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한잎 한잎
한여름 푸르름을
늘 호수같다
잎사귀 한일 한잎이
출렁일때마다
파도 같이 출렁인다
한여름의 푸르름이
가져다 주는 선물이다
자리 돔
산에 가면 산의 가지가 있다
바다에 가면 바다의 가지가 있다 산호라고
산에 가면 산가지에 새들이 산다
바다에 가면 바다 가지에 자리 돔들이 산다
넙치 가자미
숨은 자 모래 속에 숨은 자
숨은 자 현세에도 있다
숨어서 무엇을 찾는지 바다 속
숨어서 무엇을 갈취하는 인생 속
묻는 질문마다 납작하여질까
알고 싶고 보고 싶은 숨은 자의 비밀들
깨알 같은 모래 속이라 보이질 않아
알고 싶은 모습들
철갑등어 금치
낯에 자고 밤에 일하는
올빼미 바다 속에도 있어
낯에는 바위틈서리에 숨고
밤이 되어 먹이를 찾는 금치들의 사냥
울고 웃는 세상에서 뒤바뀐 자리
정상대로 살아야 건강한 것을
업체라고 떠도는 무리 떼
바다 속 금치 같아
사회에 묵은 김치 같아
부조리 없애고 싶은 마음
밤은 낯의 세계가 그립다
흰동가리
약하고 여린 인생 말미잘 더듬이 속에 숨어
밖을 내다보니
이 사회가 무서워 고개조차 내밀지 못하는 아픔에서
힘겹게 발을 내딛고 있는 삶 하나
공생이라 불리는 인내로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병폐를 이겨내리
함께 가는 사회 여리고 약한 이들
함께 가는 사회
나비고기
산호초에 사는 차가운 나비고기떼
바다 밑에 납작하게 붙어사는
가랑 나비 참치 가오리를 아는지
차가운 바다에 나비고기 한 쌍
한 삶으로 이렇듯 다양하여라
해초들이 윙크하는 작은 자갈 산호도
그 바다에 나도 산단다
꽃 바다에 사는 나비처럼
그 바다에 나도 산단다
황새치
해류가 흐르는 몸을 따라
길다란 위턱을 밀고
참치와 청새치를 덮치는 물결
빠른 속도로 밀어낸 몸통들
새무리 바다에도 있었네
망성어
산란관 따라 찾아가보니 조개 몸 속
남편 몰래 아내가 숨은 곳
조개 껍데기 안
아이 낳고 살다가
스스로 먹이 찾아 나온 세상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무지개 빛 언어
살아서 고달픈 바다여
바다 속
뗏목아 로마의 호화야
트라야 누스 황제가 웃는 길
지중해 인도양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장사 배 싸움 배 바이킹
콜룸부스의 육지 산타마리아 호
마젤란의 대서양
열린 바다
쿠크의 뉴우질랜드 해안
원주민들의 흔들림
뛰노는 캥거루 안의 안주
현대인들의 말장난
찰흙의 해저
다양한 플랑크톤이 사는 여유
농어의 삶 정어리 유기물
사는 게 다 그런 것인가
힘센 것이 약한 자를 잡아 먹는
망할 놈의 사슬
얼퀴고 설켜서 이겨내기 힘겼구나
바다 괴물
인류의 산호초들이 묻힌 바다 말
사르갓소에 묻힌 인생들
시이저 펀트 인어들
듀우공 스텔러들의 뗏목
사라져간 지층에 지협
산호들의 시체들이 늘비하고
얼굴들도 다양하여라
괴물들
현세에도 있어라
여덟 가지 바다 물고기가 말해준 삶의 방법
상어
날카로운 이빨 거친 성질이
먹이를 뜯어먹는 바다에 산다
힘이 넘치고 잔잔한 몸짓이
겨울 속 소나무의 흔들림 없는 바람 같아
미동하지 않는 무서움 바다지층을 쌓는다
가다랭이
넓은 바다 조류 타고 헤엄치는
가다랭이 방어의 생김에
몸이 물결에 따라 흔들릴 때면
나도 같이 흔들리는 갈대가 바다에도 있어
함께 어디론가 너른 세상으로 가고 싶다
금치
모리 땅 바다 밑 세상에서 긴 생
바위틈 사이로 자신을 몰아 넣고 재잘거리는
사잇길 쉼터
납작한 바닥에서 찾아내어야 하는
해초들의 한들거림
삶의 사잇길에도 틈은 있다
노력하다 보면 찾게 되는 사잇길이 있다
나비고기
산호초 사이를 빠져나간 둥근 주둥이
인생의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인내의 이쁜 색깔을 안고 도는 즐거움
그곳을 빠져 나오는 힘
그에게는 그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을 쌓는다
넙치 가자미
언제나 바다 밑 모래 속에 파묻혀 사는 인생
바다보다 더 납작한 모래알이 되어
내가 모래인지 내가 넙치 가자미인지 모를 삶으로
세상이 나를 바라본다
내가 세상을 세상이 나를 바라본다
그것이 인생임을 서로 안고 돌고 있다
망상어나 감성돔
바위로 된 바닷가 바위에 사는 돔 모양
둥근 몸뚱이 무리지는 바다의 떼들
굳은 신념과 인내가 뿌리를 내린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어야 할 우리들의 삶에
바위처럼 큰 바위처럼 살고 있다
빨간 씬벵이
깊은 물 바다에 아귀나 바위
빨간 씬벵이의 하루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아 입이 하늘이 된 사연
벌리고 씹고 머금은 바다 물방울
삶이 이렇게 싱그럽기만 하다면
권태가 찾아올 것을
가끔은 찡그려도 보았으면
헤엄을 치지 못하는 지느러미로 걷는 인생
느리게 가고 싶다
천천히 느리게 가라고 거북이라 부르는
바다의 또 다른 내기
토끼는 빠르나 인내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