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비틀즈를 첨 알게된 거는.. 네, 그게 그러니까 2년전 여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란 소설이 있죠? 개인적으로 참 재밌게 읽은 소설인데요^^; 암튼 그 소설을 읽었는데, 계속 비틀즈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누구누구가 기타로 비틀즈의 미셸을 연주했다" 뭐 이런 식으로요. 알고보니 소설의 제목인 노르웨이의 숲이 비틀즈의 노래 제목이더라구요-_-^ 노르웨이의 숲인지, 노르웨이산 가구인지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두 어디서 본 것 같네요. 뭐, 그건 그렇구.. 그 해 여름에 노르웨이의 숲을 다 읽고나서 비틀즈와 노르웨이의 숲에 대해서는 잠깐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어 다시한번 노르웨이의 숲을 읽게 되었죠. 다 읽고.. 소리바다에 가서 노르웨이의 숲을 검색해서 다운받구, 들어봤습니다. 가사부터 시작해서.. 정말 노르웨이의 숲이란 소설과 너무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래가 굉장히 슬프면서두 차분하고.. 단순한 사랑 얘기를 다룬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실존주의적인 냄새가 나는 것 같구.. 내친김에 비틀즈를 검색해봤습니다. 그렇게 해서 들은 곡이 yesterday, let it be, hey jude 등등의 히트곡들이었죠. 아주 좋더군요. 같은 대중음악이지만 제가 그동안 듣던 대중가요와는 뭔가 다른 것 같았습니다. 비틀즈가 굉장히 좋아져서, 컴터로 게임하면서 계속 비틀즈 곡만 듣고.. 음반까진 못샀지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거의 150개 정도 곡을 다운받았습니다-_-^;; 어케어케하다 다 지워지고 지금은 다시받아 100개 정도 있지만-_-;; 비틀즈 앨범.. 정말 사고싶었지만 학생이 돈이 어딨습니까ㅜㅜ? 앨범은 못사고 <비틀즈 콜렉션>은 샀습니다^^; 비틀즈 전곡의 가사와 거기에 얽힌 배경에 대한 글이 있는 책인데.. 이제 가사 찾느라 인터넷 뒤지는 일도 없겠다, 마음놓고 노래를 들었습니다. 첨엔 twist&shout, love me do, can't buy me love 등의 초기곡들과 let it be, hey jude, yesterday 등의 아주 대중적인 곡들을 좋아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비틀즈 중반기, 후반기의.. 주로 존의 노래(존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작곡한 노래)가 마음에 들게되더군요. in my life(이 노래는 폴이 작곡했는지 존이 작곡했는지가 의견이 분분하더군요),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 across the universe, a day in the life(이 곡은 폴과 존의 노래를 합쳐서 만든 거라죠) 등등.. 많은 곡들을 들으면서 비틀즈에 대한 관심은 높아만가고 인터넷을 뒤져 관련글을 읽고 비틀즈 콜렉션을 정독하고 까페에 가입하고(그땐 페퍼랜드란 까페에 가입했었어요^^;)... 그러다 어떤 글을 봤는데, 존 레논의 이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찾고있었다. 초월명상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확신했다." 마하리쉬 요기인가 뭔가 하는 사람에 관련된 내용이었죠. 전 깜짝 놀랐습니다. 마침 전 데미안이라는 책을 읽고 뭔가 새로운 세상을 찾고싶다는 어렴풋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존 레논 또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어쩌면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닐 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분과의 관계에 대해 말하자면 기니까 생략^^;; 일단 과외선생님이라고 해두죠)에게 물어봤습니다. "존 레논이 말한 새로운 세상이란 게 뭡니까? 다른 사람들도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까?" 그러니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 단지 그 방법이 다를 뿐이야. 비틀즈 같은 경우는 마약과 명상, 음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꿨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찾지. 너 같은 경우는 아직 어떻게 그 세상을 찾아야할지 모르겠지만..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학문을 통해 찾는 거지." 이 얘기를 듣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학문을 통해서?? 학문이란건 철학을 말하는건가? 설마 수학이나 과학을 통해 그런 세상을 찾을 수는 없겠지. 그렇다고 수학이나 과학이 뒷받침되지않는 철학은 한낱 몽상에 지나지 않는 건데.... 뭐 이런 고민 말입니다. 그 고민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전 선생님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비틀즈와 존 레논을 단순한 대중음악인이 아닌 예술가 내지는 철학자로 보게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비틀즈의 노래를 들어보니.. 몇몇 노래 속에는 뭔가를 찾으려는 노력이 여실히 보였습니다. 그 뭔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아마 존 레논이 말한 새로운 세계가 아닌가 싶네요. 자연히 사랑타령 일색인 초기곡들과 I will, something, yesterday 같은 곡들은 별로 듣지 않게 되고, 다소 사색적이거나 신비적인(어떻게 보면 히피풍이라고도 볼 수 있는.. 사실 히피가 뭔지도 잘 모르지만^^;) across the universe, strawberry fields forever, baby you're a rich man 같은 곡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보면 노래마다 각기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말이죠, 예를 들어 strawberry fields forever와 yesterday를 동등 비교하는 건 좀 너무한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죠^^; 그런데 존 레논 역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노래를 대충대충 아무렇게나 만들었다. in my life를 작곡하기 전까지." 이것 역시 존 레논의 개인적인 생각일 지도 모릅니다만 사실 비틀즈의 곡들이 후기로 가면서 예술성이 높아지는 건 누구나가 공감하는 바가 아닐까 하네요. 이런 얘기는 이만 하구요^^;; 노래 얘기로 돌아가서.. 네, 그러다가 imagine이란 곡을 듣게되었습니다. 가사부터 멜로디까지 정말 멋졌습니다. 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고 종교도 없고 국가도 없는 세상... 젠장, 이건 엔터테이너라고 하기엔 너무 대단한 놈 아닌가-_-;; 그래서 존 레논의 노래에도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앨범도 몇장 샀습니다^^;; 노래, 정말 좋더군요. imagine, how, gimme some truth, watching the wheels, mind games 등등... 그러다가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를 듣고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람이 여성해방운동가였구나.. 여자는 세계의 검둥이. 너무 멋진 표현이었죠. 그러다가 오노 요코에 대해서도 알게되고... 오노 요코와 존 레논이 사회운동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여성해방운동, 반전운동(비틀즈 시절에도 했었지만), 인종차별철폐운동을 주도적으로.. 그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코와 레논이야말로 사르트르가 말한 행동하는 지식인이 아닐까? 물론 존 레논은 사회운동가가 아닙니다. 철학자도 아니죠. 어떻게 보면 사회운동가 흉내를 내고 철학자 흉내를 낸 대중음악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세상이 바뀌는 상상(imagine)은 했죠.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3년동안 비틀즈와 존레논에 대해 무한한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그들은 제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이젠 어디로 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는데요^^; 그렇다고 제가 비틀즈와 존레논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비틀즈 음반 하나도 없고-_-;; I am the walrus도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어쨌든 비틀즈와 존 레논은 제 우상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30살이 되어도 40살이 되어도 최소한 젊은 시절의 우상으로 기억될 그런 존재들이죠.
이제 돈 모아서 비틀즈 앨범을 사야겠네요^^;; 정말 긴 글인데-_-;; 사실 이렇게 길게 쓰고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썰을 풀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비틀즈 파이팅~! 아이러브비틀즈 파이팅~! 예압베이베~! ㅋㅋ^
첫댓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통해 비틀즈와의 조우 그리고 비틀즈 존 레논에 대한 관심...사랑... ^^ 장문의 멋진 글 잘 보았습니다 *^^* 황야의늑대님 화이팅~! ^^v
잘 읽어 보았습니다. 존레논의 제가 알지못한 말들이 많군요 ^^ 고마워요. in my life 에 대한 언급이 인상적이군요 .
무지막지한 분량. 사실 지금 피곤해서 양만 봤습니다. 내일 읽어보아야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