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구두] 38 - 빛과 그림자 (下)
1. S# 바 안. N
재혁 : 결혼 한다 구요?
선우 : ... 네.
재혁 : 다른 남자랑?
선우 : ... 네.
재혁 : 선우 씨가 사랑하는 건 나잖아요! 우린.. 아직도 서로 사랑하고 있잖아요!
선우 : 마음에 있는 말은.. 그냥 마음에 담아두세요.
재혁 : (그 말에 멈칫.. 보면)
선우 : 마음에 있는 말을 하나 둘 꺼내다 보면..더욱 더 돌이킬 수 없게 되요. 그땐 정말로 모두가 상처만 입게 될 거예요.
재혁 : (붉어지는 두 눈.. 선우를 바라보면)
선우 : 다시는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연락한다 해도 다시는 팀장님 만나러 오지 않을 거예요.
(단호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돌아서서 가는데)
재혁, 본다. 보다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선우 쪽으로 무섭게 다가와 선우의 팔을 나꿔챈다.
선우, 멈칫.. 돌아보는 순간 재혁, 그대로 선우에게 키스해버린다.
그 때 바 안으로 들어 서던 현자, 두리번거리다가 멈칫..재혁와 선우가 사람들 보는 한복판에서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순간 선우, 재혁을 밀어내며 재혁의 뺨을 때린다. 멈칫..! 재혁, 선우를 바라본다. 보면
선우, 그대로 돌아서서 나가는데 순간 멈칫! 노한 시선으로 선우를 노려보고 있는 현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선우 :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 겨우) 고모..!
현자 : 너..! 니가 어떻게..! (하면서 재혁 쪽을 본다)
재혁 : (역시 멈칫해서 본다. 보면)
현자 : (다시 선우 쪽을 보더니) 세상에 어떻게.. 어떻게 니가!
선우 : 고모 그게 아니 구요!
현자 : 듣기 싫어! 닥쳐!
선우 : (멈칫.. 본다)
무섭게 노려보는 현자와 시선 돌리는 재혁,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선우.
현자, 무섭게 노려보는 시선에서.
2. S# 평창동 집 앞. (밤)
와서 멈춰서는 차. 운전기사, 문을 열어주면 태희, 내려선다.
아무것도 모른 채 집안으로 들어가는 태희의 모습에서.
3. S# 평창동 거실. N
예산댁 문을 열어준다.
예산댁 : 마침 잘 오셨네요.
태희 : (들어오다 말고 ? 본다. 무슨 소린가하고 보면)
예산댁 : (소파 쪽을 본다)
태희 : (그 쪽을 돌아보면)
고개 숙인 채 앉아 있는 재혁..
태희 : 재혁아..
재혁 : (천천히 고개 들어 태희를 본다)
태희 : 너.. 무슨 일이야?
재혁 : (짐짓 시선을 돌린다)
태희 : (? 본다. 시선에서)
4. S# 김필중의 서재.
현자 : (홱 돌아서서 선우를 노려보며) 니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아무리 오랜 세월 남남처럼 떨어져 지냈다지만,
태희 니 언니야. 장팀장은 니 언니 약혼자구! 근데 언니 몰래 뒤에서 딴 짓을 해?
그것두 세상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서 언니 약혼자하구?
선우 : 고모 그건 오해예요.
현자 : 오해는 무슨 오해?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두 오해야!
선우 : (보면)
현자 : 어떻게든 지 동생 살려 보겠다구 그렇게 동동거리면서 골수이식까지 시켜줬더니 이런 식으루 언니 뒷통수를 쳐?
그게 피를 나눈 자매가 할 짓이야?
선우 : (고개를 떨군다. 떨어지는 눈물..)
현자 : 대체 너 어쩔 생각이야? 무슨 생각으루 장재혁하구 다시 만나는 거야! 어디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 그런 거니? 그런 거야?
선우 : 아니예요, 고모.
현자 : 아니면 뭐야? 어디 속 시원히 니 얘기 좀 한번 들어보자. 대체 어쩔 생각인지. 말해봐 어서!
선우 : 팀장님하고 전 다 끝난 사이예요 고모. 아까는 장팀장님이 술이 너무 취해서.. 그래서 실수하신 거예요.
정말 다른 뜻은 없었어요. 정말 이예요.
현자 : 나는 눈 뜬 장님이니?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쳐다보는 눈빛도 구별 못하는 바본 줄 알어?
선우 : (본다. 보다가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마는데)
태희 : 그만하세요, 고모.
소리에 현자, 돌아보면 태희, 문을 열고 서서 안의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선우, 얼른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시선 돌리면.
태희 : 윤희 넌 니 방에 올라가.
현자 : 올라가긴 어딜 올라가! 아직 내 얘기 다 안 끝났는데!
태희 : 저한테 하세요. 그럼 되잖아요.
현자 : 태희야.
태희 : 뭐 하구 있어. 얼른 이층으로 올라가라니까!
현자 : (본다. 일순 입 다물고 보면)
선우 : (그대로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5. S# 평창동 거실.
밖으로 나오는 선우.
재혁 : 선우 씨.. (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선우를 보면)
선우 : (시선 주지 않은 채 그대로 이층으로 올라간다)
재혁 : (본다. 안타까운 시선에서)
6. S# 윤희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한쪽에 쭈그리고 앉으며 무릎에 고개를 묻는다.
소리 없이 어깨가 가늘게 흔들린다. 모습에서.
7. S# 김필중 서재. N
현자 : 내가 이젠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보게 되는구나! 기 막혀서 눈이 뒤집히질 일이지 이게..
태희 : 그만하세요, 고모.
현자 : 그만하다니! 이게 그냥 모른 척 덮어둔다고 될 문제야? 니 동생하구 니 약혼자, 그 사람 많은데서
공공연히 얼싸 안구 입까지 맞추구 있드라. 그런 데두 넌 아무렇지두 않은 거니?
태희 : ...
현자 : 됐어. 더 두고 볼 거 없어. 너두 이 기회에 장재혁하구 끝내는 거야.
결혼해서 줄줄이 애가 딸린 것두 아니구 지금 세상에 약혼같은 거 깨는 것쯤이야 일두 아니야.
태희 : 파혼 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고모. 문제는.. 재혁이하고 선우예요.
현자 : (? 보면)
태희 : 두 사람 아직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구.. 그것 때문에 서로 많이 힘들어해요.
현자 : 그래서! 니 약혼자 니 동생한테 양보라도 해주겠단 거야 뭐야?
태희 : (본다. 보더니) 두 사람만 좋다 그럼.. 그럴 수도 있어요.
현자 : (입이 딱 벌어진다. 말도 못하고 기가 막혀 보더니) 미쳤구나, 너. 너 지금 제 정신 아니지?
태희 : (담담한 시선으로 보며) 윤희두 재혁이두.. 둘 다 힘들고 외롭게 살아왔어요. 둘 다 버림 받았구.. 상처 받으면서
불쌍하게 살아왔다 구요. 더 이상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더군다나 서로 싫어져서 헤어진 것두 아니구..
두 사람만 괜찮다고 하면.. (하는데)
현자 : 시끄러! 얘가 보자보자 하니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증말?
태희 : 고모...
현자 : 너하구 장재혁 약혼한 거 세상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 근데 뭐? 니 약혼자를 여동생한테 양보해?
너 우리 집안 콩가루 만들고 싶어 안달 났니 지금? 평생 사람들한테 웃음거리 되고 싶어 그래?
태희 : 다른 사람 뭐라 그러는 건 상관없어요. 나한테 중요한건.. 두 사람이 행복해지는 거예요.
현자 : 그럼 너는! 너는 평생 어떻게 살려구 그래!
태희 : (멈칫.. 본다. 말 못하면)
현자 : 혼자 똑똑한 척 잘난 척 그렇게 하면서 너 대체 왜 이렇게 바보천치같이 구는 거야?
니 동생 행복한 것만 중요하구 너는..? 니 인생은 꼬꾸라지든 만신창이가 되든 상관없다, 그거야?
태희 : 고모..
현자 : 안 돼! 절대 안 돼 !두 번 다시 거론할 여지도 없는 일이야.
태희 : (보면)
현자 : 아직 이 집안에서 어른은 나구 내가 어른으로 있는 한 우리 집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용납 못한다. 알았니?
(하더니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태희 : (보면)
8. S# 평창동 거실. N
밖으로 나오던 현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재혁을 보더니.
현자 : 왜 아직까지 거기 그러구 서 있어요? 대체 무슨 낯짝으루 아직 내 집안에 있는 거냐구!
재혁 : (시선 돌리면)
현자 : 챙피하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어떻게 할 짓이 없어 태희 친동생하구.. (하는데)
태희 : (따라 나와) 고모 그만하세요.
현자 : 회장님을 생각해서라두 지가 저러면 안 되는 거야! 태희가 저한테 어떻게 했는데! 염치두 없는 인간 같으니라구..
(그러더니 자기 방 쪽으로 들어가 버린다)
재혁 : ...
태희 : (재혁을 본다. 시선에서)
9. S# 평창동 정원. N
나란히 앉아 있는 태희와 재혁, 서로 표정 없이 다른 곳만 쳐다보고 있다.
태희 : 괜찮아..?
재혁 : (씁쓸한 표정) 괜찮을 리 없잖아.
태희 : 어쩌다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니? (보며)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니?
재혁 :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어. 선우 씨가 니 동생이라는 것두, 니가 내 약혼녀라는 것두..
내 앞에서 선우 씨가 돌아서는 순간..그냥 모든 게 캄캄해 지드라.
선우 씰 붙잡아야 한다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어.
태희 : (본다. 보면)
재혁 : 미안하다 태희야. 너한테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알아. 누구보다 니가 상처 받을 거라는 것도 알구. 근데.. 근데 말야..
태희 : 됐어. 그만해.. 이제 그만 해두 돼 재혁아. 다 알아들었어.
재혁 : (천천히 고개 들어 태희를 본다. 두 눈이 붉어져있다. 미안함..)
태희 : (연민으로 본다. 두 눈에 눈물이 글썽이며 보는데서)
10. S# 이층거실.
힘없이 올라오는 태희, 자기 방 쪽으로 가려는데.
선우 : 언니..
태희 : (멈칫.. 돌아본다)
선우 : (두 손을 꼭 마주잡은 채 잔뜩 걱정 어린 표정으로 본다. 보면)
태희 : 아직 안 자구 뭐해?
선우 : 언니.. 나한테 화 많이 났지?
태희 : (표정 없이 보면)
선우 :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어. 이제 철웅이하구 결혼하게 되니까..
그래서 모든 거 깨끗이 정리하려구 나갔던 건데.. 그랬는데.. (면목 없이 시선 떨구며) 미안해 언니. 내 잘못이야.
태희 : (본다. 보더니 손을 들어) 이리와.
선우 : (멈칫.. 고개 들어 본다)
태희 : 괜찮아 이리 와.
선우 : (본다. 보다가 주춤주춤 다가서면)
태희 : (말없이 꼭 안아준다)
선우 : (글썽..) 언니이..
태희 : 됐어. 니 맘 다 알아. 언니한테 미안할거 없어. 언니.. 괜찮아. (그러면서 말없이 선우의 등을 다독인다. 눈물이 난다)
선우 : (목이 메인다. 글썽이는 시선에서)
11. S# 평창동 거실. N
계단 옆에서 소리를 듣고 있던 현자,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내려온다.
뭔가 대책이 필요한 것만 같다. 생각하는 시선에서.
12. S# 철웅의 집 앞. (D)
대문을 열고 나오는 철웅, 휘파람 불면서 앞에 세워놓은 트럭에 올라탄다.
선우가 선물한 열쇠고리를 달랑거리며 시동 부릉! 걸며 기분 좋게 출발하려는데 그 때 그 앞을 가로막는 세단.
끼-익! 급정거하며 차를 세우는 철웅, 이씨..! 열 받아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더니 그대로 차에서 내려 차 앞으로 다가선다.
철웅 : 이봐 뭐야! 무슨 운전을 그딴 식으루 하는 거야! 어!! (하는데)
뒷좌석 창문이 내려가면서 나타나는 현자의 얼굴. 썬글라스를 벗으며 철웅을 본다.
철웅 : (멈칫! 보더니 얼른 꾸뻑 인사하며) 안녕하십니까.
현자 :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시간 좀 낼 수 있어요?
철웅 : (? 본다. 시선에서)
13. S# 카페.
커피를 저은 뒤 스푼을 내려놓고 마시는 현자. 동작 하나하나가 우아하고 기품 있다.
철웅, 멀뚱하게 그런 현자를 쳐다보고 있다. 대체 무슨 얘기가 나오려나..
현자 : (한 모금 마시고) 올해 나이가 몇이라 그랬죠?
철웅 : 스물일곱입니다. 곧.. 여덟 됩니다.
현자 : 우리 윤희..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철웅 : (순간 씩 웃더니) 전부다요.
현자 : (? 흘끗 보면)
철웅 : 머리끝서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좋아합니다.
웃음소리, 말소리, 화낼 때마다 입 삐쭉 거리는 거까지 전부다요.
현자 : 윤희한테 다른 남자 있었다는 거.. 혹시 알고 있어요?
철웅 : (멈칫.. 본다) 네. 알고 있습니다.
현자 : 그 남자가 친언니 약혼자라는 것도 알고 있구요?
철웅 : (아무래도 이상하다)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으시는 겁니까?
현자 : 두 사람.. 바로 어젯밤에도 만났어요. 단 둘이서 말이예요.
철웅 : (일순 표정 굳어서 본다. 보면)
현자 : 둘 다 아직도 감정정리가 안된 것 같든데.. 어쩌면 박철웅 씨 하고 결혼도 그래서 결심한 건지 모르죠.
아무래도 혼자 힘으론 장팀장하고 못 헤어질 거 같으니까 그쪽한테 도망치듯 매달리는지도 모른다 구요.
(보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장재혁이 정리될 거 같지 않으니까..
철웅 :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현자 : 그런데도 우리 윤희하고 결혼할 수 있어요?
철웅 : (본다)
현자 : 다른 남잘 잊으려구 박철웅 씨랑 결혼하겠다는 아이를..평생 행복하게 해줄 자신 있냐구 묻는 거예요.
철웅 :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본다. 보면)
현자 :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구 우리 윤희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나 더 이상 두 사람 결혼 반대하지 않겠어요.
깨끗하게 허락해주겠다 구요.
철웅 : ! (본다. 보면)
현자 : 왜요? 힘들겠어요?
철웅 : (본다. 흔들리는 시선에서)
14. S# 평창동 거실.
이층에서 내려오는 선우. 그 때 밖에서 돌아오는 현자와 마주친다.
선우 : 다녀오셨어요.
현자 : (흘끗 보더니 그대로 외면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선우 : (시무룩해진다. 표정에서)
15. S# 현자의 방.
안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 현자, 그러다 바깥쪽을 돌아본다. 왠지.. 꺼름찍한 표정으로 보는데서.
16. S# 이층 거실.
위로 올라오는 선우, 마른걸레로 테이블이며 소파 여기저기를 닦는데 그 때 울리는 전화벨.
선우 : (받는다) 여보세요. 어? 철웅아. 니가 어쩐 일이야? 너 지금 일하는 시간이잖아. (하다가) 지금? 어딘데?
17. S# 공원 일각.
한쪽에 세워져 있는 트럭, 그 트럭에 기대어 서서 담배를 피워 무는 철웅,
그 뒤로 프레임 -인 되는 선우 철웅을 본다.
철웅, 기척소리에 돌아보면
선우 : (다가서며) 어쩐 일이야? 여기까지? 너 지금 안 바뻐?
철웅 : (후.. 연기를 내뿜으며 잠시 생각하더니) 너한테 뭐 물어볼게 있는데..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좋겠어.
선우 : 뭔데?
철웅 : 너.. 왜 갑자기 나하고 결혼하자 그런 거냐?
선우 : (본다)
철웅 : (돌아보며) 이유를 알고 싶어. 왜 갑자기 나한테 결혼하자 그런 건지.
순수하게 나하구 결혼하고 싶어 그런 건지..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선우 : (본다. 보더니) 너.. 우리 고모 만났었니?
철웅 : 니 대답을 듣고 싶어. 왜 나하구 결혼하자 그런 거냐? 정말루 장재혁한테서 도망치기 위해서였냐? 그런 거야?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아니라고 대답해)
선우 : (본다. 보다가 시선 떨군다) 미안해 철웅아..
철웅 : (멈칫..)
선우 : 이대로 있으면 팀장님두 나두.. 너무 언니를 괴롭히게 되고 말거 같아서.
차라리 내가 결혼해버리면 그 땐 팀장님도 깨끗이 정리해버릴 거 같아서 그래서..
철웅 : (본다. 허탈해지는 표정) 그게 다야?
선우 : (? 본다. 보면)
철웅 : 혹시 너.. 장팀장 때문이 아니라 니 자신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니가 흔들릴까봐.. 그게 무서워서 나하구 결혼하겠다는 거.. 아니었냐구.
선우 : (본다. 일순 아무 말 못한 채 본다. 보면)
허탈.. 그렇구나. 철웅 더 이상 말을 못한 채 허탈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선우를 등진 채 트럭 쪽으로 돌아선다. 순간.
선우 : 널 좋아해 철웅아.
철웅 : (멈칫.. 그러나 돌아보지 않은 채로 서 있으면)
선우 : 나.. 골수이식 받게 될 때부터 줄곧 생각하고 있었어. 다시 낫게 되면 너하구 결혼 하겠다구..
내가 결혼을 한다면 그건 철웅이 너 밖에 없을 거라구.
철웅 : ...
선우 : 앞으로 살아가면서 너한테 잘 할 거야. 너한테 받은 만큼.. 나두 돌려주고 싶어.
그러니까 나한테두 기회를 줘 철웅아. 응?
철웅 : (어금니를 꾹 문다)
선우 : 안되겠니? 안 되는 거니?
철웅 : (끝까지 대답하지 않은 채 그대로 트럭에 올라탄다)
쿵! 닫히는 문. 선우, 움찔해서 본다. 보면
철웅 끝까지 시선 마주치지 않은 채 그대로 트럭을 출발시킨다.
선우를 뒤로 한 채 멀어지는 철웅.
선우, 멍하니 쳐다보는 시선에서..
18. S# 달리는 트럭 안.
운전하는 철웅, 두 눈시울이 벌개 져있다. 깊히.. 상처받았다. 그대로 핸들을 확 돌리는데서.
19. S# 서준의 레스토랑.
쑥 프레임-인 되는 수탁의 얼굴, 흘끔흘끔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여직원1 : (지나가다) 안녕하십니까. 찾으시는 일행 분 있으십니까?
수탁 : 예 저기.. 박연웅 씨라 구요.
여직원1 : 아, 연웅 씨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프레임-아웃되면)
수탁 : (빙긋 웃으면서 한쪽에서 기다린다)
그 때 뒤에서 민영과 함께 올라오는 서준. 뭔가 즐거운 얘기를 나누는 듯 크게 웃으면.
수탁 : (돌아보다가 멈칫..)
서준 : (알아보고) 어? 수탁 씨 아니예요? 어쩐 일루 여기까지 오셨어요? 우리 연웅 씨 만나러 오신 겁니까?
수탁 : (거슬린다) 우리이.. 연웅 씨요?
민영 : 누구야?
서준 : 어어. 연웅 씨 오빠 후배. 인사해요 수탁 씨 이쪽은 내 친구 채민영 이예요.
민영 : 안녕하세요.
수탁 : (대충 고개로만 까딱한 뒤) 여자 친구신가보네요?
서준 : 남자가 아니니까 여자 친구 맞네요. (빙긋 웃음)
수탁 : (삐딱하게 쳐다본다. 라이벌로서의 경계심으로 보면)
연웅 : 수탁 오빠 어쩐 일이야? (다가서면)
민영 : 안녕하세요, 연웅 씨.
연웅 : 어? 안녕하세요. 요즘 강의 나가신다면서요? 바쁘시겠다.
민영 : 정신없어요. 사람 가르치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웃음)
서준 : 오늘 저녁때 여기서 동창모임 있는데 내 얼굴 보겠다구 미리감치 온 거예요 연웅 씨.
민영 : 웃긴다, 너? 자기가 시간되면 일찍 오라 그래 놓구. 암튼 왕자 병은 알아줘야 해. 안 그래요 연웅 씨?
연웅 : 귀엽잖아요.
수탁 : (잉? 귀여워? 연웅을 보면)
서준 : 거봐라. 들었지? 귀엽댄다, 내가.
민영 : 어이구, 그래. 좋기두 하겠다. 그만 헤죽거리구 시원한 거나 줘. 갈증 나 죽겠다. (웃으면서 안쪽으로 프레임-아웃 되면)
수탁 : 저두 따루 할 얘기가 있습니다, 연웅 씨. 밖에서 기다리죠. 나오세요. (하면서 서준을 흘끗 쳐다본 뒤 프레임-아웃 되면)
연웅 : (? 보면)
서준 : 저 친구 눈빛이 영 맘에 안 든단 말야. 아직두 연웅 씨한테 마음 잔뜩 두고 있는 거 같다 구요.
연웅 : 걱정이 과하십니다, 사장님. (그러면서 나가려는데)
서준 : (잡는다)
연웅 : (? 보면)
서준 : 만약 연웅 씨한테 허튼소리 하면 확실히 못박아둬요.
연웅 씨 임자는 윤서준이니까 딴 맘, 딴생각 하지 말라구 확실히 일러두라 구요. 알았죠?
연웅 : 사장님이야 말루 확실히 해두시죠. 요즘 들어 민영 씨 너무 자주 만나는 거 아닙니까?
서준 : 질투하는 거예요?
연웅 : 질투는 사장님께서 먼저 하셨죠. 저는 예방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이구요.
서준 : (씩 웃더니) 갔다 와요. 십분 넘어가면 내려가 볼 테니까 적당히 얘기 끝내구 올라와요. 알았죠?
연웅 : (씩 웃음) 알았어요. (내려가면)
서준 : (본다. 씩 웃음)
20. S# 바 앞.
서준 : (앞에 앉으며) 여기 시원한 것 좀.
남직원 : 네 알겠습니다.
민영 : 입 찢어지겠다. 연웅 씨가 그렇게 좋니?
서준 : 이뻐. 하는 짓두 말하는 것두 아주 이뻐 죽겠어.
민영 : (본다. 픽 웃음.. 조금은 아쉬움이 있는 그런 웃음으로 고개 돌리면)
21. S# 레스토랑 앞 일각.
연웅 : 무슨 일이야 수탁 오빠?
수탁 : (돌아보더니) 연웅 씨 정말루 저 사장 자식하구 안 끝낼 겁니까? 계속 사귀실 거냐 구요!
연웅 : 그걸 수탁오라버니가 왜 알아야 하는데?
수탁 : 철웅이 형하구 선우 양 결혼하면 그 사장자식하군 사돈지간이 되는 건데..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말이.
연웅 : 겹사돈은 법적으로도 문제없는 관계야. 알어?
수탁 : 겹.. 겹사돈이요? 그럼 저 사장자식하구 결혼까지 생각하구 있다 그겁니까 연웅 씨?
연웅 : 글쎄 결혼을 하든 말든 그건 내 문제지 수탁오라버니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구.
수탁 : 연웅 씨 그렇게 말하면 섭합니다, 제가.
연웅 : 수탁오빠가 왜 섭해? 오빠하구 나하구 무슨 사인데?
수탁 : 그야 어디까지나 연웅 씨는.. 그러니까.. 그게.. (머뭇거리면)
연웅 : 됐어. 됐으니까 그만하구 가봐. 늦었다가 괜히 철웅 오빠한테 혼나지 말구. 어? (하는데)
수탁 : 철웅이 형 오늘 일하러 안 나오셨습니다.
연웅 : (? 본다) 오빠가 일을 안 나왔다구? 왜?
수탁 : 그야.. 모르죠, 저두.
연웅 : (무슨 일이지? 걱정스럽게 돌아보는 시선에서)
22. S# 한강고수부지.
한쪽에 세워진 트럭. 그 한쪽에 앉아 멍하니 흐르는 강을 바라보는 철웅, 한숨.. 내쉬고.. 또 내쉬는 모습에서.
23. S# 일각.
철웅이 가버린 그 자리에 여전히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선우.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서.
24. S# 술집 앞. (밤)
앞에 나와 풍선껌을 씹으며 이리저리 돌아보는 승희, 그 때 종업원1, 지나가자.
승희 : 저기이..
종업원1 : 뭐?
승희 : 오늘 맥주 배달하는 사람 안와? 왜 있잖아. 트럭 몰구.. 우리 가게 맥주 배달 오는 사람..
종업원1 : 아아.. 철웅이 형. 오늘은 안 오는 날이야.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올걸?
승희 : (스치는 실망..) 그래애..
종업원1 : (들어가면)
아쉬운 듯 다시 길 저쪽을 돌아보는 승희. 커다랗게 풍선 불며 쳐다보는 승희의 시선에서.
25. S# 철웅이네 집 거실. N
때르릉 울리는 전화벨.
길여옥 : (수화기를 집어 들며) 여보세요? 어어 선우냐?
박귀중 : (? 돌아본다)
길여옥 : 그래 어쩐 일이냐? 철웅이? 철웅이 일 나가서 아적 안 들어왔는데. 왜? 급한 일이냐?
박귀중 : (보는 위로)
길여옥 : 으응. 그래 알았다. 들어오면 전화왔었다구 전하마. 그리구 너 언제 시간나면 한 번 더 놀러 와라.
저번엔 그냥 가버려서 영 섭섭해 내가. 다음에 오거들랑 천천히 저녁까지 먹구 늦게, 늦게 놀다 그러구 가.
으응.. 그래 알았다. (수화기 내려놓는다)
박귀중 : 선우예요 어머니?
길여옥 : 으응. 철웅이 찾는구나.
박귀중 : 네에.. (시선 돌리면)
26. S# 철웅이네 집 앞 (밤)
핸드폰을 접는 선우, 철웅이네 집을 올려다본다. 한숨.
천천히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쓸쓸한 뒷모습에서.
27. S# 인수 창고. (밤)
깡통 : 느그들 문단속 잘하고, 늦게까지 고스톱 좀 치지 말고 자슥들아.
깡패들 : 네 형님.
인수 : 쉬어라. (걸어 나오면)
깡패들 : 안녕히 가십쇼, 형님! (일제히 인사하면)
인수, 지팡이를 짚은 채 절뚝절뚝.. 걸어 나온다. 그 옆으로 깡통 걸어 나오며.
깡통 : 목도 칼칼한데 어데 가서 쏘주나 한잔 할까? 내 물 좋은데 알아 놨거던? (하는데)
인수 : (걸음을 멈추고 한쪽을 본다)
깡통 : (?해서 같은 쪽 바라보면)
한쪽에 세워져 있는 트럭. 그 옆에 기대서서 담배를 피워 문 철웅, 인수와 깡통을 보더니 담배를 비벼 끄며 두 사람을 본다.
인수, 쳐다보는 시선에서.
28. S# 포장마차. N
술잔을 주고받는 인수와 철웅.
깡통 : 니 얼굴이 우째 그리 죽상이고? 뭔 일 있었나?
철웅 : ... (말없이 술을 들이키면)
깡통 : 아아, 알았다. 니.. 청혼한 거 거절 당했제? 그제?
인수 : (보며) 그런 거냐?
철웅 : 차라리 그런 거라면 기분이 이렇진 않았을 겁니다.
깡통 : 거절당한 것보다 더 나쁜 일이모.. 그게 뭐꼬? 혹시 니 애인 다른 남자하구 바람났나?
철웅 : (씁쓸히 웃더니) 다른 남잘 잊기 위해서.. 그래서 저하구 결혼하고 싶답니다.
깡통 : (마른안주 씹다말고 멈칫.. 본다)
인수 : (보면)
철웅 : 결혼은.. 신성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결혼할 때만큼은..
서로에 대해서 순수한 마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동기나 불순한 이유 같은 게 개입되면 안 되는 거라구..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구요.
인수 : 그런데.
철웅 : 솔직히.. 조금은 배신당한 기분이예요.
깡통 : (백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보면)
인수 : 그래서. 헤어질 생각이냐? 니 애인하구 헤어질 생각까지 하구 있는 거야?
깡통 :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철웅이, 죽었다 깨나도 제수씨랑 몬 헤진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몬 할걸. 안긋나 철웅아.
철웅 : ... (대답 못하면)
인수 : 그런 거라면 깨끗이 잊어라.
철웅 : (본다)
인수 : 결혼은.. 그래 결혼은 신성한 거지.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어.
니가 사랑하는 사람의 잘못을 덮어주고 용서해주고..그리고 끝까지 이해해주는 거다.
헤어질 생각이 아니라면 깨끗하게 잊어주고 받아들여 줘라. 그게 진짜 큰 사랑이야. 그게 진짜 남자가 하는 사랑인거다.
깡통 : 맞다. 내 말이 바로 그 말인기라.
철웅 : .... (여전히 심난하다)
인수 : 니 사랑이 진심이라면 우울해할 거 없다. 괴로워할 것도 없어.
가슴 펴고 당당하게 가서 진짜 사랑이 뭔지 니 애인한테 보여줘. 그럼 되는 거야.
철웅 : ... (본다. 그러더니 말없이 소주를 들이키는 모습에서)
29. S# 평창동 집 앞. N
힘없이 걸어오는 선우. 그 때 한쪽에 세워져 있던 차에서 내려서는 재혁.
선우, 소리에 고개 들어 본다. 보다가 멈칫.. 얼른 시선 돌리고 집 쪽으로 돌아서는데.
재혁 : 선우 씨.. 잠깐 나하고 얘기 좀 해요.
선우 : (돌아선 채) 저는.. 팀장님하고 할 얘기가 없어요.
재혁 : 미안해요 선우 씨. 선우 씨 힘들게 하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요.
선우 : ...
재혁 : (본다. 보며) 평생을 살면서..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어쩌면 단 한번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우 씨한테 그렇게 더 절박했는지 도 몰라요.
선우 : 그게 미련이고 집착일거라는 생각... 혹시 안 해보셨어요?
재혁 : (멈칫.. 본다)
선우 : (고개 돌려 본다. 보며) 그래요. 우리가 사랑했었던 건 사실 이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지금 저나 팀장님이 서로한테 가지고 있는 건 미련 이예요. 욕심이구.. 집착이라 구요.
재혁 : 선우 씨..
선우 : 우리 두 사람의 욕심 때문에 팀장님하고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해요.
욕심은.. 항상 그렇게 불행을 몰고 오죠.
재혁 : (본다. 보면)
선우 : (표 안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돌아가세요. 더 이상 우리 두 사람 때문에 태희 언니나 다른 사람한테 상처주고 싶지 않아요.
재혁 : (허탈..) 미련이고 집착이라 구요..?
선우 : 그럴 거예요. 그게.. 맞을 거예요.
재혁 : (공허한 미소.. 잠시 그렇게 보더니) 그렇군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군요..
선우 : (본다. 보면)
재혁 : 그렇게 보여 졌다면.. 미안해요 선우 씨.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거예요.
다시는 선우 씨나 태희 마음 상하게 하는 일 없을 테니.. 안심하라 구요. 사실은.. 그 약속을 해주려고 왔어요.
선우 : (본다. 반쯤 눈물이 고여 보면)
재혁, 본다. 천천히 돌아서서 그대로 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걸고 한 번 더 선우를 본다. 붉어진 눈시울..
그대로 앞을 보더니 차를 출발시킨다.
선우, 멀어지는 차를 등진 채 그대로 서 있는다. 그러더니 그대로 힘없이 집 쪽으로 돌아서는데
그 때 그 앞으로 천천히 프레임-인 되는 철웅.
선우 : (멈칫.. 본다. 보더니) 철웅아..
철웅 : (본다. 멀어진 재혁의 차를 보더니 퉁명하게) 또 그 사람이냐?
선우 : (시선 떨군다)
철웅 : 이번엔 뭐야? 또 왜 널 찾아온 거래?
선우 : 그냥..
철웅 : 너.. 언제까지 저 사람하구 계속 이렇게 만날 거야?
선우 : 오늘로 끝이야. 더 이상 만날 일 없을 거야.
철웅 : 약속할 수 있어?
선우 : 약속해. (보며) 너두 화 푸는 거지?
철웅 : 그렇게 쉽게 화가 풀릴 문제 아니잖아.
선우 : (본다. 할 말 없다. 시선 떨구면)
철웅 : (흘끗 보더니) 두 가지만 들어줘. 두 가지만 들어주면.. 화 풀어줄 테니까.
선우 : 뭔데?
철웅 : 우선 니가 나한테 청혼한건 무효야. 없던 걸로 하자구.
선우 : (본다. 조금은 서운해서) 그래.. 그러자.
철웅 : 대신.. 내가 너한테 다시 청혼할거야. 역시 청혼은 남자가 해야 제 맛이지.
선우 : ...! (본다. 보면)
철웅 : (쪼끼 안쪽을 들추더니 안에서 장미 한 송이를 쓱 꺼내더니) 이제껏 너만큼 누굴 좋아하고 사랑해본 적 없어.
그리구 그 사랑은 이제 겨우 시작이야. 평생 지켜 주구 행복하게 해 줄게. 나하고 결혼해줘 선우야.
선우 : (뭉클..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선우, 감동해서 보더니 천천히 장미를 받아든다. 툭.. 눈물을 흘리며 씩 웃으면.
철웅 : 아직 한 가지 더 남았어.
선우 : 또 뭔데?
철웅, 본다. 보더니 천천히 선우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일순 멈칫..해서 철웅을 보는 선우.
철웅, 다가가다 멈추고 선우를 본다. 보면. 망설임.. 그러더니 천천히 눈을 감는 선우.
철웅, 천천히 선우의 입술에 키스한다. 드디어 선우와 철웅의 긴 입맞춤..!
천천히 떨어져서 선우의 얼굴을 바라보는 철웅, 안도의 한숨..순간 씩 웃더니 갑자기 두 팔 들어올리며.
철웅 : 이제부터 이선우는 내 꺼다! 이선우는 박철웅 꺼다아아! 아오오!!!
소리 소리치며 두 팔 든 채 선우 주위를 한 바퀴 빙 돌더니 선우를 번쩍 들어 올려 빙그르르 한 바퀴 돌린다.
꼭 끌어안은 채 행복한 철웅의 모습.
철웅의 목을 힘껏 안아주는 선우, 감사한 표정에서.
30. S# 태희의 방.
태희 : (안경을 벗으며 선우를 본다) 뭐?
선우 : 결혼하기로 했다구. 고모가 철웅이한테 찾아가서 승낙하셨대.
태희 : 윤희야 하지만..
선우 : 하게 해줘. 나두 철웅이두 바라는 일이야.
태희 : (본다. 보면)
선우 : 언니. 나 지금 행복해. 그 어느 때보다두 철웅이한테 감사해. 언니보다 먼저 결혼하는 게 좀 미안하지만..
언니만 괜찮다면.. 철웅이하고 결혼 하고 싶어.
태희 : 너.. 그 결혼 꼭 하고 싶니? 정말 꼭 하고 싶어?
선우 : 응. 꼭 하고 싶어.
태희 : (본다. 걱정스럽게 보면)
선우 : 나.. 행복할 자신 있어 언니.
태희 : (본다. 보며) 그래.. 너만 행복하다면... 그럼 됐어.
선우 : 언니.. (그러면서 꼭 안아준다)
31. S# 거실 안.
서준 : 뭐 결혼? 드디어 엄마가 허락 하셨다구? 엄마 어쩐 일이예요 네?
현자 : 어쩌겠어. 즤들이 좋다는데.
선우 : 미안해 서준 오빠. 언니 제치고 오빠까지 제치구 가장 막내가 가장 먼저 결혼한다, 그래서.
서준 : 그게 뭐가 미안할 일이야. 누구든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짝 찾아서 먼저 하는 거지. 축하한다, 윤희야. 진짜진짜 축하해.
현자 : (손에 찻잔을 든 채) 되도록 조용하고 간소하게 하도록 하자. 양가집안 식구들만 모여서 조촐하게 하는 걸루 해.
선우 : 네.
태희 : 평생에 한번 있는 결혼식인데 잘해주고 싶어요. 제대로 된 식장에서 하객들도 다 부르구요.
현자 : 운전기사 아들하고 결혼하는 거 소문낼 일 있니?
아무리 즤들 좋아서 하는 거라지만 동네방네 소문내구 자랑할거 하나 없는 결혼이야.
태희 : (현자 보면)
선우 : 그래 언니. 고모 말대루 식구들끼리 간소하게 하는 게 좋겠어. 나두 초대할 손님 별루 없구, 철웅이 쪽도 그렇구.
태희 : ...
서준 : (분위기 무마하듯) 너희들 신혼여행은 어디루 가고 싶니? 그건 오빠가 결혼 선물로 해줄게.
말만해 어디 가구 싶은지. 어디 해외로 보내줄까?
선우 : 제주도면 돼. 나 아직 제주도도 못 가봤거든.
서준 : 알았어. 그럼 제일 좋은 호텔로 모셔줄게.
선우 : 고마워 서준 오빠. (밝게 웃는다)
태희, 밝은 선우를 보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들어간다.
현자, 서준, 그런 태희를 본다. 선우, 바라보는 표정에서.
32. S# 김필중의 서재.
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미는 서준.
서준 : 누나.. 들어가두 돼요?
태희 : (훌쩍.. 얼른 눈물을 닦아내며) 들어와.
서준 : 울어요?
태희 : 아니이..
서준 : 왜요? 동생이 먼저 시집간다니까 서운해요?
태희 : (고개를 가로젓더니) 나한텐 좀 더 어리광 피워두 될 텐데..조금 더 많이 해 달라구 떼를 쓰는 게 오히려 마음 편할 텐데..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니까 그게 더 가슴이 아퍼.
서준 : (본다. 보더니 옆에 걸터앉아 태희의 어깨를 안아준다) 누나.. 윤희만 행복해하면 그걸루 된 거잖아요.
태희 : 그래.. 그거야 그렇지만..
서준 : 윤희 자신 있어 보였어요. 자기 인생에 대해서도 결혼에 대해서두.. 어쩌면 누나나 나보다도 훨씬 더 강한 앤지도 몰라요.
난 왠지.. 그렇게 느껴 지든데?
태희 :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서준 : 걱정 말아요. 윤희 뒤엔 누나가 있으니까.. (그러면서 누나의 어깨를 다독여준다)
태희 : (시선 돌리는데서)
33. S# 철웅이네 집 거실. N
박귀중과 길여옥에게 큰절을 하는 선우와 철웅. 옆에서 싱글벙글 쳐다보는 수탁과 연웅.
절한 뒤 나란히 앉는 선우와 철웅.
길여옥 : (그저 좋아서) 아이구 보기 좋다. 정말 잘됐어어.
철웅 : (그저 기분 좋아 히 웃으면)
길여옥 : 내 생전에 철웅이 장가드는 것두 보구..더군다나 손주 며느리가 선우라니
이젠 증말 내가 여한이 없다. 여한이 없어.. (하면서 저고리 끝으로 눈물을 찍어내면)
연웅 : 에이 할머니. 이렇게 좋은날 눈물은.. (하면서 자기도 시큰해지는데)
수탁 : 그나저나 어떻게 승낙을 받으신 겁니까? 어떻게 하셨길래 그 집에서 결혼승낙을 하신 거예요?
철웅 : 임마. 천하에 박철웅이가 한번 맘먹어서 안 되는 일 있냐? 더군다나 나만큼 잘생기구 괜찮은 신랑감이 어딨냐구.
안 그러냐 선우야?
연웅 : 어이구, 어이구 못 말려.
철웅의 객기어린 농담에 다 같이 웃는다. 선우도 웃으면.
길여옥 : 아범두 한마디 해야지. 아들이 장가를 든다는데.. 응?
선우 : (박귀중을 본다. 보면)
박귀중 : 너희들.. 정말 잘 살 자신 있는 거냐?
철웅 : 네 아버지. 자신 있습니다.
박귀중 : (선우 보면) 선우두?
선우 : 걱정 마세요. 저희들.. 정말 잘 살아 보일께요.
박귀중 : 그래. 선우 널 믿으마.
선우 : (본다. 따뜻하게 웃으면)
철웅 : 선우 이 집에 들어와 살기로 했어요. 예전처럼 우리 식구 모두 모여서 그렇게 살기루요.
이번엔 연웅이 방이 아니라 내 방에서 나랑 같이요.
길여옥 : 아이구 녀석.. (껄껄 웃으면)
선우 : 아저씨하구 할머니만 괜찮다 그러시면 앞으로도 계속 저희들이 모시면서 살구 싶어요.
연웅 : 에이 언니. 이젠 아저씨가 아니라 아버님이지 아버님.
수탁 : 맞네요. 이젠 아버님이라고 부르셔야겠네요, 선우 양.
철웅 : 어허! 이제부터 너두 선우양이 아니라 형수님이다. 형수님.
수탁 : (웃음) 아 예.. 형수님.. (하하)
선우 : (박귀중 보며) 허락해주시는 거죠? 아버님?
일순 수탁, 연웅, 우와.. 좋아서 연호하고. 철웅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린다.
박귀중 : (글썽.. 감동으로 보며 고개를 끄덕이면)
길여옥 : 고맙구나 선우야. 정말 기특하구 고마워.
철웅 : (씩 웃으며 자랑하듯) 제 마누라잖아요 할머니.
연웅 : 어우 닭살..
일순 웃음이 흐르는 집안.. 선우, 조금씩 이 사람들을 통해 행복이 느껴지고 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철웅을 보는 선우의 얼굴에서.
34. S# 재혁의 사무실 안. N
일손이 잡히지 않는 듯 앉아 있는 재혁.. 나즉히 한숨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면.
오한영 : 퇴근 안하십니까. 팀장님.
재혁 : (돌아보더니) 어 그래.. 먼저 해.
오한영 : (본다. 보며) 괜찮으십니까?
재혁 : (짐짓 웃음 다시 창밖을 본다. 보면)
오한영 : (본다. 안된 듯 보다가 돌아서는데)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오한영, 태희 보더니 얼른 목례, 재혁을 돌아보며.
오한영 : 팀장님.
재혁 : (? 다시 돌아보면)
태희 : (재혁을 본다. 시선에서)
35. S# 바 안. N
나란히 앉아 있는 태희와 재혁.
태희 : 결혼식은 다음 주 토요일 날 하게 될 거야.
재혁 : ...
태희 : 너두 같이 참석해주면 좋겠지만..싫다면 강요하진 않을게.
재혁 : ... (말없이 스카치를 마신다)
태희 : 나는 내 동생이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온 게 항상 가슴이 아프구 불쌍했어.
그런데 지금 동생의 모습을 보니까.. 오히려 내 쪽이 더 한심하게 살아 온건 아닐까 싶어.
물질적으로는 내가 훨씬 더 풍요로웠지만..나는.. 아직도 선우가 웃었던 것만큼 활짝 웃어본 적이 없거든.
재혁 : 어쩌면 너나 나는..그 웃음 때문에 선우 씰 사랑하게 된 건지도 몰라.
태희 : (본다)
재혁 : 그만큼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혹시라도 선우 씨 옆에 있으면 그 행복에 같이 물들지 않을까 하는 바램 때문에.
태희 : (본다. 보더니) 미국으론.. 언제 떠날거니?
재혁 : 인수인계 끝나고 업무 정리 끝나는 대로. 한 한 달쯤 걸릴 거야.
태희 : 꼭.. 떠나야 하는 거니?
재혁 : 여기엔.. 더 이상 내가 있을 자리가 없어.
태희 : (본다. 보다가) 이 다음에..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고 나면..우리도 지금 일을 웃으면서 얘기할 날이 올까?
재혁 : ... 글쎄. (씁쓸한 웃음과 함께 다시 잔을 기울인다)
쓸쓸한 태희와 재혁.. 두 사람의 모습에서.
36. S# 술집 앞. N
멈춰선 트럭에서 술 박스를 나르는 종업원들.
수탁과 철웅, 장부를 들춰보며 숫자를 맞추는 모습.
한쪽에서 반쯤 고개를 내밀고 철웅을 바라보는 승희, 그렇게 바라보다가 잠시 심호흡..
다시 돌아보더니 일부러 씩 웃으며 그 앞으로 다가선다.
승희 : 철웅 오빠!
철웅 : (흘끗 본다. 보더니 다시 장부 들여다보며) 무슨 일이냐.
승희 : 일 언제 끝나?
수탁 : 여기가 마지막인데요, 승희 씨.
승희 : 잘됐네. 우리 어디 가서 저녁이나 먹을까?
철웅 : 그런 돈 있으면 니네 엄마나 갖다드려. 쓸데없는데 쓰지 말구. (돌아서는데)
승희 : 오빠. (하고 잡는데)
철웅 : 이거 놔라. 나 임자 있는 몸이야.
승희 : (멈칫.. 보면)
수탁 : 철웅이 형.. 다음 주 토요일 날 결혼식 올려요 승희 씨.
승희 : (놀란다) 결혼식? 누구랑?
철웅 : 내가 이 세상에서 결혼할 사람이 이선우 말고 또 누가 있겠냐.
승희 : 선우하구.. 결혼을 한다구? 그 집에서 오빠랑 결혼하는 걸 허락했단 말야?
철웅 : 선우가 너두 초대하구 싶어하든데.. 올 수 있으면 오든가.
승희 : (일순 싸늘해지며) 내가 거길 왜? 가서 선우가 얼마나 행복한지 구경이나 하라구?
내 신세가 얼마나 처량한지 되씹어보라 그거야?
철웅 : (그 말에 본다. 보더니) 너 아직 멀었구나. 사람될려면 아직 멀었어. (그러더니) 가자 수탁아. (하면서 트럭에 올라탄다)
승희 : (반쯤 눈물이 고인 시선으로 쳐다보면)
수탁 : 저기.. (하더니 뒷주머니에서 청첩장 꺼내 손에 쥐어주며) 그래두 혹시 시간 나시면 와주십쇼.
철웅 : 뭐하냐! 한수탁!
수탁 : 네 형. (얼른 트럭에 올라타면)
철웅, 그대로 트럭을 출발시킨다. 멀어지는 트럭을 바라보는 승희, 손에는 청첩장이 쥐어져있다.
청첩장을 내려다보는 승희, 천천히 열어본다. 신랑 박철웅.. 신부 김윤희..
그 이름을 내려다보는 승희.. 일순 두 손으로 청첩장을 구그려 뜨린다.
입술을 꾹 깨물며 시선을 들면 한가득 고여 있는 눈물에서..
37. S# 오산댁네 방. N
오산댁, 혼자 앉아서 인형 눈을 붙이고 있다. 바늘에 실을 꿰는데 침침한 듯..
오산댁 : 아이고.. 왜 이렇게 침침해. 가난해지니까 눈까지 나빠지나보네..
황국도 : 워디 봐아. (하면서 오산댁의 바늘 실을 가져와 꿰어준다)
오산댁 : (어깨며 허리며 툭툭 두드리며) 이 기집애는 오늘두 늦을래나..
황국도 : 기집애 콧구멍에 바람 한번 들면 무서운 벱이여.
오산댁 : 하기사. 그렇게라두 견뎌주는 게 다행인지도 모르지. 제하그룹 둘째 손녀딸까지 올라갔다가
하루아침에 밑바닥 신세가 됐으니.. 뭣헌 기집애 같았으면 벌써 머리가 헤까닥 돌아갔을 거야.
황국도 : 승희 고것은 독해서 헤까닥 넘어가는 일은 절대 읎을껴. 걱정 말어. (하면서 바늘 꿴 실을 넘겨주며)
오산댁 : (툭툭 허리를 두드리더니 받아서 다시 인형의 눈을 단다)
그 때 문 두드리는 소리. 오산댁과 황국도, ?해서 돌아보면.
38. S# 오산댁네 부엌.
오산댁 : 누구..세요?
선우E : 아줌마 저예요. 선우예요.
오산댁 : 으응? 선우? (하면서 얼른 뛰어가 문을 열어주면)
과일바구니며 고기칼등을 싼 봉지며 바리바리 들고 들어오는 선우.
오산댁, 얼른 받으며.
오산댁 : 아이구 니가 어쩐 일이냐 여기까정? 응?
선우 : 아줌마 얼굴 뵈러 왔죠. 드릴 말씀도 있구요.
오산댁 : (? 본다. 보면)
39. S# 오산댁네 방.
방한가운데로 내밀어지는 청첩장.
오산댁, 황국도 얼굴을 마주보며 선우를 보면.
선우 : 저 결혼해요 아줌마.
오산댁 : 결혼?
황국도 : 누구랑 하는 거냐?
선우 : 철웅이요.
오산댁 : 철웅이라면 옛날에 우리 국밥집 다 때려 부수던 그 총각?
선우 : (웃음) 네에..
오산댁 : 아니 왜 하필 그런 녀석이랑 결혼을 할라 그래? 세상 남부러울 거 하나두 없는 집안에서.
황국도 : 어허! 이 사람아. 그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랑께. 신분도 돈도 뛰어넘는 것이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 그 말여.
뭘 알지도 못함서..
선우 : 그 날 두 분이 같이 오셔서.. 저 축하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산댁 : 으응? 우.. 우리가? 아이구 얘, 거기가 어떤 자리라구.
황국도 : 맞다. 우리가 낄 자리가 아닌 거 같은디이.
선우 : 이렇게 절 키워주셨는데 시집가는 것까진 봐주셔야죠. 꼭 와주세요.
오산댁 : 그래두.. 그게.. (하는데)
선우 : (가방에서 두툼한 봉투 하나 꺼내 내민다) 그리구 이거.. 받으세요.
오산댁, 황국도 동시에 보면.
선우 : 전에 하시던 가게 문서예요. 은행에 저당 잡히신 거.. 태희 언니한테 부탁해서 도로 찾았어요.
오산댁 : (감동..!) 선우야아...!
황국도 : 시상이 아이구 고마워라! 아이구 고마워. 너는 참말로 사람이 아니라 천사다. 천사여! 이?
아이구 시상이 가게 문서 이게 얼매만이냐 이? (하면서 손을 대는데)
오산댁 : (찰싹! 황국도의 손등을 때린다)
황국도 : (찔끔.. 보면)
오산댁 : (얼른 집어 들고 품에 품으며) 고맙다 선우야. 내가 정말 니 은혜는 절대 안 잊을게.
나 있지. 국밥장사 열심히 해서 잘 살아 볼란다. 정말 고맙다. 정말 고마워.
황국도 : 나두다. 나두여.
선우의 손을 잡고 좋아하는 오산댁과 황국도.
선우, 그들을 보며 웃는 얼굴에서.
40. S# 평창동 전경. (밤)
41. S# 평창동 거실.
들어오는 선우.
현자 : 이제 오니?
선우 : 네 고모.
현자 : 내일부터 시간 좀 비워둬라. 웨딩드레스도 맞춰야 하구, 예물도 골라야 하구.
아무리 간소하게 약식으루 하는 결혼이라지만 기본적으로 준비할 건 해야지.
선우 : 웨딩드레스는 그냥 빌려 입어두 돼요 고모.
현자 : 글쎄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잠자코 따라다니기만 하면 돼.
선우 : (보면)
현자 : 내일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많이 피곤할거다. 그만 올라가 일찍 쉬어.
선우 : 네 고모. (인사한 뒤 이층으로 올라가면)
현자 : (웨딩잡지를 넘기며) 그나저나 요즘 웨딩드레스들은 왜 이렇게 품격이 없는 거야..
(못마땅한 듯 계속 웨딩 잡지 넘기는 모습에서)
42. S# 이층 거실. N
E. 때르릉 울리는 전화벨.
방에서 나오는 서준, 마침 이층으로 올라오는 선우를 본다.
서준 : 지금 들어오니?
선우 : 응. (그러면서 울리는 전화기 보면)
서준 : 내가 받을게. (수화기 집어 든다) 여보세요? 네 맞는데요. 누구십니까? 누구요? 김윤희요?
선우 : (멈칫.. 돌아본다) 누군데?
서준 : (얼른 수화기 막으며) 경찰서야. 싸움 난 술집 여자 둘이 파출소에 잡혀왔는데 자기가 김윤희라고 막 우기는 여자가 있대.
선우 : (? 본다. 시선에서)
43. S# 파출소 안. N
경찰1 : (같이 수화기 막으며 나즈막히) 당신 정말 제하그룹 둘째 손녀딸이라는 거 맞긴 맞아요?
승희 : (번진 화장, 엉클어진 머리..) 맞다니까, 왜? 거기서 아니래? 그 전화 이래 내봐. 내가 말할 테니까 바꿔 달라구!
술집女 : 어이구 지랄하네. 야 니가 제하그룹 둘째 손녀딸이면 나는 대통령 딸이다 이년아!
승희 : (홱 노려보며) 뭐야?
술집女 : 아무리 이런 바닥이래두 상도가 있는 거야. 어디 할 짓이 없어서 남이 먼저 찜한 손님한테까지 군침을 흘려? 어? (순간)
승희 : (머리채를 확! 휘어잡는다)
술집女 : 아악!!! (비명과 함께)
또 다시 엉겨 붙어 싸움을 하는 승희와 술집여자.
승희, 악만 남아 고래고래 고함치며 술집 여자를 흔들어놓는다.
재빨리 달려들어 두 여자를 말리는 경찰들.
44. S# 이층 거실. N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선우.
서준 : 왜? 가볼려구?
선우 : 아무래두 승흰 거 같아서.
서준 : 보나마나 뻔하지. 술 마시다 사고치구 거짓말로 둘러댄 거야.
선우 : 어쨌든 도움이 필요한건 사실이잖아.
서준 : 그래서 정말루 가겠다구?
선우 : 대신 태희 언니한텐 비밀이야. 언니 알면 분명히 걱정할 테니까.
서준 : 암튼 고집하난 태희 누나 저리가라네.
선우 : (픽 웃으면)
서준 : 차키 가지고 나올 테니까 기다려. 아무래두 같이 가야 맘이 놓이겠다. 기다려.
선우 : 고마워 오빠.
서준 : 천만에. (웃으며 방으로 들어가면)
선우 : (이내 웃음기 사라지며 걱정 어린 표정으로 시선 돌리는데서)
45. S# 파출소 앞. (밤)
프레임-인 되서 멈춰서는 고급세단. 함께 내려서는 서준과 선우.
선우, 경찰서를 한번 올려다본다. 시선에서.
46. S# 파출소 안. (밤)
승희, 번진 화장에 아까보다 더 엉클어지고 엉망인 얼굴. 술집여자는 한쪽 코에 솜까지 틀어막은 채 씩씩거리며 앉아있다.
승희, 상처 난 한쪽 볼을 만지며 찡그리는데 그 때 승희 뒤로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선우와 서준.
경찰1 : (흘끗 쳐다보며) 어떻게 오셨습니까?
서준 : 전화 받고 왔는데요. 김윤희 씨가 여기 있다 그래서요.
승희, ?해서 흘끗 돌아본다. 순간 멈칫..
선우, 승희를 본다.
선우 : 승희야..
승희 : (멈칫 굳은 표정) 니가.. 여기까지 왠 일이야?
선우 : 너야말루 어떻게 된 거야? (몰골을 아래위로 보면서) 대체 이게 무슨 꼴이니 너?
승희 : (본다. 고개 돌린다. 일순 자존심 팍 상한 표정..)
술집女 : 이년.. 이거 아주 알콜 중독에 미친년이라니까. 없는 주제에 무슨 놈에 낭비벽은 그렇게 심한지
빚만 해두 몇 천이 넘을 걸 아마? 그 빚 땜에 남에 남잘 꼬시질 않나.. 인간말종이라 구요 아주.
선우 : (안타까운 시선으로 승희 보면)
승희 : 그렇게 쳐다 볼 거 없어. 저기 가서 보호자란에 싸인만 해주구 가. 그럼 돼.
선우 : 너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러구 사니?
승희 : 왜 이렇게 살긴. 몰라서 물어?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서준 : 너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와준 사람한테 무슨 태도야 너.
승희 : 그 쪽은 좀 빠져주시지. 이건 선우하구 나 두 사람의 문제니까.
서준 : 뭐라구? (엄하게 본다. 보더니) 안 되겠다 윤희야. 동정할 필요도 없어. 그만 돌아가자.
승희 : (시니컬한 미소.. 픽 웃으며) 그러든가 말든가.
술집女 : 암튼 저런 년은 감빵에 집어넣어서 몇달이구 푹 썩혀야 정신을 차린다니까는.
승희 : (홱 째리며) 너 조용히 못해! 함부로 나서지 마!
술집女 : 내 입가지구 내 맘대루 말하는데 무슨 상관이야? 불쌍해서 오냐오냐 봐줬더니..
승희 : 뭐야? 이게 근데! (일순 술집여자한테 달려들어 다시 머리를 쥐어 잡는다)
선우 : 승희야!
다시 한판 붙는 승희와 술집 여자.
선우, 얼른 달려들어 승희를 잡고 뜯어말린다.
선우 : 이러지 마 승희야! 그만해! 그만하라구!
승희 : 놔! 이거 안 놔!
선우 : 그만 싸우란 말야 글쎄! (하는데)
승희, 거칠게 선우를 뿌리친다. 그러더니 휘청하는 선우를 향해 돌아서서 그대로 뺨을 짝! 때려버린다.
선우 : !!!
서준 : 윤희야!
술집여자, 경찰들도 일제히 놀라서 쳐다본다.
선우, 고개 돌려 승희를 본다. 승희, 무서울 정도로 씩씩거리며 노려보면.
서준 : (얼른 부축하며) 윤희야. 괜찮아? 어?
선우 : 괜찮아.. (다시 승희를 보면)
승희 : (무서울 정도로 씩씩거리며 노려본다) 너.. 지금 누구 앞에서 가증스럽게 착한 척이야!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누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까지 망가져 버렸는데!!!
선우 : (표정 없이 쳐다본다)
승희 :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이 나쁜 년아. 내 미래두, 철웅 오빠두.. 다 니가 뺏어가 버렸다구.
이제 나한텐 아무것두 없어! 아무것두.. (울컥!)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완전히 끝나버렸다구!
선우 : (보면)
승희 : (툭 떨어지는 눈물.. 부들부들 떨며) 나는 널.. 절대루 용서하지 않을 거야!
니가 행복해지도록.. 절대로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구. 알아들어? (하면서 무섭게 노려본다)
선우 : (시선하나 까딱 안하고 쳐다보면)
승희, 무섭고 표독하게. 뭔가 저지르고 말 듯 한 표정으로 홱 고개 돌리는데서 스틸!
<38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