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프로그램이나 시간대에 해당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개인 혹은 가구의 총수에 비해, 실제 그 프로그램과 시간대를 시청한 개인 혹은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백분율로 표기한 게 시청률이다.
무능한 정치권, 몰락하는 MBC
시청률은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광고주에게는 해당 방송국의 매체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다보니 방송사들은 시청률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다. ‘시청률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상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김재철을 MBC 사장으로 임명한 직후부터 MBC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낙하산 사장’의 취임 반대와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시작된 MBC 파업사태가 벌써 반년을 넘기고 있다.
김재철의 온갖 개인 비리가 드러나고, 초유의 해고 사태가 속출해도 청와대와 여당은 되레 방문진과 김재철에게 힘을 실어준다. 야당은 소리만 지를 뿐, 공영방송 MBC의 장기파업 사태에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부 기자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였다는 김재철. 그가 ‘권력의 낙하산’으로 MBC 사장이 된지 2년째다. 그간 MBC가 어떻게 변했을까?
‘김재철 2년’의 성적표, 올림픽이 말해주다
‘김재철 2년’이 MBC에 끼친 영향을 단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료가 있다. 바로 런던올림픽 지상파 방송들의 시청률 비교 테이터다. 4년 전 ‘김재철이 없던 MBC’와 현재 ‘김재철의 MBC’의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방송사별 중계를 했던 북경올림픽(2008년)과는 달리 이번 런던올핌픽에서는 종목별 순차 중계를 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도 MBC가 거둔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북경올림픽에서 MBC의 시청률은 올림픽 중계에 관한한 어드벤티지를 쥐고 있는 KBS와 경쟁을 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2위 자리를 SBS에게 내주며 지상파 3사 중 ‘꼴찌’로 추락하고 말았다.
시청률 급락에 ‘저주’까지, 중계 맡은 종목 금메달 없어
올림픽 시청률의 바로미터라는 개막식 시청률에서 MBC는 SBS에게도 크게 뒤지며 ‘참패’하고 말았다. 반면 2008년 북경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은 KBS1, MBC, SBS 순이었다.
집이 편해야 나가서도 일이 잘되는 법이다. ‘김재철의 MBC’에는 ‘저주’가 따랐다. 종목별 순차중계로 MBC에 배정된 수영, 배드민턴, 역도 등에서 금메달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수영 박태환은 급작스런 실격 판정으로 충격을 받아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배드민턴은 불운했고, 역도 장미란은 부상에 때문에 크게 부진했다. 시청자들에게 ‘애석함’만 남긴 종목들이다.
북경올림픽 당시 MBC는 ‘시청률 TOP 10’ 중 2, 3, 4위를 차지하며 한 개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SBS를 밀어내고 부동의 2위 자리를 굳힌 바 있다. 그런대로 ‘합격점’이었다. 반면 런던올림픽에서는 MBC의 몰락과 SBS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SBS에도 크게 뒤지며 지상파 중 ‘꼴찌’
가장 관심이 높았던 축구 한일전(동메달 결정전)을 KBS2(16.5%)와 동시 중계했던 SBS(21.5%)는 시청률에서 KBS를 앞서며 기염을 토했다. SBS는 포털사이트 <다음>이 실시한 인터넷 투표에서 런던올림픽 중계에서 52.2%의 높은 지지를 얻어 ‘가장 만족스러운 방송사’로 꼽히기도 했다. MBC는 고작 6.6%를 얻어 수모를 당했다.
MBC는 부진은 관심 종목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브라질과의 준결승전 동시중계에서는 KBS2에 크게 밀렸고, 영국과의 8강전 시청률은 SBS에 5%나 뒤졌다.
시청자가 MBC를 외면한 했다. KBS2와 동시중계한 손연재 선수 출전경기 시청률에서 MBC는 KBS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후프경기에서 KBS2는 25.4%의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MBC는 6.8%에 불과했다.
MBC가 ‘시청률 전쟁’에서만 수모를 당한 게 아니다. 황당한 실수를 연발해 시청자로부터 비난과 질타를 받기도 했다.
황당한 진행, 놀라운 실수 연발
개회식 공동MC을 맡았던 배수정은 MC로서 부적합했다. 진행이 어색했고, 영국출신이라 발음도 어눌했다. 중간에 “영국출신으로서 자랑스럽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MBC는 ‘배수정 해프닝’를 무마하느라 진땀을 뺐고, 재방송에는 해당 장면을 삭제해 내보냈다.
황당한 실격 처리에 크게 충격을 받은 박태환 선수에게 따지듯 따라다니며 질문 공세를 펴 이를 보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위로해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왜 실격됐느냐’며 타박하는 듯한 장면은 꼴불견이었다. 또 박태환을 실격처리한 게 중국 심판이라도 말했다가 정정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한 기회를 빼앗는 해프닝도 연출됐다. 개막식에서 8만 관중과 수억명의 전세계시청자가 함께 부른 폴 메카트니의 ‘헤이 주드’ 열창 장면이 갑자기 중단돼, MBC를 보던 시청자들은 아쉬움에 탄성를 질러야 했다. KBS와 SBS가 이 감동적인 장면을 끝까지 중계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또 올림픽 방송을 진행한 여자 아나운서의 패션도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35도를 웃도는 폭염에 중세풍 모자에다 야릇한 옷을 입고 올림픽 중계를 하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공영방송의 몰락, 지켜만 볼 것인가?
어떤 조직이든 권력을 쥔 ‘한 사람’이 중요하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얼마마한 역량이 있느냐에 따라 조직 전체의 명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른 말하는 사람들을 MBC에서 몰아내지 않는다고 ‘큰집(청와대) 불려가 조인트 까인’ 김재철이 MBC의 지휘봉을 쥐면서 MBC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새 정치니, 개혁이니 떠들 게 아니다. 국민에게 친숙한 공영방송이 만신창이가 되는 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정치권이 문제다. 경제민주화를 외치기 전에 먼저 ‘방송민주화’부터 실천해 보여야 한다. MBC의 몰락을 수수방관하지 말기 바란다.
출처 http://j.mp/PcHKy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