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 (김기현 요한) 신부님
부활 제6주간 화요일
(요한 복음 16장 5~11절)
그분이 가시는 그 길로 나아갑시다.
지난 번에 땡큐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여배우 장서희 씨가
대략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나는 아역 탤런트로 방송 생활을 시작했는데, 오랜 무명 시절을 겼었다.
그래서 연기 외에도 내 얼굴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리포터로도 활동을 했다. 많이 힘들었는데 오디션도 잘 되지 않았다.
매번 떨어졌고, 맡게 되는 역할이 남의 남자 뺏는 역할이나,
착하고 예쁜 주인공 옆에서 심술부리는 역할들을 주로 많이 했다.
그래도 그 역할을 열심히 하니 친군데 착한 친구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 친구 역할을 전전하다가 드디어 서른 한 살에
20년 만에 ‘인어아가씨’ 라는 방송에 주연을 하게 됐다.
그 방송을 통해 많은 인기를 얻게 되고 큰 상도 타고,
지금은 중국에서 활동도 하고 있다.
남들은 중국에서 활동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닌가.. 하지만, 나는 늦은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긴 마라톤을 뛰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인 거 같다.
계속 가야 할 길을 가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 같다.”
‘방향이 중요하니 힘들어도 가야 할 방향으로 계속 가라~’
하는 이야기를 했던 거 같은데요.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 방향을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복음 서두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그런데도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너희 가운데 아무도 없다. 오히려 ... 너희 마음에 근심이 가득 차 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가시는 곳이 어디인지 그 방향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근심 속에 싸여 있었던 거 같은데요. 우리에게도 그 비슷한 모습이 있는 거 같습니다.
신자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 지금 너무 아파.. 괴로워.. 바뻐.. 힘들어..’
하고 자기 근심 속에 싸여 있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되지,
아프고 힘든 가운데서도 그분이 어디로 가시는지 그 길을 찾고 따라 나서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되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힘들어도 가야 할 방향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그분이 주시는 선물과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될 터인데, 대부분은 근심에 눌려 그 방향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그렇게 '근심과 걱정에 파묻혀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예수님의 마음’은
‘제가 기타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타도 못 치는 제가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기 시작했는데요.
아이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손가락 아프다..’ 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보통 연습을 20~30분 하기 힘든 거 같은데요.
제 생각에 아픈 거를 좀 참고 따라와 주면, 아이들에게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따라와 주는 모습보다는 아파하는 모습을 볼 때가 더 많은 거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은 우리에게서 당신을 닮은 더 영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시고,
우리가 당신을 따라와 그러한 모습이 되길 바라실 텐데,
예수님께서 보시는 모습은 따라와 주는 우리의 모습보다는 아프고 힘들고 어렵다고
주저앉아 있는 우리의 모습일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 그분이 가시는 그 길로 나아가 봅시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외부 본당 자매님들이 오셔서 같이 식사를 했다.
한 자매님이 아는 신부님이 계신 곳에서 치르는 행사에 가서
봉사를 하셨다고..
그것도 1박 2일이나 했다고 약간 자랑 삼아 이야기하시자...
형제님이 한 마디 하셨다.
“나도 덕분에 이틀 동안 집에서 라면만 먹고...”
인천교구 밤송이(김기현 요한) 신부님
첫댓글 신부님 묵상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끝부분
위트있는 에피소드 글까지 오늘내용을 보면서 열심한 자매님들 뒤에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형님님들이 계시네요^^
공감합니다ㅋㅋ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