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브루나이
채경숙
부지런함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5월은 하는 일 없이 바쁘게 느껴진다. 첫날은 체육대회를 하고 둘쨋날은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 하고, 셋째 날 부터는 연휴다. 늘 연휴에는 시댁과 친정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다 지나가고 텅 빈 지갑과 텅 빈 마음을 추스르곤 했다.
올해는 딸이 한 달 전부터 브루나이를 갈 예정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 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보내준 브루나이에 대한 정보들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떠나기 하루 전 조금은 알아야겠다 싶어서 읽어 보니 조금은 생소한 나라였다. 국왕이 있는 나라란다. 국왕이 재산도 어마어마하게 많단다. 국왕이 영국에서 유학을 해서 깨끗하고 신사의 나라 같다. 이슬람국가라 술과 담배가 없단다. 최근 로얄 브루나이 항공 직항이 생겨서 6시간이면 갈 수 있단다. 동남아시아 보루네오 섬 북서쪽 말레이시아 옆에 위치하며, 연중 고온 다습한 열대성 기후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많아 엄청난 부국이란다. 크기는 경기도의 반만 하고 인구는 약 40만 명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이스타나누룰 이만은 국왕이 현재 거주하는 곳으로 약 1,800개에 달하는 방들과 축구장, 폴로 경기장까지 갖추어져 있어 없는 게 없는 왕궁이라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개방하지 않아 안을 들여 다 보고 사진만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라마단 기간 후, 1년에 딱 한번 3일 동안 문을 연다고 한다.
로얄 리갈리 센터는 브루나이 박물관이다. 수도에 위치해 있으나 한산하기만 하다. 왕실 박물관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로얄 리갈리아 센터는 600년이 흐른 브루나이 왕조의 문물과 이야기를 보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볼거리는 국왕 대관식 때 사용했던 거대 황금마차인데 그 위엄과 기품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다른 나라에서 전해 받은 선물이나 왕실 자체 소장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와 관계있는 것도 몇 점 있다. 브루나이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말레이시아, 싱가폴,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4번째 수교한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7성급 호텔인 브루나이 엠파이어 호텔에서 지냈다. 금으로 치장되어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실내, 넓은 수영장 그리고 식기들은 은으로 되어 있어 놀랐다. 호텔은 깨끗하고 직원들은 미소로 환영을 하고 버기를 부르면 바로 달려와서 우리를 도와주었다. 버기는 골프장에서 골프나 사람을 실어 나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수영장의 물은 자연 그대로라고 하며 바다를 끼고 있다. 미지근해서 가족이 수영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여러 곳의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버기를 불러서 타고 다니면서 호텔의 이곳 저곳을 설명해주고 시설들을 소개해 주어서 불편하지 않고 호텔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서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체육관, 수영장, 영화관, 골프 연습장, 골프장, 식당, 스파, 카누등 다양한 시설들이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수상 가옥도 발달하여 수상 가옥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 30만원만 내면 4대가 평생 임대해서 살 수 있게 해 준다고 한다. 실제로 가보니 우리나라 중산층 수준으로 시원하고 깨끗하고 좋았다. 전기 수도 전화등 생활시설들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육지 생활과 별반 다름이 없이 편하게 살 수 있었다. 수상가옥에서 보이는 멋진 다리는 우리나라 대림건설에서 현재 짓고 있는 다리라고 한다. 완공되면 참 멋질 것 같다. 정말 석유의 힘이 대단하고 술탄 즉 국왕의 힘이 대단한 나라 같다.
게다가 1달러만 내면 무상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외국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영국 유학도 술탄이 보내준다고 하니 이런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 나라에 이민 오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그러나 가이드는 극구 말렸다. 아름다운 아가씨와 썸을 탈 수 도 없고, 술을 마시고 맘껏 노래 부르며 놀 수도 없는 심심하고 재미없는 나라란다.
수도인 반디르 세리 베가완 시내는 깔끔하고 조용하여 자동차가 몇 대만 다닐 뿐 한가로웠다. 참 자동차를 국민들에게 공짜로 나눠주기 때문에 다른 동남아처럼 오토바이는 잘 보이지 않았다.
정글 숲을 가지고 있는 브루나이는 75%가 삼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열대우림을 탐험하기에 그만이다. 템부롱 국립공원도 갔었는데 보트를 타고 정글 숲을 신나게 달려서 롱 보트를 옮겨 타고 도착한 정글은 1000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약간은 힘이 들긴 했지만 너무나도 멋진 자연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70미터 높이의 철탑에서 내려 다 보는 열대 우림의 경치가 최고다. 하늘의 구름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발이 떨려 겨우 한발 한발 내딛으며 걸었다. 그와 중에도 딸은 씩씩하기만 하다. 이 좋은 곳에서 동영상을 남겨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한단다. 나보고 찍어 달라고 하는데 폰을 손에서 놓힐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찍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딸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다. 대담하고 적극적이며 도전적인 모습........ 점심도 맛있게 해 주어서 정글에서 강을 바라보면서 먹을 수 있었다. 레프팅도 신나게 했는데 마지막 레프팅을 끝내고 가까운 계곡으로 가는 도중 장대비를 만나서 시원하게 비를 맞으면서 계곡을 걷는 기분은 원시인이 된 듯하였다. 브루나이에서는 4년에 한번 씩 가족여행비를 지원해 주기도 한다는데 정말 꿈에나 있을 법한 나라인 것 같다.
딸과의 여행은 여러 번 있었다. 이와 비슷한 여행은 두 번째이다. 몇 년 전에 코타키나발루에 좋은 리조트로 가서 물놀이도 하고 정글 숲도 가서 밤에 반딧불도 보고 원숭이도 구경하고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적이 있다. 물놀이도 오랜만에 하고 짜릿한 정글 숲도 오랜만이었다. 딸의 배려~~~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계획한 여행이라고~~~~에 새로운 경험들, 맛있는 음식들, 모두 감동이었다. 느긋하게 호텔투어를 하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뷰포인트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어서 훗날 살짝 꺼집어 내어서 충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머물기에는 딱 지상낙원인 나라 브루나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도 잔잔하면서 미소 가득한 모습 이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가이드는 재미없는 천국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재미없음을 강조하였다. 워낙 종교적으로 극보수 적인 나라라서 딱히 문화생활이라고 내세울 것도 없다. 서구식으로 클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콘서트 같은 게 자주 열리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이슬람 음악회가 열리긴 하는데 말레이인 관련이라 과연 비무슬림들이 굳이 보고 싶을지는 의문이다. 깨끗한 공기와 질 좋은 기름을 선물로 챙겨오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 조금 아쉬운 것은 특별히 그 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는 없었던 듯 하다.
누군가의 성공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이렇게 편안히 여행을 올 수 있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시간에 쫒기다 보면 느긋하고 편안하게 여행하기 힘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여행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지혜로운 사람은 필요한 모든 것이 자기 안에 있음을 알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향상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화낼 일이 없다. 반면 어리석은 사람은 남들이 자신에게 친절하기를 기대하고 그렇지 않으면 화를 낸다.’
늘 웃으면서 삶의 순간순간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즐기는 딸을 보면서 이 말이 생각났다.
첫댓글 미국 시인 마야 안젤루는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만큼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맞이 했는지에 의해 평가된다.'고 했습니다. 호모 비아토르의 삶이 가슴뛰는 벅찬 감동을 이끌어 낸다고 합니다. 여행이 행복의 종합 선물셋트라는 말이 있지요. 늘 시간에 쫒기다가 가끔 시간을 낸다고 하더라도 또 시간에 쫒기다시피 여행을 마치고 또 일상으로 돌아와 숨을 크게 한번 쉬고 다시 달려가야하는 직장인이라 한참 지나야 여행의 추억이 되살아나곤합니다.
브루나이,지상천국 같은 나라네요.자동차도 공짜로 주고. 철탑에서 내려다 보는 열대우림,저도 그 나라에 가보고 싶어집니다.근데 연애도 맘대로 못하나 봐요, 원 세상에.ㅎㅎ 잘 읽었습니다.
눈만 마주치면 결혼을 해야한다네요 무술림 종교 속에서는.............그래서 수줍음이 많은지.......사람들이 순수해 보이고 느긋해 보였어요. 아마도 모든것이 주어졌지만 또 딱히 할게 없는 나라라서 그렇지 싶어요. 뭐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먹을것도 많고 가봐야 할 곳도 많은 우리 나라가 최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지상에도 그런 천국이 있었네요.
천국이 너무 지루해서 차라리 재미있는 지옥이 낫다고 누군가 그러던데요.
그래도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어요. 브루나이.
새해에는 국왕이 새해 덕담과 함께 새뱃돈을 준다네요. 선물도 나눠주고...........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새뱃돈이 백만원이래요. 보통의 서민들은 작은 손거울 같은 것을 선물로 나눠 준다네요. 암튼 풍요로운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요. 천국도 스스로 천국임을 느끼지 못하면 소용없고 여기가 천국이라고 생각하면 천국이지 싶어요. 여기서 행복하기의 준말이 여행이라고 했잖아요.
@무리 ㅎㅎ 무리님은 멋진 말을 너무 많이 알고 있네요. 여기서 행복하기의 준말이 여행이군요.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니까 정답이겠지요.^^
좋은 여행지를 다녀오셨네요.
여행이 행복의 종합선물세트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자유, 유능감, 관계가 행복의 3대 조건이라네요. 유능감에서 늘 부족함을 느끼곤합니다. 특히 언어~~~~
여성들이 선호하겠어요?
골프투어를 많이 가신다네요 또 가족들이 많이 이용한다는~~~~~한번은 가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