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잃고 고향 잃고 길 떠난 기러기 가족
처량하고 구슬프고 아프고 슬픈 민족의
애환 서린 슬픈 소리~
기러기 울음~
가을 달밤 하늘에 기이ㄴ...
기러기 소리~
기러기
~ 윤복진~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길을 잃은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로 / 엄마 엄마 찾으며 흘러갑니다.”(1절)
오동잎이 우수수 지는 달밤에 아들 찾는 기러기 울고갑니다.
'엄마엄마' 울고간 잠든 하늘로 '기럭기럭' 부르며 찾아갑니다. (2절)
기러기 1974 이미자 🎈
한 사람의 흔적을 지워버리려 했던 잔인한 과거를 비집고 나오는 기러기 울음소리가 .. ⬇📖
https://www.youtube.com/watch?v=VKVc0TkSKbU
기러기 1974 이미자, 윤복진 작사, 변혁 개사 편곡
산하의 오역 November 11, 2017
[기러기], [가을밤] 그리고 [찔레꽃]
배우 김윤진 출연작 중 [하모니]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실제로 결성돼 대외 공연까지도 했던 청주 여자 교도소 수용자 합창단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였는데
극중 합창을 지도하는 전직 음대 교수 역을 맡은 이가 요즘 [아이 캔 스피크]로 절정을 구가하고 계신 나문희씨였죠.
오랫 동안 성심껏 가르쳐 온 제자가 남편과의 불륜 관계에 있음을 알고 둘 다 살해한 사형수 배역이었습니다.
영화 말미에 그녀의 사형이 집행됩니다.
그때 사형장으로 걸어가는 나문희의 등 뒤에서 합창단원들이 통곡의 노래를 부르죠.
한국 사람이라면 가사는 몰라도 멜로디만큼은 거의 다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 [찔레꽃]입니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좀 전에도 아랫집 아이인지 어른이지 하모니카로 이 노래를 구성지게 연주하는 걸 들었습니다.
(이런 층간소음은 뭐 나쁘지 않네요).
제목도 [찔레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태선 작사 박태준 작곡의 [가을밤]으로도 기억되기도 하죠.
[가을밤]은 유서 깊은(?) 감기약 판피린의 CM송이기도 했습니다.
1절 “가을밤 외로운밤 벌레 우는 밤” 가사가 흘러나오고 “감기 조심하세요” 멘트가 광고를 완성했죠.
그런데 이태선 작사의 [가을밤] 가사에는 ‘찔레꽃’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또 ‘찔레꽃’과 ‘가을밤’은 사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찔레꽃은 봄부터 여름까지 피는 꽃이기 때문이죠.
이 어긋남의 배경에는 이게 원작자의 가사를 싹 뜯어고쳐야 했던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원래 이 노래의 제목은 [기러기]였습니다.
윤복진이라는 작사가의 작품이었죠.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길을 잃은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로 / 엄마 엄마 찾으며 흘러갑니다.”(1절)
그런데 이 윤복진이 월북을 해 버립니다.
월북 작가들의 작품은 80년대 말까지도 봉인돼 있었고 그들의 작품을 대놓고 부르는 것은 ‘사상이 의심스러운’ 행동이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태반이 금지곡으로 묶였지만 몇몇 노래는 없애 버리기엔 좀 아까웠던지 가사를 싹 바꿔 버려 작사자의 흔적을 지우려 했고, 그 결과가 이태선 작사의 [가을밤]이었습니다.
“가을밤 외로운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가을밤 고요한 밤 잠 안오는 밤 기러기 울음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그런데 이 1절 가사는 1929년 12월 7일자 동아일보에 이정구라는 사람의 이름으로 실려 있습니다.
즉 원작자는 이태선이 아닌 거죠. 원작자가 가려진 이유 역시 같습니다. 이정구도 월북했거든요.
그래서 그 이름을 쓰지 못하고 이태선의 이름이 작사가에 오르게 된 겁니다.
이렇게 노래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찔레꽃’은 가사에 없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그 이유는 1972년 가수 이연실이 이 노래에 새로운 가사를 붙여 [찔레꽃]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그 가사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말이죠.
그런데 이연실의 가사 역시 순수한 창작물은 아닙니다.
1930년 이원수 (고향의 봄의 작사자)가 지은 동시에 이미 등장하고 있거든요.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 / 언니 일 가는 광산 길에 피었다오/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배고픈 날 따먹는 꽃이라오. / 광산에서 돌 깨는 언니 보려고/ 해가 저문 산길에 나왔다가/ 찔레꽃 한잎 두잎 따 먹었다오/ 저녁 굶고 찔레꽃을 따 먹었다오.”
여기서 찔레꽃의 모티브를 가져온 이연실은 더욱 가슴을 저미는 가사로 만들어 청아하면서도 구슬픈 목소리에 싣습니다.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 엄마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깊어 까만 데 엄마 혼자서 / 하얀 발목 바쁘게 내려오시네 밤마다 꾸는 꿈은 하얀 엄마꿈 /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즉 이 노래에는 [고향의 봄]의 작사가 이원수와 두 월북자 [기러기]의 작사가 윤복진과 ‘가을밤’을 노래한 이정구, 70년대의 가수 이연실의 감흥과 재능과 자취가 모두 녹아 있습니다.
이렇게 엮이다 보니 계절 감각이 좀 어색해져 버린 겁니다. 찔레꽃이 상징하는 가난의 아픔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이연실의 낭랑하지만 구슬픈 목소리에 실리자 이제 이 노래는 더 이상 동요가 아니라 민요의 반열에 등극하게 됩니다.
고향을 등지고 부모와 이별하여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서울로, 또 타향으로 스며든 사람들에게 이 노래는 성능 좋은 최루탄이었고 비슷한 처지끼리 마음의 벽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안정제였으며 피치 못하게 고향을 가지 못할 때 옥상에 올라 달 보며 부르는 망향가에 사모곡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유명한 가수라면 소프라노 신영옥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인터뷰하면서 그녀가 이렇게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가 참 좋아하신 노래였어요. 엄마 하면 그 노래가 생각날 만큼 자주 불러 주셨죠.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제가 임종을 못했어요. 공연을 앞두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말을 안했던 거죠. 우두커니 거실에 앉아서 그 노래 부르다 많이 울었어요. 2절이 특히 그랬어요. 노래를 끝까지 못 부르고 울었죠.”
어지러운 현대사 속에서 몇 번에 걸쳐 바뀌고 짜깁기되고 변형됐고,
그래서 부르는 사람마다 가사가 조금씩 다른 노래. [찔레꽃] [가을밤] [기러기] 하지만 같은 노래.
그 노래들을 아랫집에서 들려오는 하모니카 소리를 들으며 떠올려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찔레꽃의 새하얀 아픔도 좋지만 윤복진 원작의 [기러기]에 마음이 갑니다.
한 사람의 흔적을 지워버리려 했던 잔인한 과거를 비집고 나오는 기러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고요.
오동잎이 우수수 지는 달밤에 아들 찾는 기러기 울고갑니다.
'엄마엄마' 울고간 잠든 하늘로 '기럭기럭' 부르며 찾아갑니다. (2절)
그리고 광고. 가을은 독서의 계절입니다.
http://www.yes24.com/24/goods/5516064...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 80154960003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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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 ] 이 노래는, 산이슬 [ 마지막 남은 것/별을 헤며 ] [ 1974.06.02 지구 JLS-120865 ]에 실려 있는 노래입니다.
[ 가사 ]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로
엄마엄마 부르며 날아갑니다
먼 산에 단풍잎 붉게 물들면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저 먼 나라로
엄마엄마 부르며 날아갑니다
Side A
1.마지막 남은 것(산이슬)
2.오늘이 가기 전에(산이슬)
3.외로운 마음(산이슬)
4.손에 손을 잡고(산이슬)
5.아름다운 추억(산이슬)
6.하얀 손수건(튄폴리오)
Side B
1.별을 헤며(산이슬)
2.나(산이슬)
3.기러기(이미자)
4.에델바이스(이미자)
5.I Love You (펄씨스터즈)
6.구름타고 가고 싶어(박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