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오르는 붉은색과 노란색의 불꽃위에 스태프만한 막대기에 거꾸로 매달려져 있는 칸타는 더이상 아누바키아의 족장이 아니었다. 그저 우리 배에 곧 들어가게 될 바베큐의 재료였을 뿐이다.
"끼헤에엑~~~살려주세요~~~"
"시끄러! 곧 바베큐가 될꺼면서 뭐가 그리 시끄러워!"
칸타는 비참하게 울부짖었다. 우리들의 모습은 길가던 상인들에게서 여러가지 짐을 빼앗아 그것을 구경하며 즐거워하는 오거들과도 같았고, 칸타는 그 오거들의 입에 들어갈 불쌍한 인간에 불과했다. 난 칸타의 몸에 걸쳐져 있던 여러가지 악세사리들을 보고 뭔가가 떠올랐다.
"칸타."
"훌쩍...네?"
이젠 우리가 무서워 경어까지 쓴다.
"이 악세사리들, 어디서 났지?"
"그것들요? 이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유적에서요. 저희들의 보금자리이죠."
유적?
음. 어쩌면 내가 찾던 곳일지도..
"아리스, 왜 그래요?"
"이 악세사리들, 너무 고급이란 생각이 들어서. 아무리 부자상인들이라도 이렇게 고급은 들고 다니지 않아. 차라리 마법사라면 몰라. 봐."
난 레오에게 그 악세사리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백금, 루비, 노란색 사파이어, 약간의 금과 은으로 되어있어. 게다가 이 중간에 있는 보석은 보석중에 제일 비싼 블루 다이아몬드야."
"이게 블루 다이아몬드예요?"
"그래."
레오는 칸타가 하고있던 귀고리에 박혀이는 푸른빛의 보석을 가리키며 물었고, 난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이것."
"이건...오리하르콘?"
"그래, 이 조그만 은색 조각은 오리하르콘이야. 이게 이 악세사리에는 이거보다 조금 큰 조각들이 50개는 넘게 있어."
"아리스, 굉장하네요. 마치 드워프같아요."
너도 마법사가 되어봐. 보석 구별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다.
마법사는 마법연구나 마법을 익힐때 필요한 아이템이 많은데, 특히 보석들과 귀한 금속들이 상당히 많이 쓰인다. 나도 마법사였기에 12th 랭크를 익히려고 피눈물을 흘리며 귀한 보석들과 금속들을 마구 써댔다. 그중에 내가 가장 내가 아끼려고 했었던 보석과 금속은 바로 블루 다이아몬드와 위드(Weed)이다.
위드는 잡초라는 듯이다. 그래서인지 그 이름이 붙은 이드는 여러가지 금속이 한데 뒤섞여 있는 금속이다. 최상의 위드는 오리하르콘, 미스릴, 펜타가 섞여있고, 최하의 위드는 구리와 동, 약간의 철이 섞여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위드는 도박이다.
"어라? 이건 위드아니예요?"
레오는 나한테 물으며 칸타의 낫을 들어올렸다. 낮의 전투후 그 낫은 꼴사납게 밤인 지금까지 사막에 거꾸로 쳐박혀 있었고 지금에서야 레오가 관심을 둔 것이다.
레오가 들어올린 그 낫은 달빛에 비춰져 푸른빛으로 빛나는 날카로운 날을 자랑하듯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 날이 위드구나."
최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봐줄만한 날이었다. 이 빛과 무게로 봐서는...
"미스릴, 철. 그리고 무기 전용 금속인 펜타구나."
"와, 그걸다 알아봐요?"
"이 날은 세가지 색이 뒤섞여 있어. 금색, 은색, 푸른빛의 은색. 금색은 미스릴이고, 은색은 깨끗한 철이야. 그리고 푸른빛의 은색은 펜타의 전용 색이지."
"와아..."
레오는 입을 쩍 벌리며 감탄했고, 난 가만히 눈에 띌까말까한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 위드...정말 최상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걸? 이걸 대장장이에게 가져가서 분리해낸다면 좋을껄...하지만 이곳은 내 두번째 세계처럼 과학이 발달한 곳도 아니고...에잇, 나중에 드워프들에게 가져가서 개량해달라고 해야지.
"그럼 왜 족장이라고 하는거야?"
"전 부족장이거든요. 오늘쯤 여기서 족장님의 일행과 합류하기로 했었는-"
바우우웅-
어디선가 날아온 은빛의 물체에 칸타는 자신을 스태프에 묶고 있던 매듭이 풀려 횃불위에 떨어졌다. 칸타는 뜨거움에 얼른 호수에 뛰어들어갔고, 난 가만히 일어나서 그 은빛의 물체가 돌아간 곳을 보았다.
"칸타, 너무 시끄럽구나."
"조...족장님?"
저벅...저벅...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그가 들고있는 부메랑에는 고대어로 뭐라고 적혀있었는데, 너무 멀리있어서 뭐라고 적혀있느지는 잘 모르겠다.
"코리사."
코리사는 빛의 마법으로 빛의 구를 생성하는 것이다. 플라티카와는 다르게 시간제한이 없고, 다만 일정한 시간마다 시전자의 마력을 조금씩 갉아먹으면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밝은 빛의 구가 내 손위에서 빛나자 그 족장이라는 녀석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넓고 당당한 어깨에 은빛으로 빛나는 부드러운-그렇게 보인다.-털과 초록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는, 내가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듯...아!
"너 실버아니냐?"
"...아리에스님?"
"야~너였구나!"
그 족장이라는 녀석은 내가 100년전쯤에 주워서 키운 위어울프(Were Wolf)였다. 실버가 있다면 그 녀석도 있을텐데...아, 저기있구나.
"블랙, 너도 오랜만인걸?"
"정말 오랜만이군요. 그때의 은혜는 아직도 안 잊었습니다."
"은혜는 무슨...그나저나 여긴 어쩐 일이냐?"
실버는 부모를 잃은 뒤로 내가 키워줘서 날 어머니로 알고 있고, 블랙은 내가 부모가 있는 그 녀석의 스승이 되어 마법을 가르쳐주었다. 이 녀석들은 처음 만났던 날부터 눈초리들이 심상치 않더니만 결국 결혼까지 골인했다나?
실버는 이름처럼 은빛의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 있고, 늑대치고는 꽤 미인이다. 실버가 속한 '은의 늑대족'은 밤에 늑대인간으로 변하고, 보름달이나 그믐달이 뜨는 밤에는 인간으로 변한다. 평소에는 늑대이다. 인간으로 변하게 되면 꽤 귀여운 축에 속하는 미인으로 변하는데, 내가 실버의 첫 변신을 지켜보았다.
블랙이 속한 검은 늑대족도 같다. 블랙이 속한 종족은 검은색의 거친 털을 가진 전투 종족인데, 블랙의 특징이라면 오른쪽눈에 흉터가 있어서 오른쪽눈을 못쓴다는 것이다.
"저희들은 지금 남은 위어울프들을 데리고 이 사막을 건너는 중이었습니다."
"왜?"
"이 사막 건너편에는 위어울프들의 성지란 곳이 있는데, 그곳은 인간들이 침입하지 못한다기에 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거긴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섬이잖아?"
실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네."
"거기까진 어떻게 갈껀데?"
"글쎄요...원래 계획은 여기서 와이번들을 생포한뒤에 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와이번들이 사라져서..."
뜨끔!
나...난 세마리밖에 안죽였다! 정말이야!
레오가 실버에게 궁금하다는듯이 물었다.
"하지만 와이번들을 생포한다는것은 꽤 어려운 일 일텐데요?"
"레오, 그럼 왜 '챠밍(Charming)'이라는 마법이 있겠니?"
"아!"
챠밍이라는 마법은 말그대로 적을 매혹시키는 마법이다.
원래 뜻은 조금 다르겠지만, 어쨋든! 그 마법은 8th랭크에 있는 마법인데, 뭐 실버의 마법레벨이 9th랭크 러너이지만 그래도 쓸 수는 있을 것이다. 나도 가끔 쓰는 마법인데, 주로 한 나라의 임금들에게 쓴다. 나한테 매혹당해서 보물이나 많이 주라고.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