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왜 이리 많아졌나?”… 너무 많이 변한 우리 식생활은?[김용의 헬스앤]
대장암 발병의 위험요인은 식생활, 비만, 염증성 장질환, 유전적 요인, 선종성 용종, 신체 활동 부족, 음주, 흡연, 50세 이상의 나이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식생활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0년 전 제가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에서 대장 분야를 선택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대장암 환자가 거의 없었어요. 당시 미국에선 대장암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을 때입니다.”
대장암 거의 없던 시절… 의사는 진로를 걱정했다
1990년 초입 우리나라에서 대장 내시경 전문의는 매우 드물었다. 대장암 환자가 워낙 적어 내시경에 관심이 없었던 시절 얘기다. “제가 대장내시경을 시작할 때만 해도 수면 내시경이 없었어요.
그 때는 기술이 덜 발달해 대장내시경에 1~2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환자는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조금 과장하면 대장내시경을 할 때는 병원 전체가 떠들썩했어요.”
국내 대장내시경의 개척자인 원로 교수(대학병원 교수 은퇴)는 “1990년 초입 미국은 대장이 소화기내과 중에서 가장 큰 분야였지만, 우리나라에선 환자가 거의 없어 진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환자가 없으면 의사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위암은 많았지만 대장암은 물론 대장 자체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 선배 의사가 대장 분야 전공을 권유할 때도 “할 일이 없으면 어떡하나…”며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했다.
우리 전통 식단의 힘… 대장에 ‘평화’가 깃들었다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단은 전통 음식 위주였다. 삼시세끼 밥, 국, 나물 반찬을 먹던 시절이다. 오랜만에 고기가 밥상에 올라도 고깃국이거나 삶아 먹는 수육 형태였다.
지금처럼 불에 구운 삼겹살, 튀김 닭은 보기 힘들었다. 소시지 등 가공육도 드물어 도시락 반찬에 오르면 친구들에게 자랑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런 ‘대장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식습관이 변하면서 대장암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발표 보건복지부-중앙암등록본부의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2021년에만 3만 2751명의 신규 환자가 쏟아졌다. 전체 암 환자(27만 7523명) 가운데 11.8%가 대장암이다. 갑상선암에 이어 암 발생 순위 2위지만 사실상 1위 암이나 다름없다. 오랫동안 국내 1위였던 위암은 대장암에 ‘최다 암’이라는 불명예를 넘겨줬다. 두 암 모두 식습관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대장암 왜 많아졌나?
대장암 발병의 위험요인은 식생활, 비만, 염증성 장질환, 유전적 요인, 선종성 용종, 신체 활동 부족, 음주, 흡연, 50세 이상의 나이 등이다(국가암정보센터 자료).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식생활이다.
동물성 지방,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계속 먹거나 돼지고기-소고기 같은 붉은 고기, 가공육(소시지-햄-베이컨 등)을 즐기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육류를 굽거나 튀겨서 자주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더 커진다.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과일을 덜 먹고 가공 정제된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도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 식이섬유가 적은 음식은 소화-흡수가 빨리 되고 장에 별로 남지 않아 발암 물질이 움트는 환경을 만든다. 신체 활동 부족도 원인이다.
운동 등 몸을 자주 움직이면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여 대변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인다. 대변 속의 발암물질들이 장 점막과 접촉하는 시간도 줄어 발암 과정이 억제된다. 대장암은 5~15% 정도 유전적 소인과 관계가 있다.
50~60대가 환자 절반… 여자 1만 3609명, 주요 증상은?
2021년 발생 3만 2751건의 대장암 가운데 남자 1만 9142건, 여자가 1만 3609건이다. 큰 차이는 없지만 술-담배를 많이 하는 남자 환자가 조금 많다.
나이 별로 보면 60대 26.3%, 70대 22.3%, 50대 19.6%의 순이었다. 대장암은 음식 속의 발암물질이 대장 점막에 암세포를 발생시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고기 비계나 소시지를 지속적으로 불에 구워 먹은 사람은 암 발생 시기가 빨라졌을 것이다.
대장암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다. 증상이 보이면 상당히 진행된 경우다. 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변 보는 횟수가 바뀌는 등 배변 습관의 변화가 생긴다. 설사, 변비 또는 배변 후 변이 남은 듯 불편한 느낌이 있다. 혈변 또는 끈적한 점액변, 예전보다 가늘어진 변을 본다. 복통-복부 팽만, 체중 감소, 피로감, 소화 불량, 메스꺼움, 구토, 복부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느낌이 있다.
대장암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대장암은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칼로리를 많이 섭취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특히 붉은 고기와 고단백질-고지방 음식은 칼로리가 높고 발암물질을 발생시켜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음식들은 튀기거나 불에 직접 굽고 훈제하는 요리 방법이 위험을 더 증가시킨다. 고온의 기름으로 조리하는 감자 튀김, 라면, 냉동 피자, 도넛 등도 절제해야 한다.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과일을 즐겨 먹어야 장 건강에 좋다. 장시간 앉아 있는 등 육체적 활동량이 적을수록 대장암 중 직장암 위험이 높아진다.
30년 전만 해도 존재감이 없었던 대장암… 지금은 거리마다 ‘대장내시경 전문’ 병원 간판이 넘쳐 난다. 나물 반찬을 좋아하던 할머니는 장 건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동안 우리 식습관이 얼마나 변했나… 중년의 나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채소 위주의 식사에 고기는 수육으로… 예전의 식습관으로 돌아가는 것이 대장 건강을 위하는 길이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유튜브 약초 할배
https://youtu.be/oalGsU1OIZA?si=R2PttqeXSyXBUQf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