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라면 드림카가 하나쯤 있을 것이다. 특정 형태거나 특정 브랜드, 혹은 특정 모델일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컨버터블(오픈카)을 들 수 있다. 창문을 아무리 활짝 열고 여기에 아무리 큰 선루프를 열어도 컨버터블의 개방감에는 따라올 수 없다. 요즘 같은 화창한 봄 날씨에 즐기는 오픈 에어링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페라리 포르토피노 M
여기에 페라리 로고가 붙으면 어떨까? 그 어떤 모델도 많은 이들이 드림카로 꼽는데 손색 없는 페라리를 오픈카로 즐긴다면? 상상에서만 가능할까? 아니, 현실에서도 가능하다. 이미 페라리는 스파이더를 비롯한 수많은 모델로 컨버터블을 선보여 왔으며, 새로 출시되는 모델 역시 일반형 출시 이후 스파이더로 내놓으며 고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공식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 오픈한 페라리 반포 전시장에서 두 신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최근에 가장 주목받은 모델이라면 역시 페라리의 첫 하이브리드로 역대 모델 중 가장 강력한 1,000마력의 성능을 내는 SF90 스트라달레일 것이다. 이 SF90 스트라달레를 컨버터블로 다듬어낸 SF90 스파이더와 캘리포니아의 뒤를 이은 포르노피노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포르토피노 M이 출시됐다. 국내에도 드디어 두 모델이 상륙, 새로 오픈한 페라리 반포 전시장을 찾아 두 모델의 실물을 확인해보았다.
페라리 역대 최강 성능의 오픈카, SF90 스파이더
기존 모델과 비슷해보이기도 하지만, 살펴보면 다른 점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새로운 신입생을 위해 SF90 스트라달레를 비롯해 로마 등 다양한 선배 모델들이 매장 앞에 나와 손님 맞이를 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오늘의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해 잠시 눈길만 주고는 매장 안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SF90 스파이더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동안 선보여온 미드십 모델과 비슷해보이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많은 부분에서 기존 모델과는 다른 점들을 볼 수 있었다.
엔진을 기존 내연기관 모델보다 덜 드러냈다. 구조상의 문제일까 아니면 하이브리드 모델이라 덜 부각시키기 위한걸까?
가장 큰 차이점인 엔진의 경우, 그동안은 엔진을 드러내는 방식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 SF90 시리즈에 들어서는 이전보다 안쪽에 배치된 점이 이채롭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용 배터리는 엔진룸과 탑승공간 사이 격벽에 설치되어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다. 4.0L V8 터보엔진은 다른 페라리 모델에도 탑재되는 것을 개량해 최고출력 780마력을 내며, 여기에 추가된 3개의 전기모터가 220마력을 더해 총 1,000마력이라는 놀라운 성능을 낸다. 제로백(0→100km/h)은 2.5초, 제로이백(0→200km/h)은 7초에 불과해 역대 최강으로 불릴 만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주유구 반대쪽에 충전 포트를 배치했으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 모드, 하이브리드 모드, 4WD 하이브리드 모드 3가지 방식으로 구동한다. 전기모드는 앞 차축 전기모터로만 구동하는 전륜구동 방식으로 작동하며, 하이브리드 모드는 엔진과 후면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후륜구동 방식, 4WD 하이브리드 모드는 필요에 따라 앞쪽의 전기모터까지 개입하는 사륜구동 방식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인 만큼 주유구 반대쪽에 충전 포트를 배치했다.
배터리는 총 4단계로 전력을 관리해 하이브리드의 효율성과 고성능 사이에서 필요에 맞춰 시스템을 조절한다. 전기모드로 주행시 최대 25km까지 주행 가능하고, 최고 135km/h의 고속주행도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효율성을 중시, 내연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퍼포먼스 모드는 언제든 즉각적으로 최고성능을 낼 수 있도록 배터리 충전에 중점을 둔다. 퀄리티 모드는 전기모터의 성능까지 최대치로 끌어내 1,000마력의 최고출력을 모두 발휘하도록 한다.
1,000마력의 고성능에 맞춰 디자인 역시 공기역학적 설계를 반영했다.
차량 전반의 디자인은 고성능에 부합하도록 공기역학적 설계를 통해 와류를 제어하고 다운포스를 높였다. 여기에 셧오프 거니, 보텍스 제너레이터, 단조 휠 등으로 공기역학성능을 더욱 끌어올렸다. 아세토 피오라노 패키지를 추가할 경우 멀티매틱 쇼크 업소버, 리어 스포일러 등 차체 곳곳에 카본과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21kg을 덜어내며, 트랙 주행에 최적화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타이어가 장착되어 더욱 우수한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
하드탑은 주행중에도 14초만에 열고 닫을 수 있다.
접이식 하드톱은 주행 중에도 14초 만에 개폐가 이뤄지며, 기존 시스템보다 150~200L까지 공간을 덜 차지할 뿐 아니라 무게 역시 40kg 경량화하며 쿠페인 SF90 스트라달레와의 성능 및 디자인의 차이를 최소화했다. 예쁜 디자인의 스트라달레냐, 오픈 에어링의 스파이더냐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고민거리를 하나 덜었다는 점은 매력적이나, 그만큼 스트라달레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도 된다.
스티어링 휠 주변을 비롯해 실내의 많은 곳들이 달라졌다.
운전석에서도 달라진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스티어링 휠에 설치된 버튼들은 기존 물리 방식 중심에서 터치 방식으로 전환된 점이 인상적이다. 마네티노(주행모드) 설정 다이얼은 시동을 걸면 후면에서 LED 빛으로 단계를 표현해 훨씬 깔끔해진 모습이다. 센터 스크린 아래로 쭉 이어지던 콘솔부는 중간에 컵홀더를 배치해 단절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계기판은 완전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이전 스타일을 그대로 담아냈다.
디지털 계기판은 아날로그 시절의 계기판 디자인을 그대로 본따면서도 훨씬 화려한 모습과 함께 더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게 됐다. 스티어링 휠 스포크의 조작 버튼으로 표시 정보를 변경할 수 있으며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연결 등을 지원하는 만큼 일상에서의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상부터 트랙까지 다재다능한, 포르토피노 M
특유의 선과 라인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2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조금 한가한 분위기 속에 포르토피노 M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래쪽의 SF90 스파이더에 비해 주목도는 낮지만, 트랙보다는 도로에서의 주행이 많다면 이쪽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구성이다. 순백의 새하얀 차체는 페라리 특유의 선과 굴곡으로 다듬어져 엠블럼을 가려도 단숨에 알아볼 수 있을 듯한 모습이다.
GT임에도 성능 역시 놓치지 않기 위한 요소들이 적용됐다.
2+2(2인승+보조석 2개, 4인승이라 하기엔 좁다) 구성으로 아래층의 SF90 스파이더보다 GT 성향이 강한 모델이지만, 페라리 특유의 고성능을 경험하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공기역학을 세심하게 고려한 점들이 곳곳에 보인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기존 포르토피노와 유사하지만, 강화된 성능과 역동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전면부 하단과 측면부의 흡기구,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그릴, 뒷범퍼와 디퓨저 등 포르토피노 고유의 아름다움과 성능을 외관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이전 세대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아 한결 친숙한 느낌이다.
실내는 이전 페라리를 본 적이 있다면 SF90 시리즈에 비해 한결 친숙함을 느낄 것이다. 중앙 회전계와 좌우 스크린으로 구성된 계기판, 아날로그식 마네티노 선택 다이얼이 내장된 스티어링 휠, 터빈 모양의 송풍구, 스크린 아래로 이어지는 콘솔 등 이전 세대의 실내 모습이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 과거를 답습한 것이 아닌, 충분히 완성된 디자인인 만큼 더 손댈 필요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사용된 소재 대부분은 핸드메이드로 제작된 것들이다.
V8 터보엔진은 전보다 20마력 상승한 62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전면에 배치된 3.9L V8 터보엔진은 이전 모델보다 20마력 상승한 62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성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캠 프로파일을 적용했고, 터보차저에는 분당 회전수를 5,000rpm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스피드 센서를 추가했다. 터보랙을 없애 전 회전영역에서 즉각적인 스로틀 반응을 보여주며, 새로 추가된 8단 습식 DCT와 가변 부스트 매니지먼트의 조합으로 상황에 맞춰 구동력과 연비 사이를 오가며 최적의 성능을 낸다.
GT 스파이더 모델 최초로 5단계의 마네티노가 탑재됐다.
페라리다운 운동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사이드 슬립 컨트롤(SSC) 6.0을 탑재했으며, 여기에는 운전자의 의도에 맞게 차량이 움직이도록 하는 E-Diff, F1-TCS, SCM-E Frs,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FDE) 등으로 구성된다. GT 스파이더 시리즈 중에선 처음으로 레이스 모드를 포함해 총 5개 모드의 마네티노가 탑재되어 일상 주행부터 트랙 주행까지 다양한 환경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
다양한 안전·편의기능을 더할 수 있어 일상용으로도 문제없다.
GT 모델인 만큼 편의‧안전 기능도 두루 갖춰졌다. 스톱 앤 고 기능을 더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 제동 시스템, 사각지대 모니터링, 차선 이탈 경고, 자동 하이빔, 교통신호표지판 인식, 3D 디스플레이 서라운드 뷰, 후측방 경고 등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중앙 스크린은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며, 조수석 대시보드의 스크린을 통해서도 음악 선택, 위성 내비게이션 확인과 목적지 설정 등이 가능하다.
최강 성능의 페라리와 더욱 향상된 일상용 페라리 중에서 어떤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 각자의 꿈은 다 소중한 법이고,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 말이다. 확실한 건 항상 함께 하는 페라리건, 역대 최강의 페라리건 충분히 꿈꾸던 만큼을 만족시켜주는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오픈 에어링까지 더해졌으니 말해 뭐하겠는가. 궁금하다면 얼른 페라리 반포 전시장으로 달려가 보자. 꿈이 현실이 되어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