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에서 있었던 이야기(2)
한국에게 연해주를 팔겠다는 나라가 있다.
이번 8월 29일 노인정 강의는 연해주 독립운동사였다. 최재형이란 인물을 소개했는데, 나로서는 첨 듣는 이름이라 그저 그런가 하고 듣다가 문득 그분이 현재 러시아가 우리한테 팔겠다는 그 연해주 땅에서 독립운동한 분이란 생각이 들어 관심이 깊어졌다. 나도 전에 강의를 했지만, 대학에서 보낸 그 강사가 성실한 사람이다. 사진으로 러시아 성바실라 성당, 예카테리나궁도 보여주고, 러시아 음식 보르쉬와 불린, 새슬릭도 보여주고, 니콜라이 2세 가족사진, 하얼빈과 지린 단둥 블라디보스톡크 연해주 러시아 지도도 보여주고, 독립군의 태극기 사진과 안중근 의사가 히로부미를 사살한 권총 사진도 보여주었다. 자료조사가 충실하다.
최재형은 1860년 함경북도 경원에서 태어나 아홉 살에 연해주 지신허란 곳으로 가서 러시아 학교를 다녔다. 11 살에 가출하여 상선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녔고, 17 살에 돌아와 유창한 러시아어로 러시아군 통역관이 되고, 러시아군 서기가 되어 황제를 알현하고 5개 훈장을 받았다. 러시아군에 생필품을 납품하여 성공하자 소학교를 개설하였고, 1908년 안중근, 이범윤(러시아 공사 이범진의 아우), 이위종(1992년 청산리 대첩 지휘. 이범윤의 조카)과 함께 의병단체인 <동의회>를 조직하여 총재로 추대되었다. *이 <동의회>의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토히로부미를 암살했다.
연해주 한인의 농업과 상업을 돕고 한국의 독립을 위해 만든 <권업회> 회장에 취임하였으니, 10,000 명에 이른 그 조직의 부회장은 독립투사로 알려진 홍범도 장군이다. <권업회>는 <권업신문>을 발행했고, 신문 주필은 신채호 이상설이다. 1913년 광복군 간부 양성을 위해 <대전학교>를 세웠고, 또 대한광복군 정부를 만들었으니 여기엔 나중 상해 임정요인이 된 이상설 이동휘 이동녕이 참가했다. 그 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하자 <권업회>를 해체하고 전로한족중앙회를 창설하여 대한국민의회의 토대를 마련했다가 상해 임시정부에 통합되었다.
한편 1920년 청산리 전투에서 패한 일본은 그 분풀이로 독립군을 도운 연해주와 블라디보스토크 한인 300여 명을 살상하였으니, 이를 연해주 참변이라 부른다. 그 후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명령으로 그 지역에 살던 한인 18만 명을 현재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열차로 옮겼다. 그중 2만 5천 명이 먼 이주 길에서 사망하였고, 현재 우즈베키스탄과 타슈켄트에는 48만 명의 한국인 디아스포라가 살고 있다. 나라 잃어버린 망국민의 설음은 이런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우리에게 연해주를 팔겠다고 책임자인 지사를 한국으로 보냈다. EU는 우크라이나에 K방산 무기를 제공하라 한다. 그런데, K방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면 우린 러시아와 척을 지게 된다. 어느 편과 손을 잡아야 하나?
러시아는 불곰사업으로 우리에게 탱크, 미사일, 우주선 기술을 전수해 준 우호적인 국가이다. 중국이 탐내는 유전을 한국에게 팔겠다고도 했고, 같이 북극항로를 개척하여 구라파와 북미 대륙을 철도 연결하자고 제의를 한 국가이다. 반면 EU는 처음에는 아예 한국을 거떨떠보지도 않던 나라들이다. 그러다가 2차 대전 때 독일과 소련에게 갈가리 찢긴 경험이 있는 폴란드가 한국 K 방산의 전차와 자주포를 도입하여 그 성능이 우수하자, 뜬금없이 우리하고 아무 관계없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입장에선 나중에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에서 생길 엄청난 이익도 고려해야 하고, EU와의 접근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는 전후 복구사업에 그들을 도와준 미국이 아니라 6.25 폐허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한국과 상의하겠다고 선언했다.
까투리 콩밭 생각하듯, 떡방아 소리 듣고 김칫국 마실 생각부터 하면 안 된다. 한번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살펴보자. 서해 건너편에 동지에 개딸기 찾듯 영토확장이면 이웃나라에 못할 일 없는 막무가내 중국이 있다. 서울 가까운 38선 위엔 굶어 죽는 동포는 안중에 없고 전쟁에 목숨줄 건 북한 정권이 있다. 러시아까지 척을 지면 절대 위험하다. 한반도에 전쟁 나면 누가 책임지나? 미국인가 일본인가 아니면 우리인가. 나중에야 三水甲山 갈지라도 안보부터 챙겨야 함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연해주가 어떤 땅인가. 우리 독립투사들 근거지요, 선인들이 피 흘려 가꾸던 땅이다. 미국은 알래스카를 단돈 몇 푼에 샀다고 지금 얼마나 자랑하고 있는가. 미래를 생각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를 돈이 궁하게 만든 것은 하늘이 점지해 준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