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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다낚수(樂水) 원문보기 글쓴이: 樂水海(鄭乙溶)
서울에서 서해안 끝자락인 목포로 달리기를 약 4시간, 그리고 그 목포에서 다시 남해방면으로 달리기를 약 40분, 총 거리 400km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면 한반도 최남단인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을 만나게 된다.
해남은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 통해 다도해를 보는 해변도로도 잘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이순신 장군 주인공으로 한 영화 ‘명량’의 배경지 ‘울돌목’과 ‘우수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강강수월래가 본격적으로 우리 역사에 등장한 곳으로, 전투 당시 수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진도와 해남의 여성들에게 남성 옷을 입혀 해안의 산자락을 돌며 강강수월래 불렀다는 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일화이기도 하다.
이렇게 해남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그리고 우리 역사가 있는데, 최근에 90년 정원의 양조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곳 있으니,
바로 2014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해창 주조장’이다.
평온함과 광활함의 55만 평 갈대밭으로 둘러싸인 해창 주조장
해창 주조장이 위치한 곳은 해남군 화산면 해창리.
이곳은 남해의 해양성기후, 그리고 북쪽의 대륙성기후가 마주치는 점이지대(漸移地帶)로 지평선이 보일 정도 55만평 광활한 갈대
밭과 50만 마리의 철새가 모이는 철새도래지 ‘고천암’이 있는 곳이다.
철새는 주로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서식하는데 세계적 희귀종인 가창오리, 황새, 먹황새 등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연적 배경 통해 ‘고천암’은 영화 서편재, 청풍명월 등의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나타내는 영화 촬영지로 활용되었고, 넒은
갈대밭과 철새군무를 촬영하기 위해 11월 중순부터 수많은 유명 사진작가가 모이기도 한다.
평소에는 사람의 흔적이 극히 적어 늘 주변 사람과 얽혀 사는 도시인의 입장에서는 신세계처럼 느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문학적으로는 일찍 세상을 뜬 김남주, 고정희 두 시인의 고향 마을인 만큼 매년 추모제도 열리고 있다.
90년 세월을 담고 있는 일본식 정원 ‘해창 주조장’
해창 주조장에 들어가면 사뭇 우리나라 전통가옥과 다른 정원과 건물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1920년대에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진 일본식 건축 양식인 것이다.
90년의 세월 동안 현재의 주인에 이르기까지 상당 부분이 바꿨지만, 사면에 걸쳐 조성된 넓은 창, 미닫이문에서 당시 건축 양식을
느낄 수 있고, 뒤틀리고 구멍 난 모습에서도 꽃 피우는 600살이 넘었다는 배롱나무부터 육박나무, 동백나무, 그리고 돌마다 초록을
수놓은 듯한 이끼의 모습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 온 듯한 정원의 모습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정원 중앙에는 연못이 있는데 건축업계는 이러한 정원형식에 연못 도입하고, 그 가운데 고대 인도에서 말하는 세상 중심인 상상의
산 수미산(須彌山)을 만들어 세우는 등 불교의 이상세계를 정원에 압축했다고 평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아픈 역사와 연결이 되지만, 상당부분 사라진 1920년대 당시의 역사가 남아있는 중요한 유산이라고 보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현재 이 양조장 반경 50m에는 당시 90년 전 사용되었던 창고 및 주택, 방앗간이 여전히 그 옛 모습을 지키고 있다.
명량해전에서 전사한 일본인 장수 후손도 찾아와
서울에서 400km나 떨어져 있는 오지이지만 이곳에 뜻밖에 외국인 손님이 찾아오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이순신 장군과의 명량해전에서 전사한 일본군 장수의 후손이 이곳을 찾았다.
비록 그들의 조상은 이순신 장군과의 싸움에서 전사를 했지만, 이순신 장군의 전술과 능력, 그리고 인품을 가문 대대로 존경을 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조상이 전사한 명량(울돌목)으로 찾아오고, 동시에 가까운 이 해창 주조장까지 찾아왔다.
얼마 전에는 이 양조장에서 태어난 일본인 두 자매가 찾아오기도 했다.
7, 8세에 이곳을 떠나 이미 80세를 훌쩍 넘긴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 마을 사람들이 워낙 친절했기에 그 감사함과 추억을 안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일본 NHK 방송에도 소개되어 그 방송 본 일본인 관광객 및 블로그, 작가 등도 연이어 방문하는 등, 민간 외교 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해남쌀 100%, 감미료 비율 0.00005%의 담백한 맛의 해창 막걸리
현재 해창 주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오병인, 박미숙 부부. 2007년 서울에서 귀농한 이들이 해창 막걸리를 빚는 시간은 새벽
5시부터 시작한다.
해남쌀 180kg으로 일주일간 빚어지는 막걸리 양은 총 600L.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출시되는 막걸리 양은 딱 그 정도다.
양조장이란 표현보다는 술도가란 표현이 더 잘 맞을 정도의 아담하고 작은 규모이다.
해창 막걸리의 맛은 담백, 구수, 그리고 깔끔한 느낌.
감미료를 최대한으로 줄인 막걸리로 해남쌀이란 원료의 풍미가 살아있는 맛이다.
부부는 막걸리를 천하게 빚으면 싸고 천한 대접을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늘 새벽에 일어나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일정량으로만 막걸리를 빚고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이후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
2014년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된 이후 해창 양조장은 더욱 바빠졌다.
술빚기에도 바쁜데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오는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10월 말을 기점으로 현재의 양조장을 최대한 예전의 모습으로 복원도 할 예정이며, 체험장, 전시관 등을 통해 다양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 역시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부러 방문을 늦출 필요는 없다.
늘 따뜻한 부부의 인심으로 누구든지 미리 연락만 하고 찾아오면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는 되어있다.
부부는 늘 이야기를 한다. 우리 문화는 넉넉하게 나누고 그 나눔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라고.
어쩌면 소박해 보이는 막걸리 한 병에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넉넉한 나눔과 소통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400km를 달려온 해남의 해창 주조장을 통해 잊혔던 나눔과 소통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방문이었다.
가는 길
해창 양조장 위치 : 전남 해남군 화산면 해창리 6-2
전화번호 : 061-532-5152
대중교통 : 열차 - KTX 목포역 -> 목포시외버스 터미널 해남행 승차 -> 해남터미널 ->택시 약 15분
버스 -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및 동서울 터미널 승차->해남 터미널 약 4시간 40분->택시 약 15분
자가운전 : 서울 톨게이트 -> 서해안 고속도로 -> 목포IC->남해고속도로->공룡대로 4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