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이런 용어가 있다. 프로이트란 심리학자는 우리의 심리구조를 이드, 자아, 초자아로 나누고 가장 원초적 본능을
이드, 현실적이며 사회성을 띠고 있는 이성, 그리고 도덕적 양심을 뜻하는 초자아라 이름 짓는 정신분석이론을 창시했
다. 달리기와 스피드라는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Ds3 레이싱은 당연 이드다. 그리고 적당히 달려주어야하며, 연비도 잘 나
와야 하는 현실성을 띤 기본형 Ds3는 자아가 되겠다.
글 / 김관명 (카덱스 취재팀 기자)
사진 / 김관명 김장원 (카덱스 취재팀 기자)
시트로엥을 단지 귀엽고 예쁜 차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월드랠리챔피언쉽(WRC) 에서 8번 연속 재패했
던 노하우가 녹아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트로엥에서 그들의 노하우를 담아 Ds3-레이싱을 출시했다. 1.6리터
터보, 200마력의 최고출력과 28kg.m의 최대토크 수치보다도 필자를 흥분시켰던 것은 다름아닌 6단 수동 변속기의 탑재
와 1000대 한정판 중 한대라는 것, 더욱이 아시아에서 한국에만 5대가 풀린 귀하디 귀하신 몸이니 더욱 그러하다. 지난 6
월에 있었던 푸조/시트로엥 드라이빙데이 때 푸조 RCZ 수동 모델이 준비되지 않았던 아쉬움도 잊은 채 레이싱 버전과
함께 늦가을의 차디찬 도로를 불태우기로 했다.
레이싱 버전은 일단 강렬한 오랜지색이 시선을 휘어 잡는다. 카본소재의 앞 범퍼와 사이드 몰딩이 다시 한번 이 차의 성
격을 말해준다. 20mm 낮아진 전면부와 10mm 낮아진 전면부도 그렇고, 무엇보다 들이치는 모든 공기를 마셔버릴 듯한
공기흡입구쪽 디자인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기본형 Ds3를 만났을 때에도 프랑스 차 치고는 왠지 과감한 전면부의
디자인에 놀란 기억이 있는데, 레이싱 버전에서 보니 이제 좀 수긍이 간다. 타이어는 215/40/18의 스포츠 타이어를 신었
고 탄탄한 18인치 휠과 함께 도로를 박차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휠 사이로 보이는 브렘보 브레이크가 또 한번 강렬함
을 준다. 테일 램프는 앙증맞다. 과하거나 너무 옆으로 늘린 디자인이 아니어서 만족스럽다. 여기까지 과했으면 여성 소
비자들이 도망을 갔을지도 모른다.
기본형 Ds3는 얌전하다. 빨간색이어서 그런지 톡톡 튀고 체리처럼 상큼하다. 레이싱을 하다 본연의 일상으로 돌아온
Ds3는 195mm타이어에 16인치 휠로 본능에서 이성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하지만 3도어 특유의 스포티함은 잃지 않은 모습이다. 왠지 탄탄하게 잘 달려줄 것 같은 느낌은 이 차의 태생이 유럽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엔진룸을 열어보니 더운 열기와 함께 엔진 위의 시트로엥 레이싱 월드랠리챔피언이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1.6리터에 터
보가 더해진 200마력의 최고 출력은 5,800RPM에서 나오고 28kg.m의 토크는 1,700RPM부터 쏟아낸다. 터보랙을 줄이고
서킷보단 공도에서 실용적으로 세팅한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다. 작고 민첩해야 살아남는 핫해치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실내에 앉아보니, 풀 버킷시트가 온 몸을 감싼다. 마치 ‘딴짓하지 말고 운전만 해’라고 명령을 내리는 듯하다. 고성능임을
암시하는 주황색과 카본 인테리어가 한번 더 감성을 자극하고, 프랑스 감성의 절정인 계기반의 바늘이 언제 봐도 반갑
다.
본격적으로 레이싱 버전의 클러치를 밟고 1단 기어를 넣은 뒤 달려본다. 메이커에서 발표한 제로백은 6.5초! 마치 아스팔
트가 차를 끌어당기는 듯한 가속감이다. 그 와중에 우뚝 솟아있는 6단 수동 변속기는 테트리스처럼 제자리를 딱딱 찾아
들어가고, 클러치는 무겁지 않고 유격도 적당해 이 정도면 여성운전자들도 다루기에 충분해 보인다. 주차에 브레이크까
지 대신 해주는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이런 희열감이 얼마만인가 싶다. 이미 시동을 걸었을 때부터 차 안에 울려퍼지는
배기음도 그랬지만, 주행 내내 도로 위에 울려퍼지는 배기음은 달리고 싶다는 본능(이드)과 공도에서 과속을 해서는 안
된다는 초자아(도덕)의 싸움으로 필자를 힘들게 했다.
하남에서 수원-오포 방향으로 이어지는 국도에서 Ds3는 지친 기색 없이 코너든 직선구간이든 거침없이 달려줬다. 레이
싱 버전답게 손본 서스펜션 덕분이리라. 특히 움푹 파인 노면을 지나갈 때는 꽤나 단단하니 만약 컵홀더에 커피가 있다면
사수해야 할 것이다. 당신의 커피는 소중하니까.
주행 성능 만큼이나 브레이킹도 만족스럽다. 브렘보 브레이크는 그 명성에 맞게 안서는 듯 서는-언제든지 원하는 대로
브레이킹을 이끌어낼 수 있는-짜릿한 느낌을 선사했다.
모두가 다 같이 이용하는 공도에서 레이싱 버전이 조금 과분하다면, 기본형 Ds3는 편안하고 아기자기하다. 대쉬보드의
피아노 블랙은 좀 전의 오랜지색의 강렬함에서 프랑스식 고상함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두 번째 만난 Ds3지만 반가웠던
이유다. 1.6리터 가솔린 엔진의 질감은 매끄럽고, 4단 자동변속기의 단수가 아쉽기는 하지만, 같은 메커니즘의 푸조보다
변속 충격이 적은 점이 만족스럽다. 레이싱 버전의 서스펜션이 아닌 순정모델로도 코너구간에서 재미있는 주행이 가능
하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푸조의 그것보단 조금 더 정제 되었다고 할까? 단단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기분 좋은 단단
함이다. 노면의 반응을 기분 좋게 전달하는 점이 그렇다.
오디오는 무난하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하우스,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을 듣기에도 좋고 이 차의 주요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세팅이다. 이 차와 어울리는 음반은, 시승 내내 들었던 프랑스 라이브밴드 힙합 그룹 ‘Hocus Pocus’의 2008년
도 음반 `Place 54’를 추천한다. 기존의 단순한 힙합 연주와 달리 드럼에 Antoine Saint-jean, 베이스에 Herve Godard
의 어쿠스틱한 느낌과 프랑스 최고의 DJ인 20syl과 Dj Greem이 만나 재즈 클럽에 온 것 같은 경쾌함과 흥겨움을 선사한
다.
시승 후에도 터보 엔진의 열기처럼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아니면 Ds3의 짙은 프랑스 감성의 여운일까. 2,955만원의 기
본형 Ds3는 ‘난 디젤은 죽어도 싫어’라고 외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울리고, 4,950만원의 레이싱은 가격에서 망설여
질 수도 있겠지만 국내엔 단 5대뿐인 한정판인 점과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힘든 견고한 6단 수동변속기, 최고시속
235km/h등의 짜릿한 수치들, 미니쿠퍼S, 골프GTI, 시로코-R과는 다른 걸 추구하는 매니아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
을 거라 생각한다. 본능에 충실하라고 끊임없이 유혹하는 이드(Ds3 레이싱)와 현실로 돌아오라며 손짓하는 자아(Ds3),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첫댓글 컨맨 구매전에 DS3 시승했었는데 시트도불편하고 변속충격땜에 수동모드 하려고 해도 패들쉬프트가 핸들과 같이 움직이지 않아서 별로라고 생각되어서 삭제했는데 레이싱도 한번 타보고싶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