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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통구 |
권선구 | |
팔달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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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분할하기
각 동의 위치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머리에 입력합니다. 안산이나 안양은 2개의 구로 이루어져 있고 동 수도 단순하지만 수원은 보기보다 복잡한 도시입니다. 동의 수도 많아서 모두 다 입력하는 것은 꽤 시간이 걸립니다… 만 도착지가 수원일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손님이 “고등동 5거리요”라고 했는데, 고등동이 어디 붙어 있는지 모릅니다. 기사가 잘 모른다고 하면 손님은 “그냥 수원역 방향으로 가주세요”라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원역에서 대기중에 출발지가 “고등동 파출소-인계10K”나 “서둔동 가스충전소-탑동 우방10K”라고 나오면 낭패를 당합니다. 삥바리를 택시타면 된다구요? 그 돈이면 마누라 빤스 한 장 사줄 수 있는데도요?
밥벌이와 관계되므로 각 동의 위치까지도 무조건 알아 두어야 합니다. 참고로 수원은 각 버스 정류장 마다 상세한 수원지도가 붙어 있으므로 필히 주변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타겟 지역 익히기
대부분 오더가 많이 나오는 유흥가 밀집지역은 업소이름이나 옛날 지명을 사용하는 오더를 띄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계동을 예로 들면 “박스”와 “나혜석거리”로 구분됩니다. 필자도 처음엔 박스가 무슨 술집 이름인 줄 알고 오더를 잡지 못했습니다. 오더창에 “인계동 박스-신사역30K”등으로 표기 됩니다. 틈틈이 오더창에 자주 나오지만 잘 모르는 지명은 주변 바운드 기사들에게 물어 보거나, 한가한 시간에 주변 기사들과 잡답하지 말고 한 번씩 둘러 보시기 바랍니다. 홈플러스에서 시작해서 동원참치, 한국청, 무비사거리(무비라는 까페가 있는 조그만 골목사거리임), 중앙닭발, 드라마센타, 터널나이트, 삼성안마, 프로포즈, 아라비아, 코리아등등 한바퀴 돌고, 다음에 가면 반대로 다시 돌고 하면서 간판들을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가끔 길빵을 당하기도 하는 소득이 있습니다. “띠바야, 그 많은 간판을 어떻게 다 외우냐?”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오더창에 자주 보이는 것은 필히 위치를 알아두어야 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영화 장면을 보듯이 지나치면 됩니다. 일일이 외우지 말고 그냥 이미지로만 머리 속에 넣어 두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손님과 통화할 때 어디서 본 듯한 지명이 나오면 “택시 탈 일 없다”는 것만 기억하십시오.
여기까지가 3~6개월 정도 걸립니다. 아마도 전업기사라면 400~1,000개의 외곽 오더를 수행했을 시점입니다.
퍼즐 완성하기
이제 수도권의 도시와 구, 동, 유흥가까지 머리속에 입력되어 왠만해서는 잘 죽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고, 죽을 듯한 곳에는 아예 발도 담그지 않는 요령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면 각 지역의 삥바리를 활용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도착지 “수원” 오더를 아쉬움에 또는 금액이 좋아서 수행했더니 연무동 신미주 아파트입니다. 광교산 기슭을 바라보며 터덜터덜 내려 오는데 “연무사거리-인계10K”가 뜹니다. 가고 싶은데(물론 누구나 잡을 겁니다만) 연무사거리가 어디인지, 인계동까지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모릅니다. 결국 “삥바리 안 타!”라고 자위하며 수원역 가는 버스 타고 나가다 보니 바로 다음 정거장이 연무사거리 였던 적 없으신지요. 만약 도착 시간이 버스가 끊긴 시점이라면, 그리고 연무동 오더가 없다면 아마도 물어 물어 북문주변까지 가시리라 생각됩니다.
여기부터가 진짜 광역대리의 시작이며, 이것은 대리일을 마칠 때까지 계속되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서두에 “울트라 캡숑 노가다 식”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많이 걷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몸으로 배운 것은 절대 잊어버리는 일이 없습니다. 오더가 없는 새벽에 외진 곳에 떨어졌다면, 대충 하루 일당만큼을 했다면, 또는 소위 “석”이 죽어서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면, PC방이나 셔틀을 타지 말고 한 시간 정도씩 걸어 보십시오. 어느 도로와 연결되어 있는지, 각종 사거리 이름과 큰 건물들, 어디가 지름길인지, 천천히 느리게 배운 것이 오래 갑니다.
길을 걷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봄에는 따스한 봄기운과 여름엔 장마비에 젖은 무거운 신발의 무게를 느끼며, 가을엔 서늘한 바람, 겨울의 매운 찬바람들이 모두 우리의 즐거움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젊은 날의 실수와 회한들, 스스로 자학한다는 생각을 해도 좋습니다. 밤길을 터벅터벅 걷다가 동료에게 전화 했을 때 “어, 계산동에서 쩔고 있어…” 내지는 “아 띠바, 피씨방이야” 라는 응답을 들으면 왠지 가슴이 뿌듯하고 어깨가 우쭐해지는 느낌이 들 겁니다. 자신이 살아 있으며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 입니다.
길은 어디에나 있고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긴 여행을 하는 자유인 입니다. 느껴 보십시오.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의 차이를
추신; 마지막 두 개의 굵은 문장은 영화 “쇼생크 탈출”과 “매트릭스”의 대사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첫댓글 정말 좋으신 말씀입니다. 쓰신 글만 봐도 수원 인계동 오더는 수행 가능하겠네요~~
영화대사까지 넣고 정성이 가득한 글 잘 보았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네요~~
혈계님도 강서구이시군요 반갑습니다 모임에 좀 한번 오시지요..^^*
참나.... 정말이지... 대리운전 하시는분들.... 대단한분들 많네요... 꾸뻑 (__)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혈계님은 실력과 겸손을 겸비하신분같아요,,~거기다 글재주도 뛰어나시네요,,.일명 킹왕짱..ㅋㅋ 근데 콜마너 오더중 이니셜이 sd라고 나오던데 그마크와 무슨 관련된분이신가요??그냥 궁금해서요,
저도 궁금합니다. 큰 녀석이 초등생시절 부터 쓰던 다음 아이디인데, 녀석도 왜 그렇게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답니다. ㅠㅠ
글에서 좋은사람이라는게 나타납니다..겸손과노력
대단하시네요,,~~~ 전 막콜타고는 거의 걷는편인데,,맨날 같은곳만 걷는다는 ㅡ.ㅡ;,,,,,새로운길도 걸어야할텐데,,오다잡고 도착한후에 ,,,아 또 여기네,,,그때야 안다는,, 머리가 스톤인가봐요,, 님의 글 도움이 많이 될꺼 같네요,,
먼저 웃음이 납니다. ^^ 인계동 무비사거리와 나혜석 거리 이제 안지 두달 정도 지났네요 저 이제 만 팔개월 차입니다 ㅋㅋㅋ. 글만 보고도 한번 만나뵙고 싶은 분이십니다. 글 솜씨도 좋으시고요. 초보분들이 읽으시면 정말 좋은 글입니다. 글 읽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항상 행복하세요. 그리고 정말로 언제 한번 뵙고 이슬이 일병 나누고 싶어요!!!
무비사거리와 나혜석거리가 어디죠? 먼저 인계동에서 여길 몰라서 못잡았는데요...
참대단하십니다 책을발간해도손색이없을 조은글 미소지으며 천천히 읽어봅니다 조은글 감사합니다
'몸으로 배우는 것은 절대 잊어 버리는 일이 없다'는 말씀 공감이 가네요 ...... 혈계님의 경험에서 나오신 노하우를 이리도 친절하게 논리적으로 가르쳐 주시니 아직 길치인 저에게는 무한한 도움이 되네요^^
참 너무나 고마우신 분입니다. 다른분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여 도움을 주시니... 암울한 기분이 풀리며 희망을 보았다면 과장이라 하실런지요..^^*
제일 처음 대리를 햇을때가 머리에 떠오르는군요 ...수원을 잘알지 못하기에 ....익히고 왜우자....신갈 5거리에....영통구 쪽으로 한번 해서 수원역까지 걸으면서 전부 동네를 왜우고 다니고 ...직진하여 원천동쪽으로 해서 아주대 앞삼거리로 해서 수원역을 걸으면서 수원지리를 익혔던게 생각 나는군요....모르면 오기가 나서러도 배우고 익히는게 아주 이젠 도움이 많이 되엇지요...근데 이젠 수원가는 오다는 넘싸서 쳐다 보지도 않게 된게 현실이다 보니...의왕왕곡동에서 성대 2만원 다녔던 시절이 그립습니다...허허허
감사
참으로 좋은 정보 ㄳ합니다^^
서울 정류장에도 예전에는 지도가 잘 나와있었드랬는데 말이죠.어느날 보니 왠 광고만 잔뜩! 괭장 아쉽습니다^^(경기도 지역은 경계지역은 아예없...다른색으로 사알짝 표기해놓으면 좋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