리고 자연스럽게 거실을 살피는데
여기 저기 여자의 옷들과 앞으로 있을 프로젝트에
관련된 서류들이 널려 있어.
누가 봐도 성공한 디자이너면서도
끝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여자야.
나는 조용히 여자에게 이불을 덮어주는데
"미안... 정말 미안."
여자가 잠을 자면서도 무의식중에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따뜻한 사람이구나.
나는 잠든 여자를 보며 순간 두근거려.
한편,
선배는 연락도 없이 늦는 내가 걱정돼.
시계와 창밖을 번갈아 보며
언제쯤 오려나 기다려.
나는 열두 시가 다 돼서 집으로 돌아와.
잠들었을 선배를 깨우지 않고 얼른 잠을 청해.
다음날
출근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자와 마주쳐.
다시 말끔하게 갖춰진 여자를 보며
어제 취한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
그런 내가 신경 쓰여 여자가 애써 담담히 물어.
"어제, 무슨 실수 안 했지."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여자는 내심 안심하며 다시 얘기를 이어.
"한 달 후에 패션쇼가 있어.
같이 준비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거의 한 달은 밤샘 작업이 많아
아마 우리 집에 있는 게 편할 거야.
너한테 도움이 많이 될 테니까
생각해보고 답 줘."
나는 여자의 제안이 놀라워.
아직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큰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는 것도 그렇고
여자의 집에 함께 머물면
분명 보고 듣는게 많을 거라서
나한테는 정말 좋은 경험이자 기회인 거야.
이날 저녁,
선배가 퇴근하는 날 기다렸어.
오랜만에 선배와 함께 걸어.
그리고 나는 선배에게 여자의 제안에 대해 얘기해.
함께한 지 이제 얼마 안됐는데
집을 떠나 여자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게
선배는 솔직히 내키지 않아.
하지만
"잘됐네, 얼마나 좋은 기회야.
너 잘할 거야."
선배는 섭섭한 마음을 애써 숨겨.
나도 선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여자에게 배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다음날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여자와 패션쇼 기획을 구상해.
낯설었던 여자의 집도 점점 익숙해지고
여자와 나는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함께 하며
점점 가까워지고
내게만 다정한 여자에게 마음이 끌려.
늘 진지하고 차갑기까지 한 여자는
이제 회사에서도 나를 보며 환히 웃을 만큼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
나로 인해 여자가 웃음이 늘고 밝아졌다는 게
또 나를 가슴 뛰게 해.
그런데 여자에게 가고 나서
일이 바빠서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이유에선지
선배에게 연락을 자주 하지 못했어.
선배는 프로젝트가 바쁜가 보다 이해를 하면서도
여자와 같이 있는 내가 점점 불안해.
선배의 머릿속이 복잡해져.
며칠 후
선배는 내게 얘기하지 않고
회사 로비에서 나를 기다렸어.
그리고 함께 퇴근하는 나와 여자를 보게 돼.
여자에게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기대는 나를 보며 직감적으로 알아차려
흔들리고 있을 내 마음을.
그렇게 여자와 함께 한 지 3주가 다 돼가면서
얼마 안 남은 패션쇼 때문에
나와 여자는 밤샘하는 날이 더 많아졌어.
졸음을 못 이겨 내가 일을 하다 말고
잠깐 소파에 누워 잠을 자는데
어느새 여자가 잠든 나를 가만히 봐.
"내가 어쩌다가 널..."
처음엔 사회초년생인 나를 선배로서
잘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 같아.
그런데 어느새
오히려 나에게서 위로와 응원을 받는 스스로를 느꼈어.
나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즐거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적인 관계를
사적으로 발전시킨 적이 없는 여자로서는
내게 느끼는 감정들이 낯설고 어려워.
하지만 확실한 건
나를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다는 거야.
직접 마음을 전할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방에서 서류를 보고 있는 여자에게
부사장이 찾아왔어.
"요즘 회사에 무슨 소문 도는지
혹시 알아요?"
부사장이 약 올리듯 말을 해.
부사장은 처음부터 여자가 맘에 들지 않았어.
자기보다 훨씬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
언제든 자기 자리를 넘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여자는 그런 부사장을 잘 알아.
경력으로 보자면 한참 아래인 부사장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
"그런 거 신경 쓸 만큼
한가한 적이 없어서요."
여자가 시선을 주지 않고 딱 잘라 말해.
부사장이 다시 기분나쁘게 웃어.
"아니던데,
그렇게 바빠도 연애는 하잖아요?
그것도 부하 직원이랑.
나는 같이 산다는 것까지 들었는데
맞죠?"
여자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
그런 여자를 보며 부사장은 더 확신해.
"그쪽 취향은 관심 없어요.
하지만 그런 소문이 회사 이미지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나도 어쩔 수가 없죠.
두 사람 중 하나가
회사를 떠나는 수밖에는."
여자의 눈빛이 흔들려.
여자는 당황한 걸 들키지 않으려 몸을 돌려.
그걸 놓칠 리 없는 부사장이야.
"그 친구는 자라나는 새싹인데,
안됐네.
빨리 해결하길 기대할게요."
여자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아.
어떻게 반박을 하고 싶은데 그 어떤 말도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은 생각에 입을 열 수가 없어.
이날 이후
여자는 나와 거리를 뒀어.
갑자기 달라진 여자의 태도에 나는 영문을 몰라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도 여자는 내게 말을 하지 않아.
내가 알면 힘들어할 걸 알기 때문이야.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지만
그 때문에 이제 막 꿈을 향해 걷는 내가
상처받고 다치게 될까 겁이 나.
이제서야 나를 향한 마음을 정확히 알았는데
어떻게 나를 보내야 할지도 막막할 뿐이야.
여자는 힘없이 집으로 향해.
다행히 오늘은 내가 잠시 집에 다녀오겠다고 한 날이야.
여자는 최대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려 해.
하지만 집 여기저기 놓인 내 물건을 보며
끝내 참고 참았던 눈물이 흘러.
자기 때문에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할 수는 없어.
여자는 망설이고 망설이다
헨드폰을 들어.
'내일부터 집에 오지마.'
여자가 문자를 보냈어.
한편 나는 집에 도착했어.
선배가 꼭 할 말이 있다며 집에 오라고 했고
나는 퇴근하자마자 왔어.
그런데 내가 집을 떠나기 전과 다르게
공기가 무거워진 걸 느껴.
선배도 가만히 앉아 아무 말이 없어.
밝고 활기찼던 선배의 얼굴이 굳은 걸 보니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어.
사실 얼마든지 연락을 할 기회는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선배를 만나는 건 일도 아니었어.
그런데도 여자와 있는 동안 나는 까맣게 잊은거야.
그때
"돌려 말하기 너무 어려워서,
그냥 말할게.
그만 집으로 와."
선배가 전에 없이 냉정한 말투로 말해.
나는 차마 그러겠다고 말을 못하겠어.
그런 나를 선배가 아프게 봐.
"이렇게 쉽게 보내려고
다시 시작한 거 아니야.
나 너 잡을 자격 있잖아.
두 번이나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
나도 그랬어.
그러니까
더이상 흔들리지마."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말하는 선배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해.
그런 선배를 보며 나는 그동안
내가 없는 집에서 혼자 불안하고 힘들었을
선배가 그려져.
마음을 다잡겠다고 결심해.
더 여자의 옆에 있다가는 정말
돌아오기 힘들 것만 같아.
그리고 방으로 들어온 나는
뒤늦게 여자의 문자를 확인해.
안 그래도 며칠 여자가 달라졌다고 느꼈는데
어쩌면 차라리 잘됐다 싶으면서도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그런데 다음 날,
여자가 회사에 나오지 않았어.
전화를 해봐도 여자는 받지 않아.
여자가 회사를 그만둔 거야.
이렇게 한 마디 예고 없이
가버리다니.
그 어떤 말도 없이 사라진 여자를 이해할 수 없어.
이러려고 그동안 그렇게 차갑게 대했었나.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걱정되고 섭섭하지만
선배를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정리해.
그렇게 여자와 보낸 꿈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일주일 정도 흘렀을까.
퇴근을 하다가 부사장을 마주쳤어.
나는 가볍게 인사만 하고 지나치는데
"애인 잘 둬서 좋겠어요."
영문 모를 말을 해.
조금 기분이 나빠져서 내가 보는데.
"모르는 건 아니죠?
그쪽 대신 사표 낸 거."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
그리고 여자가 왜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는지 들어.
나는 바로 여자의 집으로 달려가.
갑자기 내리는 비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전속력으로 달려서 여자의 집 앞에 도착했어.
그런데 벤치에 가만히 앉은 여자가 보여.
오랜만에 보는 여자의 얼굴이 반가운데
야윈 것 같아 마음이 아파.
내가 여자에게 천천히 다가가.
"오지 말라니까."
여자가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해.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
"왜 그랬어요 왜!
난...
이렇게는 못 보내요."
미안하고 가슴 아파 내가 소리쳐.
울먹이는 내 말에 여자의 눈시울이 붉어져.
여자는 더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겠어.
"그럼 나 안 가고 있을게,
너도 가지마."
1.공효진
2.김선아
+) 너무 오랜만이에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글을 한동안 올리지 못했어요.ㅠㅠ
기다리고 물어봐주신 분들께 고맙고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예전처럼 올리지는 못할 거 같지만
최대한 틈틈히 써서 올려 볼게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
맞아 내가 석고대죄다ㅠㅜㅠ내가 나쁜년입니다 언니들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공효진
와..글솜씨 ..진짜좋다 !! 쩔어 ㅇㅅㅇ
난..선배를선택하겟어
칭찬 고맙게 받을게.ㅠㅠ 잘 봐줘서 고맙구 좋은 주말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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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헝ㅠㅠ 기다려줘서 너무 고마워.ㅠㅠ 더 자주 와야 되는데 미안.ㅠㅠ 그래도 재밌게 봐주길 바래! 좋은 주말 보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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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ㅠㅠ 오래 기다리게 해서 넘 미안해요.ㅠㅠ 더 열심히 쓸게요! 글 읽어줘서 고맙구 좋은 주말 보내요♥
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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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고마워!ㅠㅠ 자주 못 올리지만 잘 봐줬다니 다행이야.ㅠㅠ 좋은 주말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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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ㅠㅠ 덕분에 힘내요! 좋은 주말 보내요♥
닥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 글쓴 걱정했어ㅠㅠ 기다렸음
미안 미안.ㅠㅠ 내가 죄인이다.ㅠㅠ 그래두 늘 잘 읽어주는거 정말 고맙구 좋은 주말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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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주셨다니 너무 감사하구 죄송스럽네요.ㅠㅠ 재밌게 읽어주셨길 바래요! 좋은 주말 보내요♥
공효진!!!!!!!!!!!!!!!!!!!!!! 쓰니 최고!!!
1111111
아..못 고르겠어요 ㅠㅠㅜㅠㅠ 근데 그래도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