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문인희(23)씨는 상하이 태평양백화점에 가면 꼭 한국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 매장에 들른다. 문씨는 그 이유를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 ‘라네즈’의 인기가 높아 자랑스럽고, 모델로 한류스타 전지현이 활동하고 있어 매장에서 전지현의 화보를 보면 반가운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문씨의 중국 친구들 역시 라네즈 화장품을 선호해 문씨가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한국의 라네즈 제품을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
▲ 라네즈 상하이백화점 프로모션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여러 나라에서 명품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효과적인 이미지 구축 전략을 수립했고 효율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것이 주효했지만 근본적인 성공 비결은 역시 높은 품질에서 찾아야 한다. 태평양 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그 이유를 “한국인은 일본인과 함께 세계에서 피부가 가장 민감한 민족 가운데 하나다. 한국인이 만족하는 제품은 그만큼 만들기 어렵지만 일단 개발하면 세계 어딜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제품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화장품 시장 1위 업체인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의 훌륭한 품질과 높은 안전성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향후 2~3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 확대에 집중하여 해외 매출 비중을 2015년 2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진 후 세계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상품의 해외진출 성과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 국내에서 삼성에 밀렸던 LG는 뛰어난 기술력과 통찰력 있는 마케팅을 바탕으로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이마트, 농심, 오리온 등도 해외진출에 성공한 대표적 기업들이다. 경쟁업체와 경쟁상품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한국 상품에 대해 날카롭게 평가한다. 때문에 상품 품질을 보다 높여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평가를 통과해 인정 받은 기업들은 세계로 눈을 돌렸다. 이제 식품, 통신, IT(정보기술), 할인점 등 다수의 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딛고 해외에 진출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태평양 측의 설명처럼 치열한 내수 시장 속에서 한국인이 만족하는 상품은 그만큼 만들기 어렵지만 일단 그 속에서 살아남아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어딜 내놔도 손색이 없는 상품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빠르고 친절하며 소비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한국식 경영 전략이 적용되면서 한국 기업은 해외에서 깊이 뿌리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농심 ‘한류’ ‘바둑’ 이용한 ‘고급 라면’ 마케팅 중국 틈새시장 파고들어… 미·일서도 인기
국내 식품시장에서 소비자에게 꾸준하게 사랑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까다로운 입맛을 갖고 있는 한국인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데에는 엄청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심은 1975년 농심라면을 개발하며 국내 입지를 굳힌 뒤 식품업계에서 경쟁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에도 변함없이 한국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듭된 연구와 개발은 그대로 상품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고 높은 품질을 국내 시장에서 인정 받은 농심은 더 큰 시장으로의 도약을 위해 중국 진출을 추진한다.
이미 여러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라면 시장에서 농심은 차별화를 위해 매운 맛을 가진 신라면을 내세우면서 고급품으로 홍보했으며,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용기면이 아닌 끓여먹는 봉지면이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또한 적극적인 광고 및 홍보, 한류와 바둑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 고급라면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현재 농심의 제품은 중국 동북부와 동남부를 중심으로 외국계 할인점에서 주로 팔리고 있으며, 가장 인기 있는 라면 중 하나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에는 로스앤젤레스에 공장을 건설해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일본에서는 인기상품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으며, 중남미·러시아·동남아 등으로도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며 내공을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SK네트웍스 한국서 성공한 사업 모델 그대로 적용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야심
2005년 9월 중국 시장에 진출해 상하이 지역에 4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SK네트웍스의 자동차 경정비 브랜드 ‘스피드메이트’는 얼마 전 중국 내 3만여개의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최대 정유사 사이노펙과 제휴하면서 중국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 ‘스피드메이트’는 자동차 경정비뿐만 아니라 중고차 매매와 중고차 관련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브랜드다. 중국에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전역에 매장을 확대해 현지 시장 내 1등급 자동차종합서비스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SK네트웍스의 목표이다. 이는 중국을 단순한 수출시장이 아니라 ‘제2의 내수시장’으로 보는 시각이다.
오리온 동양의 부드러움으로 포장한 초코파이 러시아서 돌풍, 파이류 시장 60% 점령
▲ 러시아의 오리온 초코파이 홍보버스
오리온은 동양적인 개성을 포기하지 않고 편안함·따뜻함·부드러움의 이미지를 지키며 중국·러시아·베트남 등의 국가에 진출했다. 특히 기온이 낮고 건조한 환경의 러시아 사람들에게 달콤한 초콜릿과 촉촉한 파이가 합쳐진 저렴한 오리온 초코파이는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초코파이는 당연히 빠르게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현재 리서치 기관인 AC닐슨러시아에 따르면 오리온 초코파이의 러시아 파이류 시장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이처럼 오리온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면서 미투(모방) 상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러시아 지역 업체뿐 아니라 네슬레의 ‘클래식’, 영국 버튼사의 ‘웨건 힐’, 이탈리아 페레로사의 ‘킨더델리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모방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러시아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의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바게뜨·롯데리아 파리바게뜨 - 고급 인테리어로 호화 주택가 공략 롯데리아 - 한국적인 맛, 베트남 시장 40% 점유
▲ 중국 ‘최고급 유명 제과점’으로 선정된 상하이 구베이의 파리바게뜨.
파리바게뜨는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빵과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국식 베이커리 카페 형태 매장으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고급 주택가를 공략하고 있다. 한편 패스트푸드 체인 롯데리아는 베트남 진출 11년 만에 현지 패스트푸드 시장점유율 40%를 넘겼다. 롯데리아 측은 “현지화와 한국적인 맛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류의 영향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 셔틀버스 대기실·모니터링 제도·시식회… ‘고객만족’ 내세운 한국식 서비스로 승부
상하이 내 이마트 8개 점포 중 유일하게 도심에 있는 라오시먼점은 외적 조건만 보면 같은 상권에 있는 프랑스계 대형마트 까르푸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주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점장 간담회를 열며 신선상품 시식회를 마련하는 등 경쟁업체가 하지 않는 고객 관리 활동을 한다. 서비스 모니터 제도를 운영하고 주부로 구성된 비밀 모니터가 매월 청결과 서비스를 수시로 점검한다. 또한 점포 오픈 기념으로 적십자 기금마련 사랑의 케이크 판매 행사 등 고객만족서비스를 진행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마케팅 방법이다. 또한 이마트는 중국의 일반적인 창고식 할인점과 달리 백화점처럼 고급스러우면서도 편리하고 쾌적한 쇼핑 환경을 내세워 차별화된 고급형 할인점임을 부각시켰다. 넓은 매장과 고객 눈높이에 맞춘 낮은 매대, 디자인을 강조한 안내문, 상하이 지역 최초로 TV시청 시설을 갖춘 ‘셔틀버스 승객 전용 대기실’ 등은 중국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마트 측은 “중국 내 유통업체 간 상품의 수준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서비스 수준 차이”라며 “한국식 마케팅은 앞으로 더 확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에 가격에만 중점을 두던 중국 고객들이 이제 품질과 서비스를 더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 상하이의 이마트 라오시먼점
이마트는 지난 8월 21일 중국 장쑤성 우시시 시산구에 중국 내 14번째 점포인 시산점을 오픈했다. 이마트 시산점은 대규모 상업 시설 입구에 위치해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시산점은 이전까지 기존 사업자가 조성한 건물을 임차해 점포로 개점해온 이마트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조성한 자가(自家) 점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첫 자가 점포 출점은 향후 중국 이마트 출점 방식 다양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SK텔레콤 컬러링·다양한 요금제 등 부가서비스 미국·베트남·몽골 등 세계시장 사로잡아
미국·중국·베트남·몽골·이스라엘·프랑스 등 전세계를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성공은 신선한 한국식 서비스의 공이다. SK텔레콤은 1999년 첫 번째로 진출한 몽골에서 최초로 CDMA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Voice SMS, 컬러링 서비스 런칭 등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다양한 부가서비스 도입으로 가입자 23만명을 돌파했다. 또한 SK텔레콤은 베트남에 ‘S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부가서비스로 컬러링을 도입해 왔는데 처음 들어보는 컬러링에 베트남 사람들은 열광했고 컬러링을 듣기 위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대는 스팸콜이 유행할 정도였다. 베트남 업체는 비슷한 서비스를 내보내기도 했다.
또한 선불요금제가 주를 이루고 있는 베트남 이동통신시장에서 한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후불제와 비슷한 ‘포에버요금제’의 도입은 큰 성과를 가져왔다. 또 한국의 커플요금제와 포에버요금제를 결합한 ‘포에버커플요금제’를 선보였다. 싼 기본료에 커플간 무제한 통화라는 파격적인 조건과 멤버십 마케팅, 극장무료관람 등의 혜택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처럼 요금제 개념이 한국만큼 다양하지 않은 해외에서 무선인터넷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요금제와 정액제, 종량제의 장점을 갖춘 기본요금제 등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한 것도 해외 가입자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
BBQ 미국에서 한국식 ‘빨리빨리’ 마케팅 펼쳐 호응 43개국 진출 성공… 유럽·북아프리카도 도전
▲ BBQ 뉴욕점
국내 외식업체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내세우는 무기는 한국적 서비스다. 특히 토종 치킨 브랜드 BBQ는 프랜차이즈 치킨 사업의 본고장인 미국 캘리포니아에 진출해 빨리빨리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웠다.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의 음식점처럼 식탁에는 벨을 설치해 종업원을 부를 수 있게 했다. 뉴욕의 BBQ매장은 교통체증을 감안해 자전거 등을 이용한 총알 배달을 실시하고 있다. 또 매주 목요일마다 한국의 회식 문화를 본뜬 가라오케 데이(매장에서 음식을 먹으며 기계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게 해주는 날) 이벤트를 열고 있다. 교민이 운영하는 BBQ 버몬트점은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평일은 자정, 주말에는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 한국식의 영업 시간제를 도입함으로써 교민들의 호응은 물론 현지인들의 호기심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다. 현재 BBQ의 해외 진출국은 43개국에 이르며 운영 중인 점포는 250여개다. 앞으로 독일·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와 모로코·알제리·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 한국 진출 외국 기업의 현지화 전략은 어떤가 |
마늘·김치 메뉴 만들고 햄버거 배달하고 ‘한국적 마케팅’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최대한 한국적인 방법으로 현지화를 통해 깐깐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외식업체들의 경우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마늘이나 김치를 이용한 한국만의 메뉴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4월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아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4시간 배달 서비스 맥딜리버리를 확대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 측은 “한국은 자장면부터 치킨, 피자, 돈가스까지 이미 오래 전부터 배달문화가 발달해 있다”며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본 결과 소비자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이었고 충분히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절반이 넘는 점포에서 시행 중인 24시간 영업도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한국맥도날드의 한국 현지화 작업으로는 휴대전화 주문서비스가 추진 진행 중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부터 서울 신촌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주문을 하는 터치 오더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이는 전세계 매장에서 처음 적용한 것이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지난해부터 수도권 매장에서 경기미로 만든 떡을 판매하고 있다. 딸기편과 쑥편 등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춘 떡들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아침에 빵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한국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