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잠실구장 전광판에는 반가운 이름이 둘씩이나 새겨졌다. 2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팬들 곁으로 되돌아온 LG 1루수 서용빈(34)과 선발투수 김민기(28)였다. 서용빈은 공익근무를 하느라 2002년 8월14일 잠실 SK전 이후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고 김민기는 그해 11월7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을 끝으로 오른쪽 어깨 수술과 재활훈련을 반복하느라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경기 전 두 선수의 표정은 비교적 담담했다. 김민기는 “아기가 아파서인지 아내가 별다른 격려의 말도 건네지 않더라”며 씩씩하게 웃기만 했다. 반면 서용빈은 “아내(탤런트 유혜정)가 야구장에 오기로 약속했다. 딸(규원·4)은 기도하겠다고 말했다”며 오랜 공백에 따른 설렘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사실 김민기와 서용빈은 LG의 구세주같은 입장에서 이날 복귀전을 치렀다. 이순철 감독은 경기 전 “구위로는 김민기가 가장 좋다. 5회까지 5실점 정도면 중간에 교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2군에 머물던 서용빈도 당초 예정보다 열흘 가량 이른 5일 1군에 등록했다.
둘은 1회초 동병상련의 깔끔한 협력수비를 보여줘 박수갈채를 받았다. 삼성 선두타자 박한이에 이어 박종호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서용빈이 연거푸 멋지게 건져낸 뒤 1루 커버에 나선 김민기에게 토스해 순식간에 아웃카운트를 두개로 늘렸다. 중간계투진이 승리를 날렸지만 김민기는 6.2이닝 동안 무사사구 8안타 2탈삼진 3실점으로 역투했다. 서용빈도 명성 그대로의 수비력과 함께 5회 2-2 동점타가 된 좌월2루타로 맏형의 몫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