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골프의 제전(祭典) 마스터즈 주간입니다.
골프팬들에게 가장 동경의 대상이자, 선수들에겐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가 아젤리아(철쭉)
붉게 핀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골프축제로 개최됩니다.
계절의 꽃으로 둘러싸인 너무나 선명한 녹색의 밴트그린과 불루그린의 연못, 눈이 부시는 흰 벙커
에다 우거진 키높은 나무들의 긴 그림자를 받아주는 그림같은 페어웨이는 매년 보는데도 그때마다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원래 동시대 최고의 골퍼들만 초대하는 대회라서 1934년 1회 때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아 골프
경기를 라디오 중계했고, 1956년 TV로 중계되자 아름다운 코스로 인기가 올랐는데 컬러로 방송
되면서 그 환상의 화면에 전세계가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멘코너의 유명한 13번홀은 아젤리아홀로 명명되어 천육백 그루의 철쭉이 심어져 있고,
곳곳의 연못은 한 회원의 제안으로 환경에 무해한 착색제를 타서 더욱 인상적인 청록색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오거스타하면 악명 높은 그린으로 정평이 있는데, 몇몇 홀은 엄청난 언듀레이션으로
포테이토칩스 같이 구겨져 있고, 그린 스피드는 빨라 흔히 유리 그린이라고도 하고, 마녀가 살고
있는 그린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그린에선 센스를 살린 감각적 퍼팅을 요하는데, 어떤 선수는 이를 위해 주차장의 콘크리트
바닥에서 연습을 한다 합니다.
작년의 일이라 기억도 선명합니다만, 1번홀에서 어니엘스가 6퍼팅을 했고, 데니리가 3퍼팅을
아홉번이나 했을 정도입니다.
유명한 아멘코너 11,12,13번 홀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므로, 경건하게 의식을 거행하는 마음
으로 통과해야 합니다.
작년 이 대회에서 디팬딩 참피언이었던 조던스피스는 2연승을 향해 선두에서 순조로운 항해를
하다가 12번홀 파3홀 155야드에서 두번이나 물에 빠트리고 7타만에 홀아웃해 데니윌렛에게
우승을 헌납했습니다.
이보다 더 황당한 사건은 1980년 톰와이스코프가 이 홀에서 다섯번 물에 넣고 13타를 친 기록도
있습니다.
아멘코너의 불명예 기록은 1978년에 일본의 호프 나카지마쯔네유키(中島常行)가 13번홀에서
세운 13타 기록도 두고 두고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 오거스타 코스는 엄격한 프라이빗 코스로 삼백여명의 내노라하는 회원이 있는데 전부 남자
였다가, 2012년에야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를 처음 여성회원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꿈의 필드를 한번 돌아보고 싶어 하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으로 멤버 2명이 있어야 비지터 2명이 같이 라운드할 수 있고, 특정한 날은 멤버 1명이
비지터 3명을 동반 할 수 있습니다.
라운드 전에 연습장에 가면 새하얀 새 연습볼 백여개가 피라밋형으로 놓여 있고 (인천 송도의
잭닉클라우스CC도 이렇습니다) 캐디는 1인1캐디로 가방을 메고 따라 옵니다.
라운드가 끝나면 모든 경비는 회원에게 자동 청구된다 합니다.
일본에서는 소수의 희망자를 위한 투어도 있는데, 어떻게 브로커를 끼워 라운드를 시켜주는데
상품가가 2-3천만원에 이릅니다.
예외로, 4월의 마스터즈 대회가 끝난 첫 월요일은 미디어 관계자 등에게 코스를 열어 플레이가
가능하고, 화요일은 볼런티어와 안전요원 등 관계자에게 무료로 개방하며, 이후 회원들이 약
2주간 사용하고 나서 5월 중순이면 코스는 정비를 위해 긴 휴장에 들어 갑니다.
일년의 절반은 휴장입니다.
그러나 여름휴장에 들어가기 바로 전날 하루는 캐디들에게 무료로 코스를 개방하여 하루 종일
무제한 라운드를 허용하기도 합니다.
회원들은 코스유지를 위해 고액의 년회비를 내야하는데 대략 4천만원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오거스타 코스는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대회경비는 입장권 판매, 방송중계료, 기념품 판매로 충당되어 우승상금도 그 해의 수입을 집계해서 대회 마지막 무렵에 정해집니다.
심지어 음료를 실어 나르는 회사로고가 부착된 트럭도 마스터즈의 그린색 휘장으로 가려야만 대회 당일 코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초창기 회원권 가격은 350달러에 불과했고, 우승상금은 1,500달러 였다는데, 지금은 우승자에게
180만불 내외가 지급되고, 회원이 되려는 많은 사람이 십수년씩 기다려야 한다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듭니다.
참고로,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안양CC의 경우도 매년 클럽측이 1년만기의 회원을 지명하고 회원은
5천만원 정도의 소멸형 년회비를 납부해야 합니다.
마스터즈 우승자는 거액의 상금과 함께 오거스타의 명예회원이 되어 개인락카를 받고, 오거스타
에서는 언제나 그린자켓을 입을 수 있는 명예를 누립니다.
그러나, 1996년 당시 최강의 골퍼 중 한 명이었던 호주의 그랙노먼은 3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6타를 리드한 선두에 있었지만, 파이널 라운드에서 믿을 수 없는 78타로 무너져 67타를 친 닉팔도에게 어이없이 역전패 당해 챔피언의 영예를 날려버린 세기의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고,
2011년 당대의 강자 로리 메킬로이도 12번홀에서 4퍼트로 우승을 놓쳐 생애 그랜드슬램을 아직
이루지 못했습니다.
각 홀마다 알 수 없는 바람이 그린 공중에서 맴돌기도 하고, 개울로 경사져 있는 그린은 완벽하게
쳤다 싶은 볼도 물에 빠지게 하고맙니다.
14번홀은 구겨 놓은 그린과 그린 주위 기복으로 인해 벙커를 한군데도 만들지 않아도 난이도가
유지됩니다.
또 오거스터는 원래 러프가 없는 코스였으나 1998년부터 1st.컷으로 자르고, 골프 도구의
진보에 맞추어 2002년 300야드를 늘리는 등 매년 코스를 부분적으로 변화시켜 왔습니다.
코스에서는 페이트론(갤러리)의 카메라나 휴대폰 사용이 아예 전면 금지됩니다.
텍사스 휴스턴에 "투어18"이라는 골프코스가 있습니다.
세계 유명 골프코스의 특징있는 홀을 카피해 18홀을 구성해 놓았습니다.
이 중 11번에서 13번홀은 오거스타의 아멘코너를 그대로 옮겨 왔는데, 어렵다는 12번 파3홀에서
어쩌다가 한번 잘 휘둘러 핀 3미터에 붙여 버디는 못했지만 파를 잡은 추억이 있습니다.
15년 전쯤 컨퍼런스 참석을 위한 출장 중의 일이었습니다.
제가 마스터즈 경기 중계를 처음 본 것은 일본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이듬해 1988년입니다.
이 경기는 민방인 일본 TBS가 지금껏 독점중계를 하고 있는데,
♬well it's springtime in the valley on magnolia lane..♬ 으로 시작하는 감미로운 테마송과
더불어 화면에 비춰지던 아름다운 코스는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은 저의 골프인생에 잊혀지지
않는 인상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 노래의 가사는 대략 이랬습니다.
♬ 목련꽃 피는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오면
오거스타에 사람들이 모여드네.
누가 일요일 오후에 그린재킷을 입을까요
누가 이 노래를 부르며 18번홀 페어웨이를 걸을까요
오거스타의 층층나무 소나무가
노래처럼 내게 말을 걸어오네
아- 내가 사랑한 오거스타
아- 내가 못잊어 그리운 오거스타여 ♬
HJ
첫댓글 재작년 2015년 3월에 S. Carolina의 Columbia 친구집엘 갔다가 김프로가 설명한 그 유명한 마스타즈 오거스타
골프장과는 1시간 30분 거리라 이곳을 안가볼 수 있나 찿아갔지만 4월 둘째주에 열리는 코스를 일반에게 개방할
리가 있나요~ 주위만 빙글빙글 돌다가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김프로의 오거스타 해설을 들었으니 이번 대회가 더욱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흥미있게 실황중계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스페인의 세르지오 가르시아(37)가 메이저 대회 74회 출전만에, 그의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던 작고한 세베 바예스테로스의 60회 생일날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2017년 우승상금은 198만달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