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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4><b>이문열 책반환 이끈 화덕헌씨</b></font><br><b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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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문학을 모독한 건 이문열씨 아닙니까"</b><br><b>화덕헌씨가 박완서 선생께</b>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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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tr><td bgcolor=#F9F9F9> <p> <p><font color=navy face=돋움 size=2> <p><br>`홍위병'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소설가 이문열씨의 책 반환 운동을 벌였던 화덕헌(36)씨가 그의 심경을 담은 글을 보내왔다. 화씨의 글은 최근 소설가 박완서씨가 계간 <문예중앙>(겨울호)과 한 인터뷰에서 이문열씨 책 반환운동을 문학 모독이라고 말한 데 대한 반론 편지 형식으로 쓴 것이다.편집자.<p></td></tr></table>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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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님! 저는 `이문열 돕기운동본부'를 만들어 `책 반환 행사'를 주관한 화덕헌이라고 합니다. 부산 해운대에서 조그만 사진관을 하고 있으며, 세 아이의 아빠로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선생님이 최근 <문예중앙>에서 하신 말씀 때문에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p>
먼저, 지난 11월 3일 경기도 이천에서 있었던 `이문열 책 반환 행사'로 인해 선생님 마음에 상처를 안겨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사실 행사를 진행하면서 저의 마음 한편이 무거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행사가 글쓰기와 문학을 업으로 삼는 많은 분들에게 어떤 `부담감'이나 `불편한 마음'을 주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었지요. <p>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문열씨의 `악의적인 발언'이 1개월 넘게 거대언론을 통해 자가증폭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대부분의 지식인들과 문인들이 `침묵'하는 기이한 모습을 지켜본 독자 입장에서 오로지 행사를 잘 치러서 지식인 사회 전반의 왜곡된 `언론 플레이'에 대해 반드시 경종을 울려야겠다는 나름대로의 사명감이 앞섰던 것도 사실입니다. <p>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신문들의 기사는 저희들의 책 반환 행사를 아주 편향된 시각에서 다루어 독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습니다. 게다가 박완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이문열씨가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일부 언론사를 두둔하고 나아가 지나친 언사로 국민을 선동하다가 뜻있는 독자들의 항의에 부딪혀 곤경에 빠졌으니 서로 돕는 심정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명백한 왜곡과 과장 그리고 조롱 섞인 표현들과 편파적인 보도 태도가 선생님 같은 분들의 눈을 어둡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합니다. <p>
저는 `책 반환 행사'가 상당수 문인들에게 거부감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도 문인으로서 독자들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원초적인 편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 장례식'을 문학에 대한 모독이라고 확대 해석하고, 비판하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언로를 갖지 못한 평범한 독자 입장에서 볼 때 이 행사는 한 오만한 문인의 언어폭력과 횡포 앞에 철저하게 무기력한 문단과 지식인 사회의 비굴하고도 기이한 침묵에 대해 항의하는 독자들의 준엄한 음성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p>
이문열씨와 정치적인 색깔이 비슷한 사람들 처지에서야 이씨의 신문칼럼에 나타난 악의적인 정치선동이 어떤 카타르시스를 주었겠지만, 언론개혁이나 사회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처지에서는 말할 수 없는 불쾌감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책 반환 행사를 두고 선생님은 “작가에겐 최소한 그런 상처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씀 하셨는데,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국민이야말로 최소한 그런 상처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요? <p>
저는 이문열씨의 정치적인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명랑한 민주사회를 위해 기꺼이 그의 생각을 존중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문열씨의 견해나 발언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내용이지요. 그의 칼럼은 자신과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함부로 `홍위병'이라 하여 `빨갱이'와 `김대중 앞잡이'로 몬 것입니다. 이것은 `나는 작금의 언론개혁이 부당하다고 본다'라든지 `세무조사에 반대한다'는 식의 `단순한 정견'을 넘어선 언어 폭력이고, 정치적인 테러입니다. 특히 분단된 우리 조국의 현실을 두고 볼 때 그리고 망국적인 지역감정의 골이 깊은 현상황을 놓고 볼 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국민적 모욕입니다. <p>
선생님! `책 반환 행사'를 두고 “수많은 문학단체의 침묵은 또 뭐냐”고 하신 말씀은 정녕 이문열씨의 망언이 기승을 부릴 때 진작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 나라에서 책을 가장 많이 판매한 한 소설가가 소설을 개인적 복수의 도구로 삼는 추태를 보이며 `시민단체'를 `북쪽에 동조하는 새대가리'로, 한 여성 정치가를 `개'로 지칭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 때 `문학단체'와 문인들은 다 어디에 갔습니까? 문학이 모욕당하고 문인의 이름이 스스로 능욕을 받을 때 왜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습니까? 진실로 저는 그때의 상황이 선생님의 말씀처럼 “어떠한 발언도 없이 그냥 넘기는 건 문학하는 사람들의 도리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p>
지난 10월 16일 이문열씨는 부산의 어느 강연회에서 “부산사람들에게 일러바칠 것이 있다”며 저를 지칭하여 “부산사람이 아닐 것이다”라고 하였고, 다음날 저를 만난 자리에서도 저와 저의 부모님의 고향이 전라도가 아니냐고 캐물었습니다. 심지어 저와 함께 책 반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전라도 사람들일 것이다”라고까지 단언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한국에서 존경받는 문인의 모습입니까?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특정지역의 앞잡이로 몰아붙이는 게 우리 문단과 문인들의 풍습입니까? 그의 홍위병 발언은 이처럼 왜곡된 지역감정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p>
또한 이문열씨는 저에게 `책 반환 운동'의 중지를 요구하면서 “`문인들'과 `문학단체'를 내세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지금 선생님이 `문학단체의 침묵'을 질타하시면서 격렬하게 저희 운동을 성토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문인들과 문단이 일부 몰지각한 신문의 선정적인 `보도'만 근거로 삼아 저희 독자들의 행동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정치와 언론과 출판에 휩쓸려 가고 있는 `우리 문학의 위기' 전반을 짚으며 거듭나는 계기를 삼으시기 바랍니다. <p>
선생님 저는 전국에서 책을 보내 주신 주부들, 학교 선생님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 학생들, 연구원들, 군인, 트럭기사, 농부, 의사 등 150여명의 독자들의 분노에 찬 음성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정녕 무엇이 150 여명의 이름 없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 초라한 일의 실천에 참여하게 하였으며, 저토록 분노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했는지 깊이 생각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p>
문인의 정치적 발언은 3류 정치가들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모국어를 모독하면서까지 문인으로서 얻어야 할 정치적 성과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적어도 문인이라면 정치적인 발언에서도 진실한 언어와 인간애 가득한 영감으로 투명하게 말할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p>
모름지기 작가라면 단 1권의 책이 반환되어 돌아오더라도 그것을 가슴에 안고 자기 성찰의 자리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문열씨는 저희들이 반환한 733권의 책을 두고 자신이 판매한 “2600만 권의 몇만 분의 일도 안 되는 숫자”라고 평가절하는 식의 오만함을 저질렀습니다. 또 방송에 나와서는 저희 독자들을 “독자”가 아닌 “운동권”이라고 경솔하게 매도했습니다. 저는 제발 이문열씨가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역사와 독자 앞에 겸손하게 자신을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과연 무엇이 이문열씨를 정녕 돕는 길이겠습니까? <p>
박완서 선생님, 작금의 `문학 위기'에 대해 작가로서, 원로로서 솔직하고도 깊이 있는 성찰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몇몇 오만한 신문들의 왜곡된 시각의 기사만 읽고 섣불리 화내지 마십시오. 아직도 곳곳에는 깨어 있는 독자들과 시민들이 있음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p>
부산 해운대에서 화덕헌 올림.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