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란 자생지에서 [제주한란전시관]
바람의 언덕,
이 곳을 바람의 언덕이라 명명한다.
바람의 언덕 끝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돌과 억새와 바람만이 있는 황량하고 척박한 해발 200고지 허허벌판에서
미국 서부 개척자처럼 땅을 일구어 꿈 너머 꿈을 그려 낸 부부가 있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정지용 시인의 향수가 저절로 애송되는 곳.
시의 배경처럼 딱 적격이라 빙그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여느 지역과 다름없이 예전엔 난방용 땔감으로 나무가 이용되었다.
이 곳 역시 땔감으로 잘려나가니 더욱 황량한 들판이 되어버리고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계곡을 따라 골바람이 되어 마을과 떨어진 부부의 보금자리 처마 밑으로 불어대었다.
트랙터로 억새밭을 개간하고 구슬 잣 밤나무를 심고 삼나무를 방풍림으로 심어 바람을 막고
감귤 농장을 만들었다.
1970~80년대 생각해보면 나무심기와 꽃길조성에 우리 학생들이 많이 동원되었었던 기억이 난다. 소나무의 송충이를 잡는다고 긴 나무 솜방망이에 석유를 묻혀 잡기도 하고 이 당시 학생들은 공부 외의 활동을 하면서도 공부를 잘했던 학창시절이었다.
지금 학생들에게 이런 일 시킨다면 학부모부터 난리일거라는 생각을 하자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변화무쌍한 세월은 적절한 바람과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한란 자생지의 최적지가 되었다.
1급수 실개천에 참게가 살고 작은 치어들이 햇빛에 비늘을 반짝였던 청정지역 계곡 일원은 동네 아이들이 나이 터울에 상관없이 친구가 되어 전쟁놀이를 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공놀이를 하던 곳, 날이 어두워진 저녁 무렵이면 아버지와 함께 양동이와 손전등을 들고 나가 계곡에서 참게를 잡아 오던 기억이 난다.
나의 유년의 추억이 있는 곳에 한란 전시관이 생기고 각종 편의시설로 한란이 보호 관리되어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그동안 제주의 한란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어도 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고 관리를 받아왔다.
고가의 관상용으로 알려진 한란이 무분별한 채집으로 멸종 위기에 놓였던 제주 한란을 배양하고 관리 보존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한란 자생지를 만들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젠 부부의 사유지가 아니라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등록되어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고 감상하는 모두의 공간이 되었다.
자료 수집 차 내어 준 부부의 일기장은 식물도감이었고 이 곳의 역사였다.
47여 전의 터전을 맞바꾼 돈내코 계곡을 지켜 온 터줏대감 부부의 한란 사랑은 그들의 일기장에 고스란히 남아 감동을 주었다.
한란의 뿌리는 정말 콩나물의 오통통한 줄기를 닮았다.
줄기에 물을 저장했다가 가물어 물이 없으면 스스로 수분 조절을 한다.
꽃은 또 어떤가!
어느 풀이 이렇게 청초하고 우아한 꽃을 피울 수가 있을까!
물소리, 새소리, 바람과 아침햇살, 소나무 잎의 부엽토에 사는 흰 곰팡이를 특히 좋아하는 제주 한란.
향기는 종일 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향을 뿜어내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니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그동안 제주도 한란 애호가들이 한란 보존회도 만들고 특정 장소에서 사람들이 많이 감상할 수 있게 기획 전시회를 자주 여는 소식도 듣곤 하였다.
소규모에 기간이 정해져 있어 기간이 지나면 관람을 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365일 언제나 한란의 고고한 자태를 관람할 수 있는 상설 전시실이 필요했었다.
자원 봉사자인 문화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탐방로를 따라 설명을 듣는데 그 규모가 방대하다.
해발 200고지~400고지의 12만평의 대지 위에 전시관과 자생지가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한란은 학명이 Cymbidium kanran Makino, 1902이다.
식물계의 난초과 여러해살이 풀이다.
학명에서 보듯이 일본의 마키노 도미타로가 1902년도에 최초 기록을 남겼다.
분포지역은 일본, 대만, 중국, 한국의 제주도에서만 유일하게 자생한다.
제주도 토산리, 서광리, 시오름, 선돌(입석동), 상효동 소재 돈내코 계곡 해발 200~400고지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자생지 지형이 계곡이나 하천을 낀 습도가 높고 따뜻한 지역에 많이 자란다.
겨울에 청초하고 우아한 자태와 향기 나는 꽃을 피운다고 한란寒蘭이라고 한다.
1996년 조사 당시 20여 개체, 50여 촉에서 최근 1,237개체 4,341촉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1967년에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 191호로 식물 종을 지정하였고
2002년에는 상효동 1,611번지 돈내코 계곡 일원 자생지를 천연기념물 제 432호로 추가 지정하여 집중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난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신라 말엽 최치원 선생의 싯구에서 찾아볼 수 있고, 일연의 삼국유사에 난 향을 이용하여 술과 차를 만들어 마셨다고 나와 있다.
현재에도 유명한 아이돌 출신 여가수가 모델로 나오는 화장품에 제주 한란이 한 몫하고 있는 걸 보면 제주 한란의 식물학적 원예학적 기치는 매우 높다.
뭇 다른 식물들과는 다르게 그늘에 숨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습도, 양분, 햇볕을 필요로 하지만 지나치거나 과다한 것을 싫어하는 중요지덕 中庸之德의 매력을 발산하는 제주한란을 감상하며 삶의 치열한 경쟁과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현대인의 중병을 정화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곳에서 머물다 가는 것은 어떤가!
첫댓글 제주.....그리운 곳이에요
선미님 부러워요 ^^*
삶의 현장에서 좋은 곳임을 모르고 사네요 요즘은...
자연님 빨리 쾌차하세요.
지금 비가 내리는데
폭풍 전야 시간당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려요.
4시에 퇴근해서 땀내나는 티셔츠를 세탁기에 담고
얼음을 띄워 홍초를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날리며 글동네 머뭅니다.
제주도 갔을때 가는곳 마다 환호성 질렸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꽤 되었어요. 그리고 한번을 더 갔지만
또 다시가고 싶은 제주도, 조시인님 부러워요 무슨복을 받아 그리좋은곳에 사시는지....
박서영작가님...
폭염에 무고하시지요?
핑계일수도 있지만 카페도 자주 못오고 글도 못쓰고 그러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가게 결국 힘들어서 7월에 문닫고 새 분야 배우느라 여유가 없네요.
2년째 접어드는 힘겨운 싸움에서 졌어요.ㅠㅠ
조상님 덕이지요^^
아고 마음 아파요 코로나 진짜 여러사람 죽이네요 무엇을 하시든 조시인님은 잘 하실거에요
해장국 배워요.
육수랑 빨간양념, 일본어로 아는데 다대기 그거요.
무지 힘들어요.
메뉴는 간단하지만 재료 손질이 진짜 어렵네요.
소고기해장국, 내장탕, 소뼈해장국 세가지요.
일이 장난이 아니랍니다.
제주에 오시면 꼭 들리셔서 한 그릇 잡숫고 가세요.
제가 맛있게 만들어 드릴게요^^
저녁형 인간에서 아침형 인간으로 바꾸기가 아직 적응이 안되지만,
코로나에 상관없는 업종이고 아무리 힘들어도 먹는 것, 입는 것은 하니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