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11 (금) 제6호 태풍 '카눈'… 천천히 한반도 휩쓸고 지나가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8월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카눈이 가까워지면서 지난 8월 9일 제주와 남해안부터 강한 비바람이 시작됐다. 카눈은 이날 오전 3시 중심 최고 풍속이 초속 33m 이상 44m 이하인 태풍 강도 ‘강’ 상태로 통영 남쪽 140km 해상을 거쳐 한반도를 느리게 관통하겠다.
카눈은 8월 10일 오전 9시께 경남 통영 서쪽 약 30㎞ 부근 육상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후 3시께 충북 청주 남남동쪽 60㎞ 육상을 지난 뒤 6시간 후인 오후 9시께 서울 동남동쪽 약 40㎞ 부근을 지날 것으로 예보됐다. 8월 10일 자정께 서울 북북동쪽 약 40㎞까지 다다르는 카눈은 한반도를 가로질러 오는 11일 새벽께 북한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문제는 카눈이 느린 속도로 전국을 관통하며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태풍이 내륙에 머무는 시간과 피해 정도는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서해5도, 충청권과 전라권(전남 남해안, 전라도 동부 내륙 300㎜ 이상), 제주도, 강원도 영서에 100~200㎜(산지 300㎜ 이상) 비를 뿌릴 것으로 관측된다. 강원도 영동에는 200~400㎜(많은 곳 600㎜ 이상), 경상권에는 100~300㎜(많은 곳 경상 서부 내륙, 경상권 해안 400㎜ 이상), 울릉도와 독도에는 30~80㎜의 비가 내리겠다. 기상청은 “8월 11일 오전까지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고 매우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겠다”며 “너울과 함께 해안지역에 매우 높은 파도가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는 곳이 있겠으니 피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광화문·한강 뒤덮은 스카우트 열기… 2,500명 "댄스나이트"
"댄스 댄스 댄스" 새만금에서 서울로 옮겨온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이 서울의 여름밤을 뜨겁게 달궜다. 8월 9일 밤 광화문과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웰컴 투 서울 댄스나이트' 행사에는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 2천500명이 참여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서울시는 서울로 온 각국 잼버리 대원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이날부터 본격 운영했다.
주요 행사 가운데 문화 행사로 웰컴 투 서울 댄스나이트가 마련됐다. 오후 7시부터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광화문에 약 1천300여명, 여의도한강공원 물빛무대에 약 1천200여명이 몰려 디제잉·비보잉·힙합·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즐겼다. 오후 6시에는 해 질 녘에 남산을 걷는 '남산둘레길 트레킹'도 진행됐다. 이날은 200명의 대원이 2시간 동안 남산한옥마을에서 남산타워까지 산책했다.
미국과 영국, 핀란드, 몰디브 등 4개국 대원 380여명은 8월 9일 오후 서울식물원을 방문했다. 온실과 씨앗도서관, 식물도서관 등 식물원에 마련된 다양한 장소를 둘러봤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도 스카우트 대원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울경제진흥원(SBA)에서는 이날부터 3일간 DDP에서 서울의 뷰티·패션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
영상·음악 스튜디오, e스포츠 경기장으로 구성된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 견학도 이날부터 이틀간 오전 11시∼오후 4시 진행된다. 각 자치구도 잼버리 대원을 위해 자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마포구는 전날 영국 스카우트 대원을 위해 홍대 레드로드 R4 구역에서 특별 거리 공연을 열었다. 마술쇼와 아이돌 댄스 공연 등이 마련됐고 일부 대원은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을 췄다고 구는 전했다. 또 마포아트센터에서 비보이 공연과 힙합, 퓨전국악 공연, 타악기 연주 체험 등을 준비했다.
성북구는 옛 돌조각을 전시하는 우리옛돌박물관이나 사찰 길상사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구로구는 광명동굴 체험 등 지역 자연환경을 십분 활용할 방침이다. 노원구는 화랑대 철도공원에서 은하수 조명·불빛터널 등 야간 조명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으며 기차마을, 경춘선숲길갤러리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날 밤에는 한국의 '대표 야식'인 치킨도 선사했다.
서울시는 8월 9일부터 잼버리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경찰청과 소방재난본부, 구청 등과 협력해 행사장마다 안전관리 요원을 배치하고 찾아가는 관광안내소 요원의 근무 시간을 오후 9시까지 늘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카우트 정신을 높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서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즐길 거리도 다양하게 운영할 계획"이라며 "많은 대원이 모이는 장소는 교통안전 등을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잼버리 출장' 여가부 18명… 잼버리 부서엔 1명도 없다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여성가족부 공무원 18명 중 현재 잼버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퇴사했거나,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긴 까닭이다. 공무원 특유의 인사제도인 순환보직 때문이라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제행사인만큼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한 인사 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출장 18명 갔는데 정작 다른 부서에서 근무
중앙일보가 8월 9일 정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여가부의 잼버리 관련 출장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여가부는 4년 간(2016~2019년) 가나·케냐·미국·베네수엘라·수리남·아제르바이잔 6개국으로 출장으로 다녀왔다. ‘유치 홍보’ ‘유치 활동’ ‘제41차 세계스카우트총회 참석’ ‘제24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관’ 등의 목적이었다.출장 인원은 강은희·정현백 당시 여가부 장관 등 총 18명(전문위원·통역 등 포함)이다.
이 가운데 현재 여가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은 2명인데, 잼버리 담당 부서(청소년활동진흥과)가 아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공무원 인사 제도인 순환보직의 특성에 따른 일이다. 출장 이후에 여가부에 계속 근무하고 있더라도 잼버리 업무와는 무관하게 배치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공직 문화가 새만금 잼버리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일관성 있게 준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탄식도 내부에서 나온다.
잼버리 유치가 결정된 2017년 8월 이후 여가부는 장관이 4번 바뀌었다. 정현백(2017년 7월 7일~2018년 9월 20일), 진선미(2018년 9월 21일~2019년 9월 8일), 이정옥(2019년 9월 9일~2020년 12월 28일), 정영애(2020년 12월 29일~2022년 5월 16일)에 이어 현재 김현숙 장관으로 이어진다. 차관은 이숙진·김희경·김경선 차관에서 현 이기순 차관까지 4명이었고, 같은 기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 담당 부서인 청소년활동진흥과장은 4명, 국장급인 청소년정책관은 6명이 거쳐 갔다.
청소년정책관은 이번 대회의 지원단장을 겸하는 자리다. 한 공무원은 “잦은 인사로 굵직한 행사를 꾸준히 이끌 사람이 없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는 “행사가 8월 초라 인사가 나고 담당자가 중간에 바뀌면 그만”이라는 현직 공무원의 글이 올라왔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련 업무로 출장 다니던 사람이 내부 인사에 맞춰 담당 부서를 나가는 건 비효율적이다. 한국 행정 조직 체계의 기본이 순환보직이라고 해도 잼버리대회와 같은 크고 국제적인 행사는 임시 조직을 꾸려서 담당자가 꾸준히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 공동조직위원장 두 달 전 딱 1번… 정부지원위원회도 겨우 2번
잼버리를 준비하는 담당 부처 간의 소통이 부족했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현숙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공동 조직위원장 5인과 집행위원장(김관영 전북도지사)이 모이는 공동조직위원장 회의는 대회를 두 달 앞둔 지난 6월 16일 열렸다. 개막 전까지 5인의 공동위원장이 모인 회의는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잼버리 지원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정부지원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는 2차례 열렸다. 2021년 11월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 올해 3월 한덕수 총리가 주재했다. 이 위원회는 잼버리 지원 특별법에 ‘세계잼버리와 관련된 주요 정책을 심의ㆍ조정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를 둔다(제22조 1)’고 규정된 데 따라 만들어졌다.
한편,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잼버리 관련 일일 브리핑을 연다고 예고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이 브리핑은 오후 2시에 행정안전부가 진행했다. 여가부 측은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가 길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장관의 거취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가부는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태풍 카눈 북상에 따라 서울 등 8개 시도로 이동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역에서 운영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세계잼버리의 남은 일정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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