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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36 - 진실의 그늘 (下)
1. S# 술집 앞. (밤)
승희, 잔뜩 술에 취해 취객과 엉겨 붙어 비틀비틀..철웅 옆으로 지나쳐간다.
철웅 : (지나쳐가는 승희를 본다. 보다가 불쑥) 우승희!
승희 : ? (걸음을 멈추고 반쯤 풀린 시선으로 본다)
철웅 : 너.. 우승희 맞지? 그렇지?
승희 : 맞는데. 누구야? 응?
하면서 승희, 눈을 게슴츠레 뜨고 보다가 멈칫.. 철웅을 알아보는 승희, 놀라서 보다가 고개 돌린다.
철웅, 쳐다보는 시선에서.
2. S# 한강고수부지. N
한쪽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웩웩 토하는 승희.
철웅 그런 승희를 보더니 다가가 등을 두드려준다.
철웅 : 야. 괜찮냐?
승희 : (뿌리치며) 저리가. 다 필요 없어.. (하다가 다시 웩웩!)
철웅 : (본다. 시선에서)
(시간경과)
한쪽에 나란히 앉아 있는 철웅과 승희,
승희, 짙게 한 눈 화장이며 빨간 입술 화장이 엉망으로 일그러져있다.
철웅 : 대체 어디루 도망가서 꽁꽁 숨었나 했더니.. 고작 그런 술집에 쳐 박혀 있었던 거냐?
승희 : 무슨 상관이야. (퉁명)
철웅 : 무슨 상관이라니. 선우 인생을 니가 가로챘잖아. 더군다나 선우가 백혈병에 걸렸는 데두 모른척했잖아 너.
친언니 못 찾았음 선우.. 영낙없이 죽은 목숨이었어. 알기나 해?
승희 : 무슨 상관이냐구. 그딴 기집애 콱 죽어버리든 말든 나하구 무슨 상관인데!
철웅 : 너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대체 얼마나 맞아야 정신차리구 니 잘못 반성할래?
승희 : 반성?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내가 선우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선우가 철웅 오빨 나한테서 뺏어가지만 않았어두.. 그 기집애가 우리 아저씨 건드리지만 않았어두..
나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어. 알아? 그 기집애 때문에 내 인생은 엉망이 되 버렸다구!!
철웅 : 모든 걸 선우 탓으로 돌리기 전에 니 자신을 돌아봐. 가슴에 손을 얹구 니가 한 짓부터 반성하라구.
승희 : 알 수가 없네. 내 인생이 꼬구라지든 삐뚤어지든 아무 관심도 없었잖아? 근데 왜 이제 와서 새삼
정신 차리라느니 반성하라느니 난린 거야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날 걱정하고 위했다구 그런 소릴 하냐구! 무슨 권리루!!
철웅 : 우승희! (화나서 쳐다보면)
승희 : 그렇게 참견하구 싶으면 가서 선우 일에나 신경 쓰셔. 하긴.. 이젠 선우두 제하 그룹 둘째 손녀딸이 되셨는데
건달나부랭일 상대나 해줄지 모르겠네. (하는데)
철웅 : 못된 기집애.
승희 : (보면)
철웅 : 성질 같아서는 번쩍 들어 올려서 한강물에다 확 집어 던지면 좋겠지만.. 서울시민 전부가 마시는 한강물 오염될까봐
차마 못 그러겠다. 알았냐? 어우우!!! (그러더니 그대로 벌떡 일어나 돌아서는데)
승희 : (멈칫.. 순간 얼른) 갈 거야?
철웅 : (그 말에 멈칫)
승희 : 나 두구.. 그냥 가는 거야? (왠지 불쌍하고 절박한 시선..)
철웅 : (돌아본다.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가버린다)
승희 : (울컥.. 고이는 눈물.. 보더니) 나쁜 놈.. (시선에서)
승희를 뒤로하고 성큼성큼 걸어오던 철웅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면
멀리 보이는 승희의 뒷모습. 혼자 구부린 채 앉아 있는 모습이 쓸쓸하다. 모습에서 Fade-out.
3. S# 평창동 집 거실.
이층에서 내려오는 서준.
현자 : 지금 병원 가는 거니?
서준 : 네 엄마.
현자 : 태희한테 수술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구 전해.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패해도 다 하늘의 뜻이라구.
서준 : 네.
현자 : 태희 누나 잘 보살피구 중간 중간에 전화해라.
서준 : 알았어요,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현자 : (걱정스러운지 한숨 내쉬는데서)
4. S# 병실 일각.
태희, 수술복을 갈아입고 있다.
갈아입다가 문득 손에 낀 아버지의 반지를 내려다보는 태희. 손으로 한번 만져보다가 시선 드는데서.
5. S# 무균실.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누워있는 선우, (항암치료로 이미 머리카락은 남아있지 않은 상태, 모자착용)
짐짓 눈을 뜨고 한쪽을 보면 수술준비를 마친 태희, 비닐 막 밖에서 쳐다보며 안심시키는 미소를 짓는다.
태희 :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선우 :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괜시리 두 눈에 고이는 눈물)
6. S# 처치실 (또는 수술실)
의사들, 처지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너머로 골수 뽑는 시술을 하기 위해 누워있는 태희. 얼굴 위로.
태희E : 아빠.. 도와줘요. 우리 윤희 살아날 수 있게.. 아빠가 도와줘요.
조용히 눈을 감는 태희. 감은 두 눈 끝에 맺히는 눈물에서 dis.
7. S# 몽타쥬.
1. 성당 안. N
혼자 앉아 십자가를 바라보는 재혁의 모습. 조용히 눈을 감는데서.
재혁E : 나는 기도를 할 줄 모릅니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선우 씨를.. 지켜주십쇼.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주십쇼. 조금만 더 이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십쇼.
필요하다면 제 생명을 대신 드리겠습니다. 제발 선우 씨만은 데려가지 말아주십쇼.
2.무균실 앞 복도. N
터벅터벅 걸어서 프레임-인 되는 철웅의 모습. 고개를 들어 선우가 있는 무균 실을 쳐다본다.
<면회 금지> 하는 팻말이 붉은 글씨로 붙어있다.
철웅, 손을 들어 문 위에 가만히 대보는 모습에서.
3.무균실 안. N
창백하게 누워있는 선우의 얼굴. 천천히 화면 하얘지면서...
8. S# 무균실 앞 복도 일각.
태희, 재혁, 서준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고 문이 열리면서 의사와 간호사일행이 나온다.
모두들 의사를 향해 초조한 표정으로 서서 본다. 보면
의사 : 일단 이식수술은 성공적입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까지 부작용도 없고.. 환자 상태도 양호합니다.
서준 : (활짝 웃으면서) 누나! 축하해요! 이젠 살았나 봐요!
태희 : (두 눈에 가득 고이는 안도의 눈물)
재혁 : (안도의 한숨으로 태희를 본다. 보며) 수고했어. 정말 수고했어, 태희야.
태희 : (본다. 툭.. 떨어지는 눈물)
복도 일각. 모퉁이 뒤에 서 있는 철웅. 태희 가족과 섞이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쪽에 서 있다가
소식을 들었다. 잘됐다. 선우가 살아나서.. 잘됐다. 괜히 두 눈이 시큰해져서 콧물을 훌쩍.. 하더니 한쪽으로 빠져나간다.
건들건들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fade-out.
9. S# 거리 일각. (노숙자들이 많이 모여 있을 법한 장소)
우울한 노숙자들이 군데군데 보이는 거리.
그 한쪽에 트렁크를 놓은 채 위에 쭈그리고 걸터앉아 빵 쪼가리를 꺼내 우걱우걱 먹는 오산댁,
그 옆에서 노숙자가 배고픈 시선으로 쳐다보자
얼른 돌아앉으며 마저 빵을 입안에 다 쑤셔 넣는 오산댁, 손을 툭툭 털면서 일어선다.
질질 가방을 끌고 한쪽으로 쭉 걸어오다가 툭! 트렁크로 누군가의 발을 건들면서 지나간다.
황국도 : 어이씨! 지나갈 라면 곱게 지나갈 것이지 왜 자는 사람 발은 걸구 넘어 가구 지랄이랴.
오산댁 : (멈칫.. 낯익은 목소리에 돌아본다. 살피며) 저기요.. 저기이 혹시..
황국도 : 아 뭐시여! (하고 흘끗 본다. 순간 번쩍 눈을 뜬다) 워메? 이것이 누구여? 오산댁 아녀?
오산댁 : 자기야아!! (금방 울음이 터질듯)
황국도 : 워메워메. 이것이 워찌 된 것이여. 몰골이 왜 이모양이당가?
오산댁 : 다 들통 나서 쫒겨 났지 뭐어..
황국도 : 대체 얼매나 이러구 돌아 댕긴 겨? 이?
오산댁 : 몇 주 됐어. 첨에 일주일은 여관서 있다가 돈두 떨어지구 그래서 길거리서 지낸지 삼 사주 됐지.
황국도 : 승희는? 자네 딸은 워찌 되았능가?
오산댁 : 그 기집애 얘긴 꺼내지두 말어. 세상천지 오갈 데 없는 거 뻔히 알면서 지 애미만 내 팽개 치구
저 혼자 살겠다구 도망친 년이니까는. (순간 막막하고 설움이 복받쳐 온다)
증말, 그 동안 내가 한 마음고생 몸 고생을 생각하면.. (훌쩍)
황국도 : 되 았어. 되 았어. 자네 맘 다 아니께 울 거 없어. 어차피 거그는 자네덜 자리가 아니었당께에.
그리고 이자는 내가 있잖여. 긍께 뚝 햐.. 뚜욱..
오산댁 : 자기야.. (은근슬쩍 기댄다)
위로해주는 황국도와 훌쩍거리는 오산댁의 모습에서.
10. S# 선우의 병실 복도.
빠꼼히 얼굴을 내미는 오산댁과 황국도. 지나가던 사람들 구질구질한 두 사람을 흘끗거리며 지나치고.
천천히 선우 병실 앞으로 다가서는 두 사람. <이선우>라는 이름이 써진 병실문 앞.
황국도 : 맞네. 이선우.. 이선우라고 써 있네.
오산댁 : 선우가.. 정말루 우릴 용서해줄까?
황국도 : 어허 글씨. 갸가 생각보다 도량이 큰 애랑께. 가서 사정 얘기 잘해 봐아. 그냥 모른 척은 안할 것이여.
오산댁, 한숨.. 고개 돌려 선우의 병실을 본다. 손잡이를 잡았다 놨다 망설인다.
그러다 결심하고 막 문을 열려는데.
태희 : 거기 뭐예요!
순간 멈칫. 오산댁과 황국도 돌아보다가 화들짝 놀란다.
두 사람 쪽으로 다가서는 태희.
태희 : 당신들 지금 거기서 뭐하는 거예요?
오산댁 : 아니.. 그.. 저.. 그게.. 그러니까는.. (말이 안 나온다. 쿡! 황국도를 찌르면)
황국도 : 이? 이이.. 저그 그것이 말입니다요. 우리는 선우가 워찌 지내능가. 수술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디
병은 완쾌 되았능가.. 건강은 해졌능가.. 고것이 궁금해가지고 말입니다요. 암요.
태희 : (노려보더니) 당신들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군요. 저질 사기꾼에 내 동생을 유괴한 죄로 경찰에 신고해야 정신 차리겠어요?
황국도 : 유.. 유괴범이요?
태희 : 아니면 내 동생을 트럭에 치고 방치한 죄를 물을까요?
어느 쪽으로 갖다 붙이든, 적어도 5년에서 십년쯤은 감옥에서 썩게 할 수 있어요.
오산댁 : (본다. 두려움으로 보더니 무너지듯 그 앞에 주저앉으며) 아이구우!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이 년이 죽을죄를 졌네요!
이 년이 돈에 눈이 어두워서 죽을죄를 졌어요!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한번만.. 살려주세요.
태희 : 용서? 당신들이 한 짓이 용서받을 짓이라고 생각해?
황국도 : 참말로 죽을죄를 지었지요. 그래도 시방 죄를 뉘우치고 또 뉘우치고 있당께요.
그랴서 선우가 진짜라고 밝힌 것 아니겄소.
오산댁 : 으응? (돌아보며) 그럼.. 승희가 가짜라구 말한 게.. 자기였어?
황국도 : (뜨끔.. 시선 돌리더니) 어찌됐든 참말로 뉘우치고 있습니다요. 즈이들두 양심이란 게 있는디.. 워찌 모르겄습니까요.
그냥 저희들이야 선처만 바랄 뿐이랑께요. (하면서 오산댁 머리 손으로 누르며) 뭐혀! 빨랑 안 빌구!
오산댁 : 예, 예, 반성하고 말구요. 뉘우치고 말구요. (하면서 머리 조아리는데)
선우 : 그만 일어나세요.
멈칫.. 오산댁과 황국도 고개들어 병실 쪽을 본다.
태희와 서준, 같이 돌아보면. 여전히 흰 모자를 쓰고 병색도 어느 정도 남아있는 선우가 병실 문 앞에 서 있다.
태희 : 윤희야. 뭐 하러 밖에 나왔어? 너 아직 이렇게 돌아다니면 안 되는 거 몰라?
선우 : 일어나세요, 아줌마. 아저씨도 일어 나시구요.
오산댁 : (울먹..) 선우야아..
태희 : 넌 들어가 있어. 여긴 언니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선우 : (태희를 보면)
태희 : (싸늘하게 오산댁과 황국도를 보며) 돌아가세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한번만 더 나타나서 내 동생 괴롭히면 그 땐 정말로 용서 안 해. 알아들어요?
황국도 : 아이구 그럼요. 다시는 안 나타납니다. 안 나타나고 말고요. 뭐혀. 언능 일어나랑께. (하면서 일어난다)
오산댁 : 예, 예에.. (일어나서 흘끗 눈치 보며 돌아서려는데)
선우 : 아줌마..
오산댁 : (? 돌아보면)
선우, 오산댁 앞으로 다가서더니 환자복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흰 봉투와 열쇠를 꺼낸다.
선우 : 제가 지내던 집 열쇠예요. 가실 데 없으면.. 당분간 거기서 지내세요.
태희 : (보면)
선우 : 받으세요. (열쇠와 봉투 오산댁 손에 쥐어주고) 그렇잖아두 언니 집에서 그렇게 나가셨단 얘기 듣구 걱정하고 있었어요.
가실 데도 마땅찮을 텐데.. 누가 뭐라 그래두 아줌마는 저한테 은인이예요. 절 거둬주시구 키워주셨잖아요.
오산댁 : (울컥! 글썽해지는 눈물.. 감동해서 보더니 쇤 소리로) 선우야.. 내가 미안하다. 내가 증말 너한테 못할 짓 했어어..
선우 : 아줌마.. (글썽..)
오산댁 : 고맙다 선우야.. (진심으로 떨어지는 눈물..)
황국도 : 나두 고맙다 선우야.
선우 : (따뜻하게 웃어준다. 시선에서)
태희 : (본다. 짐짓 미소.. 동생이 대견스럽다. 시선에서)
11. S# 서준의 레스토랑.
카운터에서 핸드폰으로 손님의 식사비를 결제를 해주는 여직원과 연웅.
손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인사를 하고 돌아보면 저쪽에서 서준, 장부를 체크 하고 있는데
연웅 흠하고 헛기침 한번 하더니 다가서서, 그 옆으로 놓여지는 반지.
서준 : (?해서 본다) 뭐예요?
연웅 : 도로 가져가세요. (하면서 돌아서는데)
서준 : (잡는다) 왜 이래요? 뭐하는 짓 이예요 이게?
연웅 : 그 동안 선우언니 수술에다 뭐다.. 사장님두 심경 복잡한 거 같아서 차일피일 미뤘는데..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겠어요.
그 반지 도로 가져가세요. 저는 더 이상 그 반지를 끼고 있을 수가 없네요.
서준 : 대체 이유가 뭡니까? 이유는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연웅 : (본다. 보더니) 우리 오빠가 선우언니를 좋아해요.
서준 : 그런데요.
연웅 : 우리 친오빠가 사장님 사촌여동생을 좋아 한다 구요.
서준 : 그래서요.
연웅 : 사장님을 좋아하지만..우리 오빠 제쳐두고 내가 먼저 결혼할 순 없는 일이예요.
더군다나 저 한 사람만으로도 그 집에서 반대가 대단할 텐데.. 우리 오빠까지 선우 언니랑 허락하실 리 없잖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내가 양보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서준 : 정말 이 여자 보기보다 쑥맥이네.
연웅 : 네? (보면)
서준 : (본다. 보더니 연웅의 손가락에 도로 반지 끼워주며) 내가 싫어진 게 아니라면.. 이 반지 다시는 함부로 빼지 말아요.
연웅 : 사장님.
서준 : 글쎄 연웅 씨 하는 말 알아듣겠는데.. 연웅 씨 오빠문젠 어디까지나 연웅 씨 오빠문제예요. 우린 우리 문제구요.
나는 연웅 씨 사랑하구 그 마음 변하지 않을 거예요. 어떤 상황이래두 나는 꿈쩍도 안 한다 구요.
그러니까 연웅 씨도 나만 믿어요. 알았죠?
연웅 : (본다. 믿음직스러움으로 보면)
서준 : 참.. 한 이틀 시골에 내려가 있을 거 같아요.
연웅 : 시골에요?
서준 : 윤희가.. (보며) 선우가 시골에 요양내려가기로 했거든요. 몸이 완쾌될 때까지 거기서 한두 달 있을 모양 이예요.
태희 누나두 같이 내려가 구요. 내가 운전사 해주기로 해서 한 이틀 비울 거니까
그 동안 괜히 딴생각하지 말구 가게 잘 지키고 있어요. 알았죠? (하더니 볼에 쪽! 뽀뽀해주고 지나간다)
연웅 : (본다. 얼른 손등으로 볼을 만지다가) 선우 언니가 요양을 간다구? (하는데서)
12. S# 동네 학교 일각.
와서 멈춰서는 차. 안에 타고 있는 사내1과 큰손, 운동장 쪽을 보면.
13. S# 동네 학교 운동장.
트럭으로 후진하는 연습하고 있는 철웅. 연습용으로 플라스틱 깡통들을 쭉 세워놓고 있는데 다 밝고 지나간다.
수탁, 핸드폰으로 연웅에게 벨소리를 보내주려다 핸드폰을 덮으며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표정으로 보는데서.
(짧은 경과)
철웅 : (트럭에서 내리며) 다른 건 다 되는데 왜 후진이 잘 안되지?
수탁 : 그래두 첨 운전연습 시작할 때보단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 땐 이 학교 운동장에 있는 기물..다 부서뜨리는 줄 알았습니다.
철웅 : 머릿속으로 할 땐 쉬운데 말야. 어? (하면서 핸들 돌리는 시늉을 해 보이는데)
그 때 저쪽 원경으로 뛰어오는 연웅, 두리번거리면서 찾다가 철웅과 수탁을 발견.
연웅 : 오빠! (뛰어온다)
수탁 : 연웅 씨! (반갑게) 아니 연웅 씨가 여기까지 어쩐 일입니까? 예?
연웅 : 오빠 선우 언니가 시골로 요양을 떠난대. 오빠두 알고 있었어?
철웅 : 요양? (모르는 일이다) 언제? 언제 떠난대?
연웅 : 오늘 오후에 출발한대. 우리 사장님두 같이 간다구 방금 전에 병원으로 출발했어.
수탁 : 이거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철웅형한테 알리지도 않구 그냥 가버리게?
그 동안 가족들하고 시간 보내게 해준다구 그렇게 보고 싶어두 꾹 참구 기다렸는데..
철웅 : (생각한다. 그러더니 그대로 한쪽으로 무작정 달려간다)
수탁 : 어? 철웅이 형! (따라가려는데)
연웅 : (잡는다) 이럴 땐 혼자가게 그냥 두는 거야.
그러면서 수탁, 연웅 철웅이 가는 쪽 돌아보는데.
14. S# 동네 학교 앞.
뛰어나오는 철웅, 주위를 둘러본다. 그 때 마침 지나가는 택시 택시! 택시! 부르는데 그냥 지나치고
철웅 일단 한쪽으로 뛰고 본다.
출발해서 철웅을 쫒아가는 차.
15. S# 선우의 병실.
짐을 챙기는 예산댁. 선우, 한쪽에 옷을 입은 채 창밖을 내다본다.
태희 : (짐을 챙기는 걸 돕다가 보며) 뭐하니?
선우 : 어? 어어.. 그냥.
태희 : 철웅 씨 기다리니?
선우 : (짐짓 웃음) 오늘도 안 올 건가 봐.
태희 : 그러지 말구 연락해보지 그래. 내가 연락해줄까?
선우 : 아니야. 바쁜 일이 있나보지 뭐. (하면서도 조금은 서운한 듯 창밖을 바라본다. 시선에서)
16. S# 골목길
재빨리 한쪽으로 막 뛰어간다. 그 때 그 앞으로 가로막는 큰손의 차와 봉고차 한대.
철웅, 멈칫.. 멈춰 서서 본다. 보면 안에서 우르르 내려서는 사내들.
큰손의 차에서 내려 서는 사내1. 철웅 앞을 가로막는다.
철웅 ?해서 본다. 보면. 반쯤 열려진 창문으로 철웅을 바라보며 씩 웃는 큰손.
한쪽 빰에 생긴 흉터를 손으로 한번 만지더니 그대로 고개를 돌린다. 올라가는 창문.
철웅, 사내1과 에워싼 깡패들을 한번 돌아본다. 싸울까..? 그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철웅, 한번 쓱 돌아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사내1의 배를 퍽! 가격해서 쓰러뜨린 뒤 길을 열리자 곧바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사내1 : 쫒아!!
쫒고 쫒기는 철웅과 사내들의 추격! “야! 거기 서!!“
17. S# 선우의 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서준.
서준 : 누나. 준비 다 됐으면 그만 가죠?
태희 : 알았어. (선우를 돌아본다) 윤희야. 그만 가자.
선우 : 어어. 다 됐어. (한쪽에서 뭔가 적은 종이를 접는다. 모습에서)
18. S# 골목길.
철웅, 한쪽에 세워져 있는 박스들을 넘어뜨리며 쫒아오는 깡패들의 추격을 최대한 방해하며 계속 달린다.
넘어지고 엉키는 깡패들 철웅만큼 순발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사내1도 씩씩거리며 철웅을 노려보면.
철웅 : (숨을 몰아쉬며) 니들하고 볼일은 다음으루 미뤄야겠다. 내가 좀 급히 갈 데가 있거든.
철웅, 씩 웃더니 여유 있게 인사한 뒤 가던 길을 계속 뛰어간다.
사내1과 깡패들, 어우우!! 하면서 노려본다. 시선에서.
19. S# 병원복도.
뛰어 들어오는 철웅, 숨을 몰아쉬며 뛰어오다가 선우의 병실 문 앞에서 멈춰서더니 얼른 반소매 끝으로 얼굴의 땀을 닦아낸다.
닦아낸 뒤 심호흡. 문을 두드린다. 대답이 없다.
철웅, 한 번 더 두드리다가 조용히 문을 열면 텅 비어있는 병실..
철웅, 숨을 몰아쉬며 병실을 쳐다본다. 갔구나.. 헉.. 헉.. 숨을 몰아쉬며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에서.
20. S# 병원 앞.
서준이 세워놓은 자가용에 짐을 싣고 올라타는 태희와 선우.
선우, 마지막으로 타기 전에 한 번 더 병원 쪽을 돌아본다. 그리고 올라타면 문이 닫히고.
출발하는 차의 뒷모습..
21. S# 선우의 병실 안.
천천히 숨을 몰아쉬며 병실 안을 둘러보는 철웅. 결국 이렇게 인사도 없이 가버렸나 싶은 마음에 마음이 허탈한데..
그 때 침대 한 켠에 놓여있는 종이쪽지.
철웅 ?해서 다가가서 본다. 천천히 집어 들어서 펼쳐보면. <철웅아. 나.. 건강해져서 다시 돌아올게. 기다려 줄 거지?>
철웅, 본다. 보다가 그제야 얼핏 픽! 웃어버리는. 그러면서 천천히 침대에 걸터앉는다.
땀인지 눈물인지를 쓱 닦아내며 쪽지를 하염없이 내려다보는 철웅.
그러면서 시선을 들어 창밖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fade-out.
22. S# 인수 창고.
푸른 하늘에서 바뀌면 틸-다운. 트럭에 주류들을 나르고 있는 깡패패거리들.
깡통 : 뭐하노! 자슥들! 행동이 그리 꿈 떠가 어데 묵고 살겠나! 퍼뜩 퍼뜩 몬 움직이나 자슥들.. (하면서 진두지휘 하는가운데)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철웅과 인수.
인수 : 어떠냐. 트럭 운전일은 할 만 하냐?
철웅 : 그럼요. 처음엔 지리를 잘 몰라서 좀 해맸는데 지금은 지름길까지 빠삭하게 다 외웠습니다.
인수 : (웃음.. 지팡이 짚은 채 서서 보며) 니 애인한테선 아직두 연락 없냐?
철웅 : (대답대신 웃음)
인수 : 벌써 한 달 됐나? 요양 떠난 지.
철웅 : 한 달하구 이틀 지났습니다.
인수 : 많이 보고 싶겠구나.
철웅 : (씩 웃음) 네. 보고 싶어 아주 죽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건강해지면.. 돌아온다, 그랬으니까.
선우가 어디서든 살아있다는 것만 생각해두 힘이 납니다.
인수 : (따뜻한 웃음으로 보면)
깡통 : 철웅아! 다 됐다!
철웅 : (인수를 보며) 그만 가보겠습니다 대장.
인수 : 그래. 또 보자.
철웅 : 네. (트럭 쪽으로 뛰어가 운전석에 올라탄다)
철웅, 부릉 시동을 걸고 인수와 깡통한테 인사한 뒤 출발한다.
깡통 : 짜슥.. 의외로 트럭하고 잘 어울리네. 안긋나 대장아. (보면)
인수 : (짐짓 웃음.. 그러면서 본다. 시선에서)
23. S# 술집 안 일각. (밤)
철웅과 업소 직원들과 함께 술 박스를 나른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철웅과 술집 종업원 장부에 물량을 서로 확인하는데
그 때 한쪽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소리.
철웅과 수탁, 돌아보면. 룸 문이 열리면서 바닥에 나뒹구라지는 승희, 홱 노려보면.
남손님1 : (승희의 뺨을 때리더니) 뭐 이 딴 기집애가 다 있어? 손님한테 술 따르는 게 싫으면 이런데서 일을 하지 말아야지.
지가 무슨 요조숙녀라구..
종업원 : 손님 죄송합니다. 진정하세요. (보며) 야! 너 또 손님이랑 싸움질이냐? 대체 몇 번째야 너!
승희 : ...
남손님1 : 야! 저 재수 없는 기집애 당장 내쫒아. 안 그럼 나 다시는 이 술집 안 온다? 어? (하는데)
승희 : (킥.. 웃음.. 킥킥 웃으면서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그래.. 나가주지. 나가주면 될 거 아냐 자식들아.
내가 여기 아니면 갈 데 없는 줄 알어? 집에 가서 마누라한테 쪽도 못 쓰는 자식들이.. (하더니 퉤! 침을 뱉는다)
남손님1 : 어우 이게! (순간 덤벼들려는데)
우르르 종업원들 말린다. 승희, 남손님1을 비웃어주며 돌아선다. 돌아서다가 멈칫.. 철웅과 시선 마주친다.
승희, 흔들리는 시선으로 철웅을 보면 철웅,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몇 걸음 간다.
그러다 다시 돌아오더니 승희의 손목을 잡아끌고 나간다.
사람들 일제히 어? 해서 돌아보는 시선에서.
24. S# 일각. (밤)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승희, 철웅, 흘끗 본다. 보다가.
철웅 : 술 좀 깼냐?
승희 : ...
철웅 : 깼으면 일어나. 데려다줄 테니까.
승희 : 갈 데 없어. (착 가라앉은 목소리)
철웅 : (보면)
승희 : 나.. 아무데도 갈 데가 없어.
철웅 : 니네 엄마.. 옛날 선우가 살던 집에서 지내고 계셔. 바래다 줄 테니까 일어나.
그러자 자조적으로 픽 웃는 승희, 허릿춤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더니 피워 문다.
후.. 연기를 날리며 먼 곳을 응시하는 승희의 눈빛..
승희 : 우승희 인생... 참 초라하게 됐지?
철웅 : (본다)
승희 : (다시 자조적인 웃음.. 자조적인 톤으로) 있지. 나도 한번쯤은.. 유리 구두를 신어 보고 싶었어.
그래서 보란 듯이 한번쯤 화려하게 살아보고 싶었어. 근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였나? 그게 그렇게.. 죽을 죄였어?
철웅 : 니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잖아. 니 발에 맞지 않는 건 아무리 좋은 거래두 함부로 신는 게 아니야.
승희 : 누군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선택받아 태어나구.. 누군 아무리 살아볼려고 발버둥 쳐두 항상 이 모양 이 꼴이구..
(두 눈에 눈물이 글썽)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철웅 : 불공평한건 니 마음이야. 니 마음이 바뀌지 않는 이상..세상은 점점 더 너한테 불공평해지기만 할 거야.
승희 : 겨우 술병 배달이나 하는 주제에 개똥철학은.. (하면서 다시 쓸쓸한 시선. 담배를 피워 무는데)
철웅 : (그 담배 손으로 뺏더니 바닥에 비벼 끈다. 그리고 일어선다) 그만 일어나라.
승희 : 갈 데 없다 그랬잖아.
철웅 : 넌 니 엄마가 걱정되지도 않냐? 어떻게 살고 계신지 궁금하지도 않아?
그 말에 시선을 돌리는 승희, 눈가가 촉촉히 젖어있다. 시선에서.
25. S# 선우네 집. N (이하 오산댁네 집)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인형들. 그 한쪽에서 인형의 눈을 달고 있는 오산댁.
그 옆에서 드러누워 잠이 들어있는 황국도. 그러다 허리가 아픈지 툭툭 두드리는데
그 때 탕탕 문 두드리는 소리.
오산댁 : (흘끗 돌아본다)
황국도 : (같이 돌아보며) 누구랴? 찾아올 사람두 없는데..
오산댁 : (달력 보며) 벌써 월셋 돈 내는 날 됐나?
황국도 : 글씨..?
26. S# 선우의 부엌. N (이하 오산댁네 부엌)
다시 탕탕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산댁 : 아이고 나가요! 나가! 문 다 부서지겠네. 누가 월세 안 내구 도망가나? 이 오밤중까지 찾아와 소란이야 소란이!
(하면서 나와 문을 열어주는데)
들어서는 철웅, 순간 놀라서 뒤로 후다닥 물러서서 보는 오산댁.
오산댁 : 아이그머니나. 이게 누구야.. (보며) 아니.. 초.. 총각이 어쩐일루 다 여긴 다 왔어 그래?
황국도 : (문틈으로 내다보다가 흠짓 놀라서 보면)
철웅 : (보더니 뒷쪽을 향해) 들어와.
오산댁 : (? 철웅의 뒷쪽을 본다)
철웅 : 들어오라니까 뭐해.
오산댁 : 누가.. 왔는데 그래요? (하는데)
철웅, 다시 바깥쪽으로 나가 누군가의 손을 잡고 들어온다. 철웅의 손에 끌려 들어오는 승희.
오산댁 ?해서 본다. 보다가 멈칫..
오산댁 : 승희야! 너어..
승희 : (시선 못 마주치는데)
오산댁 : 아이구 승희야! 살아있었구나!!! (하면서 달려가 부둥켜안는다) 이 놈에 기집애야! 엄마가 얼마나 걱정 했는 줄이나 알어?
혹시라두 독한 맘 먹구 잘못됐을까봐.. 경찰서며 어디며 안 찾아 댕긴 데가 없어 이년아.
승희 : (울먹울먹)
오산댁 : 아이구 독한 년! 아이구 못된 년!! (하면서 부둥켜안는다)
승희 : 엄마아..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린다)
오산댁 : 세상에 얼굴이 반쪽이 됐네..어디서 얼마나 고생을 하구 댕긴 거야. 아이구 내 새끼.. 아이구 내 새끼이..
(하면서 보듬고, 부둥켜안고)
승희 : (흐느낀다)
황국도 : (본다)
철웅 : (본다. 보다가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27. S# 선우네 집앞 계단. (밤)
내려오는 철웅, 한번 돌아본다. 보더니 어쨌든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보는데서.
28. S# 오산댁네 방. N
동그란 상에 별로 반찬도 없이 차려진 밥. 승희, 훌쩍거리면서 꾸역꾸역 밥을 넘긴다.
오산댁 : (옆에서 딱하고 안쓰럽게 보며) 그 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승희 : 그냥.. 여기저기..
황국도 : 너.. 술집에 있었냐?
승희 : (흘끗 본 뒤 시선 떨구면)
오산댁 : 됐어, 됐어. 이렇게 살아 돌아온 게 어디냐. 나는 그냥 티비에서 젊은 여자들 흉한일 당했다는 뉴스 날 때마다
혹시라두 니가 아닐까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됐어. 어디 있었든.. 무사히 살아만 있으면 된 거야.
승희 : 미안해 엄마..
오산댁 : 됐어 이년아. 어여 먹기나 해.
승희 : (훌쩍.. 그러면서 눈물 젖은 밥을 넘기면)
황국도 : 그래두 선우 고것이 저 살던 집이라두 이렇게 내줬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니 엄니나 나나 완전히 길거리 거렁뱅이 신세 될 뻔했다,
승희 : (그 말에 멈칫..)
오산댁 : 그러게.. 나중에라도 언제 시간나면 찾아가 고맙다구 인사라두.. (하는데)
승희 : (순간 숟가락 탁.. 내려놓는다)
오산댁 : 왜 그래? 왜 더 안 먹구.
승희 : 생각 없어.
오산댁 : 승희야.
승희 : 밥맛 떨어 졌다구 글쎄. (그러면서 고개 돌린다. 불쾌한 시선에서)
29. S# 철웅의 집 거실. N
휠체어에 타고 있는 박귀중,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연웅 : 아버지, 저녁은 김치 넣구 콩나물국 끓일까하는데 괜찮으세요?
박귀중 : (돌아보며) 좋지이.. 할머니 안 계신 동안 우리 연웅이가 고생 많구나.
연웅 : 사실 그 동안 할머니가 많이 힘드셨지 뭐. 아빠 병간호하시랴 우리 뒤치다꺼리 하시랴.
그래두 철웅 오빠가 할머니 효도관광까지 다 보내 드리구. (보며) 트럭 배달두 여기저기서 해 달라 그러는 데가 많나 봐요.
박귀중 : 철웅이가 아버지 대신 힘든 짐을 짊어지게 생겼구나. 그 녀석.. 요즘 통 기운도 없어 보이든데.
연웅 : 선우언니 땜에 그렇지 뭐.
박귀중 : ...
연웅 : 선우 언니두 그렇지.. 아무리 요양이래지만 어쩜 한 달두 넘게 연락 한 번두 없이 지낼 수가 있냐?
우리 철웅 오빠 애타게 기다릴 거 뻔히 알면서. 서운하네, 증말..
박귀중 :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시선 돌린다. 시선에서)
30. S# 평창동 집앞. (밤)
다가와 멈춰서는 트럭.
안에서 내려서는 철웅, 트럭에 기대선 채 평창동 집을 올려다본다. 시선에서.
31. S# 평창동 주방. N
예산댁,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그 뒤로 들어서는 현자.
현자 : 아줌마, 준비 다 되 가요?
예산댁 : 네, 국만 끓으면 되요.
현자 : 몸 회복되려면 당분간 음식 가려서 좋은 걸루만 먹여야 할 거예요. 아줌마가 신경 좀 각별히 써요.
예산댁 : 네 알겠어요. 사모님.
현자 : 그나저나 얘들은 온다는 시간이 언젠데 이렇게 감감 무소식이야? (돌아보면)
32. S# 평창동 집앞. (밤)
트럭에 기댄 채 담배연기를 날리던 철웅, 꽁초를 버린 뒤 다시 트럭에 올라탄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평창동 집을 올려다본 뒤 시동 걸고 출발한다.
어둠 쪽으로 멀어지는 철웅의 차,
바로 그 때, 철웅의 트럭과 스쳐지나오는 태희의 세단. 다가와 평창동 집 앞에서 멈춰 선다.
운전하고 있던 서준, 먼저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어준다. 안에서 내려서는 태희,
태희 : (차 안쪽을 향해) 다 왔어 윤희야. 어서 내려.
잠시 후, 차 밖으로 내려서는 발. 틸-업하면 선우다.
선우, 고개를 들어 평창동 집을 올려다본다. 많이 건강하고, 좋아진 모습. 올려다보는 시선에서.
33. S# 평창동 거실. N
가방을 들고 안으로 들어오는 서준,
서준 : 엄마. 저희 왔어요!
소파에 앉아 있던 현자, 돌아본다. 자리에서 일어나 보면 서준의 뒤로 들어서는 태희와 선우.
현자 : 이제들 오는구나.
태희 : 인사드려 윤희야. 고모님이셔.
선우 : (특유의 맑은 미소) 안녕하세요, 고모. 처음 뵙겠습니다. 김윤희라고 합니다. (구십 도로 꾸뻑 인사하면)
현자 : 새삼 이름 밝히지 않아두 니가 윤희라는 건 벌써 다 알구 있다.
선우 : 진작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수술 받고 곧바로 시골 내려가는 바람에 늦게 인사드리게 됐어요. 죄송합니다.
현자 : 니가 죄송할 건 없지. 사정이 그랬으니까. 그래, 넌 몸은 완전히 다 나은 거니?
선우 : 네. 거의요.
태희 : 생각보다 훨씬 빨리 완쾌됐어요. 의사 선생님두 놀랄 정도래요 고모.
현자 : 건강해졌다니 잘됐구나. 저녁준비 다 됐으니까 우선 식사부터 하자.
서준 : 메뉴가 뭐예요? 냄새가 근사한데요?
현자 : 이것저것 아줌마가 준비 좀 한 모양이다 들어가자. (들어간다)
서준 : (따라 들어가면)
선우, 집안을 둘러본다. 그러다가 한쪽에 걸린 김필중의 초상화를 본다.
태희, 선우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같이 보더니.
태희 : 할아버지두 니가 집에 돌아온 걸 기뻐하실 거야.
선우 : (초상화를 보며 빙긋 웃는데)
현자 : (안에서) 뭣들하구 있어. 어서 안 들어 오구?
태희/선우 : (동시에) 네! (하다가 서로 시선 마주치더니 웃는다)
34. S# 회사 일각. N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나오는 재혁과 오한영.
오한영 : 오늘도 저희 주식 값이 상한가를 치면서 장이 마감됐답니다. 신사업 출시이후 매출액도 급상승중이구요.
재혁 : 계속해서 고삐 늦추지 말구 밀어부쳐.
오한영 : 네.
재혁 : 제품도 제품이지만 우리 제하통신 이미지 마켓팅도 중요하니까 신경 쓰자구.
젊은 기업으로 젊은 층한테 어필할 수 있도록.
오한영 : 알겠습니다.
재혁 : 홍보 마켓팅하고 미팅이 몇 시지?
오한영 : 내일 아침 아홉십니다.
재혁 : 알았어. 내일 회의 때 보지.
오한영 : 퇴근 안하십니까?
재혁 : 먼저 해. (하면서 사무실 쪽으로 들어간다)
오한영 : (본다. 시선에서)
35. S# 재혁의 사무실. N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외투를 벗고 넥타이를 반쯤 풀고 자리에 앉는다. 왠지 공허한 눈빛으로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이내 상념을 떨쳐버리려는 듯 한쪽에 올려놓은 가방 안에서 서류를 꺼내들어 들여다본다.
오한영, 문을 열고 그런 재혁의 모습을 본다. 보다가 다시 조용히 문을 닫는다.
혼자 남아 일에 몰두하는 재혁의 모습에서.
36. S# 주방안. N
둘러 앉아 식사하는 현자와 태희, 서준과 윤희.
선우,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국물을 떠먹더니.
선우 : 맛있다. 이거 고모가 만드셨어요?
현자 : ? (이상한 듯 쳐다보면)
태희 : 우리 집에선 아줌마가 주방일은 다 하구 계셔 윤희야.
선우 : 그렇구나. (돌아보며) 뭐 넣구 끓였는데 이렇게 시원하구 맛있어요? 나중에 비법 좀 알려주세요.
예산댁 :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그럴께요. 그런 거야 어렵지 않죠..
선우 : (웃다가) 근데 아주머닌 왜 식사 안하세요? 어서 와서 같이 식사하세요. 네?
현자 : 아줌마는 나중에 아랫 채 내려가서 식사할거다.
선우 : 아랫 채요?
서준 : 아줌마가 숙식 하시는 데야.
선우 : 그래두 같이 먹으면 더 맛있구 좋을 텐데..
현자 : 말이 많구나. 식사하는데 왠 말이 그렇게 많아.
태희 : 고모..
현자 : 식사하는데 말 많은 거 예의 아니야. 꼭 필요한 말 아니면 삼가 해.
선우 : 네에.
현자 : (다시 국물 떠먹으려는데)
선우 : 저기 근데요.
현자 : (다시 멈칫.. 짜증스럽게 홱 쳐다보면)
선우 : 고모는 누구 닮으셨어요?
현자 : 뭐라구?
태희/서준 : (같이 의아한 표정으로 선우를 보면)
선우 : 할아버진 별로 안 닮으신 거 같구.. 할머니 쪽 닮으셨어요?
현자 : 얘가 근데.. (막 짜증을 내려고 하는데)
선우 : 너무 곱구 예쁘세요. 고모 목소리두 너무 듣기 좋구요. 말투가 세련 되서 그런지 굉장히 기품 있어 보이세요.
현자 : (일순 말을 못하고 본다. 흠흠.. 시선 돌리면)
서준 : (순간 픽.. 웃음)
현자 : 왜 웃는 거야 넌?
서준 : 아니예요. (하는데)
태희 : (같이 픽 웃는다)
현자 : (태희를 돌아보며 일순 불쾌한 표정 지으면)
선우 : 국 식겠어요, 고모. 어서 드세요. (하더니 씩 웃으며 맛있게 밥을 떠먹는다. 천진한 표정)
현자 : (어이없게 선우를 본다. 시선에서)
37. S# 윤희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와 선우. 선우, 와아.. 입을 벌리며 방 안을 둘러본다.
한쪽에 책상이며 책장들이 준비되어있고, (암튼, 승희의 방이었을 때와 확 달라진 모습.)
태희 : 전에 승희가 지내던 방이야. 가구를 다 바꾸긴 했는데.. 니가 싫으면 다른 방으로 바꿔 줄 수도 있어.
선우 : 그런 거 상관없어 언니. 더구나 승희하군 한방에서 살았었는데 뭐.
태희 : 그렇다면 됐구.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
선우 : (본다. 보더니 말없이 태희를 꼭 안는다)
태희 : (멈칫.. 보면)
선우 : 너무 기뻐. 이렇게 언니 옆으로 돌아오게 되서.
태희 : 그래.. (따뜻하게 다독여준다)
선우 : (진심으로 행복한 얼굴에서)
38. S# 이층 거실. N
윤희의 방에서 나오는 태희,
서준 : 윤희, 자요?
태희 : 집에 오게 되서 많이 들떴나봐. 얼굴은 피곤하다구 써 있는데 자꾸 안자겠다 그래서 억지루라두 일찍 쉬라고 했어.
서준 : 솔직히 윤희가 엄마한테 어떻게 적응할까 불안 불안했었는데.. 오늘 보니까 걱정 하나 안 해두 되겠어요.
태희 : (웃으면서 선우의 방 쪽을 돌아보면)
39. S# 윤희의 방. N
책상 앞에 앉는 선우, 잠시 앉아서 돌아보다가 문득 한쪽에 놓여있는 가족사진을 본다. 태희의 배려다.
선우, 사진을 집어 들어 그 안에 있는 아빠 엄마의 얼굴을 본다. 사진속의 두 사람이 선우를 보며 웃고 있다.
선우, 글썽해져서 사진속의 아빠 얼굴을 만져본다. 옅게 웃는 시선에서.
40. S# 오산댁네 방. N
불이 꺼져있는 방안. 오산댁, 코를 골며 잠이 들어있고
그 옆에 누워있던 승희, 천천히 일어나 곤하게 잠이 들어있는 오산댁을 본다. 나즉히 한숨..
잠이 안 오는지 부시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41. S# 오산댁네 부엌안. N
부엌으로 나오는 승희, 불을 켜고 잠시 안을 살핀다. 조악한 살림살이에, 여기저기 널려있는 설거지 안한 그릇들..
승희, 한번 둘러보다가 여지 저기 찬장을 뒤적거린다. 구석에 있는 소주..
승희, 소주를 따더니 그대로 병째 마신다. 꿀꺽꿀꺽 삼킨 뒤 쓱 문지르며 한숨을 내 쉬는 승희, 자조어린 미소를 픽.. 짓는다.
천하의 우승희가.. 결국 이런 꼴이 되다니..
점점 설움에 일그러지는 얼굴.. 고개를 숙인다. 흐느끼는 어깨.. 모습에서.. Fade-out.
42. S# 재혁의 사무실.
서류를 놓으면서 책상 앞에 앉는 재혁, 펼쳐들고 내용을 훑어본 뒤 왼손으로 싸인을 한다.
재혁 : 내일 신사업 팀 미팅은 조찬 회의로 하지. 같이 아침 들면서 올 하반기 실무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루 하자구.
오한영 : 네, 알겠습니다.
재혁 : (결재 서류를 내민 뒤 후.. 한숨..)
오한영 : (결재서류 받아들며 재혁을 본다. 보면)
재혁 : 왜? 무슨 할 말 남았어?
오한영 : 대표이사님이 돌아오셨답니다.
재혁 : 알아. 아까 통화했어.
오한영 : 이선우양도 같이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재혁 : (멈칫.. 본다. 보면)
오한영 : 만약 이선우양이 돌아오게 되면..다시 신사업 팀에서 근무하게 되는 겁니까?
재혁 : 글쎄. 거기에 대해선 들은 얘기가 없는데. (하면서 시선 외면하는데)
오한영 : 알고 있습니다. 겉으론 잘 내색하지 않으시지만..사실은 이선우 씰 많이 보고 싶어 하신다는 거.
재혁 : 내가.. 그래보였나?
오한영 : 얼굴이 많이 수척해지셨습니다. 하루에 네 시간이상 못 주무시고 일에만 매달리는 게..
물론 신사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그 보다는 이선우 씰 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혁 : (그 말에 픽 자조적인 웃음) 역시 오한영이군. 내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고 있다니.
오한영 : 제가.. 이선우 씨한테 연락해볼까요?
재혁 : 아니. 그러지 마. 그럴 거 없어.
오한영 : (보면)
재혁 : (조용히 시선을 돌린다. 그늘진 표정에서)
43. S# 회사. 에스컬레이터 앞.
에스컬레이터위로 머리부터 올라오는 선우의 모습.
선우, 오랜만에 다시 오는 회사를 둘러보며 무척이나 들뜨고 반가운 표정.. 쭉 둘러보는 얼굴에서.
44. S#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우.
선우 : 언니.
태희 : 윤희야!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쩐 일이야?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쉬지 않구.
선우 : 갑자기 회사에 너무너무 와보고 싶잖아. 그래서..
태희 : 그랬니? 어쨌든 잘 왔다. 이리와 앉어.
태희, 선우, 같이 소파에 앉는다.
태희 : 두 달만이지? 다시 회사에 와보니 어떠니?
선우 : 가슴이 막 쿵쾅거리구 들뜨는 거 있지. 나 빨리 회사에 다시 출근하고 싶어졌어.
태희 : 그래두 당분간은 안 돼. 알지?
선우 : (짐짓 웃으면)
태희 : 이왕 나온 거 같이 점심이나 먹자. 뭐 먹을래? 맛있는 거 사 줄께.
선우 : 아니야, 언니. 가봐야 해. 만날 사람이 있거든.
태희 : 너무 오래있지 말구 일찍일찍 집에 들어가. 아직 백프로 다 나은 것두 아닌데 절대 무리하면 안 돼.
선우 : (픽 웃음)
태희 : 왜?
선우 : 언닌.. 옛날이랑 하나두 안 변했어. 옛날에두 맨날맨날 걱정쟁이에 잔소리 꾼이었는데 지금두 똑같잖아.
태희 : 그러니? 나한테 넌 아직두 아홉 살 먹은 동생 같은데? 내가 돌봐 줘야 하구 지켜줘야 할 동생.
선우 : (짐짓 웃더니) 조금만 기다려 언니. 내가 좀 더 건강해지구 좀 더 힘이 생기면.. 그 땐 언니가 나한테 기댈 수 있게 해줄게.
태희 : 말만 들어두 든든하다.
선우 : 그만 가봐야겠다.
태희 : 차 내줄테니까 타구 가.
선우 : 됐어. 지하철루 가는 게 훨씬 더 빠르구 편해.
태희 : 그럼 로비까지만 바래다줄게.
선우 : (빙긋 웃음) 응.
45. S# 회사 일각. (선우와 재혁이 잘 마주치던 장소)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는 재혁.. 뭔가 상념에 잠겨 있는 표정.
그 때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태희와 선우 두 자매, 뭔가 즐거운 듯 얘기를 나누며 걸어온다.
재혁,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가 멈칫.. 태희와 선우를 본다.
태희가 먼저 재혁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선우도 태희가 쳐다보는 쪽을 ?해서 돌아본다. 순간 멈칫..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는 재혁, 태희, 선우..
재혁 : (선우를 빤히 본다)
선우 : (본다. 보다가 얼른 시선 내리며 인사) 안녕하셨어요 팀장님.
재혁 : 잘.. 있었어요? (보면)
태희 : (그런 두 사람을 보더니 얼른 분위기 수습하듯) 윤희두 어젯밤에 같이 올라왔어.
친구 만나러 가다가 잠깐 회사에 들른 거래.
재혁 : (선우한테 시선 고정한 채) 많이 건강해진 거 같아서.. 안심이예요.
선우 : 네.. (시선 마주치지 않은 채) 언니가 계속 보살펴줬거든요. 덕분에 다시 건강해질 수 있었어요.
태희 : ... (재혁을 보면)
재혁 : 다행 이예요. (보면)
선우 : (보다가 얼른 태희 보며) 언니.. 그럼 나 먼저 갈께.
태희 : 그래. 조심해서 가.
선우, 재혁에게 다시 목례. 그리고 곧장 걸어와 재혁을 스쳐 지나간다.
선우가 바로 옆을 지나가는 순간.. 흐릿해지는 재혁의 시선..
그대로 앞만 보며 지나쳐가는 선우.
그 순간 선우의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주먹을 꾹 쥐는 재혁.
스쳐지나가는 선우의 뒷모습.. 재혁, 돌아보고 싶다. 그러나 돌아보지 않은 채.. 그저 시선만.
태희, 그런 재혁을 본다. 표정 없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46. S# 에스컬레이터 앞.
프레임-인 되는 선우, 잠시 난간에 손을 짚고 기댄다. 그제 서야 재혁을 지나쳐 온 쪽을 돌아본다.
안 된다.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선우, 애써 감정을 수습하며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다.
쭉 내려오는 선우.. 시선 똑바로 드는 모습에서.
47. S# 회장실.
재혁, 말없이 차를 마시는 표정, 다른 생각에 잠겨있다.
태희, 그런 재혁을 본다. 보다가 빙긋 미소와 함께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희 : 우리두 되게 오랫만이다 그치? 지난달 주주총회 때 잠깐 보긴 했는데.. 그 땐 서로 바빠서 둘이 얘기할 시간두 없었잖어.
재혁 : 늦었지만 정식으로 대표이사 임명받은 거 축하한다.
태희 : 나두 너 축하해. 아이콘 팩 출시후로 제하통신 주가가 계속 상종가라며? 무선인터넷 시장 점유율도 상대회사를 눌렀구.
재혁 : 우리 제품이 젊은 층에서 인기가 좋아. 아무래도 빠르고 간편한 걸 좋아하는 세대니까.
태희 : 모두 다 니 덕분이야. 니 덕분에 무사히 대표이사자리 지킬 수 있었구 또 제하통신두 살릴 수 있게 됐어.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분명히 너 대견하다, 훌륭하다 칭찬하셨을 거야.
재혁 : (웃어준 뒤 조심스럽게) 이젠 제하통신도 많이 안정을 찾았구, 다행히 선우 씨도 건강을 회복해서 돌아왔구.
이젠 내가 떠나도 아무 문제없을 거 같은데.. (보며) 어떻게 생각하니 태희야.
태희 : 재혁아 그 문제는.. (하는데)
재혁 : 정리하고 수습할 시간 필요하다 그랬지? 그 뒤로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어. 너.. 충분히 생각 했을 거야.
이제 어떤 쪽이든 결론을 내려주는 게 좋아.
태희 : (그 말에 본다. 보더니) 너.. 아직두 윤희를.. 이선우를 사랑하고 있는 거니?
재혁 : (본다. 대답 못하고 시선 돌리면)
태희 : 만약 그런 거라면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최대한 담담하게) 너하구 윤희가 아직도 서로를 간절히 원한다면..
양보할 생각도 있어.
재혁 : (멈칫.. 본다)
태희 : 윤희두 너두..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구 아끼는 사람들이니까. 너희 둘만 서로 괜찮다면 나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너희 두 사람 축복해줄 수도 있어. 진심이야. 정말루 진심이야. (보면)
재혁 : 너하구 난 이미 약혼한 사이야. 니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파혼당해 줄 수도, 떠나줄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돼. 다른 건 바라지마.
태희 : 널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재혁아.
재혁 : (보면)
태희 : (얼른 시선 피하며 둘러대듯) 회사일두 그렇구 여러 가지..또 나는 이렇다 할 친구도 없구 조력자도 없잖아.
이 큰 회사를 운영해가려면 너처럼 냉철하고 유능한 사람이 필요한데..
이런 식으로 널 잃는다는 건 회사차원에서두 큰 손실이야.
재혁 : 유능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아. 니가 원하면 내가 추천해줄 수도 있구.
태희 : (똑바로 보며) 내가 필요한 건 너야 장재혁.
재혁 : (보면)
태희 : 떠나지 마. 친구로라도 좋으니까..그냥 회사에 남아줘. 그래줬으면 고맙겠어.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야.
재혁 :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48. S# 재혁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말없이 창밖을 내다본다. 보다가 핸드폰을 집어 들어 본다.
잠시 망설이다가 번호를 꾹 누르면 이선우라는 이름이 뜬다.
재혁, 귀에 댄 채 신호를 기다리는데 <지금은 수신자가 전원을 꺼놓은 상태입니다..> 라는 메시지.
재혁, 천천히 수화기를 내린다. 짐짓.. 씁쓸한 미소. 핸드폰을 접고 먼 곳으로 시선 드는데서.
49. S# 오산댁네 방.
승희, 화장대를 들여다보며 찍어 바른다.
오산댁 : (부엌쪽에서 들어오며) 어디 갈려구?
승희 : 어? 어어.. 갈 데가 좀 있어서.
오산댁 : 또 술 쳐 먹으러 나가는 거 아냐?
승희 : 그런 거 아냐. 만날 사람 있어서 잠깐 나가는 거야.
오산댁 : 만날 사람 누구? (하다가) 너 애인 생겼냐?
승희 : (픽 웃기만)
오산댁 : 누군데? 응? 회사원? 사업가?
승희 : 있어. 아주 괜찮은 남자.
오산댁 : 너 또 아무 남자나 막 만나구 다니는 건 아니지?
승희 : 그런 거 아냐.
오산댁 : 남자 조심해 이년아. 여자는 남자 한번 잘못만나면 그 날루 신세 파탄 나는 거야. 알어?
승희 : 글쎄 걱정말래두 그러네. (하다가) 근데 엄마.. 돈 가진 거 있어? 있으면 이만 원 만.
오산댁 : 그저 못 채가서 안달이지. (하더니 허릿춤에서 꾸깃꾸깃한 이만 원을 꺼내 준다)
황국도 : (슬쩍 쳐다본다)
승희 : 고마워 엄마. (핸드백 들고 일어선다)
오산댁 : 일찍, 일찍 들어와 이년아. 괜히 엄한데 가서 술 쳐 먹구 댕기지 말구. 알았어?
승희 : (밖으로 나가며) 알았어!!
오산댁 : (흘기며) 아이구 돈 벌라지.. 그저 눈앞에 나타나면 웬수같구 그렇다구 안보면 걱정되구..
아이구 애물단지, 아이구 애물단지.. (하는데)
황국도 : 저그.. 돈 있으면 나도 만원만 줘봐아?
오산댁 : (홱 째리더니) 없어!
50. S# 철웅의 집 거실.
이층에서 내려오는 철웅.
철웅 : 아버지 다녀오겠습니다.
박귀중 : 지금 일 나가는 구나. 운전 조심해서 해라.
철웅 : 네. (돌아서는데)
박귀중 : 저기 철웅아. 선우한테 아직 연락 없었지?
철웅 : (멈칫.. 돌아본다. 보더니 이내 겸연쩍게 웃으면)
박귀중 : 너.. 애비가 이런 말 한다구 섭섭히 듣지 말어. 나는 말이다. 니가 이쯤에서 그만.. 선우를 포기하는 게 어떨가 싶다.
철웅 : 아버지..
박귀중 : 다시 돌아온다 해두 이미 옛날의 선우가 아니야. 제하그룹.. 둘째 손녀따님이시다. 감히 우리가 넘볼 수 없는 집안이야.
철웅 : (본다. 보더니) 그런 건 저두 다 알구 있어요. 하지만.. 누가 뭐래두 전 선우를 믿어요.
건강해지면 돌아온다, 그랬으니까.. 꼭 돌아올 거예요.
박귀중 : (보면)
철웅 :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간다)
박귀중 :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본다. 나즉히 한숨 내쉬는데서)
51. S# 철웅의 집 마당.
밖으로 나온 철웅, 나즉히 한숨.. 아버지한테 큰 소리는 쳤지만 사실은 조금씩 마음의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는 중이다.
착찹한 기분으로 걸음을 옮긴다.
52. S# 골목 일각.
몇몇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 동네축구를 하고 있다.
아이들을 지나쳐 세워진 트럭 쪽으로 걸어오는 철웅. 한숨을 내쉬며 고개 들어 트럭을 본다. 보다가 멈칫..
헉! 입을 딱 벌리고 쳐다보면 트럭 앞 유리창에 커다랗게 써져 있는 글씨. “바보!”
철웅 : (후다닥 뛰어가 써진 글씨를 쳐다본다) 누가 이런 거야 이거! 어떤 자식이야 대체..
하더니 뒤주머니에 꽂아있던 작은 수건으로 지우기 시작한다. 스프레이로 뿌린 거라 잘 안 지워진다.
에이씨! 열 받는다. 갑자기 홱 돌아보며 사방에 대고.
철웅 : 어떤 자식이야! 내 트럭에 낙서한 자식이!! 나와! 안 나와!
(축구하던 동네아이들 쪽으로 다가가) 야! 늬들이야? 내 트럭에 낙서했냐?
아이들 : 아니예요! 우린 축구만 했어요.
철웅 : 그럼 누구야! 누가 내 트럭에 낙서한 거야! 누가 그랬는지는 봤을 거 아냐!
아이들 : (서로 의미 있는 시선 마주치더니) 여자였어요. 형하구 잘 아는 사람이라던데요?
아까 트럭에 낙서하고 공원 쪽으로 갔어요. (하면서 즤들끼리 킥킥 웃으면)
철웅 : 나하구.. 잘 아는 사람? (?해서 공원 쪽을 돌아본다)
53. S# 공원 일각.
뛰어오는 철웅, 여기저기 돌아보면서 뛰어온다.
철웅,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버럭버럭,
철웅 : 야! 누구야! 감히 박철웅 트럭에 낙서하구 도망친 놈 누군지 어디 상판 좀 보자! 나와! 숨어있지 말구 나오라니까! 어!!
(잠잠하다) 안 나와? 셋 센다! 셋 셀 동안 안 나오면 그 땐 정말 죽을 줄 알어!
하나! 둘..! 둘의 반.. 반의 반.. (하더니) 세엣!!
(동시에) 퍽! 뒷통수를 치는 손.
아야! 맞으면서 삐딱! 고개가 반쯤 기울어지는 철웅, 일순 열 받은 표정으로.
철웅 : 어우--씨!! (하면서 주먹을 번쩍 치켜들며 돌아보다가 멈칫..)
선우 : 낙서한 사람 여기 나왔다. 어쩔래?
일순 믿을 수 없는 멍한 표정으로 선우를 보는 철웅, 천천히 주먹을 내리며 뚫어지게 본다. 더듬거리며.
철웅 : 선우.. 선우야. 너.. 정말 선우 맞어?
선우 : 왜 이렇게 늦은 거야? 아까아까 부터 와서 기다렸는데.
철웅 : (밀려오는 감동과 감격의 물결)
선우 : 너.. 내가 트럭에다 낙서해서 열 많이 받았냐?
철웅 : 그래. 열 많이 받았지.
선우 : 미안하다. 어쩌냐?
철웅 : (순간 핑그르르 눈물이 돈다. 바라보더니) 어쩌긴.. 확..!
선우 : 확 뭐?
철웅 : 확.. 안아주지. (그러더니 정말 확! 끌어안는다)
선우 : (빙긋 웃음)
철웅 : (보고 싶었다.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목이 막혀 말도 못하겠다.)
선우 : 나.. 많이 기다렸지? 전화 한통, 연락한번 없어서.. 많이 야속했지?
철웅 : 아니야. 믿구 있었어. 너 몸 건강해지면 나한테 다시 돌아올 거라구 믿고 있었으니까..
선우 : (미소..)
철웅 : (천천히 선우를 떨어뜨려놓고 아래위로 쳐다보며) 근데 너.. 정말 다 나은 거냐? 이젠 정말 완전히 건강해진거야?
선우 : 응. 건강해졌어.
철웅 : 그럼 이젠 하나두 안 아픈 거야? 하나두?
선우 : 안 아파. 하나두 안 아파.
철웅 : 어디.. 어디 한번 한 바퀴 돌아봐.
선우 : (시키는 대로 한 바퀴 돈다. 보면)
철웅 : 웃어봐.
선우 : (밝게 씩 웃는다)
철웅 : (안심이다) 암튼 너.. 사람 애간장 태우는 건 알아줘야 해. 너 때문에 내 속이 얼마나 탔는 줄 알어?
선우 : 알어. 그래서 더 연락 못했어. 너한테 아픈 모습 그만 보여주고 싶었거든..
건강해지기 전까진 절대로 니 앞에 나타나지 말자..나 혼자 그렇게 결심 했었어.
나 있지. 너 만날 려구 약두 더 열심히 먹었구, 치료도 더 열심히 받구 그랬다.
철웅 : (눈물 글썽.. 기분을 못 이기고 꼭 끌어안는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 선우야.
선우 : 응.
철웅 : 사랑해. 널.. 너무너무 사랑해.
선우 : ...응. (왠지 시선에 그늘이 진다)
철웅 : (꼭 안고 좋아하는 모습에서)
54. S# 철웅의 동네 일각.
프레임-인 되는 승희, 흘끗흘끗 돌아보다가 철웅의 트럭을 발견한다. 빙긋 웃음..
가방에서 컴팩트를 꺼내 거울로 얼굴을 확인한다. 그 때 저쪽에서 웃음소리.
승희, 철웅의 웃음소린걸 알고 얼른 환하게 웃으며 돌아서다가 멈칫.. 철웅과 선우가 다정하게 걸어오는 모습을 본다.
다정해 보이는 두 사람, 승희, 참을 수 없는 질투심과 분노로 노려본다.
그 때 철웅과 함께 걸어오던 선우, 멈칫.. 승희를 본다. 철웅도 멈칫.. 같이 선우 돌아보는 쪽을 보면
승희, 자기도 모르게 얼른 돌아선다. 순간 뒤에서.
선우 : 승희야!
승희 : (멈칫.. 발이 딸에 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선우 : (그 뒤로 다가서며) 승희야. 너 승희 맞지?
승희 : ...
선우 : 승희야아.. (하면서 팔을 잡으려는데)
승희, 확! 뿌리치며 노려본다. 선우, 멈칫 본다.
승희, 분노와 질투심과 수치심으로 선우를 노려본다. 선우, 그런 승희를 그저 멍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서로 다른 감정으로 마주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스틸.
<36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