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쓰촨 가뭄에 ‘공장 스톱’ 연장…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휘청
인텔-CATL-도요타 등 공장 밀집 쓰촨-충칭 지역에 최악 폭염-가뭄
전기 공급 중단 20일→25일로 연장
美 가뭄에 면화 생산 13년새 최저로…유럽도 하천 말라 산업생산 타격
폭염-가뭄에 흙바닥 드러낸 中 최대 담수호 21일 중국 남부 장시성 난창에 있는 중국 최대 담수호 포양호가 최근 계속된 폭염과 가뭄에 말라 흙바닥이 드러난 모습. 이 호수는 평년보다 100일 이상 건기가 빨리 찾아온 탓에 최근 면적이 두 달 전인 6월에 비해 4분의 3으로 줄었다. 지난달부터 계속된 유례없는 폭염으로 포양호와 이어진 양쯔강의 수위 또한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중국의 제조업 기반시설이 밀집한 쓰촨성과 충칭 직할시 등 남부 지역에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닥쳐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미국 애플의 최대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 미 반도체 기업 인텔 등 세계적 대기업의 공장이 자리한 쓰촨성은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의 핵심 생산지다. 폭염으로 인한 전기 공급 중단과 이로 인한 공장 중단이 길어지면서 전 세계 산업계와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유럽도 최근 폭염, 가뭄, 홍수 등 이상기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후변화가 세계 3대 경제권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인구 1억 넘는 쓰촨성-충칭에 폭염 강타
22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쓰촨성 당국은 성내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의 제한 공급 종료일을 기존 20일에서 25일로 연장했다. 앞서 17일부터 성 내 주요 도시에서 매일 3시간씩 전기 공급을 끊었고 이를 20일까지만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자 25일까지 연장한 것이다.
쓰촨성 인근의 충칭도 24일까지 대형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충칭의 18일 기온은 45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쓰촨성 역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32일째 35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가 각각 8400만 명과 3000만 명인 쓰촨성과 충칭은 전력의 약 80%를 수력발전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최근 폭염과 가뭄으로 곳곳의 강과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면서 수력발전이 불가능해졌다. 당국이 화력발전을 긴급히 늘려 부족한 전력을 메우려 하고 있지만 인구 및 산업 밀집 지역인 데다 냉방 수요가 많은 여름철이라 치솟는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 지역에는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 등 세계적 완성차업체의 공장,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닝더스다이)’ 등의 공장도 있다.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은 이미 전력 공급 중단으로 조업을 중단했다. 세계 최대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인 중국의 ‘진코솔라’ 역시 공장을 제한 가동하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도 17∼20일 4일간 생산을 중단했다. 태양광 패널용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등도 생산을 중단해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전 세계 각국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제2도시 상하이도 최근 전력 부족이 심화하자 황푸 강변의 와이탄 등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의 야간 조명을 제한하고 있다.
○ 미-유럽도 가뭄 전력난에 산업생산 타격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4000만 명으로 가장 많고 농업 생산도 활발한 서부 캘리포니아주 역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인근 콜로라도주도 16일 콜로라도강의 물 부족 경보 단계를 상향하고 애리조나 및 네바다주 등 이웃 주로의 물 공급을 제한했다.
미 중부, 남부 평원지대 등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극심해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올해 미국의 면화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8% 줄어 2009년 이후 1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독일의 젖줄’로 불리는 라인강, 다뉴브강, 포강 등 주요 하천이 말라가면서 산업 생산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에너지 수급이 과거처럼 원활하지 않아 전력난을 키우고 있다.
전력 생산의 70%를 원자력발전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가뭄, 수온 상승 등으로 냉각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발전량을 대폭 줄였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도 화력발전을 늘리려 하고 있지만 강물이 말라 배를 통한 석탄 운송이 원활하지 않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