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것은 내가 이 세상에서 발견한 가장 뜨겁고 황홀한 즐거움 중 하나
(삼척 솔비치)
채경숙
여행은 돈이나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이다. 떠날 용기가 있어야 여행을 갈수 있다. 일상의 잡다한 일들에 치이고 스스로 정한 나만의 스케줄까지 겹쳐서 떠나야 할 타이밍을 놓칠 때가 많다. 누군가 떠나라고 등을 떠 밀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 그대가 그대 인생의 주인공이다. 여우같은 여자보다 여유 있는 여자가 되자 .’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서는 여행이 필수다. 여행 할 줄 아는 여자가 인생을 즐길 줄 안다.
사실 나는 삶을 좀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사는 거 뭐 별 꺼 있나? 이러다 죽는 일만 남았는데......가볍고 편안하게 살아가야지.....
나는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할 책임이 있어. 그래 선택 했어 여행을......
자꾸 이유를 붙여서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은 내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것이야. 그러니 그냥 맘 가는 대로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무엇이 나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가 나 자신에게 충실해 보는 거야. 이렇게 자신에게 충실하게 살아가기로 했다.
숙소를 예약하고 운전 할 사람이 정해지니 일사철리 출발하게 되었다. 준비물은 이쁨....하나면 충분하다.
늦은 아침 시간 4명의 여자들만 한차에 타고 마음가는대로 떠나 보기로 했다. 물론 지난 3월 달에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동해안을 어슬렁 어슬렁 여유있게 여행하기로 했다. 여행은 행복의 조건을 두루 갖추었기에 낡은 반복으로부터 무조건 벗어나 보기로 했다. 물론 나의 머리 속에는 오래 전에 울진에서 살았기 때문에 명소들을 떠 올려 보긴 했지만 정해진 곳은 없다.
먼저 카페인의 응원을 받기로 했다. 화진휴게소 옆에 있는 투썸 플레이스에서 바닷 바람으로 살짝 허파 꽈리를 부풀리기로 했다. 여자 넷 상상이 가는가? 수다도 수다지만 ‘와! 바다다!’ 감탄사들을 연발하면서 함박 웃음을 온 얼굴과 몸에서 발사를 한다. 감탄하는 삶이 얼마만이던가? 일상에서 벗어나야 감탄 할 일들이 많아진다. 특히 여행을 갔을 때 더 많아진다.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가야 더 기분이 좋아서 감탄사가 많아진다. 나는 감탄사가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여행은 행복이다.
출발~~~~
이제는 점심을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마침 후포에 백년 손님(남서방)을 촬영한 곳 근처에 동심 식당이라고 전복죽이 맛있는 집이 있다. 화려하거나 깔끔한 편은 아니지만 맛집이다. 전복죽을 기다리면서 후포 등기산 등대를 구경할 수도 있다. 우리는 등기산 공원(갓바위 전망대)에 올라가서 갓바위와 동해 바다를 보면서 또 한번 탄성을 질렀다. 쪽빛 바다와 갓바위 그리고 조용한 전망대에서 홀가분한 4명의 여인들~~
전망대에 적힌 시를 흥얼거렸다.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신경림의 동해바다 시를 복창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최고의 사랑은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다. -고도원
전망대를 올라 갔다 오면 전복죽이 나온다. 반찬은 딱 3가지다. 된장에 무친 풋고추와 젓갈이 듬뿍 든 미역무침 그리고 김치다. 고소한 맛이 쓰나미처럼 몰려 오는 갈색 전복죽의 맛은 먹어 본 사람만이 안다.
쪽빛 바다 동해를 끼고 천천히 가면서 최근에 공부한 현실 치료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현실치료는 상담기법 중의 하나이다. 선택과 책임에 관한 내용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선택한 다음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라는 이야기였다. 현실치료(reality therapy)를 창시한 윌리엄 글라써(William Glasser)는
내담자의 감정보다는 행동에, 과거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둔다.
현실치료는 내담자가 사랑과 인격에 근거하여 성공적인 자아정체감(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정하는)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치료 방법이다.
차안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가다 보니 벌써 망양휴게소까지 왔다.
전망좋은 카페에서 또 카페인의 응원을 받아서 출발하기로 하고 2층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갔다. 옥색빛을 띠는 동해 바다의 시원한 바람이 온 몸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전망이 좋아서 동해안을 올때마다 들러서 잠시 망망대해 바다를 보면서 잠시 동안이나마 현실에서의 크고 작은 고민들을 날려 보내곤 하는 나만의 아지터이다.
드디어 솔비치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빨리 하지 않은 관계로 전망은 그닥이었지만 암튼 바다가 살짝 보이는 방에 짐을 내려 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묵호항으로 출발~~~
싱싱한 회와 따끈한 메운탕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음 어슬렁 어슬렁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중 출렁 다리를 발견했다. 가 봅시다.
언덕 위를 올라 출렁 다리를 지나니 묵호 등대라는 팻말과 등대 카페가 나왔다. 보름 달은 두리둥실 떠 있고 어스럼 달빛에 비친 마을은 마치 이세상이 아닌 듯 고요하다. 멀리 고깃배들이 보이고 순간 누군가가 심상대 소설 ‘묵호를 아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어둠 저편으로 한 송이 커다란 꽃무늬 스카프를 감추며 사라졌을 때 내 앞에는 새로운 바다가 놓여 있었다. ’
그 바다가 내 눈앞의 바다라는 말이지......
이 언덕 마을이 논골담길 벽화마을이란다. 멀리 동해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는 점과 이곳 지역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벽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고 정감이 가는 동네이다. ‘찬란한 유산’드라마 촬영지이기도 하다고 팻말이 적혀 있다. 드라마는 보다가 말다가 해서 딱히 기억에 남아 있지는 않지만 일행중에 이곳 언덕빼기 마을이 나왔다고 한다.
억센 바닷가 생활과 항구 언덕 위에 대충 집 짓고 살아가는 가난하고 고달픈 어촌 마을 사람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벽화들은 고통의 삶을 해학적으로 승화시킨 벽화들이다. 논골담길 벽화 마을은 등대가 있는 바닷가 가파른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데 아래위로 오르내리는 총 네 갈래의 길이 있다. 우리는 논골 1길로 올라가 묵호 등대와 출렁 다리를 볼 수 있었다.묵호 등대 바로 아래에 등대 카페가 늦은 시간인데도 문이 열려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카페 마당 흔들 의자에 앉아서 동해 바다와 보름 달을 보면서 차를 마시는 기분은 이국적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등대는 문이 닫혀 있었다. ‘미워도 다시 한번’ 촬영지이기도 한 이 등대에 다음에는 꼭 들어가 보고 싶다.
저녁을 먹기 위해 온 묵호에서 이렇게 멋진 어촌 마을을 구경하다니 정말 뜻밖이었다.
솔비치로 돌아오니 신천지다. 얼마전 부루나이 7성급 호텔에서 지냈었는데 이곳도 7성급 못지않게 아름답고 깨끗하였다. 흰색과 파란색으로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하게 한다. 산토리니 광장이 너무 이국적이고 멋있었다. 산책을 할 겸 늦은 시간 잠시 산토리니 광장에서 사진도 찍고 조형물들을 구경하였다. 워터 파크는 바다와 인접해 있어서 물놀이를 하면서 바다를 볼 수 있다. 아무리 피곤해도 한잔의 술은 건너 뛸수 없는 유혹이다. 와인과 치즈 약간의 과일을 앞에 놓고 현실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기로 했다. 약간의 스트레칭으로 마무리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느긋하게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리조트 주변 산토리니 광장을 중심으로 마마티라카페까지 가볍게 산책하기로 했다. 해안가 쪽으로 길을 따라 쭈욱 걸으면서 추암과 맑은 동해 바다를 구경하였다. 한적하면서도 깨끗한 동해 바다를 구경하면서 시원한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 마셨다. 오랜만에 여유있게 여행을 하는 것 같다. 늘 시간에 쫓기고 예약에 쫓기다 보면 집에 와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산토리니의 어느 바닷가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자 넷 아직 우리들의 모임에는 이름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이 두 번째 정모가 아니던가.
‘빨주노초’ 어때요? 네 명이고 다들 색깔들이 조금씩 다르니 빨주노초로 정하는 것이 어떠냐고 내가 제안 하였다. 나는 이름 짓기를 좋아한다. 창의적이라고들 한다.
주황색 바지를 입고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은 ‘나는 주황이 좋아요.’를 외친다. 현실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신 분이다.
‘저는 초록이 좋아요.’유아음악, 부모교육, 우리아이 바른 습관등 끊임없이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계는 분이다. 최근에 현실치료 공부를 하셨다고 한다.
‘저는 노랑입니당.’ 작년에 함께 근무하면서 마음이 따뜻하시고 몸과 마음이 조화로운 분으로 최근에는 몸살림 공부를 하고 계신다.
그럼 나머지는 빨강~~~ 역시 열정적이신 분이니 빨강이 최고 잘 어울리십니다.로 밀어 붙이는 바람에 나는 빨강이 되었다. 마침 내게는 빨강머리핀이 있었다.
참 유쾌하면서도 서로 통하는 네사람이다.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남편이야기, 시댁이야기,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각자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받아들이고 현실에 적용해 보는 일들이 즐겁고 유쾌하다. 공허하지 않고 알찬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눈앞에 걸어야 할 길과 만나야 할 시간이 펼쳐져 있는 사실만으로 여행자는 충분히 행복하다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 여행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늘 거기에 있었지만 미처 눈여겨 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주어 매일을 풍요롭게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사는 재미이다.’
최근에 필사한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우리가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행이 우리를 만들어 나간다는 말이 있듯이 여행을 통해서 나의 삶이 조금은 풍요로워지고 상큼한 양념이 되어서 더 멋져지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나답게 여행을 자주하면서 현재에 집중하고, 이렇게 글을 열심히 쓰는 것이 요즘 나의 삶의 목표이다.
내가 나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하루 하루였으면 좋겠다.
여행 이것은 내가 이 세상에서 발견한 가장 뜨겁고 황홀한 즐거움 중 하나다. 또한 연애 다음으로 나를 들뜨게 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첫댓글 연애 다음으로 나를 들뜨게 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그렇군요. '여행은 어딜 가느냐 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하는 말이 떠오릅니다. 각기 개성이 강한 분들의 모임. 빨주노초. 멋집니다! 저는 지금 감기몸살 중입니다. 아이고~ 온 삭신이 쑤십니다. 하루종일 자리에 누워만 있었더니 잠도 안오고, 이렇게 앉아있습니다.
향목님 감기몸살과 화해하시고 일어나셔서 살금 살금 다녀보시길~~~~어딘가에 몰입하는 것이 행복일지도 모릅니다.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긴다. 저의 슬로건입니다.
력셔리한 호텔
뷰가 좋은 까페
신선한 공기의 산책로와
묵호항. 바다
맛있는 음식
코드가 맞는 여행친구들
행복한 한때 가장 좋을때이겠지요?
여행은 우연히 만난 사람이나 뷰가 너무 좋을때 더 큰 행복을 느끼는 것~~~!묵호항이 그랬습니다. 묵호항 은모래횟집에서 맛있는 회를 먹고 계산하려고하니 어느 신사분이 계산하고 가셨다네요. 우잉~~~알고보니 우리 여행친구중 묵호화력 발전소에 근무하시는 형부께서 처제가 맛집을 물어보니 은모래횟집을 소개했고 또 계산까지 하고 가셨다는~~~~~참 여행은 이렇게 감동을 줄때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