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금강경> 공부를 시작하면서 경 순서에 관계없이 공부하려 하지만.. 시작이니 만큼 경 처음부터 보니..
1. 법회를 시작하게 된 인연[法會因由分]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한때 부처님이 '사비'국 '기원정사'에서 제자 천이오백오십 인과 함께 계셨다. 이 때 세존께서 식사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들고 사비성에 들어가서 집집마다 차례로 걸식하시고 자리에 다시 돌아와서 식사를 드시고 가사를 고쳐 입으시고 발씻고 자리에 앉으셨다
<금강경> 전체는 32회분으로 정리되어 있는 데 각각의 소 제목은 경을 처음 수집정리한 인도에서 만들어 진 게 아닌.. 중국 양나라 소명태자가 32분으로 나누고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적극적인 불자는 경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능동적으로 경을 이해하고 실천한다. 보수적인 불자라면 <경>의 일점일획도 움직이지 않으려 할 것이요, 진보적인 불자라면 <경>을 보고 익혀 현실에 맞는 법을 찾아 실천한다.
우리는 완전하지 못하다 하듯이 세상에는 보수와 진보 둘 다 필요하다. 해서 서로의 장점은 존중하고 약점은 보충해 주며 상부상조하며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세상은 거꾸로 보수는 진보를, 진보는 보수를 의심하고 무시한다. 아 때 힘이 한 쪽에 실려 있으면 상대는 기를 펼 수 없는 세상이 된다. 대승불교는 힘이 약한 편에 서서 그들에게 기운을 주고 행복을 주려 실천하는 불교로 알면 될 것 같다.
기원정사 Jetavane Anāthapindikassa ārāma 는 코살라 국의 수도 사비 Śrāvastī 의 남쪽에 있던 수행 가람(처). 그곳의 이름이 한문으로 음역되면서 '기다수급고독원정사' 라 했고.. 간단히 '기원(祇園)정사' 로 부른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기원정사가 있던 도시 '사비 Śrāvastī 舍衛' 라는 단어. 사비는 코살라 국의 서울인 성으로.. 왕궁이 있는 도시다.
불교가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는 삼국 건국 시기와 맞물린다. 삼국 건국이란 부족이나 씨족이 단위가 되어 살던 부족이란 패러다임에서 부족 통합인 국가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바뀌는 데.. 국가 이전의 부족 연맹국으로 고조선과 부여를 상정하고 이후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을 통합국가로 설명하는데.. 삼국 외에 한반도 남쪽 낙동강 주변에 있던 가야국이 있다. 가야는 후에 신라에 통합되면서..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으로 정리된다. 3국이 성립했다는 것은 여러 부족을 하나의 나라로 아우르는 통합국의 왕이 새로 생겼다는 것이고, 그 결과 왕이 신하와 많은 백성이 모여 사는 그 나라 중심지인 '수도'라는.. 그 전에는 없었던 생소한 도시가 생긴다.
그 수도 이름을 백제는 '사비'라 하고, 신라는 '셔블[서라벌]'이라 했다. 이런 이름은 어디서 힌트를 얻었을까?.. <금강경>에 나오는 코살국의 수도 이름 '사비'가 아닐런지?.. 불교가 자존심 강한 중국에 전파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경전과 사원과 신도가 있는 불교 시스템은 당시 중국 어떤 종교 시스템보다도 우월했기 때문이라 한다. 불교와 더불어 인도 문화와 언어가 함께 들어온다. 불교를 통해 들어온 인도 언어는 한반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
한편 '부다가야 Bodh Gaya'는 석가모니 수행자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깨어난 보리수가 있는 곳이다. 삼국 이전에 낙동간 하구에 가야국이 있었고, 성철스님께서 머물던 곳이 가야산이라는 것을 아시는지?.. 김수로왕의 '가야'라는 이름은 '부다 가야'에서 힌트를 얻지 않았을까.. 낙동강 주변 가야국의 로맨스의 주인공인 허황옥 왕비를 포함해 가락국과 당시 불교의 연관을 연구해 보아야 하는 게 아닌지..
처용가의 주인공인 처용은 인도에서 온 남성으로 신라인인 자기 아내를 신라인이 범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비극의 외국인이다.. 낯설고 말다른 외국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애환이 따른다. 처용의 부인은 알아주는 미인이었다고 하니.. 많은 신라인이 질투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 같고.. 만일 당시 신라 왕이 인도인 처용을 이용할 목적으로 미인을 처로 주었다면?.. 복잡한 스토리가 나온다. 이런 내용의 소설이나 영화가 적지 않지.
여기서도 주목하는 부분은 비씨에서 에이디로 넘어가는 싯점에 가야는 인도와 무역을 하고 있었다는 것. 당연히 가야국은 미개한 일본까지 넘나들며 엄청 이익을 남기며 물건을 팔았겠지. 그리고 그런 무역은 고려 시대까지 이어지다 조선조에 이르러 봉쇄된다. 조선조 건국은 한반도가 은둔의 나라가 된 싯점이 아닌지..
본문의 내용으로 들어와 기원정사는 사비성에서 1.6km 거리였다고 하는데.. 식사 때가 되면 모든 승려들은 바루를 들고 성으로 들어갔단다. 상상해 보자. 1250여명의 승려가 바루를 들고 흩어짐 없이 조용히 성으로 걸어서 들어가는 모습을..
[태국 승려들이 거리로 탁발 나선 모습 / 구글]
'집집마다 차례로 걸식하신다' 는 부분을 보며.. <유마힐경>에서 두타 가섭 존자를 유마힐 거사는 빈부를 떠나 차례로 걸식하지 않은 것을 시비한다. 가섭 존자는 가난한 집을 찾아 주로 구걸했는데.. 승려의 구걸은 단순히 밥을 동냥하는 게 아닌 상대에게 복을 빌어주는 행위다. 그러기에 가섭 존자는 부자 보다는 가난한 집에게 복을 많이 주고 싶었던 것. 그러나 그런 차별은 대승불교에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유마힐 거사의 주장이다.
만일 당신이 상대에게 복을 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면.. 부자인 갑과 빈자인 을 가운데 누구에게 주려 하겠는가?.. 아무래도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을을 한번이라도 더 쳐다보지 않을까?.. 그런데 석가세존께서는 겉으로 드러난 빈부에 관계없이 똑같은 복을 나누어 주시니.. 수보리 장로가 탄성을 하는 게 아닌가.. 그런 무차별을 설하신 내용이 <금강경>이다. 허나 세존의 뜻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해도.. 우리는 가섭 존자처럼 현실에서는 아무래도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과 함께 하려 한다. 석가세존께서 그러지 말라고 부드럽게 말리셔도..()..
거지의 동냥은 비굴한 마음으로 상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면.. 승려의 동냥은 평등한 마음으로 상대와 도움을 주고 받는 모습이다.
어느 영화에서인가.. 거지임에도 불구하고 떳떳히 동냥을 청하는 모습을 주인공이 보여준다. 알렉산더 왕에게 햇빛을 동냥한 디오게네스의 자세가 그것일까.. 거지처럼 청빈한 마음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이를 철인 philosopher 이라 하듯.. 플라톤은 철인 정치를 최상의 정치 형태로 보았다.
석가모니가 세상에 태어나니 그의 아버지인 슈도다나[정반왕]는 최고의 수행자로 존경받는 아시타 선인을 찾아가 묻는다. - 이 왕자의 미래를 어떻습니까?.. 아이를 본 선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 이 아이는 자라서 전륜성왕이 아니면 부처님이 되실 것이외다.
전륜성왕이란 무력을 통한 전쟁으로 통일을 하지만.. 청빈한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아닌가. 부처는 무력이 아닌 청빈한 마음을 가르쳐 세상에 평화와 자유를 전하는 분이시고..
분명 남녀노소 차별이 있고, 빈부 역시 차별이 있는데.. 모두를 평등하게 받아들이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관음정근---영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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