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노필의 '미래의 창' 합계출산율 감소 속도 예상보다 빨라 6년 뒤 인구유지선 밑돌 전망
장기적인 인구 흐름을 예측하는 데 주요하게 이용하는 지표로 합계출산율이 있다. 여성이 가임기(15~49세) 사이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를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한다. 그래서 인구치환 수준(replacement-level fertility)으로도 불린다. 합계출산율이 이보다 높으면 인구가 증가하고 낮으면 감소한다.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은 2023년 말 현재 0.72명으로 인구치환 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한 인구 감소를 예고하는 수치다.
현재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인구치환 수준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각국의 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2030년에는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이 인구치환 수준인 2.1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20세기 이후 급격히 증가해 온 세계 인구의 흐름이 바뀌는 전환점이 불과 6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지표평가연구소(IHME)는 1950~2021년 세계 204개국 인구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2.23명인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이 2030년부터 인구 유지 수준(2.1명)을 밑돌기 시작해 2050년 1.83명, 2100년 1.59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고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 한국, 세기말까지 합계출산율 1명 미만 전망
이번 예측은 유엔 인구부가 2022년 인구보고서에서 제시한 2056년, 올해 초 오스트리아 비트겐슈타인 센터가 예측한 2040년보다 훨씬 빠르다. 연구진은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에 맞춰 적절한 교육과 피임정책을 시행하고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하더라도 합계출산율은 2050년 1.65, 2100년 1.62명으로 인구치환 수준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이번 예측을 위해 그동안의 학력, 피임약의 접근성 외에 거주지의 인구밀도, 5세 미만 사망률 등의 변수를 더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머레이 소장은 "해가 갈수록 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예측마저도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에 세계 인구 1위 자리를 내준 중국의 경우 예상보다 10년 빠른 2022년 초 인구 감소 사태를 맞았다.
연구진은 합계출산율이 인구치환 수준을 웃도는 나라는 2021년 현재 94개국에서 2050년 49개국으로 줄어들고, 2100년에는 사하라 이남 개도국 3개국을 포함해 6개국으로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한국의 합계출산율 전망은 실로 충격적이다. 2050년은 물론 2100년에도 합계출산율이 0.82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2100년 0.95명으로 세기말까지 합계출산율이 1.0명을 넘지 않는 유일한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사 당시인 2021년 26만 9천명이던 출생아 수는 2050년 18만명, 2100년 6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2023년 한국의 출생아 수는 23만 명이다.
▷ 저출산과 다출산이 초래하는 리스크란
물론 합계출산율이 인구 유지 수준을 밑돈다고 해서 당장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떨어진 출산율이 반영되려면 인구 재생산 기간, 즉 30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패트릭 겔런 유엔 인구부 인구 추정 및 전망 부문 책임자는 급격한 출산율 저하의 문제점으로 "이런 추세가 세계를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저출산 국가와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부양하는 다출산 국가로 양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노인 부양 부담이 급증하는 다출산국이 주로 사하라 사막 이남의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라는 점을 들어 이들 국가의 인구 증가는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알렉스 에제(보건학) 드렉셀대 교수는 "전환점이 언제 오든 출산율 격차가 벌어지면 다른 격차도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출산율이 인구치환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고소득 저출산 국가의 경우 노동력 부족과 의료시스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압박한다. 반면 출산율이 높은 저소득 국가는 늘어나는 인구를 뒷받침할 건강, 복지, 교육투자 재원이 부족해 세계 경제 무대에서 더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논문정보
https://doi.org/10.1016/S0140-6736(24)00550-6 Global fertility in 204 countries and territories, 1950-2021, with forecasts to 2100: a comprehensive demograph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21. 곽노필 선임기자(문의 japan@hani.co.kr)
https://doi.org/10.1016/S0140-6736(24)00550-6 Global fertility in 204 countries and territories, 1950-2021, with forecasts to 2100: a comprehensive demograph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21. クァク・ノピル先任記者 (お問い合わせ jap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