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방> - 돌샘/이길옥 -
탄력이 빠져나가 쭈글쭈글한 껍질의 주름을 화장품 두껍게 발라 감춘 할머니 한 무리를 태운 버스 기사의 기분이 좋아집니다.
짙은 화장품 향이 버스 안에 가득 차 출렁일 때마다 할머니들의 괴성이 한 옥타브씩 올라가면서 흥의 옷고름을 풀고 몽롱하게 풀린 기분의 부피에 따라 주머니가 두둑해지기 때문이지요.
마음 상하는 말은 접어 의자 밑에 깔고 앉아 아니 꼬아도 분위기에 끼어 기분 맞춰줘야 판이 커진다는 경험을 동원해 야리꾸리한 이야기로 패를 잡은 기사님의 흥에 할머니들의 호기심이 팁을 물어 나릅니다.
오늘따라 기사님의 입담에 화통을 달았습니다.
들썩이는 어깨에 얹혔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화장품 냄새에 땀 냄새가 스며도 출렁거리는 버스 안은 즐겁기만 합니다. 땀범벅이 된 속옷이 척척하게 감겨도 마냥 좋기만 합니다.
첫댓글 할머니들도 이런 날이 있어 스트레스를 풀겠지요.
근데 이상하게 할아버지들만 태운 관광버스는 없나 봐요.
開東 이시찬 시인님, 댓글로 같이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일에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온 시골 할머니들이 생전 처음으로 해방되는 날이라 때 벗기고 광 내고 치장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흥분으로 들뜨고 두근거리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싣고 떠나는 버스 안은 바로 천국이고 극락이 되고 말지요.
숨겼던 끼와 재주 자랑에 열 오른 할머니들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본 기사님의 부축으로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어지면 할머니들의 주머니의 지퍼가 열리고 기사님은 더욱 열을 내어 부채질로 두려움을 몰아내다 보면 주머니가 비어도 아까운 것이 없어지는 할머니들입니다.
뒷일은 이미 혼을 잃고 말았으니 어쩌죠?
"기분의 부피에 따라 주머니가 두둑해진다” 어르신들의 해방과 흥취가 보상에 이르는 이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관광버스춤을 함께 추는 느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영준 시인님, 댓글 감사합니다.
시골 할머니들의 밤잠 설치며 다듬고 꾸민 나들이가 흥분으로 흥청입니다.
흙을 벗하며 살아온 세월에 처음 맞는 여행에 가슴 설렙니다.
이런 할머니들을 태운 버스가 덩달아 기분 좋게 출렁입니다.
일에서 해방된 자유로움이 한 잔 술기운으로 하늘 높은 줄 모릅니다.
풀어진 몸과 마음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성과 광란의 몸부림으로 버스는 흥분의 도가니로 들끓습니다.
이때다 기회를 노리던 기사님의 합세가 더욱 열 오르고 꼭 닫았던 할머니들의 지갑의 지퍼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버스 안이 무릉도원으로 변하기 시작하여 요지경 속이 됩니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행복의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