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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킬메스(Quilmes)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Buenos Aires Province)에 위치한 도시(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 남쪽 17km 지점) 이름이자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다. 아르헨티나 맥주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니 ‘아르헨티나 국민 맥주’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그래서일까. 킬메스 맥주는 라벨 색상 역시 아르헨티나 국기 색깔과 같은 하늘색이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도 후원하는 킬메스 맥주는 주로 중남미 지역과 미국, 일부 유럽 등지에서 유통된다.
킬메스 맥주를 생산하는 킬메스 브루어리(Quilmes Brewery, 스페인어 기업명 Cervecería y Maltería Quilmes)는 1987년부터 1997년까지 매우 특이한 이력의 수장(首長)을 맞이했다. 그는 맥주를 포함해 음료시장이나 소비재 관련 업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고, 맥주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 대한 지식도 없었으며, 마케팅이나 영업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한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맥주 공장 운영의 총 책임을 맡기엔 ‘자격 미달’이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CEO로 재임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결과적으로 그는 좋은 성과를 내며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의 이름은 페드로 알고르타(Pedro Algorta). 혹한의 안데스 산맥에서 조난돼 70일 넘게 사투를 벌이다 구조된 사람들의 실화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얼라이브(1993년)>의 모티브가 된 인물 중 하나다.
영화 얼라이브 포스터
1972년 10월 13일, 친선 경기를 위해 우루과이의 한 대학교 럭비팀을 태우고 칠레로 향하던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서 추락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사람들은 탑승객 45명 모두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 무려 72일 만에 16명이 극적으로 구조되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극심한 추위와 배고픔, 끝없는 절망과 공포와 싸우며 무려 두 달 넘는 기간을 버텨낸 기적의 산 증인이자,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사람(물론 죽은 사람의 시체)을 먹어야 했던 비극의 주인공이었다. 알고르타는 이처럼 감동적이면서도 참혹한 사건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이었다.
우루과이 태생의 알고르타는 최악의 조난 사고에서 살아남은 후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며 부에노스아이레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밟아나간다.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한 킬메스를 비롯해 이탈리아-아르헨티나 합작 복합기업 테크인트 그룹(Techint Group), 아르헨티나의 거대 와인 업체 페나플로(Peñaflor) 등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고위 임원직을 역임했다.
이처럼 알고르타가 화려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통적인 인재 평가 기준에서 볼 때 알고르타는 그다지 빼어난 조건을 갖춘 인물은 아니었다. 알고르타의 재능을 처음 눈여겨 보고 킬메스로의 채용을 도운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 이곤젠더(Egon Zehnder)의 수석 고문(senior adviser)인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아라오즈(Claudio Fernández-Aráoz)는 HBR 아티클을 통해 알고르타의 성공 비결을 “갈수록 복잡해지는 역할과 환경에 적응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potential)’ 덕택”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