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스포츠 쿠페 SLS의 로드스터가 국내에 등장했다. SLS 로드스터는 물론 SLS 쿠페 모델의 지붕을 없애고 컨버터블로 바꾼 것이지만, 본래 로드스터는 처음부터 지붕이 없이 설계된 차량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SLS 로드스터는 기본 구조가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쿠페 이든 로드스터 이든 지붕 유무에 의한 차체 강성의 차이는 거의 없을 것이므로, 구조적으로는 로드스터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SLS 로드스터, 2012 년
그런데 SLS 로드스터는 가격으로 본다면 대중적인 차는 아니다.
아마도 거의 모든 이들에게 SLS 시리즈는 ‘그림의 떡’ 이겠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디자인은 벤츠 스포츠카 디자인의 전통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SLS 쿠페도 그렇고 로드스터 역시 차체 디자인은 1954년에 등장했던 300SL 모델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 SL 시리즈와 최신의 SLS 시리즈
사실 차체 디테일은 클래식 모델과 다르지만, 거의 차체 길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의 긴 후드와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데크 등의 전체적인 차체 비례는 클래식 300SL과 같은 흐름이다. 그리고 앞모습은 클래식 300SL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수직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지고 있다.

긴 후드를 가진 SLS 로드스터의 측면 이미지

SLS 로드스터의 알루미튬 스페이스 프레임 차체 구조
메르세데스 벤츠처럼 역사가 긴 브랜드들은 차체 디자인에서 전통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하게 되는데, 특히 SLS와 같이 고가의 차량들, 즉 대중성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모델들은 그런 이유에서 감각적인 디자인보다는 오히려 명확한 성격을 나타내는 디자인을 취하게 된다. 즉 보편성보다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이나 선대 모델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특징을 반영한 디자인이 나타나게 된다. 가령 후드의 윗면과 앞 펜더에 만들어진 공기 배출구 형태, 그리고 거기에 설치된 각각 두 개씩의 금속제 스트레이크(strake)와 같은 디테일들은 모두 클래식 300SL의 그것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헤드램프와 테일 램프의 형태 역시 디테일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클래식 SL 모델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만들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공기 배출구에 있는 두 개의 스트레이크

SLS의 헤드램프

SLS의 앞모습
그런 이유에서인지 SLS 로드스터 디자인은 감각적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조금은 점잖은 이미지이다. 스포츠카의 디자인은 대개는 공격적이거나 감각적인 성향을 추구하겠지만, 벤츠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스포츠카 디자인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