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 어미곰 자리
이화영
고향 집 평상에서 늦은 시간 별자리를 보는데
어미곰 자리가 내 눈동자를 아찔하게 덮어왔습니다
찰나, 한 숲이 눈앞에 펼쳐지더니
심장에 화살을 관통당한 곰이 보였습니다
다름 아닌 나였습니다
나는 별 도감에 기록된 어미곰 자리이지만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별의 여자이기도 합니다
제우스, 헤라에게서 나를 구할 때
새랄지 꽃이랄지 그런 향기로운 형상을 놔두고
왜 하필 나를 곰으로 변신시켰을까요
그 날 이후 지상에서 사라진 어여쁜 신부는
당신의 신전에 들어가
천 년 생을 당신의 하루에 바쳤습니다
사육이 아닌 사랑인지라 심장에 깊이 새겼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탄주하는 오르페우스의 하프 소리가
숲을 휘도는 강을 검게 물들입니다
사냥꾼의 날 선 말발굽 소리도
강물 앞에 잦아들었습니다
당신께서 나를 님프라 불러주었을 때
내 온몸에서 흘러내리던 빛을 보았는지요
부풀 대로 부푼 빛이 숲을 일으키고 강을 일으키고
허공을 일으켜 하늘의 너머까지 뻗어가는 모습은
또 어떠하였는지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어미곰 자리에서 쏟아지는 빛일랑 기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상의 시절을 향해 쏟아내는 제 숨소리입니다, 그 빛
—《시와 지역》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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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 1965년 전북 군산 출생. 2009년《정신과 표현》으로 등단. 시집 『침향(沈香)』.
첫댓글 별자리에 대해 쓰셨네요
나도 내 별자리로 시를 한 편 쓰고 싶네요
나는 물고기 자리인데
물고기 종족인 인어로 표현을 해 볼까요?
신화를 접목 시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