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살다간 그녀, 윤정희의 마지막 시 2023.03.08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젠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 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에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 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랫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 이창동 영화 <시> 중에서 故윤정희가 낭독한 시 <아네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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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국에서 세 사상 떠났으면 외롭지 않았을 텐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네요...
ㅠㅠㅠ~
좋은 시 감사합니다
좋은 글향에 머물다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