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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편지
미국 소설추리 소설 에드거 앨런 포
1. 개요
《도둑맞은 편지》(The Purloined Letter)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소설을 특징으로 한 그의 세 번째 탐정 소설이고, 다른 두 가지는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과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이다. 세 가지 이야기는 현대 탐정 소설의 중요한 초기 선두 주자로 여겨진다. 이 소설은 1844년에 출간된 문학 연감 《1845년의 선물》에 게재되었고 수많은 기사와 신문에 재출판되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쓴 소설로 오귀스트 뒤팽 3부작의 마지막 작품.
2. 줄거리
탐정 뒤팽이 G경찰청장의 의뢰로 어떤 귀부인[1]이 비밀리에 찾는 편지를 찾아낸다는 줄거리다.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과정이 주 플롯인 대부분의 추리소설과 달리 아예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밝히고 시작하는데, 바로 이 익명의 의뢰인과 정적 관계였던 D대신(번역본에 따라 D장관이라고도 나온다). 의뢰인이 문제의 편지를 남몰래 읽고 있던 중에 D대신이 들어왔는데, 의뢰인은 급히 편지를 숨기면 '이 편지가 뭔가 수상한 것이다'라는 사실을 들켜 약점을 잡힐까 봐 별것 아닌 척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2] 하지만 그 편지가 의뢰인의 약점이 될 것을 이미 눈치챈 D대신은 마침 가지고 있던 다른 편지를 책상에 놓아두고는 원래 용건이었던 대화를 좀 하다가 돌아가면서 헷갈린 척 문제의 편지를 챙겨 떠났고, 의뢰인은 이번에도 이걸 급히 막았다간 뭔가 문제 있는 편지임을 실토하는 꼴이 될까 봐 눈 뜨고 편지를 도둑맞은 것.
이후 D대신은 이 편지를 빌미로 의뢰인을 협박했고, 결국 의뢰인은 거액의 현상금을 약속하고 G청장에게 편지를 찾아내 달라고 부탁했다. G청장도 핑계를 대어 D대신의 저택을 샅샅이 수색하고, 소매치기를 고용해 그의 소지품을 털어 조사하는 등 최선을 다해 봤지만 통 찾을 수가 없으니 뒤팽에게 의뢰했고, 이에 뒤팽은 흔쾌히 수락한다.
그리고 한 달쯤 후, G청장이 다시 찾아오자 뒤팽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너스레를 떨다가 편지를 건넨다. 대경실색한 G청장이 결국 현상금을 수표로 끊어 주고 떠나자 화자는 뒤팽에게 편지를 어떻게 찾았느냐고 묻는데...
사실 뒤팽이 편지를 찾은 방법은 최근의 추리물 만화에 나오는 트릭 같은 것이 아니라 D대신의 심리적인 면을 꿰뚫은 것. 특히 핵심은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였다. 뒤팽은 먼저 편지가 어디 있는지부터 찾아내기 위해, 시선을 가려줄 색안경을 쓰고 D대신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편지를 숨긴 곳을 찾으려는 사람이 절대 예상하지 못할 곳인, 편지를 대놓고 꽂아두는 편지꽂이에 그 편지가 있음을 알아냈다. 목표물도 파악했으니 뒤팽은 일부러 금제 담뱃갑을 두고 D대신의 집을 나왔고, 다음날 담뱃갑을 찾으러 왔다는 핑계로 다시 방문한다. 그때 뒤팽이 미리 고용해둔 사람이 길거리에서 소총을 쏘며[3] 소란을 피우는 통에 D대신의 정신이 그쪽으로 쏠린 사이, 뒤팽은 문제의 편지를 회수하고 자신이 만든 가짜 편지를 갖다놓았다. 과거 뒤팽이 D장관과 빈에서 다소 악연이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일을 복수해줄 겸 자신이 편지를 가져갔음을 알리는 메시지를 적어놓았다고.
심리적인 면 때문에 이 작품의 추리를 바탕으로 논문도 여러가지 나왔다.
작품내에서 뒤팽이 금제 담뱃갑을 가지고 있고 경찰청장이 뒤팽에게 사건을 의뢰할 때 뒤팽이 해포석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묘사가 나오는데 이걸 볼 때 경제사정이 많이 나아진 모양이다. 심지어 돈으로 하수인을 고용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경찰청장이 사건 때문에 탐정을 찾아오는 최초의 작품이다.[4]
내용 중 청장이 시인은 바보와 매한가지라고 비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포 자신이 출중한 시를 여럿 남긴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의 극치. 이야기 후반에는 뒤팽 스스로 D대신이 시인이어서 이런 범죄가 가능했다고 옹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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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단편소설] 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_무의식은 타자의 욕망이다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매우 독특한 소설가입니다. 미국 소설가 중 처음으로 유명해진 사람이라고 하는데, 살아 있을 당시에는 별다른 명성을 얻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소설은 다른 소설과는 참 달랐거든요. 그의 대표 소설 중 하나가 "검은 고양이"라는 소설인데 마치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 같은 소설입니다. 개연성이 없는 듯한, 달리 말하면 그럴듯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에는 외면받았을 것 같습니다. "도둑맞은 편지"도 매우 독특한 형태의 소설입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랬다는 것입니다. 추리소설의 효시격인 소설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셜록 홈스 이야기나 다른 추리 소설들이 나타나기 전에 에드거 알렌 포가 이런 소설을 쓴 것입니다.
* 첫문장
18xx년 가을바람이 세차게 부는 어느 날 밤이었다.
* 자크 라캉과 도둑맞은 편지
제가 이 작품을 알게 된 것은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자크 라캉이 "에크리"에서 언급한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라캉은 "도둑맞은 편지"를 통해서 인간의 무의식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설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무의식은 "타자의 욕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무의식은 타자의 욕망이다"라는 말이 좀 모호한 면이 있습니다. "타자의 욕망"이란 타자를 욕망한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타자가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다는 것일까요? 제가 볼 때는 두 가지 의미가 다 있습니다. 라캉에 따르면 무의식은 타자를 욕망하기도 합니다. 라캉은 인간의 무의식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망으로 가득하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인간 무의식의 본질이라고 말하죠. 그러니까 좀 더 단순하게 말하면 '타자의 욕망'은 타자 자체를 욕망한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면 타인이 갖고 싶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즉 타자가 욕망하고 있는 것을 갖고 있으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타자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도둑맞은 편지에서는 편지가 사람들의 무의식을 형성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궁중 여인에게 편지는 욕망의 대상입니다. 가지고 싶은 것이죠. 그런데 고위 관리는 그 여인이 그런 편지를 가지고 있지 않기를 욕망합니다. 여인은 그 고위 관리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그런 편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척합니다.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척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장관 D가 그 편지를 가져갑니다. 갑자기 귀부인에게 장관 D는 중요한 사람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 여인이 가지고 싶은 편지를 장관 D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귀부인은 총시경감 G를 고용합니다. 총시경감 G는 갖은 수를 동원해서 그 편지를 찾으려고 합니다. 편지를 찾아야 그 여인에게 인정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편지를 못 찾고 뒤팽에게 상의를 합니다. 뒤팽이 총시경감 G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그 편지를 찾아야 합니다. 사실 편지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인정을 받거나 그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 편지를 차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라캉은 인간의 무의식이 '타자의 욕망'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에드거 알렌 포의 "도둑맞은 편지"를 이용합니다.
* 작품의 재미와 가치
저는 귀부인이 편지를 잃어버리는 상황 설정이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편지를 훔쳐 가는 장관 D는 분명 도둑인데 몰래 훔쳐 갈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대놓고 내가 가져간다는 표시를 하면서 가져갈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야 장관 D는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그 편지를 이용해 그 귀부인에게 협박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또한 귀부인도 뻔히 자기의 것을 가져가는 도둑을 저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고위 관리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죠. 서로 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몰래 일어나야 하는 도둑질이라는 행위가 이렇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재미있는 상황 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자크 라캉의 흥미를 끈 것이겠지요.
이 작품은 단편 추리소설입니다. 매우 잘 짜인 추리 소설에 비해서는 작품성이나 흥미도 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작품입니다. 그래도 이런 식의 추리 소설이 이전에는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서 코난이나 애거사 크리스티는 이 작품을 읽어 보았겠죠. 셜록 홈스의 기본 구성이 이 소설과 닮아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특별히 자크 라캉에게 관심이 있다면 읽지는 않더라도 내용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